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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끝없는 저주의 악몽속으로, <주온-극장판>(2002)

by 채채둥 2025.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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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온-극장판' 포스터

1. 영화 주온-극장판(2002)

  일본에서 제작된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2002년 공포 영화입니다. 오키나 메구미 등이 주연으로 출연했고 이치세 타카시게 등이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토에이에서 제작한 주온의 원조 작품 비디오판의 호응을 힘입어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극장판으로도 제작된 일본의 공포 영화입니다.
 영화 자체가 비디오판을 봤다는 것을 전제로 구성되어 있으나, 국내에서는 비디오판 보다 극장판이 유명합니다. 허나 극장판은 비디오판보다는 아무래도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원작 특유의 주변 분위기가 찜찜해지는 느낌, 그리고 제일 중요한 어딘가 칙칙한 화면 느낌을 망쳤다는 것이 가장 큽니다.
 사실 그러한 느낌이 든 까닭은 비디오판은 내용이 직설적인 데 반해서, 영화판은 에피소드를 꼬아놓아서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비디오판도 과거와 현재를 설명 없이 오가기 때문에 헷갈리긴 많이 헷갈립니다. 문제는 영화판은 거기서 더 많이 헷갈린다는 것입니다.

2. 줄거리

오늘은 줄거리 스포가 없습니다


  영화의 서사 진행 순서와 실제 사건들의 시간대 순서가 약간 다릅니다. 영화는 리카 - 카츠야 - 히토미 - 토야마 - 이즈미 - 카야코 순서로 진행되지만 실제 이야기의 진행 순서는 카츠야 - 리카 - 히토미 - 토야마- 카야코 - 이즈미 순입니다.
 이야기는 일본 도쿄의 한 가정집에서 시작됩니다. 남편 ‘사에키 다케오‘(미츠야마 타케시)는 아내 ‘카야코‘(후지
타카토)가 학교 선생님 고바야시를 짝사랑한다는 의심과 질투에 사로잡혀, 격분한 나머지 아내 카야코와 아들 ‘토시오‘(오제키 유우야), 그리고 가족의 고양이까지 잔혹하게 살해합니다. 이 과정은 흑백 화면으로 보이며, 참혹한 살인 장면은 강렬한 원한과 저주의 시발점임을 드러냅니다. 카야코와 토시오, 고양이의 영혼에 강한 원한이 깃들면서 이 집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저주가 퍼져나갑니다. 이 저주는 단순히 집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연이 닿거나 지나가기만 해도 죽음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무서운 저주로 확장됩니다.

영화 '주온-극장판'의 스틸컷

 사회복지사 ‘니시나 리카‘(오키나 메구미)는 복지 업무 중 이 집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녀는 이 집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현상과 초자연적 존재들(원한 가득한 카야코와 토시오의 귀신)을 마주하면서 저주에 본격적으로 휘말리기 시작합니다. 리카 주변 인물들, 예를 들어 가족, 경찰, 복지센터 직원, 학생들까지 저주에 연쇄적으로 희생되며, 모두가 이유 모를 공포와 죽음에 직면합니다.

영화 '주온-극장판'의 스틸컷

 저주에 걸린 사람들은 죽음에 이르기 전, 카야코와 토시오의 유령이 나타나는 무시무시한 초자연 현상과 정체불명의 괴이한 사건을 경험하게 됩니다. 토시오는 무표정하고 기괴한 행동으로, 카야코는 흰 옷과 긴 검은 머리를 한 무서운 모습으로 등장해 공포를 극대화합니다. 이들은 단지 귀신 그 이상으로서, 저주를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죽음에 이른 희생자 중 일부는 ‘지박령’이라는 형태로 남아 다시 저주를 이어가며, 비극은 끝없이 반복됩니다.
 영화는 여러 인물들의 시점을 교차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각 인물들은 저주와 공포를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한 번 걸리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저주’라는 공포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리카는 저주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만, 점차 절망과 무력감에 빠지며 결국 저주에 갇혀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3. 개봉 당시의 반응

