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밀려드는 거대한 소음에서 숨을 죽이는 정적의 서스펜스로드, <월드워Z>

by 채채둥 2026. 6. 30.
반응형
영화 '월드워Z' 포스터

 
 
 
 

 

오늘의 영화는 넷플릭스, 왓챠, 쿠팡플레이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1. 영화 월드워Z

 영화 <월드워Z>는 맥스 브룩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포칼립스 액션 블록버스터로, 미국 기준 2013년 6월 21일에 개봉했습니다.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로 잘 알려진 마크 포스터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주연 배우인 브래드 피트가 제작과 전 세계를 무대로 백신 실마리를 찾는 UN 조사관 제리 레인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습니다. 여기에 미레이 이노스, 제임스 배지 데일 등이 가세해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기존 좀비물의 클리셰를 깨고 개미 떼처럼 밀려드는 '달리는 좀비'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선보여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제작비가 약 1억 9,000만 달러에서 최대 2억 6,000만 달러 이상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였던 만큼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렸는데, 전 세계적으로 약 5억 4,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좀비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와 관련된 비화로는 제작 당시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친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인 3막 전체가 완전히 엉성하다는 내부 평가를 받아, 대대적인 각본 수정과 함께 무려 2,000만 달러가 넘는 추가 비용을 들여 러시아 모스크바 배경의 대규모 전투 엔딩을 현재의 이스라엘 및 웨일즈 연구소 시퀀스로 전면 재촬영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또한 주연인 브래드 피트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의 치열한 판권 경쟁 끝에 원작 소설의 영화화 권리를 확보했다는 일화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2. 줄거리

 전직 UN 조사관 ‘제리 레인‘(브래드 피트)은 가족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전 세계를 순식간에 뒤덮은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 사태를 맞닥뜨립니다.

 
아수라장이 된 도시를 탈출한 제리 레인은 UN 사무차장 ‘티에리 우무토니‘(파나 모코에나)의 도움으로 아내 ‘카린 레인‘(미레이 이노스)과 딸들을 미 해군 함선으로 대피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함선에 계속 머무르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었고, 결국 제리 레인은 바이러스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젊은 바이러스학자 ‘파스바크 박사‘(엘리스 가벨)가 이끄는 조사팀과 함께 최초의 발병 보고가 있었던 대한민국 평택 미군기지로 향합니다.


 야밤의 수송기를 타고 평택에 간신히 도착하지만,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내린 파스바크 박사가 허망한 총기 오발 사고로 즉사하면서 조사팀은 시작부터 큰 난관에 부딪힙니다. 제리 레인은 기지 내 생존 군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힌트를 모으던 중, 다리를 절뚝이던 군인만 좀비에게 공격받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기묘한 사실을 접합니다. 이어 북한에 무기를 밀매하다 감금된 ‘전직 CIA 요원‘(데이비드 모스)을 신문하여 북한은 주민 전체의 치아를 뽑아 감염을 막았으며, 이스라엘 예루살렘은 사태 이전에 이미 거대 장벽을 세워 안전지대를 구축했다는 정보를 입수합니다. 급유를 마친 수송기로 복귀하던 중 아내 카린 레인의 전화벨 소리가 좀비들을 자극하는 대위기를 겪지만, 군인들의 희생 덕분에 제리 레인은 무사히 수송기를 타고 이스라엘로 기수를 돌립니다.


 예루살렘에 도착한 제리 레인은 완벽하게 통제된 거대 장벽 내부를 보며 감탄하고, 이 장벽을 세운 모사드의 고위 간부 ‘유르겐‘(루디 보켄)을 만납니다. 유르겐은 조직원 전원이 찬성하더라도 의무적으로 반대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10번째 사람' 원칙 덕분에 소문을 무시하지 않고 장벽을 세울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장벽 안으로 무사히 수용된 아랍 난민들이 안도감에 확성기를 잡고 다 함께 노래를 부르며 큰 소음을 내기 시작합니다. 이에 극도로 자극받은 장벽 밖의 좀비들이 개미 떼처럼 몰려들어 미친 듯이 몸을 쌓아 올려 수십 미터의 탑을 만들고, 결국 장벽을 넘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도시 전체가 지옥으로 변합니다.


 혼란 속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제리 레인은 좀비들이 병약한 소년과 노숙자 노인을 감염시키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이상한 광경을 다시 한번 목격합니다. 탈출을 돕던 이스라엘 여군 ‘세겐 중위‘(다니엘라 케르테스)가 손을 물리자 제리 레인은 주저 없이 그녀의 손목을 칼로 절단하여 감염을 막아내고, 가까스로 벨라루스 항공의 A310 여객기를 가로막아 세겐 중위와 함께 탑승하는 데 성공합니다.


