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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머와 긴장감이 살아있는 현실 범죄 이야기, <베테랑>

by 채채둥 2025.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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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 포스

1. 영화 베테랑

 이 영화는 2015년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한국 액션 코미디로, 황정민, 유아인, 오달수, 유해진, 장윤주 등 화려한 배우진이 참여했습니다. 정의감 넘치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돈과 권력으로 범죄를 숨기려는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집요하게 추격하는 내용으로, 현실감 넘치는 사회 풍자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총 1,314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대규모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감독 류승완은 <부당거래>, <모가디슈> 등 사회적 메시지와 오락성을 결합한 작품들로 유명하며, <베테랑>으로 여러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네이버 기준 평점 9.24를 받을 만큼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특유의 액션 연출과 유머가 매력으로 꼽힙니다.
 개봉 당시에는 “끝까지 잡는다”라는 주인공 대사와, 황정민과 유아인이 대치하는 명장면이 인터넷에서 유행하며, 황정민의 즉흥 애드리브와 각 배우들의 팀워크에 얽힌 일화가 회자되었습니다. 흥행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정의 실현에 대한 메시지, 한국형 형사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줄거리

 영화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 2팀 소속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팀원들과 함께 중고차 밀매 조직을 검거하며 시작됩니다. 승진을 앞둔 그와 팀은 부산항에서 러시아 마약 밀매 조직까지 일망타진하며 뛰어난 수사력을 보여줍니다. 그러던 중에 대형 하청업체 노동자인 ‘배기사’(정웅인)가 임금 체불 문제로 신진그룹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게 되고, 이를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가 눈여겨봅니다.

영화 '베테랑' 중 한장면


영화 '베테랑' 중 한장면

하청업체 대표를 사무실로 불러놓고 배기사와 그의 아들을 폭행하는 조태오는 부하인 ‘최상무’(유해진)의 지휘 아래 사건을 교묘히 은폐하고, 배기사는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집니다. 배기사의 아내 ‘주연’(진경)에게도 뇌물이 건네지면서 서도철은 이 사건의 이면에 거대한 권력과 부패가 있음을 직감하고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합니다.

영화 '베테랑' 중 한장면

 서도철과 그의 팀은 하청업체와 조태오 일당을 조사하며 여러 위험에 직면합니다. 팀 막내인 ‘윤형사’(김시후)가 조선족 칼잡이에게 공격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조태오는 자신의 측근 최상무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쓰게 하며 외국으로 도피를 시도합니다.

영화 '베테랑' 중 한장면

하지만 서도철은 조태오가 참여한 파티 현장을 급습해, 그의 마약 복용과 폭력 행위를 증명하며 공개적으로 체포함으로써 사이다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3. 평가

 관객과 평론가들 평이 두루 좋은 편이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습니다. 한국 사회의 부패한 권력과 재벌 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작품으로, 액션과 드라마, 코미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상업영화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류승완 감독은 권선징악의 전통적인 플롯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자신의 작가적 색채를 유지하며, 특히 액션 연출에서 압도적인 스펙터클과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주인공 서도철(황정민)은 현실적인 형사의 면모와 집념을 강렬하게 표현해 관객의 몰입을 끌어내며, 악역 조태오(유아인)는 단순한 악당이 아닌 복합적이고 역설적인 인물로 그려져 장르 영화에서 보기 드문 깊이를 더합니다. 다만 악역 캐릭터의 동기 부여와 심층적 묘사에서 일부 아쉬움이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유머와 사회 비판, 그리고 폭발적인 액션이 어우러져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실 스토리 자체는 여타 범죄/사회고발 장르 영화들과 비교하면 특출 난 편은 아니고, 오히려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등 주조연들이 만들어낸 매력적인 선역/악역 캐릭터들, 인상 깊고 맛깔나는 대사들을 포함한 각본, 류승완 감독 특유의 잘 짜인 액션과 코믹 연출 덕분에 재미있고 통쾌한 웰메이드 오락 영화가 나왔다는 것이 주된 평입니다. 그리고 2편이 평가가 호불호가 갈리면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영화 '베테랑' 중 한장면

4. 리메이크

1) 중국에서 판권을 사서 리메이크를 한다고 발표가 났습니다. 제목은 <대인물>(大人物)입니다. 초기에는 서도철 역에 쑨훙레이가 맡는다고 알려졌지만 하차했고, 최종적으로 서도철 역에 왕첸위안, 조태오 역에 바오베이얼이 캐스팅되어 2019년 1월 중국에서 개봉됐습니다. 배경은 상하이이며 일부 요소가 중국 현지 상황에 맞게 각색되었지만 원작의 줄거리와 분위기를 그대로 충실하게 따른 편입니다. 흥행에도 성공하여 역대 한국 판권을 사가 만든 중국 영화 중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습니다.
2) 인도에서도 리메이크된다고 합니다. 주연은 살만 칸입니다.
3) 미국에서도 리메이크가 확정됐습니다. 감독은 마이클 만이 맡았으며 <히트 2> 다음으로 제작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이가 없네

