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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엉뚱하지만 따뜻한 여름날의 동행, <기쿠지로의 여름>

by 채채둥 2025.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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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포스터

1.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이 영화는 1999년 일본에서 개봉된 작품으로, 기타노 다케시(비트 다케시)가 감독, 각본, 주연을 모두 맡았습니다. 일본 현지 개봉일은 1999년이며, 국내에서는 2002년 8월 30일에 개봉했습니다.
제작진에는 음악감독 히사이시 조가 참여해 명곡 ‘Summer’를 만들었고, 촬영은 시즈오카현과 아이치현 도요하시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주요 배우는 비트 다케시(기쿠지로 역), 세키구치 유스케(마사오 역), 기시모토 가요코 등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제52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국내 박스오피스 기준으로는 약 42,432명의 관객을 기록했습니다. 장르는 드라마, 코미디이며, ‘성장’과 ‘치유’를 담은 따뜻한 로드무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줄거리

  영화는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3학년 생 ‘마사오‘(세키구치 마사오)가 도쿄의 할머니 집에서 쓸쓸하게 보내는 일상으로 시작합니다. 친구들은 모두 부모와 여행을 떠나지만, 마사오는 일하는 할머니와 둘만 남아 외로움을 느낍니다. 어느 날, 집안 서랍에서 본 적 없는 엄마의 사진과 주소를 발견한 마사오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엄마를 찾아 먼 곳 ‘토요하시’까지 가기로 결심합니다. 모아 둔 용돈과 방학 숙제장을 챙긴 그는 집을 나섭니다. 출발부터 동네 불량배들에게 돈을 빼앗길 뻔하고, 이를 본 이웃 아주머니가 간섭하게 됩니다. ‘아주머니‘(기시모토 가요코)는 마사오의 사연을 듣고 자신의 남편인 철없는 중년 ‘기쿠지로‘(기타노 다케시)에게 아이의 동행을 맡기며 여행비를 건넵니다.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의 스틸컷


 여행의 시작부터 기쿠지로는 준비한 돈을 자전거 경주장에 탕진해 버리고, 아이를 데리고 술집과 룸살롱을 전전하기도 합니다. 때론 마사오가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택시 요금이 아깝다며 차를 훔쳤다가 문제가 생기는 등 기쿠지로의 황당한 행동들로 여정은 계속 꼬입니다. 남은 경비마저 날리면서 두 사람은 히치하이킹을 하는 신세가 되지만, 여행 중 만난 다양한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펼쳐집니다. 무뚝뚝한 방랑 시인, 순박한 폭주족 등 예상치 못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둘만의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의 스틸컷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의 스틸컷

 여정 끝에 마사오는 ‘엄마‘(다이케 유코)를 만나게 되지만, 이미 새로운 가정을 꾸린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마사오와 기쿠지로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도 상세히 보여줍니다. 돌아오는 길에 기쿠지로는 자신 역시 어릴 적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마사오와 자신이 비슷한 상처를 가진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의 스틸컷

 마사오는 이번 여행에서 자신이 받은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바탕으로, 또다시 머리를 숙이지 않고 당당히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기쿠지로 역시 어린 시절의 상처와 마주하며 자신도 변화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3. 사운드트랙

  음악이 좋은 것으로 매우 유명하며 일본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오리지널 스코어를 작곡한 이는 그 유명한 히사이시 조입니다. 이 곡은 국내에 히사이시 조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유명한 테마 선율과 피아노와 현악이 만들어내는 감성적인 사운드가 일품입니다.

https://youtu.be/l0GN40EL1VU?si=GLkEBQOkwD6SwjZU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노 곡 중 하나인 히사이시 조의 Summer는 이 영화의 스코어였던 음악을 피아노로 편곡한 음악입니다. 방송에 자주 배경음악으로 선곡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동영상 출처: 유튜브 'Joe Hisaishi Official'

히사이시 조의 'summer'

4. 제작 배경

  <기쿠지로의 여름> 제작 배경에는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개인적 경험과 의도가 깊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제목의 ‘기쿠지로’는 실제 기타노 다케시의 아버지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감독이 자신의 가족, 특히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상처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
 이 영화는 기존 기타노 다케시의 거칠고 폭력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잔잔하고 유머러스한 로드무비로 기획되었습니다. 9살 소년 마사오와 50대 아저씨 기쿠지로의 엄마 찾기 여행을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두 인물의 성장과 유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가족의 부재와 아이, 어른 모두의 외로움, 그리고 서로를 통해 치유받는 과정을 따뜻하게, 만화적이면서도 섬세한 연출로 담아냈습니다. 주요 촬영지는 일본의 시즈오카현과 아이치현 도요하시시였으며, 작품은 1999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즉, 감독의 가족에 대한 사적인 기억, 기존 이미지에 대한 의도적 탈피, 그리고 인물 간의 유대를 통해 치유의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으로 기획, 제작되었습니다.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의 스틸컷

5. 마무리

  <기쿠지로의 여름>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이질적이면서도 유독 따뜻하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기존의 냉소적이며 폭력적인 도시의 세계를 그려온 그의 필모그래피와는 뚜렷한 거리감을 가집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바로 영화의 힘입니다. 기타노는 이 영화에서 이야기 구성의 전형성을 일부러 탈피하며, 목적지보다는 여정 자체를 통해 감정을 쌓아나가는 로드무비의 본질에 훨씬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구조적으로도 철저히 느슨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흘러가지만, 그 안에는 치밀한 감정의 흐름과 인물 간 관계의 진화가 담겨 있습니다.
 거기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서 감정을 이끌어내는 감성적 동력 역할을 하며, 특히 메인 테마 ‘Summer’는 장면의 정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미장센 또한 인물들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담아내는데, 일본 여름 특유의 햇살과 들판, 고요한 휴식 같은 풍경들이 영화의 서정성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특히 기쿠지로라는 인물이 아이와 함께 어울리며 보여주는 엉뚱함과 인간미는, 기타노식 유머와 비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묘한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관객이 웃으며 바라보는 장면들 이면에 슬픔과 결핍, 그리고 유대가 서려 있어 오히려 더 강력한 여운을 남깁니다.
결국 외형적으로는 소소한 여름 여행기지만, 내면적으로는 인간의 외로움과 연결에 대한 깊은 사색을 품은 영화입니다. 기타노 다케시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한 편’ 확장시킨 동시에, 영화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감정적 울림을 최대한 끌어올린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