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영화 사탄의 인형 1
이 영화는 연쇄살인마 찰스 리 레이가 들러붙은 처키 인형의 살상극과 처절한 응징이 주제인 호러 영화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원제는 ‘Child's Play’입니다. 1~3편까지는 저 제목에 넘버링만 붙였으나 4편부터 XX 오브 처키로 바뀌었습니다.
국내에는 비디오로 먼저 수입되었습니다. 당시 '악마의 유희'라는 제목으로 출시했으며 비디오의 인기에 힘입어 1991년에 같은 제목으로 극장 개봉했습니다. 이후 속편이 이어지면서 <사탄의 인형>으로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공포 영화 시리즈로 전체적인 스토리는 경찰에게 총을 맞고 쫓기던 연쇄살인범이 장난감 가게의 인형에 빙의해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내용입니다. 훗날 유행하게 되는 마스코트 호러의 시조 격인 작품입니다.
러닝 타임도 짧은 편입니다. 각 편 모두 길이가 1시간 30분 내외입니다.
2. 줄거리
1980년대 시카고.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 ‘찰스 리 레이’(브래드 듀리프)는 형사 ‘마이크 노리스’(크리스 서랜든)의 추격 끝에 총에 맞아 중상을 입고 한 장난감 가게로 도망칩니다. 죽음을 직감한 찰스는 아이티의 부두교 흑마법 주문을 외워 자신의 영혼을 근처에 놓여 있던 인기 장난감 ‘굿 가이(Good Guy)’ 인형에 옮깁니다. 이후 큰 폭발과 함께 그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인형은 멀쩡히 살아남아 중고 장난감으로 유통됩니다.

다음 날, 가난한 싱글맘 ‘캐런 바클레이’(캐서린 힉스)는 어린 아들 ‘앤디’(앨릭스 빈센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우연히 길거리 노점상에게서 ‘굿 가이’ 인형 하나를 헐값에 구입하게 되고, 앤디는 그 인형에 “처키“라는 이름을 붙이며 무척이나 소중히 여깁니다. 하지만 곧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캐런의 친구이자 앤디의 베이비시터인 ‘매기’(다이나 매노프)가 집 안에서 의문의 추락사로 죽고, 앤디는 경찰에게 “처키가 그랬다”라고 주장합니다. 당연히 아무도 이를 믿지 않으며, 앤디는 혼란스러운 상태로 의심받게 됩니다.
하지만 캐런은 어느 날 인형의 배터리가 들어 있지 않음에도 처키가 스스로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공포에 질립니다. 그녀가 강제로 인형을 위협하자, 갑자기 처키는 욕설과 함께 살아 있는 존재로 돌변하며 그녀를 공격하고 도망칩니다. 캐런은 형사 마이크를 찾아와 사실을 설명하지만 처음에는 믿지 않던 마이크 역시 처키의 습격을 직접 경험하면서 진실을 깨닫습니다.

이후 캐런과 마이크는 처키의 정체를 파헤치기 시작하고, 부두 술사의 집을 찾으며 찰스 리 레이의 과거와 비밀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처키가 영혼을 인형 안에 계속 머무르게 되면 영구히 인형으로 남게 된다는 것, 이 마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처키가 영혼을 처음 털어놓은 대상, 즉 앤디의 몸으로 옮겨야 한다는 사실에 도달합니다.
처키는 앤디를 납치해 몸을 빼앗으려 하지만 캐런과 마이크가 이를 저지하고, 마지막으로 처키를 불 속에 던지고 사지를 절단하며 그를 파괴하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이미 인형 안에 깃든 악령의 가능성과 오싹한 여운은 끝까지 남으며, 속편의 암시를 남긴 채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3. 제작 비화
세기의 대걸작이라고 말하면 과장이지만, 인형 괴담이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공포를 총망라했고 인형의 무서움을 제대로 어필한 공포 영화계의 명작입니다. 특히나 영화 중반 처키가 여태까지 건전지 없이 말하고 움직이고 있었다고 밝혀지는 장면은 다시 봐도 간담이 서늘해진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형에게서 느끼는 본능적인 불쾌감과 왠지 모를 섬찟함을 아주 잘 표현한 작품인지라 당시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겨 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조명은 모든 시리즈 중에서 가장 어둡습니다. 또 살인할 때나 추격할 때처럼 처키가 직접 움직일 때는 처키의 시야에서 화면이 비추어질 때가 많고, 걷거나 뛸 때 발소리와 숨소리를 통하는 등 처키의 존재를 간접적으로만 묘사합니다. 그래서 대놓고 움직이는 모습이 나오는 장면이 거의 항상 나오는 후속작들에 비해 좀 적게 나옵니다.
이 영화의 제일 끔찍한 점은 6살 앤디 앞에서 살인을 저지르고도 웃는 처키의 완벽한 사이코패스 기질입니다. 영화 <쿠조>와 함께 동심 파괴로 공포를 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본과 감독을 맡은 톰 홀랜드는 여러 호러물에서 꽤나 괜찮은 평을 받은 인물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도 시리즈에서 가장 평이 좋습니다. 참고로, 마이크 형사를 연기한 크리스 서랜든은 1985년작 <후라이트 나이트>에서 영화의 악역인 흡혈귀 제리 랜드리지를 맡았습니다.
원작자 돈 맨시니에 의하면 초고 제목은 ‘blood buddy’였습니다. 이후에는 ‘배터리가 없었다’를 제목으로 고사했지만 작품 설정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무산된듯합니다. 돈 맨시니가 쓴 초고는 지금과 내용이 굉장히 다릅니다. 처키가 찰스 리 레이의 환생이 아닌, 앤디가 자신을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들을 처키로 하여금 대신 살인하게 하는, 일종의 피의 계약을 맺은 인형이라는 설정이었고 그 분노의 대상 중에 보모, 치과의사, 그리고 일 중독 싱글맘이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각본으로 촬영한 초기 편집본은 무려 180분 분량이라고 하는데 일부 필름들이 사고로 손상되어 현재 상영본(87분)으로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DVD판에는 영화를 재생할 때 초기 완성본에서 편집된 버전이라는 안내문이 나오기도 합니다.
찰스 리 레이는 유명 살인마 세 명의 이름을 합친 것으로 각각 찰스 맨슨, 리 하비 오스왈드, 제임스 얼 레이에서 따왔습니다. 시리즈 초창기에는 처키 목소리를 낸 브래드 도리프에 대해 게이 목소리 같다고 조롱하는 반응들도 있었습니다.
촬영이 한겨울에 행해졌는데 무척 추워 대사를 읊는데 고생했다고 전해집니다. 마이클 역의 크리스 서랜든은 앤디 엄마가 처키의 정체를 알기 위해 빈민가로 향하는 것을 말리려고 소리치는 장면이 정말 찍기 힘들었다고 하는데 입을 벌림과 동시에 목이 바싹 얼어 들어갈 정도였다고 합니다. 참고로 앤디의 엄마로 나온 배우 캐서린 힉스와 처키 인형의 특수효과를 맡은 특수분장사 케빈 야거는 영화 촬영 중 눈이 맞아 촬영이 끝난 직후 결혼했습니다.