5. 제작비화

1) 영화의 초기 기획안은 본래 광역수사대 팀원들이 국내 자동차 절도/밀매 조직을 소탕하고 마지막에는 러시아 마피아까지 얽혀 대규모 액션 장면으로 끝내는 내용이었으나, 이후 여러 차례 각본이 바뀌면서 현재의 '재벌 범죄'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초기 기획안을 압축하여 영화 초반의 자동차 밀매조직 소탕씬으로 짧게 삽입했습니다.
2) 류승완은 영화를 만들며 특정 인물을 묘사하기보다는 최대한 여러 사건을 조합해서 보편적으로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 주요 사건은 운송업체 M&M의 전 사주인 최철원의 재벌 2세 야구방망이 구타사건과 한화그룹의 2007년 한화그룹 오너 일가 청계산 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이고, 작중 등장하는 그룹 자체는 주요 사업 및 오너 일가 등에 비추어 볼 때 삼성, 한진, 한화, SK, 롯데, 심지어 이 영화의 배급사(!)인 CJ까지 반영하는 등 유명 대기업들의 부정적인 면들을 골라서 섞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한진은 회사명이 유사하고 개노답 재벌 3세 조 씨 삼 남매가 등장하는 등 모티브의 뼈대를 이룹니다. 영화 막바지에 조태오가 마약에 취한 채로 차량들을 수십 대씩 치며 달아나는 모습은 ‘몽드드물티슈’ 유정환 전 대표의 마약 광란 질주를 떠오르게 합니다.
3) 여러 디테일에서 한국 대기업의 현실과 유사한 점이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예로 회장이 장시간 회의를 하면서 아무도 화장실에 못 가게 하는 것은 김용철의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 나온 묘사와 유사합니다. 그 책의 주장에 따른 실제 삼성 임원들의 행동은 물을 안 마시는 정도였지만 영화에서는 기저귀를 차는 것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이는 영화 속 재벌이 이끄는 기업 문화의 부정적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재벌 문화는 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 등에서도 보이듯 개인이 사실상 기업을 사유화하고 부하 직원들을 하인 취급하는 등 문제가 많습니다.
4) 감독이 가장 찍기 힘들었던 스턴트 장면들 중 하나는, 초반부의 외제차 사기단 딜러가 뛰어서 도망가는 것을 오 팀장이 승합차로 따라잡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오달수가 실제로는 운전을 잘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롱 테이크(long-take)인 데다 야간 촬영, 장소 문제에다 배우까지 운전 때문에 긴장한 상태라 그 장면만 8번 찍었다고 합니다.
5) 초반에는 외제 중고차 딜러, 중후반에는 재벌이 등장하는 만큼 비싼 차들이 등장해야 하지만, 제작비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봤다고 합니다. 후반 추격전에서 조태오가 모는 차량은 재벌치고는 소소한(?) 포드 머스탱, 그것도 현용 6세대도 아닌 철 지난 5세대이며 그가 정체된 차량들을 들이받을 때도 10년은 넘은 중고차 승용차만 골라 박았습니다. 이에 대한 지적이 있자 류승완은 일단 본인이 차에 대해서는 문외한인지라 크게 신경 쓰지 못했는데 제작비의 영향도 있다고 했으며, 다만 조태오가 배트맨 피규어를 모으는 등 나름의 취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포드 머스탱은 그의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차들 중 하나라는 설정으로 다가갔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이 정도 소소한 차라도 조태오 취향이라면 가지고 있을 만하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일상적인 모습에서는 나름 비싼 차량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조태오가 평소에 혼자서 타는 차량은 포르쉐 카이엔 2세대 모델이며, 공식 석상에 타고 가는 차량은 현대 에쿠스 2세대와 기아 K9 1세대 모델입니다. 한편, 정말로 제작비가 빠듯하긴 했는지, 초반 구형 W221 S클래스를 두고 펼쳐지는 장면에서는 액션 감독 정두홍마저 '차라리 사람이 다치는 게 낫지, 차가 다치면 큰일'이라고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6) 명동 추격신과 격투신은 명동은 물론 청주의 성안길에서 촬영된 장면을 편집으로 합쳤습니다. 아마도 인원 통제를 위해 명동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다른 도시를 찾다가 청주에서 촬영을 하게 된 듯합니다. 조태오가 파티장에서 빠져나와 다른 차들을 받은 뒤 인도로 들어서서 달리다가 중간에 노점수레 하나를 들이받는 장면까지가 명동에서 촬영한 것이고 그 이후가 성안길에서 촬영한 것인데, 두 장소의 편집이 절묘한지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성안길 촬영 시 주변의 엑스트라들은 청주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생들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류승완의 전작 <짝패>의 한 장면도 여기서 찍었습니다.

베테랑에 마동석님 사진이 빠지면 섭섭하죠?

6. 마무리

 영화 <베테랑>은 한국 사회의 부패와 권력 남용에 맞서 싸우는 형사 서도철의 강렬한 정의감과 집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범죄 액션영화로, 탄탄한 스토리와 속도감 있는 전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유머 감각과 사회 풍자가 녹아들어 있으며, 황정민과 유아인의 연기 대결이 이 영화의 몰입도를 더욱 높입니다. 액션은 현실감 있으면서도 절제돼 있어 폭력적이지 않고, 빠른 전개와 맛깔난 대사로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수작으로 평가받습니다.
 또한 <베테랑>은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관객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판타지적인 면모도 지닌 작품입니다. 주연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와 조연들의 탄탄한 캐릭터 구축이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며, 한국 영화 중 손꼽히는 액션과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대기업과 권력층의 부조리를 꼬집는 사회 비평적 요소와 유머러스한 대사들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오락성과 메시지까지 동시에 전해줄 수 있는 수작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