 기내에서 세겐 중위를 응급 치료하던 제리 레인은 지금까지 본 복선들을 조합해 '좀비는 건강하지 않거나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 인간을 숙주로 삼지 않는다'는 가설을 도출합니다. 그는 티에리 우무토니에게 연락해 기장을 설득한 뒤, 치명적인 병원균 샘플이 보관된 웨일즈의 WHO 연구소로 향하게 합니다. 그러나 여객기 화물칸에 숨어있던 좀비가 승객들을 습격하면서 기내에 순식간에 감염이 확산됩니다. 카트와 캐리어로 통로를 막으려던 노력마저 무너지자 세겐 중위가 권총으로 저항하다 수류탄을 터트렸고, 기체에 구멍이 뚫려 좀비들이 날아가는 와중에 여객기는 날개 엔진 파손으로 결국 연구소 근처에 추락합니다.


 비행기 추락의 대참사 속에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제리 레인은 복부에 거대한 파편이 관통되는 중상을 입은 채 세겐 중위와 함께 걸어서 WHO 연구소에 도달합니다. 사흘 만에 깨어난 그는 가족들이 자신이 죽은 줄 안 UN에 의해 함선에서 쫓겨나 육상 수용소로 이동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연구소장‘(피터 카팔디)에게 자신의 가설을 설명합니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병원균들은 연구소 B동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이미 그곳은 한 연구원의 실수로 감염된 좀비 80여 명이 점령한 폐쇄 구역이었습니다. 결국 제리 레인은 세겐 중위, 연구소장과 함께 무기를 들고 은밀히 B동으로 침투하지만, 도중에 발생한 작은 소음과 격발음 때문에 모든 좀비가 깨어나 추격을 시작합니다.


 동료들과 떨어져 홀로 병원균 보관실에 도립된 제리 레인은 샘플들을 최대한 챙기나, 문 앞에 기괴하게 이빨을 부딪치는 좀비가 나타나 퇴로를 차단당합니다. 맨손으로 좀비를 상대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제리 레인은 치사율이 높을지도 모르는 무작위 바이러스 샘플 하나를 자신의 몸에 직접 주입하는 목숨을 건 도박을 감행합니다. 잠시 후 바이러스가 몸에 퍼지자 제리 레인은 각오를 다지며 문을 열었고, 좀비는 그를 코앞에서 가만히 응시하다가 병자로 인식하고는 그냥 지나쳐 버려 가설이 완벽하게 입증됩니다. 안도한 그는 자판기 음료수를 쏟아 소음으로 좀비들을 유인한 뒤, 좀비들이 자신을 피해 좌우로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을 연출하며 안전하게 동료들이 있는 A동으로 귀환합니다.


 이 성공적인 실험을 바탕으로 인류는 인간을 치명적인 병자로 위장시켜 좀비의 눈을 속이는 일명 '위장 백신'을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합니다. 백신을 접종받은 인류는 이제 숨지 않고 화염방사기, 미사일, 군견을 동원해 밀려드는 좀비 무리를 격파하며 대대적인 반격을 개시합니다. 러시아는 추운 날씨 속에서 모스크바전투의 승기를 잡고, 미국은 미식축구장에 좀비들을 모아 일거에 소탕하는 등 전 세계에서 승전보가 들려옵니다.
 여전히 높게 쌓인 좀비 시체들을 치우며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경고하는 라디오 방송이 흐르는 가운데, 제리 레인이 피난처에서 아내 카린 레인 및 두 딸과 마침내 눈물의 재회를 나누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3. 평가

