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영화 코코
이 영화는 2017년 가을에 개봉한 픽사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감독은 리 언크리치, 프로듀서는 달라 K. 앤더슨입니다. 멕시코의 시골에 사는 12살 소년 미겔이 고대의 신비한 존재들을 만나 운명을 변화시키는 이야기입니다. 각본은 애드리안 몰리나가, 이야기는 리 언크리치가 집필했습니다. 제작은 2016년부터 들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언크리치와 제작진들은 영감을 찾아 멕시코를 방문해서 영화에 등장하는 해골들이 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영화의 작곡은 이전의 픽사 애니메이션 삽입곡들을 책임졌던 마이클 자키노가 맡았고 제90회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주제가상 수상작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망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은 멕시코 고유의 명절입니다. 날짜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간으로, 마지막 날인 11월 2일은 국가적인 공식 휴일입니다. 원래는 아즈텍 제국 시절까지도 거슬러 올라가는 명절이며 가톨릭과는 무관한 행사였으나, 멕시코인들이 대부분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가톨릭의 모든 성인대축일(11월 1일)과 위령의 날(11월 2일)에 편입되어 명절이 되었습니다. 명절 기간 동안 음식과 고인의 사진으로 꾸민 제사상에 세상을 떠난 조상이나 가족들의 제사를 지내며 추모를 합니다. 이때 죽은 조상을 의미하는 해골 인형과 주황색의 멕시코 국화 꽃잎으로 집 안을 장식하며 해골 분장을 하고 길거리에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풍습 또한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이자 중요한 스토리가 되었습니다.
2. 줄거리
이야기는 멕시코의 산타 세실리아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신발 장인 가문에서 태어난 12살 소년 미겔 리베라를 중심으로 시작됩니다. 리베라 집안은 고조할아버지가 음악을 위해 가족을 떠난 이후로 음악을 철저히 금지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미겔의 고조할머니 이멜다는 남편의 부재로 신발 수공업으로 가족을 먹여 살렸고, 그 후로 ‘음악=가족 이탈’이라는 규칙이 내려옵니다. 미겔은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타 연주를 즐기며, 전설적 가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를 우상으로 삼습니다.

죽은 자들의 날, 미겔은 자신이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의 후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음악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에르네스토의 무덤에서 전설의 기타를 연주합니다. 이때 미겔은 마법처럼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세계는 망자의 날에만 산 자와 죽은 자가 소통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미겔은 죽은 가족들은 물론이고, 에르네스토를 안다는 유쾌하고 슬픈 영혼 헥토르를 만납니다.

현세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족 중 한 명의 ‘축복’이 필요한데, 이멜다는 음악을 영영 포기하면 복귀를 허락하겠다고 합니다. 미겔은 이를 거부하고, 축복을 받기 위해 에르네스토를 찾으러 모험을 떠나고, 헥토르의 도움을 받습니다. 여정 끝에 미겔은 에르네스토가 실제로는 헥토르의 친구였으나, 헥토르를 독살하고 그 노래와 명성을 가로챘음을 알아냅니다. 또, 헥토르가 자신의 진짜 고조할아버지임도 알게 됩니다.

미겔은 현실 세계로 돌아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까스로 가족의 진심 어린 축복을 받고 돌아옵니다. 하지만 헥토르는 가족으로부터 잊히면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도 소멸하기 때문에, 미겔은 쇠약해진 할머니 코코 앞에서 그녀가 어릴 적 아버지에게 들은 노래 ’ 기억해 줘(Remember Me)’를 불러줍니다. 그 순간 코코는 헥토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깨어나고, 헥토르의 사진과 편지를 가족 제단에 올려줍니다. 덕분에 헥토르는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시간이 흐른 후에 결국 가족 모두 음악을 받아들이게 되고, 리베라 집안은 이전보다 더 화목하게 살아갑니다. 음과 양, 삶과 죽음, 가족과 꿈이라는 주제 속에서 미겔은 가족의 사랑과 꿈을 모두 이뤄가며 성장하게 됩니다.
3. 평가
영화 <코코>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비롯해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 상을 휩쓸었습니다. 가족애를 정성스럽게 다룬 훌륭한 명작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전반적인 관객들의 평가가 매우 좋으며, 대부분의 평론가들한테서도 극찬을 받았습니다. 어린이층 관객은 물론이고 성인층 관객들에게도 자칫 매우 무겁고 진중한 소재로 다뤄질 수 있는 죽음, 그것도 가족의 죽음을 주제로 다룬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매우 기념비적인 영화입니다. 멕시코 특유의 밝은 사후세계관을 이용해 죽음에 대한 거부감을 떨쳐내고 여기에 흥겨운 음악들과 가족애, 꿈을 향한 열정까지 섞이기 어려워 보이는 재료들을 완벽하게 조합해 최고의 평가를 이끌어냈습니다.
멕시코 개봉 이후 상당기간이 지난 2017년 12월 6일(미국 시간)에 IMDb Top 250에 편입되었습니다. 평점 자체는 8.8점이기 때문에 8.6점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최고 평점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순위(29위)를 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7년 12월 13일(미국 시간) 30위(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9위)까지 올라오면서, 정말로 센과 치히로를 역전할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51위로 내려왔습니다.
그동안 2010년 이후 속편 제작이 대부분이었던 픽사의 행보와 달리 <인사이드 아웃>에 이어 최근 보기 힘들었던 픽사의 온전한 신작이라는 점에 호평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속편 제작이 많았던 만큼 최근의 픽사 영화들은 작품성은 좋지만 등장인물과 배경이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지만, 코코는 정말 새로운 배경과 등장인물이 나오면서도 최고의 작품성을 자랑해 많은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았습니다.
다만, 코코 상영 전에 방영된 20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 때문에 일부 평론가와 관객들에게 덩달아 코코의 평가에 찬물 세례를 받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도리를 찾아서>나 <카 3: 새로운 도전>의 앞에 삽입된 단편 애니메이션은 짧으면서도 재미있게 교훈을 전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이번 겨울왕국 단편은 가족과 전통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전달했지만 영화판만큼 흥미롭지도 않고 스토리가 과하게 올라프에게 맞춰진 채 너무 정신없이 진행되어서 디즈니 단편인 것치고 평가가 좋지 않은 편입니다. 코코 앞에 삽입된 이 단편 애니메이션 때문에 코코를 보러 온 관객들이 실망감과 지루함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결국 국내 개봉 약 한 달 만인 2월 8일부터 단편 애니메이션을 본편 엔딩 크레디트 뒤로 옮겨 상영하기로 했습니다.

