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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상의 목소리 뒤에 숨겨진 비극적 영혼의 노래, <파리넬리>

by 채채둥 2025.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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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넬리' 포스터

1. 영화 파리넬리

 이 작품은 18세기 유럽을 풍미한 실존 카스트라토 성악가 ‘카를로 마리아 미켈란젤로 니콜라 브로스키’, 예명 ‘파리넬리’의 일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탈리아·프랑스·벨기에 합작 전기 드라마 영화입니다. 파리넬리는 어린 시절 거세된 후 비범한 음악적 재능과 천상의 목소리로 유럽의 궁정과 귀족층을 매료시켰으나, 정체성 혼란과 내면의 고통도 함께 안고 살았습니다.
 영화는 1994년 프랑스에서, 1995년 이탈리아 및 대한민국에서 개봉되었고, 러닝타임은 111분이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감독은 제라르 코르비오이고, 주인공 파리넬리 역에는 스테파노 디오니시, 형 리카르도 브로스키 역에는 엔리코 로 베르소, 그리고 엘자 질베르슈타인과 예로엔 크라베 등이 출연했습니다.
 1995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으로 평가받았고, 같은 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예술적·흥행적 성과를 거뒀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개봉 한 달 만에 1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9주 이상 장기 상영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뮤지션 헨델과의 경쟁, 역사적 일화, 그리고 파리넬리의 비극적 운명은 영화의 핵심 줄거리로 등장합니다. 실제로 헨델은 파리넬리를 ‘노래하는 기계’라고 평했으며, 파리넬리의 압도적 공연에 감동한 한 부인은 ‘신도 하나, 파리넬리도 하나’라며 극찬을 했습니다. 영화는 파리넬리와 그의 형 리카르도의 끈끈한 관계, 음악적 열정, 그리고 성악가로서 겪은 고통과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2. 줄거리

 영화는 18세기 최고의 카스트라토 가수였던 파리넬리, 본명 ‘카를로 브로스키‘(스테파노 디오니시)의 삶을 다룹니다. 영화는 1728년 나폴리의 광장에서 파리넬리가 트럼펫 연주자와 대결을 펼치며 시작합니다. 이후 그는 형 ‘리카르도’(엔리코 로 베르소)와 함께 무대를 누비며 유명해지지만, 거세로 인해 신체적·정서적 고통을 겪습니다. 

영화 '파리넬리'중 한장면

어린 시절 낙마사고로 거세당한 카를로는 형과 함께 음악 인생을 시작하면서도, 형 리카르도가 자신의 음악 대신 조잡한 곡만 만들고, 카를로가 ‘헨델‘(예로엔 크라베)의 음악을 부르지 못하게 제약하면서 둘 사이에 갈등이 깊어집니다.
 카를로는 형에 의해 감정이 절제된 기교 위주의 노래만 강요받으며, 진짜 음악적 감동을 전달하고 싶어 하지만 형은 이를 무시합니다.

영화 '파리넬리'중 한장면

한편 마가렛 부인의 극장에서 공연하며 빚에 쪼들린 헨델과 경쟁하게 되고, 파리넬리 카를로의 인기 급상승으로 헨델은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그럼에도 헨델은 카를로의 음악적 진심을 인정하지 않고, 둘은 경쟁과 적대 관계를 이어갑니다. 카를로는 스승 포르포라의 조력자 ‘알렉산드라‘(엘자 질베르슈타인)와 가까워지고, 그녀의 도움으로 헨델의 곡을 몰래 얻어 연습하며 기량을 높여갑니다.

영화 '파리넬리'중 한장면
영화 '파리넬리'중 한장면

 형과의 관계는 악화되어, 결국 카를로는 형과 결별하고 독립합니다. 그는 공연 중 자신이 거세된 사실을 끊임없이 자각하면서도 청중에게는 ‘천상의 목소리’로 찬사를 받지만, 정작 자신은 온전한 인간으로서 사랑과 성적 관계를 누리지 못하고 깊은 고독에 빠집니다. 스페인 궁정에 이르러 국왕의 우울증 치료를 위한 왕실 가수로 일하게 되는데, 이때도 감정의 제약 속에 살아갑니다.

