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영화는 동동_Edward 님의 추천으로 선정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1. 영화 전,란
이 작품은 넷플릭스 영화로, 임진왜란이라는 혼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신분을 넘어선 우정을 나눴던 두 남자가 전쟁 후 적이 되어 재회하는 서사를 그린 무협 액션 사극입니다. <심야의 FM>을 연출했던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거장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공동 각본에 참여하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주인공 '천영' 역의 강동원은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갖춘 노비로 분해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고, 그와 우정을 나눴으나 오해 끝에 대립하게 되는 양반가 아들 '종려' 역은 박정민이 맡아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펼쳤습니다. 여기에 차승원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임금 '선조'로,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등 실력파 배우들이 의병과 일본군 장수로 합세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2024년 10월 11일 전 세계에 공개된 이 작품은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OTT 영화 최초의 개막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시나리오 과정에서 쉼표 하나까지 신경 쓰며 제목을 <전,란>으로 정한 이유가 전쟁(戰)과 그로 인한 난리(亂)를 병렬적으로 강조하기 위함이었다는 점과, 강동원이 촬영 중 김상만 감독의 시각적 연출과 음악적 감각에 감탄해 현장에서 모니터를 지켜보며 배울 점이 많았다고 언급한 비하인드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2. 줄거리
영화 <전,란>은 전(戰), 쟁(爭), 반(反), 란(亂)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거대한 글자가 나타납니다.
<전(戰)>
조선 최고 무신 가문의 도련님 ‘이종려‘(박정민)와 빚 때문에 노비가 된 ‘천영‘(강동원)은 같은 집에서 자라며 주인과 종의 관계이자 벗 같은 사이입니다. 종려는 무과 급제를 꿈꾸지만 실력이 부족하고, 대신 천영이 타고난 무예 실력으로 몰래 훈련을 돕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신분을 넘어서는 우정처럼 보이지만, 천영은 양인에서 노비로 전락한 자신의 운명과 종려 집안에 대한 분노를 마음속에 품고 있습니다.

어느 날 천영은 도망치다 추노꾼 ‘광이‘(최대훈)에게 붙잡혀 다시 집으로 끌려오고, 이와 동시에 ‘선조‘(차승원)는 ‘만민 평등’을 주장한 선비를 처형하며 왕권과 신분제를 지키기 위해 잔혹한 면모를 드러냅니다. 그런 시대 분위기 속에서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종려는 결국 무과에 급제해 선조의 호위 무관으로 차출되어 왕의 피란길에 동행하기 직전 집에 들러 가족들에게 피난을 준비하라 말한 뒤, 헛간에 묶여 있던 천영을 풀어주고 떠납니다.

종려가 떠난 뒤 집안의 노비들은 그동안의 설움에 폭발해 주인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는 반란을 일으키고, 혼란 속에서 천영은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가까스로 살아남지만, 멀리서 소식을 듣게 되는 종려는 부모와 아내·아들이 노비들에게 몰살당했다고 믿게 되며 모든 원한을 천영에게 돌리기 시작합니다.
<쟁(爭)>
일본군 장수 ‘겐신‘(정성일)은 냉혹한 선봉장으로 등장해 백성들을 학살하고 마을을 불태우며 공포를 퍼뜨립니다. 점을 치는 ‘무녀‘(송유현)가 겐신에게 “당신의 손에 든 칼로 목이 꿰뚫려 죽을 것”이라는 불길한 운명을 말하자, 겐신은 이를 비웃고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해 자신의 잔혹성을 드러냅니다. 한편 천영은 떠돌다 의병장 ‘김자령‘(진선규)을 만나 그의 부대에 합류하고, 양반 출신이지만 신분을 가리지 않고 백성·노비들과 함께 싸우는 자령의 아래에서 전장에 나섭니다.

천영은 뛰어난 검술과 전술 감각으로 의병의 핵심 전력이 되며 이름을 떨치고, 전투 중 여러 차례 겐신과 맞붙어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면서 다시 만나야 할 운명 같은 관계가 됩니다. 반면 종려는 선조 곁의 호위 무관이 되어 점점 더 높은 자리에 오르지만, 백성과 군사를 버리고 도망치기 바쁜 왕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환멸과 갈등을 키웁니다. 그는 집안 몰살의 범인이 천영과 노비들의 반란이라고 굳게 믿으며, 언젠가 천영을 마주치면 반드시 죽이겠다는 복수심을 키워 나갑니다.
<반(反)>
7년에 걸친 왜란이 끝나갈 무렵, 의병과 백성들이 쌓아 올린 공로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본격적인 거역의 움직임이 시작됩니다. 김자령과 그의 의병들은 전쟁 내내 큰 공을 세웠고, 자령은 그 공을 발판 삼아 천영과 다른 노비 출신 전우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선조를 직접 찾아가 “공을 세운 노비를 풀어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노비 해방을 청원합니다.

