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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고보면 거대한 싸이코 드라마, <셔터 아일랜드>

by 채채둥 2025.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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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셔터 아일랜드 포스터

1. 영화 셔터 아일랜드

  이 작품은 2010년 개봉한 미국의 네오누아르 심리 스릴러 영화입니다. 하드 보일드 전문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영화입니다. <디파티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 다수의 명작을 통해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배우 듀오,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함께한 여섯 편의 작품 중 네 번째 작품이기도 합니다.
IMDb Top 250에 선정되었으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 테디 역으로 열연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개봉 15주년을 맞이하여 2025년 7월 23일 재개봉을 한다고 하니 못 보신 분들은 이번 기회를 추천드립니다.

2. 줄거리

  정신 이상을 앓고 있는 중범죄자들이 구속되어 있는 보스턴의 '감옥섬'(Shutter island)의 애쉬클리프 병원은 탈출이 불가능한 곳입니다.
감옥섬은 교도소인 동시에 정신 병동입니다. 이곳에서 죄수가 탈옥할 경우 바닷물에 익사하거나 경비병의 총에 맞아 사살됩니다. 그런데 탈출 불가능의 섬에서 ‘레이첼 솔란도‘(에밀리 모티머)라는 여성 수감자가 실종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교도소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레이첼은 감옥섬을 버크셔 카운티의 자기 집으로 여기고, 교도소 내 인원들을 자신의 심부름꾼 정도로 취급했다고 합니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척(마크 러팔로)과 테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1954년 미 연방 보안관 ‘에드워드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의 새로운 파트너 ‘척 아울‘(마크 러팔로)은 세 자녀를 익사시킨 수감자 레이첼 솔란도의 실종을 조사하기 위해 보스턴의 감옥섬에 있는 애쉬클리프 병원으로 향합니다. 테디는 사건을 조사하는 중에도 수시로 자신의 악몽 같은 트라우마를 떠올리는데, 하나는 나치 독일이 2차 대전 당시에 점령했던 다하우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비무장 상태였던 독일군 포로를 몰살한 일이고, 다른 하나는 방화범 앤드루 레이디스에게 자신의 아내가 살해당한 일입니다.
테디는 그 앤드루 레이디스도 이 섬에 수감되어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에 그와 이야기를 해볼 겸 수사에 자원하게 됩니다. 테디는 이 섬에는 공산주의자의 자금을 지원받는 정치적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실종되었다는 레이첼은 멀쩡히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그녀는 전 남편과 테디를 혼동하고 테디에게 안겨서 흐느끼다가, 돌변하여 난폭하게 화를 냅니다. 자신이 분명 남편을 죽이고 땅 속에 묻었는데 당신은 누구냐는 것입니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 중 테디와 코리 박사(벤 킹슬리)


애초에 수사의 발단이 되었던 레이첼의 실종조차 조작된 사건임을 알게 됩니다. 사실 이 섬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인물을 정신병자로 몰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전두엽 절제술을 강제 시술해 사실상의 식물인간으로 만들어버리는 곳이었고, 테디는 자신도 이미 그들의 덫에 걸려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됩니다.
이후 계속해서 진실을 추적한 끝에 동굴에서 전직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진짜 레이첼 솔란도에게 이 섬에서 시행한다는 뇌엽절리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테디는 바다로 뛰어들어 시술 현장으로 지목된 낡은 등대로 접근하여 경비병을 제압하고 총기를 탈취합니다. 그곳에서 테디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연구소장 ‘존 코리‘(벤 킹슬리)를 만나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됩니다.
 사실 그 흉악범 앤드류 레이디스는 바로 테디 자신이었습니다. 앤드류 레이디스는 아내 ‘돌로레스‘(미셸 윌리엄스)를 권총으로 사살하고 정신분열증이 와서 이 섬에 수감된 환자이자 죄수입니다. 앤드류의 아내는 심각한 정신 이상 증세가 있었고, 주변에서도 이에 대해 계속 경고했으나 앤드류는 낙관적으로 아내의 문제를 가벼운 것으로 치부하고 술을 즐겨 왔으며, 그가 기억하는 방화 사건도 사실은 아내가 정신 이상으로 이전 집에 불을 지른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호숫가에 새 집을 사서 이사를 갔고, 앤드류가 며칠 동안 출장을 간 사이에 그녀는 남편이 모르고 꺼내 둔 약통의 약을 다 먹어버리고 완전히 이성을 상실하여 세 자녀를 집 앞의 연못에 빠뜨려 익사시켰습니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스틸컷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이 사실을 알게 된 앤드류는 분노와 슬픔에 사로잡힙니다. 이때 아내가 자신을 해방시켜 달라는 요청을 하는 데 이에 아내를 권총으로 살해한 것입니다. 사실 그가 그토록 추적하던 방화범 앤드류 레이디스는 자신의 본명이며 에드워드 대니얼스란 이름은 앤드루 레이디스(Andrew Laeddis)의 아나그램, 행방불명되었다는 죄수 레이첼 솔란도(Rachel Solando) 역시 에드워드의 아내 돌로레스 샤넬(Dolores Chanal)의 아나그램이었습니다. 그리고 레이첼 솔란도 배역을 맡은 여자는 그의 담당 간호사였습니다. 또한 그의 파트너 척은 그를 치료하던 주치의 레스터 시한 박사였습니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은 자신이 과거 저지른, 혹은 겪어야 했던 참혹한 결과를 정신적으로 감당할 수 없었던 테디가 만들어낸 환상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 환상에 맞춰서 연극을 해줬던 것입니다.
 본래 소장인 존 코리는 정신병을 적절한 약물과 상담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으로 당시 만연하던 전두엽 절리술에 대해서는 반대하던 입장이었으나, 전직 참전용사 겸 수사관이었던, 너무나 영악하고 난폭한 환자였던 앤드류를 봐주는 것도 한계에 이릅니다. 테디가 그의 환상 속에서 조용히 살아간다면 그대로 놔두고 싶었지만, 폭력성 때문에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전의 감방 동료였던 ‘조지 노이스‘(재키 얼 헤일리)가 그에게 진실을 알려주려 하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노이스를 거의 죽기 직전까지 패기도 했습니다. 그의 폭력성 때문에 결국 박사들은 뇌엽절리술을 실행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코리 박사는 최후의 수단으로 앤드류의 환상을 실현시켜 줌으로써 그의 망상이 허구임을 증명하고 현실을 인정하도록 일종의 사이코 드라마를 마련했던 것입니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스틸컷