영화 '파리넬리'중 한장면
영화 '파리넬리'중 한장면

결국 헨델은 거세 사고가 낙마 때문이 아니라 형 리카르도의 계획임을 카를로에게 알리고, 카를로는 분노와 슬픔을 헨델의 명곡 ‘나를 울게 하소서’를 부르며 승화시킵니다. 이 감동적인 무대는 헨델을 혼절케 합니다. 이후 카를로는 무대에서 은퇴하고 알렉산드라와 함께 평화로운 삶을 택합니다. 형 리카르도는 절망해 자살 시도를 하지만 회복하며, 파리넬리와 알렉산드라 사이에 아기를 선물한 뒤 떠납니다.

3. 평가

 영화 <파리넬리>는 18세기 최고의 카스트라토 성악가였던 파리넬리(카를로 브로스키)의 비극적 삶을 섬세하게 다룬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감독 제라르 코르비오는 바로크 시대로의 몰입도 높은 복원과 함께 당시 예술과 성 풍속을 우아하고 화려하게 그려내며, 특히 파리넬리의 남성성 상실과 그로 인한 내면적 갈등, 외로움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영화는 그의 천상의 목소리와 무대 위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욕망과 결핍, 그리고 형과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인간적 고통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또 파리넬리의 카스트라토라는 신체적 희생과 그로 인한 정서적 결핍을 영화가 현실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고 높게 평가합니다. 동시에 영화는 주변 인물들의 욕망과 희생, 특히 그의 형 리카르도와 아내 알렉산드라의 관계에서 비롯하는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탐구하며, 욕망과 희생이 교차하는 드라마를 통해 감동을 자아냅니다. 음악적으로도 파리넬리의 노래는 당시 바로크 음악의 화려한 기교와 감정을 아름답게 재현하여 작품의 무게를 더합니다.
 그러나 일부는 영화가 파리넬리의 아픔에 비해 다른 인물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의 희생에 대해 다소 무감각하거나 상반된 시선을 취한다는 점에서 내재된 모순과 폭력성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인간 드라마를 통해 비극적 영웅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으로, 아름다운 선율과 감성적인 연출이 어우러져 관객에게 강렬한 울림을 전하는 영화임은 확실합니다.

 

https://youtu.be/f7r2dHJ8SYY?si=gu-Gq8fLzIy6bm7d

헨델 - 울게하소서 (출처: youtube 'Music Tr')

 

영화 '파리넬리'중 한장면

4. 제작 비화

1) 영화 내의 파리넬리의 목소리는 카스트라토의 음역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카운터테너 Derek Lee Ragin과 소프라노 Ewa Malas-Godlewska의 목소리를 적절히 섞은 것입니다.
2) 한국에서는 쓰리썸이나 성묘사,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의 음모가 나오는 것 때문에 청불 등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R등급으로 17세 미만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3) 주인공이 부른 ‘울게 하소서 ‘는 학교 가창 수행평가에서 자주 사용되는데 이 때문에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의 발길이 지금도 끊기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 '파리넬리'중 한장면

5. 마무리

 <파리넬리>는 비범한 예술성과 독창적인 소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단순한 전기물 그 이상의 탐구를 시도하며, 카스트라토라는 특이한 인물을 통해 음악과 인간 내면의 갈등, 상실감을 깊이 있게 표현했습니다. 특히 파리넬리의 목소리를 남성 카운터테너와 여성 소프라노 음성을 디지털 합성해 재현한 점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헨델의 ‘울게 하소서’ 장면은 명장면으로 손꼽힙니다.
 영화는 예술성에 방점을 둔 만큼 서사와 흐름이 다소 예술영화 특유의 느림과 난해함이 있으며, 상업적인 재미보다는 주인공의 고통과 억압감을 느끼게 하는 데 집중해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크 시대 음악과 그 시대 관능미, 그리고 파리넬리의 비극적인 삶을 매혹적으로 그린 점에서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깊은 인상을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