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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할로윈 특집 6] 문명이 잊은 죄가 되살아나는 순간, <28년 후>

by 채채둥 2025.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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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8년 후' 포스터

1. 영화 28년 후

 이 영화는 2003년 전설적 좀비 영화 <28일 후>의 직접적인 후속작으로, 2025년 6월 19일 전 세계에서 개봉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좀비 바이러스 창궐 28년 뒤의 세상을 배경으로, 장기간 격리된 섬 ‘홀리 아일랜드’에 사는 생존자들이 변이 된 바이러스가 지배하는 위험천만한 땅으로 나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화는 인간 본성과 사회 구조의 변화를 심도 있게 조명합니다.
 감독은 전작의 명성을 이어온 대니 보일로, 각본 역시 알렉스 가랜드가 맡았습니다. 촬영 감독 앤서니 도드 맨틀도 복귀하고, 전작 주연 킬리언 머피는 이번엔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시리즈의 정통성을 강조했습니다. 출연진에는 조디 코머, 에런 테일러존슨, 알피 윌리엄스, 랄프 파인즈, 잭 오코넬 등이 새롭게 합류하며, 젊은 배우들이 주역을 맡아 세대교체를 보여주었습니다.
기술적 진보와 함께 ‘달리는 좀비’의 진화가 더욱 현실감 있게 구현되고, 감염자들 역시 강력하고 새로운 형태로 등장합니다. 배급은 소니 픽처스에서 맡았으며, 러닝타임은 115~126분, 장르는 공포, 스릴러, 좀비 아포칼립스입니다.
 6000만 달러 제작비로 1억 2900만 달러의 글로벌 수익을 거두며 흥행 자체는 준수했지만, 전문가들의 호평과 대중의 엇갈리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특히 새로운 설정과 진화한 감염자들의 모습에 대한 찬사가 있었지만, 일부 관객들은 전작의 깊이와 흥분에 비해 아쉬움을 표했다는 반응도 적잖이 있습니다.
 대니 보일 감독과 제작진이 20년 넘게 꾸준한 팬 요청에 힘입어 속편 제작을 결심했다는 사실, 그리고 킬리언 머피가 제작자로 전면에 나서며 시리즈 명맥을 잇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점 등의 비화가 있습니다. 또한 이번 작품은 <28년 후: 더 본 템플>이라는 또 다른 속편을 연달아 촬영하는 등, 새로운 3부작 기획의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2. 줄거리

 영화는 분노 바이러스 창궐 28년 후, 영국의 폐허가 된 북쪽 작은 섬 린디스판과 본토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 12살 소년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는 섬 공동체에서 아버지 ‘제이미‘(에런 테일러 존슨)와 어머니 ‘아일라‘(조디 코머)와 함께 살아가는데, 아일라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두통과 기억 혼란, 코피 등으로 고통받고 약이 떨어져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영화 '28년 후'의 한장면
영화 '28년 후'의 한장면

섬의 규칙에 따라 스파이크는 ‘성인식’을 치르기 위해 제이미와 함께 처음으로 금지된 본토로 나가 폐허가 된 도시와 폐기된 기차 잔해를 지나던 중 좀비 무리를 만나지만, 활로 좀비 머리를 쏴 두 사람이 살아남습니다. 스파이크는 본토에서 모닥불이 타오르는 맞은편 섬을 발견하고, 아버지는 절대 가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섬으로 돌아오자 아버지 제이미는 영웅 행세를 하며 스파이크의 활 솜씨를 과장하지만, 스파이크는 몰래 만나는 아버지의 다른 여자와 마주쳐 충격을 받습니다.

영화 '28년 후'의 한장면

어머니 아일라의 병세가 악화되자 스파이크는 외할아버지에게서 모닥불이 켜진 섬에 살고 있는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머니를 살리기로 결심해 제이미 몰래 다시 본섬으로 향합니다. 본섬은 여전히 좀비가 가득하고,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로 거대 알파 좀비 ‘삼손’(샤이 루이스패리)이 나타나 더 강력한 위협이 됩니다. 스파이크 일행은 스웨덴 출신 전직 군인 ‘에릭‘(클리프 커티스)을 만나 힘을 합치지만 에릭은 삼손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이들은 본섬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사투를 벌이며, 아일라는 점점 악화되는 병과 싸웁니다. 스파이크는 알파 좀비 삼손과 여러 감염자들의 공격을 격렬히 방어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영화 '28년 후'의 한장면