  당시 새파랗게 질린 토시오가 주시하는 극장판의 포스터가 압도적으로 무서웠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당시 <디 아이>, <데드 캠프> 등의 공포영화 포스터와 함께 지나치게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한국판 포스터는 의도적으로 무서움을 배가시키기 위해 안 그래도 섬뜩한 토시오의 얼굴을 거꾸로 상하반전시켜 놓고 양쪽 눈에 카야코의 모습이 선명하게 반사되는 버전으로 주로 홍보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지하철공사 홈페이지나 각종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주온-극장판> 광고를 내려달라는 항의성 민원글이 이따금 올라왔고, 실제로 종로3가역에서 행인이 포스터를 보고 기절했다는 실화가 있습니다. 너무 자극적인 게 탈이었습니다. 그런데 1편 포스터는 2편 포스터에 비하면 진짜 양반입니다. 1편 포스터는 보면 깜짝 놀라는 정도지만 보다 보면 그럭저럭 볼 수는 있는데 2편은 진짜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무섭습니다. 1편의 토시오 얼굴 포스터가 귀여울정도입니다…
 기사만 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이미지가 작게 떠서 그럴 뿐, 선명한 고화질로 대자보보다 큰 사이즈로 어딘가에 붙어 있으면 섬찟할 것입니다. 당시에는 아직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아닌 일반 극장이 살아있었고, 이런 극장들은 동네 골목에 포스터를 붙여서 홍보하곤 했습니다. 어두운 밤 그렇잖아도 으슥한 골목길이나 오솔길을 걷는데 갑자기 저 포스터가 튀어나온다고 생각해 버면 혼비백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 광고는 지하철 운영주체가 아닌 광고대행사에서 집행하기 때문에 서울메트로나 도시철도공사도 손을 쓸 수가 없었고, 임시방편으로 1편 포스터에서 토시오의 눈 부분만 가려놓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지금은 시대가 변하면서 영화관들도 대부분 멀티플렉스만 남았고, 호러장르라 해도 포스터들도 이전처럼 크게 공포스럽지 않은 데다 애초에 영화도 길거리 포스터보다는 SNS등 인터넷 위주의 홍보가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에 이런 불상사를 겪을 일은 없어졌습니다.
 <주온-극장판>이 나온 후에 토시오는 마이클 마이어스나 처키, 제이슨 부어히스, 페니와이즈처럼 인기가 많아졌습니다.
비디오판에 비해서 평가가 떨어지더라도, 이불속에서 카야코가 등장하는 장면이나 마지막의 몸이 꺾인 카야코 습격 신 같은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지금도 명장면으로 손꼽힙니다.

영화 '주온-극장판'의 스틸컷

4. 평가

  <주온-극장판>에 대해 평론가들은 비디오판에 비해 공포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극장판은 영상 화질과 편집이 화려해졌지만, 오히려 사실적이고 날 것 같은 비디오판의 음산한 분위기와 미묘함이 사라져 공포가 줄었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흑백 화면 사용도 오히려 현실성을 깎아내려 “영화 같다”는 느낌을 줘 공포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한편, 일본 정통 공포영화로서 주온은 원혼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독창적으로 풀어내면서도 각기 다른 인물 시점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어, 고전적 내러티브와 달리 뒤얽힌 시간 순서와 강렬한 분위기로 관객에게 독특한 충격과 몰입을 선사한다고 긍정적으로 보는 평도 있습니다.
 즉, 극장판은 기술적으로 영화답고 스토리도 풍부해졌으나 원래 비디오판의 생생한 공포감과 음산함은 떨어졌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당시 개봉 시점이나 공포 문화 환경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사진이 불편하실 수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스크롤을 빠르게 내려주세요

 

 

 

 

 

영화 '주온-극장판'의 스틸컷

5. 마무리

  나름 공포영화 마니아 입장에서 처음 <주온-극장판>을 보았을 때, 원작 비디오판에 비해 영상과 편집이 훨씬 세련되고 화려해졌으나 오히려 공포감은 감소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비디오판 특유의 날 것 같고 음산한 분위기, 마치 실제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듯한 리얼리티가 극장판에서는 많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극장판 초반에 흑백화면을 사용한 것은 ‘이것은 영화다’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고, 귀신 카야코가 너무 자주 직접 등장해 긴장감이 점점 떨어졌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는 공포의 본질인 ‘무지’에서 오는 은은한 두려움을 대신해 단발적 놀람에 치중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와 연출은 풍부해지고, 일본 특유의 음산한 기괴함과 효과음이 있어 어느 정도 공포영화로서의 역할은 유지합니다. 그러나 ‘진짜 무서움’보다는 ‘놀라게 하는’ 요소가 강해 장기적인 긴장감이나 찝찝함을 즐기는 마니아들에겐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결국 공포 영화의 근본적인 공포감보다는 영화적 완성도와 극장 개봉에 맞춘 시각적 효과를 중시한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보면, 순수한 ‘공포감’ 면에서는 비디오판이 손꼽히고, 극장판은 공포영화 마니아가 보면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일본 공포의 독특한 미장센과 연출을 경험하기에는 의미 있는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