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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할로윈 특집 4] 편견을 넘어선 우정과 진실의 마법, <위키드>

by 채채둥 2025.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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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키드' 포스터

1. 영화 위키드

 이 작품은 2024년 11월 20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 뮤지컬 판타지 영화이며, 존 추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브로드웨이 동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며, 원작은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1995년 소설 <Wicked: The Life and Times of the Wicked Witch of the West>를 기반으로 합니다. 영화는 이야기의 방대한 스케일을 살리기 위해 두 부분으로 제작되었으며, 첫 번째 편은 2024년에, 두 번째 편 <위키드: 포 굿(Wicked: Part Two – For Good)>은 2025년 11월 19일에 개봉 예정입니다.
 출연진으로는 엘파바 역에 신시아 에리보, 글린다 역에 아리아나 그란데, 피예로 역에 조나단 베일리, 마담 모리블 역에 양자경, 마법사 역에 제프 골드블럼이 출연했습니다. 시나리오는 위니 홀즈먼과 스티븐 슈워츠가 공동 집필했으며, 음악 역시 브로드웨이 원작의 주요 넘버와 함께 새롭게 추가된 곡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초록 피부를 가진 마녀 엘파바와 금발의 인기녀 글린다가 시즈대학교에서 만나 우정을 쌓고, 에메랄드 시티를 향해 떠나는 여정을 그렸습니다. 원작보다 세밀하게 인물의 심리를 표현했으며, 풍부한 특수효과와 정교하게 제작된 세트, 화려한 군무로 몰입감을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160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에게 희망과 자유, 차별에 대한 성찰을 전달하며, 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이 세계 최초 공개국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K-뮤지컬 팬덤의 영향력과 한국 관객의 뮤지컬 영화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반영한 결정이었습니다. 또한 제작 단계에서 실제 세트를 대형 스튜디오에 구현한 사실과, 아리아나 그란데가 글린다 역을 위해 직접 고음 발성을 새롭게 훈련했다는 비하인드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2. 줄거리

 ‘엘파바 스롭‘(신시아 에리보)은 태어날 때부터 초록색 피부를 가진 소녀로, 이로 인해 가족과 사회에서 소외되고 편견 속에 자랍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강한 정의감과 남다른 마법 능력을 지녔지만, 그 능력을 저주라고 생각하며 세상에 적응하려 노력합니다.

한편, ‘글린다 업랜드‘(아리아나 그란데)는 밝고 매력적인 금발 소녀로, 모두에게 인기 많고 사랑받으며 자라왔습니다. 두 사람은 마법학교인 쉬즈 대학교에서 룸메이트가 되지만, 처음에는 서로의 성격과 배경 차이 때문에 갈등을 빚습니다.

엘파바
글린다

 엘파바는 학교에서 마법학장인 ‘마담 모리블‘(양자경) 밑에서 마법 능력을 길러가면서, ‘오즈의 마법사‘(제프 골드블룸)를 만나 자신의 피부색을 치료할 희망을 품습니다. 그러나 곧 오즈가 사실은 동물들의 말을 빼앗고 권력을 남용하는 거짓된 통치자임을 알게 되고 크게 실망합니다. 이후 오즈의 명령으로 엘파바는 사악한 서쪽 마녀라는 누명을 쓰게 되고, 그녀의 주변인들도 점차 엘파바를 적대하기 시작합니다.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

 이 과정에서 엘파바는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게 되는 서쪽 마녀가 됩니다. 그녀는 동물 친구들을 해방시키고 억압에 맞서 싸우려 하나, 대중의 두려움과 오해로 점점 고립됩니다. 반면 글린다는 엘파바와 우정을 나누면서도 두 사람의 길이 달라지자 복잡한 감정을 품게 됩니다. 글린다는 ‘교장 마법사‘(피터 딩클리지)에게 인정받아 공식적인 라이벌이자 오즈 체제 내에서 성장하는 인물이 됩니다.
 엘파바는 오즈와 마법학교의 음모를 폭로하고 진실을 알리려 하지만, 국민들의 오해와 공포로 인해 쫓기게 됩니다.

영화 '위키드'의 한장면

글린다는 결국 엘파바와의 우정을 간직한 채 서로의 선택과 운명을 인정하며 헤어지고, 엘파바는 자신의 죽음을 위장하며 세상에서 사라지는 듯 보입니다. 영화는 엘파바가 서쪽 하늘로 날아오르며 자유를 외치면서 마무리됩니다.

