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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진실을 외면한 인류가 쏘아 올린 비극적 코미디, <돈 룩 업>

by 채채둥 2026.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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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 포스터

 
 

 

오늘의 영화는 '룰루제이'님께서 추천해 주신 영화로 선정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1. 영화 돈 룩 업

 

 2021년 12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빅쇼트>와 <바이스>를 연출하며 날카로운 사회 풍자를 선보였던 아담 맥케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입니다.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거대 혜성을 발견한 두 과학자가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알리려 고군분투하지만, 이를 정치적 득실이나 자극적인 가십거리로만 소비하는 세상의 무관심과 탐욕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그려냈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은유로 해석되기도 하는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팬데믹 상황과 맞물리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담론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숨이 막힐 정도로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입니다. 주연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를 필두로,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티모시 샬라메, 조나 힐, 마크 라이런스, 그리고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까지 이름만으로도 압도적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열연을 펼쳤습니다. 특히 메릴 스트립은 권력욕에 눈먼 대통령 역할을, 마크 라이런스는 알고리즘에 집착하는 IT 기업가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현실 세계의 인물들을 날카롭게 풍자했습니다.
 넷플릭스 공개 직후 시청 시간 기준으로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웠으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비록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과학적 사실보다 정치적 진영 논리가 우선시 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통렬하게 꼬집었다는 점에서 "올해의 가장 중요한 영화 중 하나"라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평소 환경 운동가로 활동해 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시나리오에 담긴 기후 변화에 대한 메시지에 깊이 공감하여 출연을 결정했는데, 극 중 그가 쏟아내는 분노의 웅변 장면은 본인이 직접 맥케이 감독과 수없이 상의하며 공들여 완성한 장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촬영 당시 제니퍼 로렌스는 코에 피어싱을 한 상태였는데 자석으로 된 피어싱이 자꾸 빠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등 유쾌하면서도 황당한 해프닝이 잦았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2. 줄거리

 미시간 주립대학교의 천문학 박사 수료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는 관측 도중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거대한 혜성을 발견하고, 지도교수인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혜성이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해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계산해 냅니다.

혜성과 지구의 충돌 위기를 알게되는 민디 박사와 케이트

 
두 사람은 나사(NASA)의 오글소프 박사와 함께 백악관으로 향하지만, ‘올리언 대통령‘(메릴 스트립)과 비서실장 ‘제이슨‘(조나 힐)은 다가오는 중간선거의 지지율에만 신경을 쓰며 이들의 경고를 묵살합니다.
 결국 이들은 언론을 통해 진실을 알리기로 결심하고 인기 토크쇼 '더 데일리 립'에 출연하지만, 진행자 ‘브리‘(케이트 블란쳇)는 비극적인 소식을 가벼운 가십거리로만 취급합니다. 케이트는 생방송 중 분노를 터뜨리며 조롱거리가 되고, 반면 민디 박사는 뜻밖에도 '섹시한 과학자'로 등극하며 정부의 과학 고문직을 수락하는 등 대중 매체에 영합하게 됩니다.

충돌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하지만 다 실패


 정치적 위기에 몰린 올리언 대통령은 국면 전환을 위해 뒤늦게 혜성 폭파 계획을 세우지만, 거대 IT 기업 '배시'의 CEO ‘피터 이셔웰‘(마크 라이런스)이 혜성에 막대한 가치의 희귀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작전은 중단됩니다. 피터는 핵무기 대신 자신들의 로봇 기술을 이용해 혜성을 조각내 지구에 안전하게 낙하시킨 뒤 자원을 채굴하겠다는 무모한 계획을 세우고, 정부는 이를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혜성 폭파 계획은 피터 이셔웰 때문에 중단되고...

 
케이트는 이에 반발해 대중에게 "하늘을 보라(Look Up)"고 외치지만, 정부와 피터는 경제적 이득을 강조하며 "하늘을 보지 마라(Don't Look Up)"는 캠페인으로 맞불을 놓으며 여론을 반으로 갈라놓습니다. 민디 박사 역시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며 케이트와 합류하고, 두 사람은 케이트의 연인 ‘율‘(티모시 샬라메) 등과 함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합니다.

