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일본어: そして父になる)는 2013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뒤 같은 해 9월 28일 일본에서 개봉했고, 한국에서는 2013년 12월 19일에 개봉된 일본의 가족 드라마 영화입니다. 감독과 각본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맡았으며 주요 배우로 후쿠야마 마사하루(료타 역), 오노 마치코, 릴리 프랭키, 마키 요코 등이 출연했습니다.
성공한 샐러리맨 료타가 6년 동안 키운 아들이 병원 측 실수로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되면서, 혈연으로 인한 정과 함께 살아온 정 사이에서 아버지로서의 존재와 가족의 의미를 깊이 탐색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신의 자전적 경험과 1960년대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아이가 뒤바뀐 사건을 바탕으로, ‘아버지가 된다’는 제목의 ‘과정’을 영화에 담아냈습니다.
일본 내 박스오피스에서 최종 기준 약 3,717만 달러를 기록하며 2013년 일본 흥행 10위권에 들었으며, 한국에서도 12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제작비가 적은 예술영화임에도 의미 있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이 가족과 소원한 삶을 살던 중 딸에게 “다음에 또 놀러 오세요”라는 말을 듣고 아버지와 자녀의 유대감에 대해 충격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연이 유명합니다.
2020년에는 영어 리메이크 제작 소식도 전해졌으며, 감독으로 <페어웰>을 만든 룰루 왕이 참여했습니다. 한국계 배우도 두 명 출연해 다문화적 요소를 더했습니다. 영화는 ‘혈연 중심’ 가족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아버지가 되어 가는 시간을 섬세하게 묘사해 큰 울림을 남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줄거리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성공한 대기업 샐러리맨으로, 아내 ‘미도리‘(오노 마치코)와 아들 ‘케이타‘(니노미야 케이타)와 함께 도쿄의 고급 아파트에서 안정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료타는 케이타가 자신을 닮았고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케이타는 공부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고 욕심 없이 순진한 성격입니다.

어느 날 병원에서 충격적인 전화를 받게 되는데, 6년 동안 자신들이 키워온 케이타가 사실 자기 친아들이 아니며 병원 출생 시 신생아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료타는 자신의 친자이지만 거칠고 계획적이지 않은 삶을 사는 또 다른 아들 ‘류세이‘(황 쇼겐)를 키우고 있는 유다이 가족을 만나게 되고, 두 가족 모두 서로의 아이들과 생활 방식을 이해하며 혼란과 갈등에 빠집니다.

‘유다이‘(릴리 프랭키)와 그의 가족은 좁은 집에서 어렵게 생활 중인 반면, 료타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료타와 미도리는 아이를 맞교환하여 각자의 친아들을 키우기로 합니다.
류세이는 료타의 방식대로 키워진 아들 케이타와는 달리 자유롭고 장난기 많으며, 료타는 그런 류세이와 지내면서 아버지 노릇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됩니다. 반면 미도리는 자신이 키우던 케이타가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큰 상처를 받고 갈등하게 됩니다. 돌려받은 친자 류세이지만 핏줄로 이어져있기에 어떻게든 서로 금방 닮게 될 것이라는 료타의 낙관적인 예상은 빗나가고, 자유로운 가족 문화에서 자라난 류세이는 료타의 엄격한 규율을 통한 훈육과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항하며 끝내 가출하여 원래 집으로 몰래 달아나는 일까지 벌이고 맙니다.

이와 같은 상처를 통해 단순히 아버지로서의 부성이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료타는 점점 류세이와 시점을 맞추며 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놀이나 캠핑을 통해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배우고, 실천해 나감으로써 료타와 류세이는 서로에게 적응해 나가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가족들이 다 같이 누워서 별을 구경하다 마침 떨어진 별똥별에 소원을 빌었는데, 미도리가 류세이에게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묻자 류세이는 여전히 '진짜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에 충격을 받습니다. 이후 료타 역시 케이타의 빈자리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모습들을 사진 등을 통해 찾아나가며 결국 케이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유다이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료타와 미도리가 류세이를 데리고 유다이의 집으로 찾아가 케이타를 데려오려고 하지만 료타에게 큰 상처를 받은 케이타는 집 밖으로 뛰쳐나가 료타에게서 도망칩니다. 이에 모두가 당황하고 료타는 케이타를 쫓아갑니다. 료타가 케이타 뒤를 쫓아가다 나란히 펼쳐진 두 갈래길이 나오고 료타는 아래쪽 길에서, 케이타는 위쪽 길에서 나란히 걷습니다.

