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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삶의 모험은 나이와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부터, <업>

by 채채둥 2025.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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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업' 포스터

1. 영화 업

  이 작품은 2009년에 개봉한 디즈니와 픽사 제작의 장편 풀 CG 애니메이션으로, 현실을 바탕으로 하며 비행하는 내용 등을 추가해 각색한 영화입니다. 북미에서는 2009년 5월 29일에 개봉했으며. 대한민국에서는 2009년 7월 29일에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몬스터 주식회사> 이후 피트 닥터의 두 번째 영화이고, 에드워드 애즈너, 밥 피터슨, 조던 나가이가 더빙에 참여했습니다. 이 영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비디오 게임이 2009년 5월 26일에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2. 줄거리

  어릴 적 내성적이지만 호기심 많은 소년 칼은 모험가 찰스 먼츠를 동경합니다. 그러다 활기차고 엉뚱한 소녀 엘리를 만나 같은 꿈(남미의 파라다이스 폭포에 집짓기)을 공유하며 가까워지고, 두 사람은 성장해 결혼하게 됩니다. 결혼 후 엘리와 칼은 소박하지만 사랑 가득한 일상을 살아가며, 여행을 위한 저금통을 준비하지만 뜻밖의 병원비·집 보수 등 현실적 사건마다 저금을 깨며 꿈을 계속 미룹니다. 결국 엘리는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칼은 외롭게 집에 남습니다. 이 집은 엘리와의 추억이 깃든 유일한 공간이자, 오랫동안 꿈이 깃든 상징물이 됩니다.

영화 '업'의 스틸컷


 칼은 재개발 때문에 집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수천 개의 풍선을 달아 집 자체를 띄워 남미로 향하는 모험에 나섭니다. 그런데 출발 후 우연히 어린 보이스카우트 소년 러셀이 발코니 밑에 숨어 올라탄 것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뜻밖의 동행을 시작합니다.

영화 '업'의 스틸컷

 파라다이스 폭포 부근에 도착하지만, 집이 떨어진 곳과 폭포까지는 험난한 밀림을 걸어가야 합니다. 가는 길에 ‘케빈’이라는 거대하고 신비로운 새와,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개 ‘더그’를 만나게 됩니다. 케빈은 전설이라 여겼던 새이자 칼의 어린 시절 우상 먼츠가 집착해 찾아다니는 희귀종입니다. 먼츠는 한때 전설적 영웅이었으나 수십 년 동안 명예 회복을 위해 집착적으로 파라다이스 폭포에 머물며, 케빈을 잡으려는 집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칼과 러셀 일행은 먼츠와 대립하게 되고, 각자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위기에 직면합니다.

영화 '업'의 스틸컷

 갈등 끝에 칼은 자신만의 오랜 꿈, 즉 아내와 함께 짓기로 약속한 집과 약속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집을 ‘짐’처럼 쥐고 있던 칼은, 러셀과 케빈을 구하기 위해 집까지 포기하는 용기를 냅니다. 모험의 마지막, 엘리의 모험책 뒷페이지에는 ‘별다른 특별한 모험’이 없는 대신, 함께한 일상의 사진과 ‘당신과 함께해서 행복했다, 이제 새로운 모험을 하라’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영화 '업'의 스틸컷

 결국 칼은 집착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지금 곁에 있는 사람(러셀), 새로 얻은 친구들(더그와 케빈)과 진짜 가족 같은 관계를 맺으며, 인생의 다음 발걸음을 내디딥니다.

3. 평가

  <라따뚜이>와 <월-E>의 뒤를 이어 픽사의 전성기를 구성한 영화이며, 픽사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영화 시작과 동시에 부부의 인생을 쫙 훑어가는 결혼 생활 파노라마 시퀀스는 현재까지도 꾸준히 회자되는 전설적인 명장면으로 평가됩니다. 이른바 시네마 역사상 최고의 5분, 사람의 감정을 쥐었다 폈다 하는 픽사의 능력이 이미 일반 애니메이션 회사의 경지를 아득히 넘어섰다는 걸 확인시켜 주는 장면입니다.