하지만 선조는 자신보다 백성과 군사들의 존경을 받는 자령의 존재를 두려워하고, 천영을 가족의 원수로 여기는 종려 역시 그를 제거할 기회로 바라봅니다. 결국 조정은 자령과 의병들에게 ‘역모를 꾀했다’는 죄명을 씌우고, 종려는 왕의 명령을 수행하는 장수로서 그들을 체포하고 처형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의병들은 무참히 목이 잘리고 효수되며, 김자령과 동료들은 모두 잔혹하게 죽음을 맞습니다.

천영만 간신히 살아남아 잘린 전우들의 머리를 안고 돌아와, 자신들이 목숨 바쳐 지킨 조선이 끝내 자신들을 버렸다는 사실에 절망합니다. 그는 자신을 역적으로 만든 조정을 향해 “그렇다면 진짜 역적이 되어 주겠다”는 뜻으로 쿠데타와 민란을 결심합니다.
<란(亂)>
민란으로 인해 입지가 좁아진 선조는 종려의 제안에 따라 왜군 장수 겐신을 '김충면'이라는 이름의 항왜로 삼아 의병 소탕에 이용합니다. 한편, 동료들의 참혹한 죽음을 확인한 천영은 노비 문신을 지워버리고 조정을 향한 역모를 결심하며 겐신의 보물을 차지하려 합니다. 그러나 천영은 전쟁에 지친 동료 상문의 배신으로 포박당하고, 그사이 상문 일행은 종려와 겐신의 습격을 받아 모두 몰살당합니다.

해안가에 도착한 종려는 겐신 일당을 조총으로 사살하려 하지만, 이미 수를 읽은 겐신의 역습으로 조선군은 궤멸되고 종려와 겐신의 결투가 시작됩니다. 이때 천영이 난입하며 안개 자욱한 해변에서 세 남자의 처절한 삼파전이 벌어집니다. 겐신이 잠시 이탈한 사이 맞붙은 천영과 종려 사이에서 마침내 과거 가족의 죽음에 얽힌 진실과 오해가 밝혀지며 종려는 큰 충격에 빠집니다. 다시 난입한 겐신의 공격에 종려가 치명상을 입자, 분노한 천영은 이도류를 휘두르는 겐신의 양팔을 잘라내고 그의 목에 검을 꽂아 처단합니다.