 영화 <월드워Z>는 전형적인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문법을 영리하게 비틀어 대중성과 긴장감을 동시에 잡은 영리한 블록버스터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는 이 영화에 대해 "원작 소설의 깊이 있는 사회풍자적 요소를 많이 덜어냈지만, 주연인 브래드 피트의 견고한 연기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스릴을 선사한다"라고 총평하며 신선도 인증 마크를 부여했습니다. 특히 메타크리틱(Metacritic) 역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바탕으로 준수한 점수를 기록했는데, 유력 매체인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는 "제작 과정의 수많은 잡음과 재촬영 소동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로 매끄럽고 몰입감 넘치는 서스펜스 스릴러가 탄생했다"라며 마크 포스터 감독의 후반 연출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또한 버라이어티(Variety)는 "기존 좀비물 특유의 고어하고 잔혹한 묘사를 줄이는 대신, 개미 떼처럼 밀려드는 좀비의 기하학적 움직임을 통해 시각적 충격을 안겼다"라며 대중성을 확보한 PG-13 등급 선택의 영리함을 짚어냈습니다.
 국내 평단에서도 장르적 쾌감과 밀도 높은 전개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이 잇따랐습니다. 씨네 21을 비롯한 국내 평론가들은 영화가 거대한 스케일의 글로벌 재난으로 시작해, 후반부 세계보건기구(WHO) 연구소라는 한정된 공간 속 정적인 스릴러로 급격히 전환되는 독특한 3막 구조에 주목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초반의 물량공세보다 후반부 폐쇄 공간에서의 긴장감이 훨씬 돋보인다"라는 취지의 평과 함께 장르적 완급조절을 칭찬했으며, 박평식 평론가 역시 블록버스터로서의 직조감을 인정하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원작 소설이 가졌던 다성적 구조와 정치·사회적 메시지가 전형적인 '미국인 영웅의 인류 구원 서사'로 단순화되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 장벽을 넘어오는 좀비 탑 시퀀스와 기내 액션 등 장르 역사에 남을 명장면들을 남겼으며, 오락 영화로서 평론가들과 대중을 모두 만족시킨 웰메이드 상업 영화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4. 영화 속 한국

 영화 <월드워Z>에서 주인공 제리 레인이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을 때 고립된 미군 병사들의 증언을 통해 첫 감염 경로가 회상으로 묘사됩니다.
 회상에 따르면 탈영을 시도하다 죽은 채 발견된 탈영병이 자신을 조사하던 군의관을 물면서 첫 감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허름한 짚더미 위에 누워있는 첫 감염자와 의사가 등장하는데, 의사가 물리 기전 중얼거리는 소리는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습니다. 해당 대사는 반복해서 재생해 보아도 한국어로 들리지 않으며, 넷플릭스 영어 자막으로도 단순히 중얼거린다는 의미의 'mumble...'로만 처리되어 있습니다.
 영화 속 허름한 시설 때문에 한국을 낙후된 국가로 묘사했다는 오해가 있으나, 이는 주민들이 감염된 병사를 총으로 쏜 뒤 격리해 둔 헛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작중에 등장하는 헛간의 모습이 현대 한국 시골의 실제 헛간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으며, 등장하는 배우들 역시 동남아시아계에 가깝게 보입니다. 오히려 배경 묘사보다 한국의 평범한 민간인들이 총기를 어떻게 구해서 병사를 쐈는지가 차라리 더 큰 재현 오류에 가깝습니다. 물론 주민들이 소지했던 총기가 엽총이나 공기총이었거나, 혹은 감염된 병사에게서 빼앗은 총이었을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원래 맥스 브룩스의 원작 소설에서는 최초 감염 발생지가 중국이었으나, 영화 제작 과정에서 중국 흥행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배경이 한국으로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한국 역시 중요한 시장이지만 영화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된다고 해도 국가 차원에서 상영을 금지하는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시 할리우드는 중국 정부가 한 해 동안 허가하는 외국 영화 편수 제한을 의식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원작의 중국 발원지 설정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아서, 영화 오프닝 뉴스에 바이러스가 대만에서 발견되었다는 언급이 은밀히 지나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설정을 한국으로 바꾼 보람도 없이 정작 중국에서는 상영이 전면 금지되고 2차 매체 출시까지 막혀 차이나 머니를 전혀 벌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배경으로 교체되었던 한국은 이 영화의 해외 흥행 성적 1위 국가를 기록하며 엄청난 흥행 수입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러한 할리우드의 행태는 중국 소설이 원작인 프랑스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이 중국의 장기매매 설정을 한국으로 바꾸어 개봉한 사례와도 닮아있습니다. 한편, 한국 설정을 급하게 넣으면서 평택 캠프 험프리스라는 구체적인 장소가 이야기의 중심부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만약 원래 계획대로 중국이 배경이었다면 탈영병과 군의관 모두 중국 인민해방군이었을 것이며 제리를 맞이하는 부대 역시 중국군 기지여야 자연스러웠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배경 설정을 급하게 변경하는 과정에서, 미군 기지가 밀집한 평택이 이야기의 현실성을 보완할 대체지로 선택된 셈입니다.