3. 평가

 <위키드>는 근래 개봉한 뮤지컬 영화 중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습니다. 원작 뮤지컬을 아는 팬층은 열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원작을 접하지 못한 신규 관객층도 두루 만족시키는 등 모범적인 뮤지컬 영화의 예시로 평가받았습니다. 적절한 영화적 작법의 사용으로 평론가층에게도 호평을 받으며 완성도와 작품성 역시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5년 전에 실사화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캣츠> 때문에 제작이 밀리며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물은 그러한 우려를 말끔히 날려 버릴 수작이 나왔다는 평입니다.
 엘파바 역을 맡은 신시아 에리보와 글린다 역을 맡은 아리아나 그란데도 둘 다 호평을 받았습니다. 원작 뮤지컬에는 배우의 가창력을 극한까지 요구하는 넘버들이 존재하고, 그만큼 엘파바와 글린다 역을 거쳐 간 배우들의 가창력 및 연기력이 상당한 수준이라 원작 팬들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져 있는데도 받아낸 호평이라 더욱 의미가 큽니다.
 신시아 에리보는 원래 가수 겸 뮤지컬 배우였기에 넘버 소화력 면에서 확실한 강점을 보입니다. ‘The Wizard and I‘에서는 어린 소녀 같은 맑고 상쾌한 음색을 내는 한편, ‘Defying Gravity‘에선 파워풀한 목소리로 고음을 내지르는 등 다양한 음색도 선보였습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지만 속에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엘파바의 캐릭터 해석도 훌륭하게 해 냈으며, 특히 오즈더스트 볼룸에서 갈린다가 함께 춤을 춰 주자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가 돋보입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글린다의 특징인 톡톡 튀는 공주병스러운 동작을 잘 살려 연기해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존재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아리아나의 강점은 글린다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파트는 물론, 복합적인 감정을 요구하는 ‘No One Mourns the Wicked‘ 파트에서도 드러납니다. 가수 활동에서의 기존 창법과 넘버가 요하는 창법이 다르기에 캐스팅 당시 우려를 샀었는데 이를 불식시킬 훌륭한 모습을 보이며 넘버 소화면에서도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조연 중에는 마담 모리블 역을 맡은 양자경과 피예로 역을 맡은 조나단 베일리가 호의적인 반응을 많이 얻었습니다. 양자경의 마담 모리블은 원작보다 흑막스러운 면모가 늦게 등장함에도 특유의 목소리를 필두로 분위기를 잡아 내며 클라이맥스의 긴장감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조나단 베일리의 피예로는 능청스러운 면모가 있으면서도 속은 따뜻한 피예로 캐릭터를 눈을 비롯한 표정 연기로 잘 표현해 냈고, ‘Dancing Through Life‘에서 펼친 다양한 안무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원작 1막의 하이라이트 파트이자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엔딩 파트 ‘Defying Gravity‘의 압도적인 연출이 가장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일단 뮤지컬 버전에 비해 관현악 반주가 훨씬 풍성하게 편곡되었습니다. 원작은 아무래도 극장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다 보니 악단 크기에 제약이 있는 반면, 영화는 사전에 녹음된 음원을 쓸 수 있기에 기존보다 대편성의 관현악단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하모니 부분도 뮤지컬과는 확실히 다르고 영화에 맞게 더 웅장해졌습니다.

마침내 엘파바가 날아오르는 장면에서는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배치해 엘파바가 선회 비행을 할 요인을 주었으며, 360도 비행으로 동선의 미와 함께 날개 달린 원숭이들이 병사들과 충돌하며 가운데의 글린다만 강조시키는 등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또한 극의 가장 하이라이트로 치닫는 부분에서 에메랄드 시티의 전등들이 깨지며 시각적으로 잠시 반짝이는 부분을 제공함과 동시에 불이 전부 꺼져 엘파바한테 시선을 집중시키고, 이내 잠깐의 정적 후 마지막 고음을 시원하게 내지르는 등 시퀀스 전체가 소위 말하는 '뽕맛'을 최대치로 제공하기 위해 짜여 있습니다.
 ‘Defying Gravity‘의 넘버가 계속 이어지지 않고 중간중간에 여러 파트로 끊겨 전개되는데, 이 부분은 평가가 갈립니다. 그래도 중간에 추가된 장면들이 작은 뽕맛들을 채워 주거나 개연성 및 주제 의식을 보완해 주는 경향이 강하고, 노래로 쌓아 가는 감정적 전율이 워낙 폭발적이라 도중에 잠깐 쉬면서 강약 조절을 할 필요도 있었기에 대체로 관객들은 이해하는 편입니다.

