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영화 브레이브 하트
이 작품은 제1차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에서 활약한 스코틀랜드의 독립운동가이자 전쟁 영웅인 윌리엄 월레스의 일대기를 소재로 하여 멜 깁슨이 감독하고 주연으로 나온, 영화사에 남을 걸작으로 평가받는 전쟁 영화입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전쟁을 묘사할 때 가감 없이 잔인한 실상을 제대로 표현한 선구자격 영화이기도 합니다. 다루는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도 몇 년 앞서서 온갖 유혈이 낭자한 과감하고 현실적인 전투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탄탄한 구성과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와 치밀한 각본, 섬세한 연출과 감미로운 음악까지 모두 잡은 위대한 걸작이고 그에 걸맞게 그 해 제6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음향편집상, 분장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전술 고증 면에서는 고전 사극들이 으레 그렇듯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는데, 병사들이 대열을 이루지 않고 마구 뒤섞여서 난전을 벌이는 1950-60년대 고전 사극영화들의 한계를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면도 가진 작품입니다.
2. 줄거리
스코틀랜드의 하급 귀족 ‘윌리엄 월레스‘(멜 깁슨)는 잉글랜드와 투쟁하던 아버지와 형이 회담하자고 불러낸 잉글랜드 측의 배신으로 처참히 죽자, 삼촌의 손에 맡겨져 라틴어와 검술 등 각종 교양을 익혔으나 아버지와 형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피끓는 독립운동과는 거리가 먼 소시민적인 인물로 성장합니다.
그러나 인종청소의 일환으로 영주들을 스코틀랜드 땅으로 보낸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1세‘(패트릭 맥구한) 때문에 잉글랜드인 영주에게 사랑하는 여자 ‘머론‘(캐서린 맥코맥)의 순결을 뺏길 위기에 처하자 몰래 결혼을 합니다. 머론을 잉글랜드 병사가 겁탈하려 하자 이를 막는 과정에서 부인이 잉글랜드 군에 잡히게 되고, 잉글랜드인 영주가 월레스를 잡기 위해 부인을 살해하면서 월레스는 조용히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던 소시민에서 스코틀랜드의 독립과 아내의 복수에 모든 걸 바친 복수귀로 변하게 됩니다.

아내의 살해범인 영주를 죽인 것을 시작으로 월레스는 스코틀랜드에서 전면적 반란에 돌입하게 되고, 이것을 막기 위해 에드워드 1세는 대군을 보내지만 월레스는 스털링 전투에서 잉글랜드의 대군을 격파하는 한편, 스코틀랜드의 유력한 귀족이자 귀족들의 대표인 ‘로버트 더 브루스‘(앵거스 맥페이든)와 친분을 쌓습니다. 그리고 기세가 올라 아예 잉글랜드에 쳐들어가 스코틀랜드에 대한 침략의 주 거점이던 요크를 함락시키고 왕의 조카마저 죽입니다. 이 과정에서 월레스는 로버트에게 부패하고 나약한 스코틀랜드 귀족들을 단합해 적과 싸울 수 있도록 이끌어달라고 계속 간청하지만, 로버트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마음을 정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자신을 믿는 월레스의 마음에 그도 서서히 감화되어 그를 반드시 도와주겠다고 약속하게 됩니다.