5. 제작비화

1) 디카프리오를 제친 브래드 피트의 판권 전쟁
 원작 소설인 맥스 브룩스의 <세계 대전 Z>가 출간되기 전부터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이 독창적인 아포칼립스 서사에 매료되었습니다. 특히 판권 확보를 위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제작사 '앱피안 웨이'와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 B'가 전면전 수준의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였습니다.
 결국 수백만 달러의 판권료를 제시한 브래드 피트가 최종 승리를 거두며 제작과 주연을 모두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2) 통째로 날아간 러시아 결말과 2,000만 달러의 재촬영
 영화 <월드워Z>의 가장 유명한 비화는 후반부 3막이 통째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원래 계획된 엔딩은 이스라엘 탈출 후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해 좀비 떼와 대규모 시가전을 벌이는 어둡고 폭력적인 서사였습니다. 실제로 모스크바 전투 분량까지 모두 촬영을 마쳤으나, 내부 시사회에서 결말이 너무 거칠고 엉성하다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이에 제작진은 과감하게 러시아 분량을 전면 폐기하고, 2,000만 달러(한화 약 260억 원)가 넘는 추가 비용을 투입해 현재의 조용하고 긴장감 넘치는 '웨일즈 WHO 연구소' 시퀀스를 새로 집필해 재촬영했습니다.

3) 차이나 머니를 노린 무리한 배경 수정과 반전
 원작 소설에서 좀비 바이러스의 최초 발생지는 중국이었으나, 영화에서는 대한민국의 '평택 미군기지'로 급수정되었습니다. 이는 전 세계 최대 영화 시장으로 급부상하던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중국 내 개봉 허가를 쉽게 받아 흥행 수입을 올리려는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눈치 보기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영화의 상영과 2차 매체 출시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반면, 급하게 배경으로 선택된 한국에서는 극장 관객 520만 명을 돌파하며 해외 흥행 성적 1위 국가라는 대반전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4) 소리와 몸짓으로 완성된 좀비의 기하학적 움직임
 영화 속에서 개미 떼처럼 밀려들고 탑을 쌓는 좀비들의 파격적인 움직임은 철저한 연출의 결과물입니다. 제작진은 일반적인 스턴트맨 대신 유명 무용가와 유연성이 뛰어난 기계체조 선수들을 대거 섭취해 기괴한 관절 꺾기와 속도감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좀비들이 내는 특유의 소름 끼치는 괴성은 전설적인 록 밴드 '페이스 노 모어(Faith No More)'의 보컬 마이크 패튼이 직접 녹음하여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5) 주연 배우와 감독의 심각한 불화설
 수많은 재촬영과 각본 수정이 반복되면서 현장 분위기는 극도로 악화되었습니다. 특히 제작자이자 주연인 브래드 피트와 마크 포스터 감독 사이의 의견 충돌이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할리우드 리포터 등 외신에 따르면, 제작 후반부에는 두 사람이 서로 직접 대화하는 것을 거부하여 진행 요원을 사이에 두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을 정도로 관계가 틀어졌었다는 일화가 유명합니다.

6) 헝가리 대테러 부대에 압수당한 진짜 총기들
 부다페스트 촬영 당시, 소품팀의 실수로 영화 현장에 엄청난 비상이 걸렸습니다. 소품용으로 준비한 85정의 군용 소총과 권총들이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실제 발사가 가능한 '진짜 총기'였던 것입니다. 심지어 총기 일련번호까지 제대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로 헝가리 공항에 반입되었다가, 헝가리 대테러 부대(TEK)에 의해 전량 압수당하고 제작진이 조사를 받는 아찔한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7) 원작자가 밝힌 "내 소설과 이름만 같은 영화"
 원작 소설의 작가 맥스 브룩스는 영화에 대해 다소 복잡한 심경을 인터뷰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영화는 내 소설의 제목과 주인공 이름만 가져갔을 뿐,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원작이 전 세계 각계각층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한 정치·사회적 풍자 서사였다면, 영화는 브래드 피트 1인 중심의 액션 블록버스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는 "영화 자체는 대단히 스릴 넘치고 훌륭한 오락 영화"라며 영화의 완성도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8) 은밀하게 가려진 '러시아 엔딩'의 흔적
 전면 폐기된 '러시아 모스크바 전투' 분량은 영화 속에 아주 미세한 흔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제리 레인 일행이 이스라엘에서 탈출할 때 탑승했던 여객기가 바로 벨라루스 항공사 소속이며, 최종 결말 부근 대반격 뉴스 영상에서 민간인들이 연장을 들고 좀비들에게 돌격하는 짧은 클립이 나옵니다. 이 장면들이 바로 통째로 잘려 나간 초기 러시아 엔딩 시퀀스의 일부를 재활용한 것입니다.