스파이크가 의사 ‘이안 켈슨 박사‘(레이프 파인스)를 찾아내 치료를 받으려 하지만, 그의 소망과는 달리 아일라는 결국 사망합니다. 영화는 가족과 인간성, 그리고 여전히 인류에 남아 있는 분노와 공포를 절절하게 묘사하며, 스파이크가 세상에 남아 지미를 만나게 되며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는 모습을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3. 평가

 전반적으로 평범한 좀비 영화가 아닌, 대니 보일 특유의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이 진하게 드러나는 예술영화라는 게 주된 평입니다. 내용 자체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연출과 스토리 진행이 기대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에 차라리 28일 후 시리즈라는 이름을 떼고 나오는 게 나았겠다며 혹평하는 여론도 있는 반면 뻔한 전개 대신 신선한 시도가 좋았다는 반응 등으로 평가가 극심하게 갈리는 중입니다.
 우선 주인공 부자가 통과의례 여행을 갔다 오는 전반부는 전형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물로 진행되기 때문에 좀비물 팬들과 일반 관객들 모두에게 호평받았습니다. 물론 일부 연출은 대니 보일의 특성상 좀 더 전위적이고 독특한 색채가 드러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수준이기에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반부터 주제와 장르가 점점 바뀌기 시작하더니, 전형적인 좀비 영화와는 다른 노선을 걸으면서 평가가 갈리게 됩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분위기와 너무 동떨어지고 뜬금없는 몇몇 장면은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특히 지미 일행이 등장하는 엔딩 장면은 크게 혹평받았는데, 지미 크리스탈의 모티브가 된 지미 새빌을 바로 떠올릴 수 없었던 대한민국에서는 파워레인저 같은 특촬물을 연상케 하는 연출이 지적받았습니다. 일부 서양권 관객들은 장르의 변주를 통해 후속작을 강렬하게 암시한 엔딩이었다는 평을 내렸으나, 호평한 관객들조차도 연출이 너무 뜬금없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는 편입니다. 차라리 엔딩을 쿠키 영상으로 따로 뺐다면 본편과 동떨어진 분위기의 거부감을 어느 정도 소화하면서 속편 예고를 잘 해냈을 거라고 아쉬움을 표하는 반응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페이크 마케팅이 문제였다는 의견도 제기되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근본적으로 좀비 영화의 탈을 쓴 아방가르드 영화에 가까운데, 마케팅은 진화된 좀비에서 비롯된 공포 요소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개봉 초기에는 기대와 다른 작품의 방향성에 실망을 표하는 관객층이 많아 관객 평이 최악까지 치닫았지만, 이후 정보를 미리 접한 관객들이 유입되고 영화에 대한 분석도 이루어지자 평가 지수를 회복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더불어 한국 관객들은 전개를 중간에 끊는 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강한 것 역시 해외에 비해 국내 관객 평가가 낮은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4. 감염자의 묘사

28년의 세월 동안에 옷이 해져서 없어졌기 때문에 남녀 전부 알몸에 산발입니다.

알파 좀비

1) 알파(Alpha)(크리스 그레고리)
 분노 바이러스가 감염자의 몸속에서 스테로이드처럼 작용하며 일종의 유사 진화를 겪은 감염자 개체입니다. 키가 크고 체구도 건장한 데다가 이름답게 대형 짐승이나 다름없는 어마어마한 완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다른 감염자보다 신체 내구도나 회복력도 좋은지, 급소에 맞지 않는 한 화살을 몇 대씩 맞아도 타격이 없습니다. 엄청난 힘을 이용해 사냥감의 머리를 뽑아 죽이는 습성이 있습니다.
 일반 감염자들은 파괴 본능밖에 없어서 사람을 공격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달려드는데, 알파는 지능적인 면모가 있어 일반 감염자들에게 공격을 지시하거나 무리를 지어서 행동을 주도할 줄 압니다. 심지어 분노 이외의 감정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강한 개체이며 동시에 자극적인 특징들 때문에 에릭은 자신이 감염되면 알파가 될 것 같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삼손 좀비

2) 삼손(Samson)(치 루이스페리)
 작중 등장한 알파 개체 중에서도 유독 키가 크고 완력이 강한 개체입니다. '삼손'은 닥터 켈슨이 부르는 명칭입니다. 자신이 이끄는 감염자 무리들과 함께 스웨덴 군인들을 추격하며 첫 등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붙잡은 군인 한 명의 머리를 뽑아 죽이고는, 그의 머리를 몽둥이로 사용하여 다른 군인 한 명의 얼굴을 때려죽여버립니다. 이후 에릭도 똑같은 방식으로 머리를 뽑아 죽이고는 임산부 감염자의 죽음을 보고 스파이크 일행에게 복수하려고 쫓아다니는데, 이는 애착심과 분노, 슬픔을 느낀다는 증거입니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삼손의 존재가 감염자와 비감염자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한 신체적으로도 모르핀에 반응하는 등 닥터 켈슨의 지식을 통해 불완전하게나마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을 보면, 분노 바이러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체 기능, 감정 표현, 메커니즘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때문에 추후 감염자와 비감염자의 공존이라는 스토리의 방향성에서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슬로우 로우