케이타는 "아빠 따위 아빠가 아니야."라며 상처받은 마음을 드러내고 료타는 케이타에게 울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결국 두 갈래길은 하나로 이어지고 료타가 케이타를 꼭 끌어안습니다. 이 장면에서 료타와 케이타를 번갈아 잡는 화면 구도와 두 갈래길로 나뉘었다가 이어지는 전개 방식은 두 인물의 감정과 영화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아냅니다. 그리고 료타와 케이타는 미도리와 함께 유다이의 집으로 들어가며, 비치는 저녁노을과 함께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3. 평가
2013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일본에서는 흥행은 대박이었습니다. 개봉 이틀 동안 253,370명을 동원해 수익 3억 1,318만 6천5백 엔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2013년 일본 내 흥행 영화 총 순위 10위권에 들었습니다. 제작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을 것을 고려해 보면 상당한 히트를 한 편입니다. 게다가 국내에서도 적은 숫자의 상영관으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총 관객 12만 2,797명이라는 의미 있는 흥행을 거둬들였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혈연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함께하며 마음을 나누는 관계임을 섬세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합니다. 영화는 두 아버지의 대조적인 양육 태도를 통해 가족 구성원의 다양성과 복잡한 감정선을 뛰어나게 포착하며, 특히 주인공 료타가 아버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절제된 연출과 자연스러운 연기로 진솔하게 그려냈습니다. 중요한 장면인 료타의 진심 어린 사과는 수직적 관계였던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수평적 관계로 변화시키며, 가족 내의 기본적인 사랑과 이해에 대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다만 어머니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역할에 머문 점은 영화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아버지 됨의 무게를 관객에게 깊이 생각하게 하는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4. 영화적 장치
1) 영화 내에서 서로의 집을 왕래하는 동안의 과정이 생략되지 않는데, 이는 자식과 부모 간 보낸 시간들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길게 늘어진 전선들을 자주 보여주는 이유는 혈육적인 연결보다 키우고, 자라난 시간들에서 만들어진 연결이 더 길고 견고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2) 료타가 소파에서 자고 일어났다가, 소파 사이에 남아있는 수수깡 꽃대를 발견하고 케이타가 수수깡과 색종이로 만들어 준 장미를 떠올리며 없어진 꽃봉오리를 찾는 부분은 결국 이때부터 료타가 케이타를 다시 찾아오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 마지막으로 아이를 최종적으로 바꾸기 위해 주선한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을 때 료타의 가족들은 딱딱한 자세로 어색하게 포즈를 취하는 데에 반해, 유다이 가족들은 어른들이 무릎을 꿇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익살스럽게 사진을 찍습니다. 하지만 료타 역시 종장 부분에서 케이타에게 사과하고, 포옹할 때 처음으로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는 부분에서 료타의 자식에 대한 불필요한 권위의식이 무너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4) 유다이 가족이 사는 곳은 군마현 마에바시시인데, 료타 가족이 사는 곳이 도쿄 호화 아파트라는 점, 미개의 땅 군마와 악의 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군마가 일본 내에서 일본 관동 지방 중 낙후된 곳이라는 이미지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의미심장한 설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제작 비화
1) 고레에다 감독은 딸을 낳고서도 작업 등으로 바빠 가족과 거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집에는 사실상 잠만 자러 들어오는 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 집을 나서려고 하자 딸이 "다음에 또 놀러 오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을 듣고 신분만 아버지이지 자식과 아무런 유대감 없이 살아왔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2) 료타 역의 후쿠야마는 주로 개성이 강하거나 이상적인 인간상을 연기했기 때문에 본인에게는 료타 같은 캐릭터가 제법 모험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후쿠야마 본인은 이 영화 제작 당시에는 미혼인 데다 쿨한 스타로서 이미지 메이킹이 철저한 편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기존의 이미지와 상반된 배역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그 후쿠야마의 스타 아우라를 역이용해 '완벽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되려 부족한 인간상'을 구축했고 후쿠야마가 그걸 훌륭히 소화해 내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후일 후쿠야마가 후술 하기로는 료타를 연기하면서 자신이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이 나왔다고 합니다.
3) 유다이 가족은 군마현 토박이라는 설정으로 나오나, 왜인지 군마현의 등장인물들이 죄다 관서와 관동지방 사투리를 묘하게 섞은 듯한 짬뽕 사투리를 구사합니다. 실제로 군마현에 사는 네티즌들이 "영화에서 군마벤을 보나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아니네요" 라며 사투리 고증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도 <웰컴 투 동막골>이 강원도내 온갖 지역의 사투리를 마구 섞어놓은 것에 대해 욕을 바가지로 먹었는데, 이 영화 역시 군마현 내의 사투리를 엉터리로 섞은 정도가 아니라, 관서와 관동을 가로지르는 그야말로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사투리가 등장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야 영화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정도의 결점은 아니지만 군마지방, 나아가 관동지방의 사투리를 익숙하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몰입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쉬운 대목입니다. 사실 군마현민들은 군마현이 헬게이트(...)로서의 위상을 떨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대로 군마에 대한 사랑이 엄청나며 자부심 또한 굉장하므로 본인들의 고향이 미디어에 어떻게 노출되는지에 대해 관심도 많으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개의 땅 군마로 인해 엄청나게 왜곡된 이미지로 인지도가 폭발한 것에 대해서는 쾌재를 부르며 적극적으로 관광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4) 영화에 한국계 배우가 두 명이나 출연합니다. 한 명은 류세이 역의 황 쇼겐 아역배우, 아이를 바꿔치기 한 간호사 역의 나카무라 유리는 재일교포와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인입니다.

6. 마무리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혈연과 시간을 통해 형성되는 가족의 의미를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서로 뒤바뀐 두 아이를 둔 두 가족의 아버지가 겪는 내적 성장과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주인공 료타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자 사회적으로 완벽해 보이지만, 아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버지로서의 진정한 모습과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아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점차 고집을 꺾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혈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과 노력, 감정의 교류가 가족을 만든다는 메시지를 담으며, 감정 표현을 절제하고 담백한 연출로 깊은 감동을 줍니다. 진짜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성장해 가는 과정임을 묵직하게 전달하는 이 작품은 가족의 가치와 아버지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명작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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