 결국 앤드류 레이디스는 환상에서 깨어나 자신의 객관적 실체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며칠이 지난 후 앤드류는 시한과 함께 병원 주변에서 휴식합니다. 망상에 빠진듯한 앤드류는 또다시 시한을 "척"이라고 부르며 이 섬을 떠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시한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코리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앤드류는 수술 도구를 갖추고 다가오는 의사를 바라보며 척(시한 박사)에게 "괴물로 살 것인가, 선량한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Live as a monster or die as a good man?)"라는 질문을 남기고 앤드류를 수술하기 위해 그를 데리러 온 이들에 이끌려 별다른 저항 없이 자리를 떠나며 영화는 끝납니다.

3. 결말의 해석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등대가 나오는 것을 보면 앤드류가 스스로 뇌엽절리술을 선택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뇌엽절리술을 받은 환자는 감정을 잃고 매사에 무기력해지는 '좀비'가 된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자면 그의 이 행동은 아내를 방치했다는, 죽였다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혹은 그러한 죄책감과 아내가 아이들을 죽였다는 슬픔을 가지고 평생 살아갈 자신이 없었기에 사실상 자살이나 마찬가지인 뇌엽절리술을 결심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아무리 진실을 깨우쳐도 매번 환상에 빠져 사는 상태로 원상 복귀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게 더는 폐를 끼치기 싫어 그런 결심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상술한 질문을 할 때의 앤드류의 어조는 매우 평온하고 고요한 말투입니다. 앤드류의 질문을 들은 레스터 시한 역시 그의 물음을 듣고서야 의도를 눈치챈 듯 재차 그를 테디라고 불렀지만, 결국 그를 끝내 잡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앤드류는 걸어가며 소장을 한 번 쳐다보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람들과 떠납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원작 소설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지만 결말만큼은 분명히 다릅니다. 소설의 에필로그에서는 앤드류로서의 자아를 각성하고 '퇴행하지 않겠다.'라고 한 테디가 불과 하루 만에 소설 초반부에 나온 망상 속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버립니다. 이를 본 담당의 코리는 그를 수술실로 보내는 데 결국 동의하는 눈치를 보입니다. 영화의 엔딩은 소장의 치료가 사실상 성공했다는 것을 말하는 반전입니다. 다만 이마저도 앤드루 레이디스가 스스로 뇌엽절리술을 받고 인격을 포기하기로 결심함으로써 소설과 마찬가지로 비극적인 엔딩인 셈입니다.

