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영화 드라큘라
이 영화는 <대부 1>, <대부 2>, <지옥의 묵시록 1979>, <컨버세이션 1974> 등으로 아카데미상을 5회 수상하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회 수상한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작품으로 게리 올드만, 위노나 라이더, 안소니 홉킨스, 키아누 리브스 등이 출연했습니다.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대표작 <드라큘라>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제65회 아카데미 시상식 의상상, 음향편집상, 분장상 수상작 / 미술상 후보작이기도 했습니다.
1970년대 이후 뚜렷하게 히트작이 나오질 않던 드라큘라를 메이저 영화로 되살린 작품입니다. 다만 플롯에 중요하지 않은 디테일에는 충실하지만 중심이 되는 스토리가 전혀 다르고, 특히 미나와 드라큘라의 관계에 있어서는 원작과 완전히 다르니 드라큘라를 다 이해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2. 줄거리
1462년 유럽이 오스만 제국(터키)의 침공에 짓밟혔습니다. 트란실바니아의 백작 블라드 드라큘라는 비장한 각오로 전쟁에서 승리합니다. 그러나, 적의 계략으로 인해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가 투신하여 죽습니다. 분노한 블라드는 기독교 예배당의 십자가에 칼을 꽂고 어둠의 힘을 얻게 되며 불멸의 뱀파이어가 됩니다. 400년이 지난 1897년 런던, 변호사 ‘랜필드‘(톰 웨이츠)는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고 온 후, 미쳐버려 정신병원에 수감됩니다.

랜필드 대신 젊은 변호사 ‘조나단‘(키아누 리브스)은 드라큘라의 런던 부동산 매입 거래를 위해 트란실바니아로 향합니다. 몇백 년이 지났지만 ‘드라큘라 백작‘(게리 올드만)은 외모만 살짝 늙었을 뿐 그 정신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으스스한 드라큐라 성 내부에서 변호사 조나단은 순간순간 섬뜩함을 느낍니다. 드라큘라 백작은 조나단의 약혼녀 ‘미나‘(위노나 라이더)의 사진을 보고 엘리자베스의 환생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반강제로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 머물게 된 조나단은 최악의 공포를 맛보게 되는 환각과 현실의 악몽에 사로잡힙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돌아갈 방법을 찾지만 다 실패합니다. 또한 드라큘라의 신부들 3명한테 계속 피를 빨리고, 반항하지 못하는 나날이 지속됩니다. (이 장면에서 모니카 벨루치의 상반신이 고스란히 등장합니다. 이때는 주요한 배역이 아닌 신인급일 때입니다)
드라큘라의 성에서 수많은 흙상자와 함께, 멀고 먼 폭풍의 항해를 겪고 드라큘라는 런던에 도착합니다.
폭풍이 몰아치는 밤에 미나의 친구 ‘루시‘(새디 프로스트)를 최면술로 유혹하여 물어버리는 드라큘라. 드라큘라에 물린 루시는 점차 건강이 악화되고 결국, ‘반 헬싱‘(안소니 홉킨스) 박사는 루시를 뱀파이어의 희생자로 판단합니다.

미나는 런던시내에서 외출했을때, 그녀를 알아본 드라큘라에 의해 계속되는 둘의 만남에 그녀 역시 끌림이 시작됩니다. 드라큘라 성에 갇혀있던 조나단은 가까스로 탈출하여 수녀원에서 몸을 회복하고 런던에 돌아와 미나와 결혼하기 위해 루마니아로 향합니다. 그런 두 사람에 비통함을 느낀 드라큘라는 루시를 뱀파이어로 만들어 버립니다.