6. 마무리

 영화 <월드워Z>는 참으로 기묘하면서도 매혹적인 연구 대상입니다. 흔히 대규모 재촬영과 각본 수정, 감독과 주연 배우의 불화설이 겹친 작품은 전개에 구멍이 숭숭 뚫린 졸작이 되기 십상이지만, 이 영화는 할리우드 자본주의의 독한 생존력과 영리한 완급조절이 만나 어떻게 극적인 심폐소생에 성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흔치 않은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볼 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단연 3막 구조의 독특한 변주와 ‘속도’의 시각화입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관객에게 숨 고를 틈을 주지 않고 뉴욕, 평택, 예루살렘으로 공간을 빠르게 점프하며 재난의 스케일을 전 지구적으로 확장합니다. 특히 예루살렘 장벽 시퀀스에서 보여준, 마치 거대한 유기체나 개미 떼처럼 밀려들어 탑을 쌓는 좀비들의 기하학적 비주얼은 고어한 묘사 없이도 압도적인 시각적 공포를 선사하며 장르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진짜 매력은 영화가 스스로 벌여놓은 판의 무게에 짓눌리기 직전, 웨일즈 WHO 연구소라는 지극히 정적이고 폐쇄적인 3막으로 급커브를 튼다는 점입니다. 광활한 글로벌 재난 블록버스터로 시작했던 영화가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고전적인 미니멀리즘 스릴러로 완벽하게 변모합니다. 빠루 하나를 들고 어두운 복도를 걸으며 소리 하나에 숨을 죽여야 하는 정적인 긴장감은, 앞서 보여준 물량공세보다 훨씬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뿜어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통째로 덜어낸 러시아 액션 엔딩보다 훨씬 탁월한 장르적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맥스 브룩스의 원작 소설이 가졌던 날카로운 정치·사회적 풍자와 다성적 구조(여러 인물의 인터뷰 형식)를 거세하고, 브래드 피트라는 일인 영웅주의 서사로 단순화한 점은 짙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칫 재앙으로 끝날 뻔한 제작 과정의 균열을 장르적 완급조절로 메워낸 마크 포스터 감독의 후반 연출력, 그리고 극 전체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 브래드 피트의 스타 파워는 이 작품을 단순한 팝콘 무비를 넘어 웰메이드 아포칼립스 스릴러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했습니다.

 
 
 
 
 


* 영화 <월드워Z> 예고편

출처: 유튜브 '롯데엔터테인먼트'

 
 


* 좀비 소재의 영화들

분노 바이러스 속의 인간 생존기, <28일 후>

1. 영화 28일 후 이 작품은 2002년 개봉한 영국의 종말물 공포 영화로, 대니 보일이 감독을 맡고 앨릭스 가랜드가 각본을 썼습니다. 주연은 킬리언 머피, 나오미 해리스, 브렌던 글리슨, 메건 번스,

chaechae-0808.tistory.com

 

[할로윈 특집 6] 문명이 잊은 죄가 되살아나는 순간, <28년 후>

1. 영화 28년 후 이 영화는 2003년 전설적 좀비 영화 의 직접적인 후속작으로, 2025년 6월 19일 전 세계에서 개봉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좀비 바이러스 창궐 28년 뒤의 세상을 배경으로, 장기간 격리된

chaechae-0808.tistory.com

 

종말 이후, 인간이 더 무섭다, <28년 후: 뼈의 사원>

오늘의 영화는 2026년 2월 27일에 개봉해 현재 상영 중입니다. 1. 영화 28년 후: 뼈의 사원 영화 (28 Years Later: The Bone Temple)은 포스트아포칼립스 좀비 호러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자 28년 후 트릴로

chaechae-0808.tistory.com

 

알고리즘에 중독된 좀비들의 잔혹한 집단지성, <군체>

오늘의 영화는 2026년 5월 21일에 개봉하여 현재 절찬 상영중입니다. 1. 영화 군체 영화 는 , 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세 번째 좀비 블록버스터로, 2026년 5월 21일에 개봉했습니다. 이 작품은 대형

chaechae-0808.tistory.com

 

한국 좀비의 시작, 부산행

1. 영화 부산행2016년에 개봉한 한국의 좀비 영화입니다. 미확인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발생한 아비규환 속의 부산행 KTX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던 연상호 감독이 처

chaechae-0808.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