처키 움직임에는 CG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시절 CG는 아직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돈을 엄청 들이자면 그럴듯하게 가능은 했지만 이 영화 제작비를 생각하면 불가능이라 순수 기술력을 동원해 수동으로 움직인 것입니다. 물론 제약이 따르는 부분의 경우 난쟁이 배우 에드 게일이 분장하고 움직였습니다. 이는 가끔 처키의 몸이 더 커 보인다 던 지 손등에 살짝 핏줄이 보인다던지 하는 점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노린 것은 아니지만 후에 인형의 몸에 오래 있으면 인간화가 된다는 설정이 추가되면서 핏줄이 생기거나 좀 더 커지는 게 오히려 더 그럴듯해졌습니다.
앤디의 엄마 캐럴이 처키의 본성을 알기 전까지는 단순한 플라스틱 인형으로 촬영한 것이고 움직임이 들어간 처키의 경우 단순한 플라스틱이 아니라 내부에 작동을 위한 각종 연결 케이블 및 기계로 이루어졌습니다. 때문에 처키의 몸이 박살 난 씬에서 손이나 얼굴을 보면 내부가 기계적으로 움직여졌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손이나 발의 경우는 스태프들이 파트를 나눠 직접 조종하였고 얼굴 움직임은 표정과 발음 담당 스태프의 얼굴 연기와 연동되어 움직여졌습니다.
처키의 움직임과 관련해 촬영하기 힘들었던 장면은 정신병동 앤디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로 올라가는 장면입니다. 때문에 여러 번 자연스러운 장면이 될 때까지 시도했다고 합니다.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시카고시인데, 정직하게도 모든 촬영 로케가 시카고시입니다. 씬 초반의 장난감 가게를 제외하면 아직도 대부분 촬영 당시의 건물들이 남아있습니다. 한편 찰스 리 레이의 공범 에디의 본거지인 폐허 건물은 사라지고 새로운 장소로 바뀌었습니다.

4. 흥행
제작비는 900만 달러로, 북미에서 3,324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한국 개봉 당시 서울 관객 4만 1천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1991년에 <악마의 유희>라는 제목으로 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극장가 흥행에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평단으로부터도 대체로 긍정 평가를 얻었습니다. 1990년 제16회 새턴상에서 최우수 공포 영화상, 각본상, 아역배우상 후보에 올랐으며, 캐서린 힉스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열혈 팬층이 형성되면서 컬트 영화가 되었으며 영화 속편, 텔레비전 시리즈, 만화책 등을 망라하는 대규모 다매체 프랜차이즈로 확장되었습니다. 속편 <사탄의 인형 2>(1990)로 이어지며, <사탄의 인형 3>(1991), <사탄의 인형 4: 처키의 신부>(1998), <사탄의 인형 5: 씨드 오브 처키 >(2004), <커스 오브 처키>(2013), <컬트 오브 처키>(2017), 2019년 리부트작 <사탄의 인형>까지 공개되었습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는 드라마 <처키>가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5. 마무리
<사탄의 인형 1>을 처음 TV에서 본 때가 7살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영화도, 호러도 아무것도 몰랐고 그냥 장난감이 나오는 영화겠거니 하고 TV 앞에 앉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굿 가이 인형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 웃는 얼굴이 점점 무서워졌고, 갑자기 나오는 처키의 표정이나 소리 하나하나가 너무 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날 이후 며칠 동안은 인형을 쳐다보지도 못했고, 잠에서 깼을 때 방 한편에 있던 곰인형이 마치 날 노려보는 것 같아서 얇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특수효과나 연출이 대단했던 것이었고, 어른들이 보기엔 약간 유치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의 눈에는 그 모든 게 진짜였습니다. ‘말하는 인형’이라는 게 어린아이에겐 호기심과 공포를 동시에 자극했고, 내가 무서움을 처음으로 ‘이야기’ 속에서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나이에 그런 충격적인 경험을 했던 건 조금 일렀던 것 같지만, 지금의 내가 영화와 공포 장르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바로 본 작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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