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영화 한니발 라이징
이 영화는 미국의 범죄 스릴러 소설가인 토마스 해리스가 2006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한니발 렉터 시리즈 4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지만 내용상 1부에 해당하며 그의 젊은 시절을 다루는 프리퀄 작품입니다. 2007년 피터 웨버 감독이 영화로 제작했으며 청년 렉터 역에 가스파르 울리엘, 레이디 무라사키 역에 중국의 영화배우인 공리가 열연했습니다. 렉터의 과거를 다루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사실에 많은 팬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그의 식인 행위가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떄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많은 팬들이 실망했다고 합니다. 또한 그동안 렉터와 전혀 관계가 없었던 와패니즈 요소가 뜬금없이 등장한 것도 개연성을 떨어뜨렸습니다. 결국 이런 실망으로 소설과 영화 모두 평이나 흥행에서 참패했습니다. 영화는 제작비 8000만 달러로 전 세계에서 8527만 달러를 버는데 그쳐 한니발 렉터 시리즈에서 가장 실패한 영화가 됩니다. 한국에서도 전국 관객 25만에 그쳐 시리즈 중 가장 실패했습니다.
2. 줄거리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한니발 렉터는 2차 세계대전으로 가족을 잃고 나치군에 빌붙은 악랄한 민병대들에게 동생인 미샤가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습니다. 반쯤 폐인이 된 렉터는 소련의 고아원에서 탈출하여 화가로 유명한 삼촌 로버트 렉터와 결혼한 일본인 숙모 레이디 무라사키에게 거둬집니다. 레이디 무라사키는 렉터를 열심히 보살피고 렉터 또한 과거의 상처를 딛고 그림을 그리거나 의대에 진학하는 등 정상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레이디 무라사키는 렉터에게 검도를 가르쳐주고 사무라이식 정신 교육도 했는데, 이 교육이 부정적으로 작용해서 숙모를 모독한 나치 부역자 출신 푸줏간 주인을 살해하면서 살인마로서의 본성에 눈뜨게 되고, 동생 미샤를 살해한 민병대들을 우연히 만나면서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렉터는 복수를 마음먹고 틈틈히 조사를 해나가며 지금은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나치 민병대들에게 복수를 하게 됩니다. 숙모를 그를 말리다가 결국 떠나게 되고 그 후 렉터는 자살로 위장한 채 캐나다로 가서 마지막 남은 원수를 처리하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3. 감상 포인트
그냥 평범한 살인마의 복수극 이야기인것 같지만 속아서는 안됩니다. 중요한 조연으로 예쁜 일본인 숙모가 나옵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오리엔탈리즘과 숙모와의 로맨스도, 또 작중 악역들의 개성도 거의 단편적이며, 반전이랍시고 집어넣은 게 별로 수긍이 안 가는 방법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전쟁과 가족의 죽음이라는 설정이 덧붙여짐에 따라 '영화 사상 유례없는 천재적 살인마도 결국은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는 식이 되어서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독특한 매력이 빛을 바란 것 같습니다. 게다가 렉터의 이미지가 반쯤 굳어질 만큼 카리스마 넘쳤던 안소니 홉킨스에서 젊고 멋진 소년 이미지의 다른 배우가 맡아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해리스는 이 한니발 라이징을 쓸 생각이 없었고 3부작으로 끝낼 생각이었지만 앞서 나온 3편의 영화가 다들 인기가 있다 보니까 4번째 영화 제작이 기정사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원작이 없는 상태에서 영화가 나오게 되면 영호 시나리오 작가가 마음대로 쓰는 설정이 되어버리게 될 테니 이것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해리스 본인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4. 영화가 말하는 사회적 비판
이 영화는 사회의 가치관과 도덕성을 비판합니다. 렉터가 처한 극단적인 환경은 그가 악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만든 상처를 보여줍니다. 이는 재정의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관객 스스로에게도 귀결됩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범죄와 폭력 속에서 어떤 식으로 인성의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일꺠우는 것입니다. 또한 영화상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요소는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입니다. 어린 렉터는 전쟁터에서 가족을 잃고, 정서적으로 고통받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렉터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음모를 느끼게 되며, 이는 나중에 그의 식인 본능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를 통해 관객은 충격과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무섭고 긴장감 있는 장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서도 그러한 심리를 탐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5. 마무리
한니발 라이징은 내가 아는 렉터와는 다른 인물을 만나게 되어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가 과거를 통해 살인마로 성장하는 과정이 자세히 그려져 있어 그의 행동과 감정에 대한 이해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렉터가 자신의 가족을 죽인 자들에게 복수하는 장면인데 그가 비록 살인마가 되었지만, 그가 성장해나감에 따라 그에 대한 고통도 함께 커져갔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매력이 반감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약간은 상스러운 모습과 일본 숙모 등, 다른 한니발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살인마로서의 무게감이나 매력의 부족함이 보였습니다. 또한 그의 성장사를 알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컴퓨터보다 더 치밀한 한니발 렉터 박사의 성장기 치고는 어딘가 허술하고 단순 복수극으로 시종일관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떤 인물이 설득력 있게 창조되려면 실제적 개연성 이상의 심리적 통찰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한니발 렉터라는 인물의 원형을 시리즈에서 뒤늦게 급하게 설계해서 세상에 내놓았다면, 그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사실 차곡차곡 설계되어 가공된 순차적 인물이 아니라, 그야말로 난데없이 뚝 떨어진 기상천외한 악마, 그야말로 '자체적인 한니발 라이징'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인물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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