천영은 죽어가는 종려를 품에 안고 그가 여전히 동무임을 확인해 주며, 종려 역시 미안하다는 사죄와 함께 눈을 감습니다. 한편, 왜군의 보물을 기대하며 나루터로 달려 나간 선조는 궤짝 가득 담긴 잘린 코와 소금을 마주하며 극도의 공포와 허망함에 휩싸입니다. 영화는 백성을 버린 왕과 난세의 비극을 뒤로한 채 거대한 '란(亂)' 자를 띄우며 강렬하게 막을 내립니다.
3. 평가
영화 <전,란>은 한국 사극의 고전적인 서사를 빌려오면서도 그 이면에는 계급투쟁과 인간의 존엄이라는 현대적인 함의를 날카롭게 심어놓은 지적인 액션 서사극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돋보이는 성취는 검술이라는 신체적 액션을 인물들의 계급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승화시켰다는 점인데, 천영(강동원)의 유려하고 변칙적인 검술이 신분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민초의 생명력을 대변한다면 종려(박정민)의 묵직하고 정교한 검술은 무너져가는 봉건적 질서를 수호하려는 지배층의 고집을 시각화합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이 참여한 시나리오는 단순히 외세와의 전쟁에 매몰되지 않고, 국가라는 시스템이 개인의 충성심을 어떻게 배신하고 도구화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며 서사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차승원이 연기한 선조는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상징적 장치로 작용하며, 백성의 고통에는 무감각하고 오직 자신의 권위와 왕실의 재건에만 집착하는 지배층의 추악한 민낯을 냉소적인 미장센 속에 녹여냈습니다.
영화의 절정인 해안가 삼파전은 안개라는 시각적 요소를 활용해 진실이 소외된 난세의 혼돈을 완벽하게 포착하며, 서로의 칼끝이 맞닿는 순간에야 비로소 계급의 두꺼운 외피를 벗고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게 되는 비극적 아이러니를 완성합니다. 이 영화는 화려한 액션이라는 외피 속에 '전쟁(戰)'보다 잔인한 '정치(政)'와 그 속에서 짓밟힌 개인들이 일으키는 '난리(亂)'를 배치함으로써, 장르적 쾌감과 사회비판적 통찰을 동시에 획득한 수작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4. 제작비화
1)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면서 공개 전부터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2) 김상만 감독은 이말년의 만화 <조선쌍놈>에서 "나는 잘생겼지만 노비이기 때문에 노비다"라는 대사가 생각나서 강동원을 노비로 캐스팅했다는 캐스팅 비화를 밝혔습니다.
3) 강동원의 첫 OTT 작품이자, 첫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입니다. 그리고 <형사>와 <군도: 민란의 시대>에 이어 세 번째로 검을 쓰는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또 두 작품 모두 천영 못지않은 기구한 인생사를 가진 무사 캐릭터들입니다. 다만 <형사>의 '슬픈 눈'은 캐릭터가 아예 대사가 없어 과거사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특히 본작의 천영은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 위해 생을 걸어 본 자'라는 <군도: 민란의 시대>의 조윤 캐릭터에 거의 셀프 오마주 수준의 캐릭터입니다.
4) 박정민의 첫 사극 주연작입니다. 그리고 네 번째 넷플릭스 작품입니다.
5) 박정민은 강동원과는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이후 약 1년 만에, 김신록과는 드라마 <지옥> 이후 약 3년 만에, 진선규와는 영화 <사바하> 이후 약 5년 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6) 강동원은 양반 역할을 하면 제약이 많아 되려 몸종을 연기하면서 편하고 자유로워서 좋았다고 밝혔습니다.
7) 정성일은 일본인 무사 겐신을 연기하기 위해 일본어를 무려 6개월간 공부했는데, 영화 <아가씨>에서 일어를 담당한 원어민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고 합니다.
8) 강동원은 대본을 받아 읽었을 때부터 천영과 종려 관계에서 퀴어코드를 느꼈다고 합니다. 삭제된 장면들이 모두 들어갔다면 지금보다 멜로가 더 진해졌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중 하나로 최종 완성본에서는 편집되었지만 종려의 결혼식에서 종려의 결혼 상대를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는 장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박정민 역시 촬영하면서 우정 이상의 로맨스로 읽힐 여지를 몰랐던 것은 아니라며, 실제로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감독 모두 느꼈던 이상한 공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9)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부국제 사상 최초로 OTT 작품의 개막작 선정입니다. 이로 인해서 왜 OTT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는지에 대한 강한 논란도 벌어졌습니다. 이건 칸 영화제에서 <옥자>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과 비슷합니다.
10) 시대적 배경이 조선 시대인 넷플릭스 작품이다 보니 해외에서는 이전의 넷플릭스 흥행작 <킹덤>에 대한 언급이 적지 않게 나오기도 하며, 또 몇몇은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킹덤 시즌 3>는 언제 나오냐는 언급도 있었습니다.
11) 서양검술협회의 김상윤이 본작의 제작에 검술 지도역으로 참여했습니다.
12) 검 위에 카메라를 붙이는 등 클로즈업 촬영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5. 마무리
영화 <전,란>은 '박찬욱의 각본'과 '강동원의 검술'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두 조합이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 그야말로 짜릿한 비주얼 잔혹 사극입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신분제라는 숨 막히는 틀을 제시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고루한 교훈극이 아니라 세련된 무협 액션의 문법을 따릅니다. 특히 강동원이 푸른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선보이는 검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그와 대비되는 박정민의 처절하고 무거운 감정선은 영화에 단순한 액션 그 이상의 드라마적 밀도를 더해줍니다.
관객을 열광케 하는 지점은 단연 후반부 해안가 결투로, 짙은 해무 속에서 삼각 구도로 얽히는 칼날의 합은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압도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또한, 기존 사극에서 흔히 보던 전형적인 임금의 모습에서 벗어나 기괴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선조를 연기한 차승원의 캐릭터 해석은 박찬욱 월드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와 맞물려 영화의 색깔을 더욱 진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엇갈린 두 남자의 지독한 관계성과 뒤틀린 시대가 낳은 괴물들에 대한 탐구이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느껴지는 씁쓸한 여운은 이 영화가 단순한 팝콘 무비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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