영화 '업'의 스틸컷


 영화 외적인 부분과 5분의 짧은 영상 자체만으로도 호평이지만, 이 5분간의 장면은 영화 내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장면입니다. 해당 장면을 통해 관객들은 칼이 왜 집에 그렇게 집착하고 집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지 이유를 깨닫게 되며 앞부분에서 미리 사연을 공개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대체 왜 그러냐며 답답해하거나 궁금해할 일도 없이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극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강력한 개연성을 부여하여, 배경지식이 없으면 자칫 비호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던 칼의 꼰대짓을 전부 이해하게 만드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합니다.
 스토리를 보면 어린이보다는 어른에게 더 공감을 주는 내용이 많습니다. '좋았던 시절의 기억만을 바라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아름다운 추억에만 머무르지 말고 항상 새로운 기쁨을 찾으며 살라는 카르페 디엠의 정신을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전형적인 권선징악을 내세우지 않아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으로, 애들 보여주려고 데리고 갔다가 어른들이 울면서 깨닫고 오는 영화이가도 합니다. (저도 많이 울었…)
 2009년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를 칸 영화제에서 가졌습니다. 3D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초로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입니다. 극 중 캐릭터인 더그가 개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과 음악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열린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는 가장 처음으로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이후로 20여 년 만에 애니메이션이 작품상 후보에 다시 오르게 된 것입니다. 물론 작품상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음악상을 수상하여 아카데미 2관왕을 달성했습니다.

영화 '업'의 스틸컷

4. 배경 스토리

  영화 <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메이스필드 하우스'라고 하는 집에 얽힌 이야기로, 위치는 미국 시애틀 1438 노스웨스트 46번 도로에 있는 발라드 블록 쇼핑몰입니다.
 이곳은 원래 이디스 메이스필드(Edith Macefield)라는 할머니가 이웃들과 살던 주택단지였는데, 어느 날 재개발의 일환으로 주택단지를 허물고 대형 쇼핑몰 '발라드 블록'을 건축하고자 한 건설 책임자 '배리 마틴'이 찾아와서 집을 사겠다고 제안하지만 거절합니다. 다른 집주인들은 모두 보상금을 받고 떠났지만 이디스는 계속해서 거절했고, 배리는 그 뒤로도 집을 사기 위해 백만 달러까지 가격을 높여 불렀지만 계속 거절했습니다. 배리는 매번 찾아가다가 집을 팔지 않는 이유를 듣게 되었는데, 이디스는 젊은 시절 홀어머니를 두고 전쟁 중 영국으로 떠나서 살다가 어머니가 쓰러지자 그제야 돌아와서 이 집을 사 극진히 모셨지만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자신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집에서 어머니를 추억하며 죽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연을 들은 배리는 이디스 할머니의 집을 그대로 두고 공사를 시작하자고 건설사 사장을 설득했고, 그렇게 집을 둘러싼 채 쇼핑몰 건설을 시작했으며 완공된 후에도 할머니를 극진히 모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업>이 탄생했습니다. 영화 개봉 후 집도 유명해져 쇼핑몰 사이트에 메이스필드 하우스를 소개하는 페이지가 개설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2008년에 이디스는 췌장암으로 사망했고, 배리에게 집을 유산으로 물려줍니다. 이후 자금 문제로 경매에 넘어가는 등 주인이 몇 번 바뀌었고, 한때 주민센터로 쓰이며 할머니를 기리는 메이스필드 음악 축제가 열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철조망 쳐진 상태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집에 칠한 페인트가 서서히 벗겨지고 창문에 나무판자를 덧댄 채 방치되는 등 관리 상태는 좋지 않은데, 현 소유주가 이를 해결할 의향이 있는지 2024년부터 집을 임대할 사업주를 모집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영화 '업'의 스틸컷

5. 마무리

  영화 <업>은 한 번쯤 멈춰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개인적으로 6살 아이 엄마의 시선에서 이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단순한 어린이 모험담을 넘어 삶, 사랑,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느껴집니다.
영화의 주인공 칼과 엘리 부부의 인생 여정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잠시 미뤄두고 살아가는 우리 중년 세대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특히 ‘꿈은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육아와 일상에 치여 자신의 꿈을 잊고 지낸 이들에게 용기와 자극을 줍니다.
 또한 칼이 집에 얽매인 집착을 내려놓고 비로소 집 밖, 즉 새로운 미래와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은, 주부로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만큼이나 나 자신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우리도 때로는 익숙한 것, 그리고 소중했던 기억들을 놓아야만 더 자유롭게 ‘떠오를’ 수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본다면, ‘러셀’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순수함과 끈기는 부모인 나에게도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모험하고 성장하는 모습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통해 배우고 변화하는 여정 자체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결국 <업>은 꿈을 위한 용기, 삶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도전,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영화입니다. 단순히 아이와 함께 즐기는 애니메이션을 넘어, 성인으로서 인생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지적인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