영화 '위키드'의 한장면

4. 사운드트랙

이번 영화에서는 뮤지컬 1막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뮤지컬과 마찬가지로 Defying Gravity까지 총 11곡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리지널 뮤지컬 1막 전곡이 포함된 것으로, 같은 유니버설 픽쳐스 제작 뮤지컬 영화이고 상영시간문제로 인하여 여러 곡들이 삭제된 디어 에반 핸슨과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어 원작 팬들을 만족시켰습니다.

https://youtu.be/0dg2HvHjDAc?si=WbMmEdd2EU_mIi-A

[위키드 ost] 아리아나 그란데 - Popular(출처: youtube '루나버드')

 

https://youtu.be/2n5tHPFpOnI?si=GZ2HDa-WlODUBlKq

[위키드 ost] What is This Feeling (출처: youtube '유니버설 픽쳐스')

https://youtu.be/6-67Q0xALtU?si=l_svU1tl1kTSGlKb

[위키드 ost]  Defying Gravity (출처: youtube '루나버드')

5. 논란

1) <위키드> 촬영 중 글린다 역인 아리아나 그란데가 보크 역인 에단 슬레이터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이는 관련 정황으로 인해 기정사실화되고 있습니다.
2) 포스터와 관련해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원작의 포스터 속 엘파바는 모자로 눈이 가려진 채 웃는 표정을 하고 있고, 글린다는 손으로 입을 다 가리고 있습니다. 이는 두 주인공의 행보를 보여주는 포스터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엘파바와 보이는 것만을 믿고 판단하며 진실을 감추는 글린다를 상징하는 포스터입니다. 

논란의 포스터

 하지만 영화 포스터에서는 엘파바의 눈이 보이고 붉은색이 아닌 초록색의 입술로 웃고 있지 않다는 점과, 글린다의 손이 입을 전부 가리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원작의 팬들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에 SNS에서 한 유저가 원작과 비슷한 팬메이드 포스터를 만들었고, 팬들은 '이게 옳게 된 포스터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주연 배우 신시아 에리보가 인스타그램에 이에 관해 불쾌감을 표출해 팬이 좋은 의도로 사소한 부분을 바꾼 것에 대해 너무 예민하게 대응했다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유저는 신시아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며 사진을 삭제했었으나, 그 후 원작에 대한 경외심을 표하는 것뿐이라며 다시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3)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시아 에리보가 오디션을 진행한 다른 배우들을 폄하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여 논란이 되었습니다. 인터뷰 내용 상대역을 맡은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서로가 상대역으로 캐스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기분이 어땠냐는 질문에, "제가 함께 오디션을 본 다른 두 분들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이 아닌 아리아나가 글린다 역으로 캐스팅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Thank goodness, because it was not the two ladies I was auditioning with.)"라고 대답했고, 이에 아리아나는 "어머나! (Oh my God!)"라고 반응했습니다. 여담으로 해당 발언에서 신시아는 자신이 함께 오디션을 본 배우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아만다 사이프리드, 도브 카메론 등이 글린다 후보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 '위키드'의 한장면

6. 마무리

 영화 <위키드>는 고전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두 마녀, 서쪽의 나쁜 마녀 엘파바와 착한 마녀 글린다의 이야기를 다시 해석합니다. 영화는 16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원작 뮤지컬의 넘버들을 충실히 배치하며, 엘파바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 겪는 차별과 편견, 그리고 우정과 갈등을 섬세하게 다뤘습니다. 특히 뮤지컬만의 음악과 대사에 영화적 연출이 더해져, ‘Defying Gravity’ 장면과 같은 상승과 비상을 표현하는 시퀀스가 영화만의 스펙터클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내러티브는 아이러니와 반전이 교차하면서 전개되어, 엘파바가 단순한 악역이 아닌 이유 있는 인물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착하고 밝은 글린다와 초록 피부의 엘파바가 서로에게 숨겨진 자질을 끌어내며 친구가 되는 과정을 통해 선과 악, 편견과 이해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탐구합니다. 두 주인공의 우정과 성장 서사는 감정의 디테일한 표정과 몸짓을 클로즈업하여 깊은 몰입감을 줍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글린다, 신시아 에리보의 엘파바 연기는 뛰어난 가창력과 감정 표현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영화는 뮤지컬의 한계를 극복하고 영상미와 음악적 감동을 극대화한 점에서 대중성과 예술성 모두를 잡은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뮤지컬 영화 장르의 한계 때문에 기대만큼 혁신적이지는 않다는 평도 있습니다. 그러나 160분 동안 지속되는 내러티브의 세밀한 균형, 아이러니한 전개, 그리고 주제 의식의 깊이로 누구나 충분히 만족할 만한 완성도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