4. 복선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스틸컷

1) 테디의 망상대로라면 테디와 척은 처음 만난 사이입니다. 그런데도 테디는 척에게 마치 오랜 친구처럼, 척이 포틀랜드 출신임을 안다는 듯이 "포틀랜드 보안관들은 꽤나 시시한 모양이군"이라 말합니다. 등대로 가기 전에 척에게 다시 한번 포틀랜드의 날씨는 어떻냐고 물어봅니다. 이에 척이 자신은 시애틀 출신이라고 하자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실제 레스터 시한은 포틀랜드 출신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 작중 테디가 담뱃불을 붙일 때마다 항상 타인의 성냥불을 빌립니다. 극 초반부에 테디가 담배를 피우려고 할 때 성냥이 없어서 척한테 빌립니다. 테디가 성냥이 분명히 있었는데 사라졌다고 하자 척이 "직원이 가져갔나 보죠?"라고 말합니다. 이는 정신질환자는 성냥을 소지할 수 없다는 법 때문입니다.
3) 테디가 처음 섬에 도착했을 때 경비병들은 소총까지 장전하며 매우 경계하고 긴장합니다. 자세히 보면 그 경계는 오로지 테디만을 향하고 있습니다.
4) 테디는 울타리를 그냥 보기만 했을 뿐이데 단순한 철조망이 아니라 전기 울타리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테디 본인의 이야기로는 일전에 본 적이 있다고 하지만 이어지는 조지 노이스와의 대화를 보면 일전에 그들은 탈출 계획을 세웠으나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5) 섬에 상륙해서 건물로 입장할 때 수감자들이 테디 일행을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쳐다보고 인사를 하거나 손가락으로 쉿 하며 입을 가립니다. 이건 수감자들이 테디가 연극 치료 중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며 이에 따른 입단속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6) 콜리 박사가 환자를 치료하거나 평온한 여생을 보내도록 도와준다는 시설의 취지를 설명하자 테디가 흉악한 범죄자에게 평온한 여생은 개나 주라며 비꼬는데, 동료 척은 이런 테디의 말을 듣고 씁쓸한 미소를 보입니다. 왜냐하면 테디가 말한 그 흉악한 범죄자가 바로 테디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7) 전날 죄수가 탈옥하여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수색팀이라는 인원들은 심각한 배경음악과는 달리 지루한 듯이 농땡이만 피우고 있습니다. 테디가 절벽의 수색팀과 합류했을 때도 다들 미적거리며 대충대충 돌아다니거나 앉아서 돌멩이나 집어던지고 있는데, 테디는 그 광경을 이상하게 여깁니다. 수색팀 입장에서 레이첼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인데 치료 연극을 위해 그녀를 찾는 척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수색팀에게 열심히 찾는 의지가 없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8) 테디가 심문 중에 레이첼을 담당한 의사 '레스터 시한'과 만나봐야겠다고 말하자 콜리 박사가 "닥터 시한은 아침 배로 휴가를 떠나서 만날 수 없다"라고 알려줍니다. 콜리 박사가 이런 거짓말을 한 이유는 당연히 레스터 시한과 척이 동일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테디 입장에서는 척과 완전 별개의 인물로, 연극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척과 동일인물인 레스터 시한을 절대로 만나게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레스터 시한을 만나겠다는 테디의 말에 척은 "지금 비상상황이잖아요. 위험한 환자가 탈출했는데 담당 의사를 휴가 보내줬단 말입니까?"라고 비판했는데 이때 척은 전혀 화가 난 기색이 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웃음을 참는 듯 말했으며, 콜리 박사가 "그럼요. 그는 의사니까요"라고 답하자 간호사들이 단체로 웃음을 참습니다. 척과 간호사들 입장에서는 각각 그 의사가 본인인데 본인은 애초에 가지도 않은 휴가를 보내준 것을 비판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게 된 상황 자체가 웃기기 때문입니다.
9) 레이첼 솔란도는 여성 수감자입니다. 그렇다면 여성 수감자의 방에 있었을 텐데 방에는 웬 성인 남성의 신발만 두 켤레가 있습니다. 그리고 테디는 방에 들어서더니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대번에 바닥의 타일을 뜯어내서 숨겨진 쪽지를 발견합니다. 즉 이 방은 테디의 방입니다.
10) 영화 상에서 테디의 아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테디의 꿈 속입니다. 그가 꿈에서 깨기 직전에 방이 불타오릅니다. 언뜻 보면 집에서 불타 죽은 아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아내의 복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아내는 테디에게 권총으로 살해당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테디와 아내가 들어간 방의 창문 밖 풍경이 이질적인데 이것 역시 일종의 복선으로 창문 밖 풍경이 테디가 처음 아내의 범죄를 마주한 호숫가 풍경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위에서 언급된 복선인 테디의 아내가 복부의 피를 흘리는 환상이 이어집니다. 사건 당시를 은유적으로 반영한 무의식 인 셈입니다.

5. 마무리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스틸컷

  <셔터 아일랜드>는 믿고 보는 스콜세지, 디카프리오 조합답게 재미, 작품성은 말할 것도 없고 여운이 남는 결말까지 곁들여져 또 한 편의 뛰어난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비록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늘어지는 듯한 영화의 템포가 아쉬운 요소긴 하지만 그러한 점을 상쇄할 만큼 좋은 부분들이 상당수 존재했습니다. 갱스터, 미국의 시대상을 다룬 영화를 주로 다뤄온 스콜세지 감독은 양질의 스릴러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해 냈고 디카프리오 또한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스릴러 영화와 반전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