한편 잉글랜드의 왕 에드워드 1세는 세자빈 ‘이사벨‘(소피 마르소)을 보내서 평화교섭을 합니다. 그 이유가, 자기가 가면 바로 끔살당할 테고, 그렇다고 무능하고 유약한 자기 아들을 보내면 오히려 반란의 기세를 올려줄 것이고, 월레스가 여자는 죽이지 않을 거라 예상하여 이사벨라를 대신 보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사벨이 월레스에게 살해당한다면 스코틀랜드 반란군과 이사벨의 모국인 프랑스의 제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까지 깔려 있었습니다. 물론 자기도 예상만 했지, 세자빈이 멀쩡히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에드워드 1세는 겉으로는 화평을 모색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대규모 군대를 소집해 직접 전면전에 나섭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동성애자이자 나약하고 찌질한 성격을 가진 왕자 ‘에드워드 2세‘(피터 헨리)에게 이사벨이 호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사벨은 와일드하면서도 교양을 갖춘 월레스에게 반해버립니다. 동행한 신하가 "피에 굶주린 야만인(월레스)의 거짓말을 듣지 말라"고 라틴어로 이사벨에게 말하자, 월레스가 바로 거짓말은 않는다며 라틴어로 받아쳐 이사벨과 신하를 놀라게 합니다. 당시 중세 유럽에서 라틴어는 성직자와 상류층만이 아는 고급 언어였고, 거기에 능숙한 프랑스어 실력까지 보여줬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곧이어 스코틀랜드군과 잉글랜드 군은 폴커크에서 맞붙었는데, 처음에는 잉글랜드 측에 붙은 아일랜드 군을 포섭해 잘 나가는 듯했습니다. 월레스의 작전과 달리 부패하고 이기적인 스코틀랜드의 귀족들은 에드워드 1세의 뇌물을 먹어 전투를 방기하고, 결국 스코틀랜드 군은 대패합니다. 패색이 짙어지자, 월레스는 전선에서 물러가고 있던 에드워드 1세를 죽일 작정으로 단독으로 쫓아가지만, 에드워드 1세의 옆에 서 있던 한 기사에 의해 그만 말에서 낙마하고, 월레스가 간신히 그 기사를 쓰러트리곤 헬멧을 벗겨 보니 그 기사는 아버지의 충고대로 잉글랜드를 따르기로 한 로버트였습니다. 심한 충격을 받은 월레스는 모든 걸 포기하듯이 드러눕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로버트는 월레스를 도피시킵니다.
이후 잠적한 월레스는 배신한 귀족들을 하나하나 처참히 암살하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대상자는 그 귀족의 침실까지 말을 타고 가서 철퇴로 때려죽이는데, 이 과정에서 월레스에 대한 온갖 민간신앙과 소문이 퍼져나갑니다. 사실 그 자는 후장에서 번갯불이 나간다라든가, 한번 베어 가르면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이 잉글랜드 놈들을 쓸어버린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춰 다시 반란 세력이 커지는데, 지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로버트는 다시 월레스와 화해하여 같이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이루자고 월레스에게 사절을 보냅니다.
당연히 월레스를 한 번 배신했던 로버트의 약속을 월레스의 친구들은 믿지 않았지만, 월레스는 반대를 무릅쓰고 로버트를 한번 더 믿어보기로 하고 홀연히 떠납니다. 로버트는 월레스를 환대하지만, 로버트 몰래 로버트의 아버지에게 조종을 받은 로버트의 가신이 월레스를 기습해서 사로잡아 매복하고 있던 잉글랜드 군에 넘겨버립니다. 당연히 로버트는 월레스를 구하려고 저항하지만, 그 역시 가신에게 제압됩니다.
런던으로 끌려간 월레스는 재판관 앞에서 자신의 죄상을 인정하지 않고 결국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인 교수척장분지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이사벨이 달려와 월레스에게 "고통없이 자결하라"거나 "고통을 느끼지 않게 마취약을 먹으라"라고 권하지만 월레스는 당당히 죽기 위해 거절합니다.


결국 월레스는 목이 졸리고 사지가 탈골된 뒤 배가 갈려 산 채로 내장이 뽑혀지는 잔혹한 형벌을 당하게 됩니다. 재판관은 월레스에게 자비를 구걸하면 빠르게 죽여주겠다고 하고, 지켜보는 군중들은 월레스를 동정해 월레스에게 자비를 구하라고 외칩니다. 그런 고통 속에서 월레스는 "자유(FREEDOM)!"라고 외치면서 영국에게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천명하고 군중 속에서 옛 부인의 환상을 보며 죽습니다.
이후 병상에 누워 있던 왕 에드워드는 세자빈 이사벨에게서 "지금 내 뱃속에 자라고 있는 건 월레스의 아이이며, 당신의 핏줄은 당신 아들과 함께 끊긴다. 당신 아들도 왕좌에 오래 있진 못할 거다"라는 잔혹한 고백을 받게 됩니다. 결국 에드워드 1세는 월레스의 고함소리와 함께 숨이 끊기며 사망합니다.