결국 지구의 마지막날을 준비하는 그들

 
 결국 배시의 자원 채굴 로봇들은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혜성을 파괴하는 데 완전히 실패하고, 지구가 멸망할 것이 확실해지자 올리언 대통령과 피터 이셔웰을 비롯한 극소수의 상류층은 냉동 수면 장치가 설치된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버리고 탈출합니다. 그 시각 민디 박사와 케이트,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평범한 저녁 식사를 하며 "우리는 정말 모든 걸 가졌었어, 그렇지?" 라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혜성 충돌과 함께 최후를 맞이합니다.

<쿠키영상>
1) 수만 년이 흐른 뒤, 지구를 탈출했던 우주선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 행성에 도착하고 냉동 상태에서 깨어난 노년의 올리언 대통령이 내리지만, 그녀는 그곳에 서식하던 기괴한 생명체 '브론테록'에게 잡아먹힙니다.
2) 잡동사니가 떠다니는 두 번째 크레디트 이후에 나옵니다. 무너진 관제실의 폐허 속에서 제이슨이 잔해를 해치고 나오며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더니,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찍습니다. 이후 잿더미가 된 세상에서 계속 엄마를 부르는 제이슨을 보여주며 영화는 완전히 막을 내립니다.

갈라진 여론에 분노하던 민디박사

3. 평가

 영화 <돈 룩 업>의 전체적인 평가를 요약하면 현지인 미국에서는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뉘며,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서는 대개 호평이 주를 이룹니다. 로튼 토마토는 신선도 60%대로 시작하더니 결국 50%로 하락했고, 메타크리틱은 평론/일반 모두 5점 대이며, 그나마 IMDB가 7점 초반으로 무난한 정도입니다. 미국에서 이런 불호가 강세인 이유로는 "SNL 콩트 하나를 억지로 장편 영화로 늘린 것 같다", "풍자의 방식이 너무 얕고 허접하다", "초호화 출연진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러닝타임 내내 같은 패턴만 반복된다" 등의 의견이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양쪽 진영을 모두 건드리는 모두 까기식 풍자극이라서 정치적으로 대입한 현지 미국 평론가들에게는 자신들을 모두 건드렸다 보니 혹평이 강해진 것입니다.
 풍자, 블랙 코미디 영화를 잘 찍기로 유명한 유럽권에서는 아예 호평 일색으로 프랑스의 영화 평점 사이트 ‘알로 시네‘에서는 전문가 및 대중 평가에서 5점 만점에 둘 다 3.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유명 영화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와 ‘포지티프‘에서도 4점을 매기며 호평을 내렸습니다. 한국도 대중과 평론을 가리지 않고 양측 모두 호평을 보냈습니다.
 또한 현지에서는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미국 진보 대 보수의 대결보다는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권과 언론이 기후 위기와 과학자의 충고를 진지하게 생각하느냐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즉, 반생태주의 와 반지성주의,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입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정치와 언론이 보여주는 무관심을 잘 표현했다고 칭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부정적 평가를 과학자와 비평가(언론)의 대결 구도로 몰지 말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해당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작품성이 좋지 않다고 한다고 해서 지구가 현실에서 현재 처한 위기를 담은 영화의 메시지에 동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감독 애덤 맥케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화를 안 좋게 본 사람들은 환경 재난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렇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내 생태주의자 및 과학자 그룹들 역시 영화를 보고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부터가 반대 입장에 있다는 것 아니냐며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쿠키영상을 꼭 보셔야합니다...ㅋㅋㅋ 이것은 쿠키 1

