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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와 야망으로 빚어진 미국의 탄생신화, <갱스 오브 뉴욕>

by 채채둥 2025.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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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갱스 오브 뉴욕' 포스터

1. 영화 갱스 오브 뉴욕

 이 작품은 마틴 스코세이지가 감독을 맡은 2002년의 역사 범죄 드라마 영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니엘 데이 루이스, 카메론 디아즈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19세기 중반 뉴욕의 슬럼가 ‘파이브 포인츠(Five Points)’를 배경으로, 아일랜드계 이민자 암스테르담 발론(디카프리오 분)이 아버지를 죽인 빌 더 부처(데이 루이스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갱단 전쟁을 그린 작품입니다.
 미국에서 2002년 12월 20일, 한국에서는 2003년 2월 28일 개봉했으며 전 세계 흥행 수익은 약 1억 9,377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제작비는 약 1억 달러에 달했으며, 런타임은 166~168분입니다. 영화는 허버트 애스버리의 논픽션 책 ‘The Gangs of New York: An Informal History of the Underworld’를 원작으로 합니다.
 연출을 맡은 스코세이지 감독은 뉴욕의 역사적 기원을 영화화하는 것이 평생의 숙원이었고, 이를 위해 30년 이상 오랜 준비를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촬영 현장은 이탈리아 로마의 시네치타 스튜디오에 뉴욕 파이브 포인츠 거리를 실물 크기로 재현하여, 당시의 혼란과 폭력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세트의 스케일, 시대 재현,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호평받았으며 특히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냉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빌 더 부처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영화는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나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이 작품은 원래 2001년에 완성되었으나 9·11 테러의 여파로 개봉이 2002년으로 연기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촬영 중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해 실제로 당시 방식의 면도칼을 들고 다니며 촬영에 임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줄거리

 1846년, 뉴욕의 하급 슬럼가 ‘파이브 포인츠’에서는 두 세력이 피비린내 나는 결전을 벌입니다. 아일랜드 이민자 세력 ‘데드 래빗파’를 이끄는 ‘프리스트 발론‘(리암 니슨)과 토착 앵글로계 갱단 ‘원주민파’를 지휘하는 ‘빌 더 부처‘(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데드 래빗파의 프리스트 발론
원주민파의 빌 더 부처

전투는 극도로 폭력적이며, 결국 빌이 프리스트 발론을 죽이며 승리를 거둡니다. 현장에서 이 모든 것을 목격한 프리스트의 어린 아들 ‘암스테르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아버지의 칼을 감춘 뒤 고아원으로 보내집니다.
 16년 후, 성인이 된 암스테르담은 복수를 위해 파이브 포인츠로 돌아옵니다. 그 사이 빌 더 부처는 뉴욕의 정치인들과 손을 잡고 도시의 암흑가를 지배하는 절대 권력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암스테르담과 빌

암스테르담은 자신의 출신을 숨기고 빌의 갱단에 들어가 그의 신임을 얻습니다. 빌은 암스테르담에게 부성애에 가까운 애정을 보이며 사실상 자신의 후계자로 삼게 됩니다. 그러나 암스테르담의 진짜 목적은 아버지의 복수였고, 그는 철저히 때를 기다립니다.
 이 시기 암스테르담은 소매치기이자 매혹적인 여자 ‘제니 에버딘‘(카메론 디아즈)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제니는 빌의 정부(情婦)이기도 하지만 점점 암스테르담에게 마음이 기울고, 두 사람은 비밀스러운 관계를 이어갑니다. 한편, 암스테르담은 빌의 세력 핵심에 속해 있으면서도 아일랜드 이민자 세력을 재결집해 복수의 기회를 엿봅니다. 그는 ‘데드 래빗파’의 재건을 위해 구원병을 모으고, 과거 아버지를 따르던 이민자들의 지지를 얻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암스테르담의 정체가 빌에게 들통나면서 상황은 폭발합니다. 빌은 그를 죽이지는 않고 공개적으로 굴욕을 준 뒤 쫓아내지만, 암스테르담은 다시 돌아와 데드 래빗파의 복귀를 선언합니다. 두 세력은 점점 충돌하며, 결국 파이브 포인츠 전역이 전쟁터가 됩니다. 빌은 암스테르담의 친구 ‘조니’(헨리 토머스)를 잔인하게 살해해 보복하고, 암스테르담은 이에 맞서 새로운 전투를 준비합니다.

'갱스 오브 뉴욕'의 한장면

 한편 도시에서는 정치와 전쟁이 얽힌 폭동이 터집니다. 남북전쟁의 징집령에 반발한 시민 폭동이 벌어지고, 혼돈 속에서 해군 대포가 발포되며 거리 전체가 포화와 피비린내로 뒤덮입니다. 혼란스러운 포격 와중 두 사람은 마지막 결투를 벌이고, 부상을 입은 빌은 전장에서 쓰러집니다. 암스테르담은 아버지의 칼로 그를 찌르며 복수를 완수합니다.

'갱스 오브 뉴욕'의 한장면

빌의 무덤과 자신의 아버지의 무덤을 나란히 놓은 공동묘지에 찾아간 암스테르담은 아버지의 무덤에 유품을 묻고 제니와 함께 떠납니다. 시간이 흐르며 그들의 무덤은 세월 속에 묻히고, 화면은 현대의 뉴욕으로 전환되며 도시의 눈부신 스카이라인이 등장합니다. 이는 과거의 피로 세워진 도시의 역사와, 잊히지 않는 복수의 세대를 의미하며 영화는 서정적으로 막을 내립니다.