4. 작품에 대한 논란
<코코>의 제목에 관련하여 논란이 있었습니다. 픽사가 원래 붙이려고 했던 제목은 ‘디아 델 로스 무에르토스 (Día de los Muertos)‘로, ‘망자의 날‘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멕시코에서 문화적으로 중요한 축제의 날이며 코코의 줄거리의 핵심 소재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픽사의 모기업인 디즈니가 이 명절 이름 자체를 상품화하려 한 것입니다. 이는 멕시코계 미국인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습니다. 미국 저작권법으로는 제목은 보호되지 않으나, 한 나라의 명절 이름이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비난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영화의 제목을 <코코>로 변경했습니다.
또 다른 비판은 코코의 캐스팅은 모두 멕시코인이거나 히스패닉이지만 제작진의 다수가 백인이라는 점입니다. 그래도 디즈니가 이런 논란을 우려했는지 제작진이 멕시코에 가서 3년간 살다오기도 했고 스토리 팀에 다수의 멕시코인들을 투입했습니다. 감독과 제작진 다수가 백인일지라도, 스토리에 멕시칸들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영화에 문화가 잘못 표현되는 일은 없을 듯합니다. 또한 음악의 경우에도 작곡가가 멕시코 음악가들과 함께 작곡과 녹음을 진행해서 멕시코의 음악을 최대한 구현해 내려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영화 속 여느 멕시코 아이들처럼 바지의 밑단을 접은 미겔의 모습이나 미겔의 할머니가 화를 내며 신발을 휘두르는 모습 등 멕시코 문화의 섬세한 부분까지 표현해 내었다며 오히려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타문화를 어떻게 잘 표현해 낼 것인가는 폴리네시아 문화를 다룬 <모아나> 때에도 불거졌던 이슈이며 디즈니는 <모아나> 제작 당시에도 <코코>의 제작과 유사하게 폴리네시아인 그룹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구하고, 그들의 의견에 따라서 스토리를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에 개봉한, 비슷한 주제와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마놀로와 마법의 책(The Book of Life)>의 제작진과 감독이 멕시코인이었다는 것과 비교했을 때에는 아쉬움을 갖는 점입니다.

5. 마무리
영화 <코코>는 멕시코의 망자의 날 문화를 축제이자 따뜻한 추모의 시선으로 재해석합니다. 사후 세계를 밝고 환상적인 색채와 즐거운 음악으로 표현하며, 죽음을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기억을 통한 새로운 연결로 바라봅니다. 실제로 “진짜 죽음은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이라는 메시지는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미구엘이 코코에게 ‘기억해 줘(Remember Me)’를 불러주는 장면은,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가 기억을 통해 영원해질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새깁니다.
또한 환상적인 색감과 유려한 연출, 캐릭터의 생동감 있는 표정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해골 캐릭터라는 신선한 소재 선택과 멕시코 특유의 밝고 유쾌한 죽음에 대한 태도 역시 기존 애니메이션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접근인 듯합니다.
단순히 가족 찬가에 머물지 않고, 개인의 꿈과 가족의 전통 사이에서 고민하는 미겔의 성장도 설득력 있게 다루어냈습니다. 결말부에서 가족과 음악 모두를 품어내는 미구엘의 선택은, 꿈의 실현이 꼭 가족과의 단절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미구엘의 꿈이 다소 가족의 틀에 흡수되었다는 점에서 고민을 제기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코>는 세대를 뛰어넘어 삶과 죽음, 사랑, 기억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탁월한 예술적 감각으로 전달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두 번 세 번 봐도 새로운 감동을 주는 작품입니다. 여름휴가철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충분할 때, 다 같이 관람하시기를 강력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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