반 헬싱 교수는 루시를 죽이고, 결혼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 조나단과 미나를 만납니다. 그 후, 카펙스 수도원으로 가서 드라큘라가 트란실바니아의 성에서 가져온 힘의 원천인 흙 상자를 파괴합니다.
드라큘라는 미나한테 존재감을 경고하기 위해 정신병원에 갇힌 랜필드를 죽이고 미나에게 루시한테 한 짓을 사실대로 말합니다. 그런데, 미나는 엘리자베스의 전생을 기억하는 듯하고, 드라큘라와 함께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드라큘라의 피를 마십니다. 이때 등장하는 반 헬싱과 조나단, 그리고 헌터들이 들이닥칩니다.
조나단이 드라큘라의 몸에 총을 쏴 맞히지만 수백마리의 쥐로 흩어지며 사라집니다. 미나를 최면술로 재워서 드라큘라의 위치를 알아내는 반 헬싱 교수 그리고 조나단, 뱀파이어 헌터 일행은 선박에 약해진 몸을 싣고 돌아가는 드라큘라보다 기차로 앞서 가 기다린 후 선박을 불태워 버리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렇지만 드라큘라는 예상보다 빨리 도착하여 사라져 버립니다.

미나와 반 헬싱 교수를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 보내고 조나단과 헌터 일행은 말을 타고 드라큘라를 다시 뒤쫓습니다. 3명의 뱀파이어들이 미나의 혼을 슬쩍 조정하여 반 헬싱을 유혹하려고 하는데, 오히려 이마에 인장을 찍어서 제압합니다. 또한 반 헬싱은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 있던 3명의 뱀파이어들의 목을 쳐 죽입니다. 곧 해가 지는 순간인데, 절벽의 길에서 드라큘라 백작을 죽이려는 조나단과 헌터들의 추격전이 펼쳐집니다. 마침내 조나단이 드라큘라의 심장에 칼을 꽂아 치명상을 입히게 됩니다. 미나가 그의 심장에 칼을 꽂고 머리를 잘라 드라큘라에게 평안을 주는 것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3. 평가
로맨스를 다뤄 호러물로는 0점이라는 혹평을 하는 이도 있으나 이는 지나치게 극단적인 소리이고, 드라큘라라는 캐릭터의 재해석과는 별개로 음산하고 섬뜩한 분위기와 장면 연출들을 통해 기본적으로 호러 영화의 외양은 갖추고 있으며, 고딕 호러의 몽환적인 분위기도 잘 살렸습니다. 특히 B급 호러 무비를 대놓고 오마쥬한 그로테스크한 연출과 전개는 취향에 맞으면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로선 꽤 인지도가 있어서 이 영화 때문에 원작 <드라큘라>도 연애담인 줄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원작의 드라큘라는 여러모로 강간범스러운 뉘앙스도 있는 데다가, 드라큘라의 세 신부들이 받는 대접이나 루시의 최후 등을 생각하면 드라큘라가 좋은 연인이 되리라곤 생각되지 않고, 소설에서 돋보이는 미나의 이지적인 캐릭터가 완전히 죽어버리기에 원작을 통해 팬이 된 사람들 중에서는 이 영화에 치를 떠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원작의 재해석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고유 권한이고, 원작을 그대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으므로 원작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가 저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로저 이버트는 "서사적 혼란과 막다른 골목에 직면했지만 영화가 보이는 방식과 느낌만으로도 정말 즐거웠다"라고 호평했습니다. 또 조나단 로젠봄은 "소설의 여러 내레이터를 다시 가져와 다소 분산되고 혼잡한 스토리 라인으로 이어지지만, 모든 시각적, 개념적 에너지 덕분에 매혹적이고 종종 감동적이다. 이 영화는 여전히 수년간 최고의 뱀파이어 영화로 손꼽힌다. 아이디어가 가득한 시각적 향연으로, 무섭기보다는 불안감을 더하지만 다른 여러 면에서는 풍부한 경험을 선사한다"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4. 드라큘라 백작에 대해