3. 평가

 <갱스 오브 뉴욕>은 마틴 스코세이지의 여러 걸작들 중에서도 미국에 대한 생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제시한 영화로 여겨집니다. 똑같이 이민자인 처지에 나중에 왔다는 이유로 아일랜드계를 배척하는 영국계 미국인들, 차별에 분노하면서 정작 자신들도 흑인과 중국계 이민자를 멸시하는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이 갈등의 양 축입니다. 이들이 영화 속에서 펼치는 갈등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매우 지저분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더불어, 미국사의 흑역사 중 하나로 손꼽히는 뉴욕 징병거부자 유혈진압이 배경으로 나옵니다. 1863년 7월 13~16일에 벌어진 폭동을 군이 잔혹하게 진압한 사건입니다. 당시의 징병법은 300달러를 내면 징집을 피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했는데, 이 때문에 사실상 하층민만 군대에 끌려갔습니다. 여기에 맞서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대거 들고일어났던 것입니다. 무려 게티즈버그 전투에 참여했던 군대가 진압 목적으로 투입됐고,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며 사태는 끝났습니다.

암스테르담과 제니

4. 여담

1) <갱스 오브 뉴욕>에 등장하는 갱스터들은 실존 인물에서 따왔습니다. 도살자 빌의 모델은 유명한 갱스터인 빌 풀(Bill Poole). 실제 인물도 도살자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빌 풀 역시 영화 속의 빌처럼 "I die a true American(나는 진정한 미국인으로 죽는다)"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다만 실존 인물은 빌과 달리 1862년 이전에 죽었습니다.
2) 다니엘 데이루이스는 도살자 빌의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에미넴의 음악을 주로 들었다고 합니다. 주로 들었던 음악은 ‘The Way I Am‘입니다. 한편, 그는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 역을 제의받았지만 거절하고 이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이 영화도 수작이니 실수는 아닌 셈입니다.
3) 영화의 배경은 세트 촬영이었는데 이탈리아 로마 근처에 세트를 지어 촬영했고 대부분의 엑스트라도 이탈리아인이었다고 합니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해서 이탈리아에 주둔한 미국 공군 제31전투비행단의 협조하에 공군 인원들을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조지 루카스는 이 촬영장을 찾아 스코세이지에게 이런 세트는 그냥 그래픽으로도 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루카스는 촬영 비용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각종 첨단 촬영기술을 도입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고,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 때부터 그린스크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4) 살존 갱단이자 영화에서 중요한 세력으로 등장하는 데드 래비츠(Dead Rabbits)라는 이름이 좀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IMDB의 설명에 따르면 래비츠란 발음은 게일어의 ráibéad(분노한 자)와 발음이 비슷한며('라볫' 정도로 발음한다), dead는 very와 유사한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5) 결말에 대한 해석이 분분합니다. 가장 보편적인 해석은 ‘전근대 시대의 낭만과 규율을 가진 뒤쳐진 갱들의 입김이 도시의 판도를 바꾸는 시대는 갔다 ‘는 것입니다. 맨 처음 패싸움 신이 불과 20년 정도 전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뉴욕 시민들은 갱들의 규율에 암묵적으로 침묵하고 살았고 그들의 규칙이 지켜지는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20년 뒤에 프리스트 발론의 아들 암스테르담은 빌을 상대로 네이티브스 VS 데드 래비츠의 싸움을 20년 전의 구식 병법을 지키며 이어나가려 합니다. 하지만 강력한 연방 정부의 군대의 함포와 함께 연방 정부의 강력한 군대가 무자비하게 무차별 진압을 보여줌으로써, 암스테르담과 빌을 수장으로 하는 갱들의 시대는 이미 끝났으며 이제는 강력한 정부가 시민들을 통치하는 시대가 도래함을 알립니다.
 그리고 분열된 국민들은 그 계기를 통해 어디 출신의 이민자가 아닌 동등한 미국의 시민으로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 과거는 잊힙니다. 이것은 마지막 장면인 암스테르담이 갱들의 시대를 상징하는 아버지 프리스트 발론의 면도칼을 아버지의 무덤에 묻고 지금 우리가 아는 뉴욕 스카이라인이 세워지면서 그 무덤이 점점 묻히다 아예 없어지는 연출을 통해 시사됩니다.

'갱스 오브 뉴욕'의 한장면

5. 마무리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은 마틴 스코세이지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야심 찬 역사극 중 하나로, 19세기 중반 뉴욕의 혼란과 폭력을 생생하게 복원한 작품입니다.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미국의 탄생 신화를 잔혹한 리얼리즘으로 해부한 대서사시라 할 수 있습니다. 세트를 비롯한 미장센은 마치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한 듯한 몰입감을 주며,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빌 더 부처’는 악역의 개념을 초월해 시대 그 자체를 상징하는 괴물로 그려집니다. 그의 연기는 극 중 폭력의 미학과 권력의 잔혹함을 완벽히 체현했습니다.
 또한, 스코세이지 특유의 연출 감각 — 빠른 편집, 음악의 리듬감, 그리고 혼돈 속 질서를 찾아내는 카메라 워크 — 는 영화 전체에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디카프리오와 카메론 디아즈의 역할이 서사적으로는 다소 덜 설득력 있을 수 있으나, 그들 역시 스코세이지가 구축한 ‘미국의 원죄’ 서사 속 주체로 기능합니다. 러닝타임 내내 흐르는 폭력과 욕망, 그리고 정체성의 충돌은 보는 이를 지치게 하면서도, 동시에 스코세이지가 던지는 질문의 무게로 압도합니다. 즉, <갱스 오브 뉴욕>은 완벽하지 않지만, 영화 예술이 역사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할 수 있는 가장 웅장한 방식임을 증명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