영화는 스코틀랜드의 왕위 계승을 인정받으러 잉글랜드 대군과 만난 로버트를 보여주며 이어집니다. 이제는 로버트 1세가 된 그는 굴욕과 회의감에 싸여 있었으나, 월레스의 유품을 본 후 결심을 굳히고 과거 월레스의 동료들을 설득합니다. 그의 설득과 함께 첫 반란 때부터 그와 함께한 ‘캠벨‘(브렌단 글리슨)이 월레스가 사용했던 클레이모어를 던지고, 스코틀랜드 군이 용감히 돌격하며 땅에 꽂힌 클레이모어를 배경으로 월레스의 조용한 내레이션이 나오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3. 평가
멜 깁슨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연출력을 단번에 증명해준 영화로, 6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촬영상, 음향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영화제에서도 상들을 쓸어갔습니다.
스코틀랜드 독립을 위해 활약한 전쟁영웅 윌리엄 월레스의 일대기를 각색해서 비장한 무드가 돋보입니다.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으며 멜 깁슨뿐만 아니라 등장 히로인들과 조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합니다. 스털링 전투 씬 또한 과감하게 시대를 앞서나간 유혈 낭자 전투신을 보여주며 크게 호평받았습니다. 후반부 전설의 프리덤 씬은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희대의 명장면이자 본 작품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초반부 아역들의 꽃 장면도 섬세하고 감미로운 연출력으로 크게 호평받았습니다. 전쟁영화지만 감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개성적이고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세 시절을 다룬 영화가 으레 그러하듯 각색된 부분도 꽤 있습니다. 비주류 국가인 스코틀랜드의 역사를 다루고 있어 남겨진 기록이 빈약하기 때문에 상상력에 의해 덧붙여진 부분도 있고, 인물 관계를 변경한 부분도 있습니다. 영화적인 완성도는 완벽 그 이상이고 영화적 서사와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연기, 연출, 음악까지 모두 호평일색을 받지만 그와는 별개로 시대 고증에 걸맞지 않은 부분이 꽤 있는 편입니다.

4. 실제 역사와의 비교
윌리엄 월레스에 대해서는 남아 있는 기록이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영화에서는 각색된 부분도 많습니다. 중세는 고대보다도 1차 사료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화상으로도 고대 영화보다 중세 영화가 오히려 각색이 많이 되는 편입니다. 게다가 스코틀랜드인인 월레스에 대한 기록은 더욱 부실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부분이 상상력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하지만 역사적 소재를 다룬 영화에서 재현 관련 이슈가 점차 더 중요시되어 가는 추세에 있으며 실제로도 재현이 훌륭한 영화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실 반영과 관련한 비판은 앞으로 더욱 커질 공산이 높습니다.
제목인 브레이브 하트(Braveheart)는 주인공 월레스가 아니라 그를 배신한 로버트 더 브루스(로버트 1세)의 별명입니다. 단 이것이 윌리엄 월레스의 별명으로서 차용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작중에서 로버트 더 브루스는 아버지 때문에 월레스를 한번 배신하긴 했지만 끝내 윌리엄 월레스의 용기에 감화되고 월레스 사후 그의 뜻을 이어 군대를 이끌고 스코틀랜드의 자유를 쟁취하였기 때문에 제목이 브레이브 하트인 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영화 말미에서 로버트 더 브루스와 스코틀랜드인들은 월레스의 용기와 뜻을 이은 것으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작중에서도 로버트 더 브루스는 아버지에게 "I don't want to lose heart!'라고 외칩니다. 또 꼭 별명으로서 누군가를 지목하기보다는 작중 여러 스코틀랜드 인들의 의분(義憤)을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5. 마무리
<브레이브 하트>는 자유를 향한 열망과 희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 속에서 용기와 희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운이 계속 남아 자유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군계일학의 미모를 뽐내는 소피 마르소의 비주얼도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벌써 30년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오늘날에도 전혀 어색하거나 촌스럽지 않았습니다, 그 웅장함과 위대함을 함께 느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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