3) 슬로우 로우(Slow-low) (캣 키치너 외 3인)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한 개체입니다. 사실상 하위 청소부 동물처럼 퇴화한 모습이며, 생존을 위해 지방을 축적한 고도비만 체격이라 빠르게 이동하지 못하고 굼뜬 편입니다. 이름 자체가 '슬로우 로우(slow-low)'인 만큼, '낮은(low) 포복으로 느리게(slow)' 기어 다니는 것이 특징입니다. 땅을 기어 다니면서 벌레나 찌꺼기 같은 유기물을 먹으며 생활하고 사족보행을 하지만, 자극을 받는 상황에선 느리게나마 이족보행도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땅을 기는 동물이 흔히 그렇듯 고단백인 지렁이를 즐겨 먹는 것이 묘사됩니다. 어린 개체도 있으며, 뚱뚱하기는 하지만 아직 체격이 작기 때문에 걷고 뛰는 것이 가능합니다.
 느리기에 크게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감염자이기에 결코 방심해선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소리 없이 기어 오기 때문에 기척을 느끼기가 힘들어 방심한 사이에 기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반 감염자들처럼 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빨리 죽이지 않으면 주변 감염자들을 불러오기까지 합니다.
 비록 한 명도 죽이지 못했지만, 존재감만큼은 알파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는 평입니다. 추하고 뚱뚱한 외형과 기어 온다는 특징 때문에 괴성을 지르며 뛰어오는 감염자들과는 또 다른 종류의 공포를 준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개봉 전에는 뚱뚱한 체격 때문에 느리다는 특징 외에 맷집, 괴력, 자폭 같은 다른 감염자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있었지만 실제로 그런 것 없이 느리기만 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알파처럼 위협적인 특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큰 존재감을 뿜어냈다는 것입니다.

쇠약한 감염자

4) 쇠약한 감염자 (앵거스 닐)
꽃밭의 아일라와 스파이크의 앞에 나타난, 죽음을 앞둔 굶주린 감염자입니다. 아일라의 죽음을 암시하기 위해 등장한 캐릭터로, 스파이크가 활로 쏴 처리한 후 이 감염자의 피가 아일라에게 튀었습니다. 튄 피로 인해서 아일라가 감염되지는 않았으나, 이 감염자가 아일라와 대비되는 모습이 연출됩니다.
5) 임산부 감염자 (첼리 크로스랜드)
다른 감염자들과 시냇물에서 오가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했고, 나중에 기차 안에서 혼자 산통을 겪다가 아일라가 도와줘서 딸을 낳습니다. 산통을 겪는 동안에는 힘들고 무서웠는지 아일라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일라와 스파이크가 갓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자르는 동안 감염자로서의 본능이 되살아났는지 아일라와 스파이크에게 달려들었고 에릭이 총으로 쏴 죽였습니다. 문제는 아이의 아버지가 삼손이었기에 그녀의 시체를 확인하고 분노에 가득 차서 스파이크 일행을 무섭게 쫓아왔으며, 이후 뼈의 사원까지 쳐들어와 깽판을 친 탓에 닥터 켈슨이 스파이크와 아기에게 떠날 것을 부탁하게 됩니다.

영화 '28년 후'의 한장면

5. 마무리

 영화 <28년 후>는 ‘시간이 흘러도 바이러스와 인간 본성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전제를 세련되게 확장한 작품입니다. <28일 후>와 <28주 후>가 만들어 놓은 세계관을 계승하면서도, 이번에는 재건된 인류 사회가 다시 맞닥뜨리는 절망과 선택의 문제를 보다 성숙한 시선으로 다룹니다. 특히 도시의 재건과 사회 시스템이 다시 붕괴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미장센은 전작들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단순한 좀비물의 스릴을 넘어, 인류의 기억과 죄의식, 생존 본능의 윤리를 탐구하는 철학적 깊이도 인상적입니다.
 연출 면에서는 공포와 정적 사이의 균형이 절묘합니다. 카메라의 흔들림과 색감의 대비는 혼돈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포착하며, 사운드 디자인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감정선의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감염자보다 무서운 것은 결국 인간 자신이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이는 단순한 장르 영화가 아니라, 인간성과 문명의 본질을 다시 묻는 걸작으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