본작에서는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인물입니다.
드라큘라의 과거 행적을 재해석해 그를 블라드 3세와 동일인물로 설정했습니다. 15세기 경, 드라큘라가 기독교 신앙과 사랑하는 아내를 수호하기 위해 루마니아를 침략해 온 오스만 투르크의 군대와 싸워 이를 격퇴하자, 이에 앙심을 품은 투르크인들이 드라큘라가 전사했다는 거짓 편지를 드라큘라의 성에 보냈는데, 이에 충격을 받은 드라큘라의 아내는 스스로 강물에 뛰어들어 자결하고 맙니다. 뒤늦게 돌아와 이를 알게 된 드라큘라는 크게 슬퍼하며 좌절하게 됩니다. 또한 성직자로부터 자신의 아내가 자살을 한 탓에 그 영혼이 구원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이게 뭔 개소리야 분노하여 "이게 교회를 위해서 피 흘려 싸운 나에 대한 주님의 대가란 말이요?"라며 스스로 신을 저주하고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흡혈귀가 됩니다. 이후 드라큘라는 자신의 성에 은둔하며 지내다가, 자신의 아내가 하커의 아내인 미나로 환생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는 하커를 불러들여 성에 감금하고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건너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인상적이고 로맨틱한 내용 덕분에 이 영화가 개봉한 이후로 드라큘라를 블라드 가시공과 동일시하는 인식이 꽤 늘어났습니다. 다만 영화 자체는 로맨틱하면서도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도 제법 있는 편입니다. 하커를 만난 이후의 행보를 따져 봤을 때에는 원작을 가장 잘 따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작에 묘사된 능력의 재현도 잘되어 있어서 햇빛을 받아도 힘은 조금 약해질지언정 죽지도 않고 멀쩡히 잘 돌아다니며, 연기나 늑대인간 혹은 박쥐 등으로 모습을 바꾸기도 합니다. 또 중력을 무시한 채 벽을 기어오른다던지 중간중간 젊어지는 현상도 잘 재현되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원작에 없는 내용도 굉장히 많이 첨가되어 있습니다. 원작의 드라큘라는 어디까지나 사악하고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괴물이었으나, 여기서는 비록 잔인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사랑에 목말라하는 입체적인 면모가 더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먼저 드라큘라를 연기한 전설적인 배우들의 면모가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1) 처음에 노인 공작의 모습으로 등장할 때의 음험한 모습 - <노스페라투>(1922)의 막스 슈렉
2) 거창하고 연극적인 분위기 - 벨라 루고시
3) 신사와 흡혈귀를 넘나드는 이중적이고 호러틱한 연기 - 해머 영화사의 드라큘라 영화 속 크리스토퍼 리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여기에 역대 드라큘라들과는 달리 로맨스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강한데, 게리 올드만이 훌륭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5. 마무리

본 작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뱀파이어 장르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 작품 이렇다 할 뱀파이어 장르의 양화가 없어 목마름이 올 때쯤 찾아보는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에 비해 스토리가 막 엄청 좋거나 인상적인 건 아닙니다. 대신 그걸 상쇄하는 여러 아름다운 미장센들이 황홀하긴 합니다. 몽환적이고, 야릇하고, 음산한 배경 색감은 매혹적입니다.
드라큘라를 맡은 게리 올드만의 여러 변신들을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그는 정열적인 장군, 기괴한 귀족 노인, 젠틀한 신사, 온갖 괴수들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꼭 게리 올드만뿐만 아니라 위노나 라이더, 키아누 리브스, 안소니 홉킨스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모니카 벨루치는 적은 비중의 출연이긴 하지만 미녀 스타다운 매력과 뱀파이어 다운 공포스러움을 잘 섞었고 위노나 라이더는 순수의 시대 때 처럼 청순한 여인역을 탁월하게 보여줍니다. 안소니 홉킨스는 이건 그냥 배우가 멋진 걸 수도 있지만 노련한 뱀파이어 헌터로서 노익장을 뿜어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큘라 영화는 좋은 뱀파이어 영화이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쪽 장르에서 본 작을 능가할 작품이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추천할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상어 영화의 영원한 레퍼런스, 죠스(1975) (118) | 2025.07.04 |
|---|---|
| 관능으로 가득찬 도시, 씬 시티(2005) (137) | 2025.07.03 |
| 우리나라 역대 흥행 1위 이순신, <명량> (142) | 2025.07.01 |
| 폭력 위의 폭력, 정의란 무엇인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146) | 2025.06.30 |
| 조작된 진실과 복수의 꼬임, <메멘토> (126) | 2025.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