4. 제작비화

1) 원래 애덤 맥케이는 2020년 4월에 파라마운트와 영화를 같이 작업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파라마운트와 모기업 바이어컴의 재정 악화로 여러 작품들을 넷플릭스에 판권을 팔았는데, 본작도 그중 하나입니다.
2) 개봉 전부터 캐스팅으로 상당히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오스카 수상 배우만 해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마크 라이런스가 있고 오스카 후보 배우까지 하면 티모시 샬라메, 조나 힐이 있습니다.
3)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조나 힐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이후로 8년 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하고, 케이트 블란쳇은 <에비에이터> 이후로 17년 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또 메릴 스트립은 <마빈의 방> 이후로 24년 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4) 제니퍼 로렌스는 영화 촬영 초반에 치아의 라미네이트가 빠졌지만 촬영 중의 코로나-19 방역수칙 때문에 치과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에 제작진은 빠진 이빨을 CG로 편집했습니다. 또한 코걸이의 자석을 몇 번이고 삼키고 뱉어내야 했다고 합니다.
5) <돈 룩 업>의 공개 시점이 2021년 12월 경이라 처음부터 미국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유행 대처를 풍자하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의 원안이 완성된 시점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기도 전이었고 혜성의 지구 충돌이라는 소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를 빗댄 것이었습니다. 초기에는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상정하며 각본을 짰지만 이 영화 제작을 착수한 2019년 11월 경 이후 실제로 전지구적인 위기가 본격화되었고, 게다가 영화가 제작되는 도중에 도널드 트럼프가 코로나 치료제라면서 살균제를 마시라고 떠들어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에 애덤 멕케이는 "자신들이 비판하려던 비과학적 정책 결정이 진짜로 일어나고야 말았다"면서 각본을 대대적으로 수정하였고 최종 각본에 제작진 말마따나 "더 미친" 풍자를 추가한 것입니다.
6) 성경의 예레미야서와 공통점이 많습니다. 예레미야는 계속 이스라엘이 멸망한다고 외치고 다니는데 정작 사람들은 비웃고 멸시하거나 웃기게만 바라보던 것과 조금 진지하게 보는 사람들은 정작 권력이 없어서 그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마저도 유사합니다.
7) 제이니 올린 대통령이 브론테록에게 먹히는 쿠키 영상은 각본에 없었으나, 촬영 도중 메릴 스트립이 "나는 어떻게 죽나요?"라고 애드리브를 친 덕분에 쿠키 영상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행성 도착 도중 일꾼들을 태운 포드가 폭발해서 자기들만 남게 된 억만장자들이 자기 집을 지어주는 사람에게 몇십억 달러를 주겠다고 서로 돈자랑을 하는 장면이었다고.

우리는 지구의 마지막날 축배를 들 수 있을까?

5. 마무리

 영화 <돈 룩 업>은 아담 맥케이 감독이 지닌 날카로운 통찰력이 집대성된 포스트 아포칼립스 블랙 코미디의 정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지구 멸망'이라는 클리셰를 답습하는 재난 영화가 아니라, 사실과 과학이 자본과 정치라는 거대 필터에 걸러질 때 얼마나 기괴하게 왜곡되는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인류 보고서에 가깝습니다.
 특히 영화 곳곳에 배치된 빠른 컷 전환과 실제 자연의 아카이브 영상들은 인류가 잃어버릴 것들의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실소 뒤에 밀려오는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합니다. 이는 기존의 재난 영화들이 보여주던 영웅주의적 서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무능한 권력과 눈먼 대중이 합작하여 만들어내는 '합리적 파멸'을 극도로 냉소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장르적 쾌감을 선사합니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또한 이 영화를 탐닉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입니다. 신경증적인 과학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감정의 밑바닥까지 솔직하게 드러낸 제니퍼 로렌스의 호흡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마크 라이런스가 연기한 피터 이셔웰이라는 캐릭터는 현대 IT 거물들의 특징을 기괴할 정도로 완벽하게 재해석해 소름 끼치는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영화의 백미는 역시 식탁 앞에 모여 마지막 식사를 나누는 결말부인데, 웅장한 폭발이나 비장한 음악 대신 "우리는 정말 모든 걸 가졌었어"라는 담담한 대사 한 마디로 인류의 오만함을 정리해 버리는 연출은 근래 본 블랙 코미디 중 가장 강력한 시네마틱 펀치였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하늘을 보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느냐를 묻는 가장 시의적절한 걸작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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