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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니발이 되고싶은 슬픈 양, 레드 드래곤의 모든 것

by 채채둥 2025.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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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드드래곤 포스터

 

1. 영화 레드 드래곤

이 영화는 미국의 범죄 스릴러 작가 토마스 해리스가 1981년에 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한니발 렉터 시리즈 4부작의 3번째 작품이지만 내용상 2부에 해당됩니다. 작 중 한니발 렉터는 조연에 불과하여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만큼의 압도적인 분위기를 내지는 않습니다. 렉터의 직접적인 등장은 세 쳅터에 불과하며 주인공 빌 그레이엄과는 소설 전체에서 단 한번 대면합니다. 그러나 FBI 요원이 렉터의 조언을 받아 또 다른 연쇄살인범을 추적한다는 큰 줄거리는 일치하며 렉터의 비인간적 잔혹성과 탈인간적 직감에 대한 묘사는 짧은 등장임에도 소름끼칩니다. 원래 영화 '양들의 침묵' 보다 5년 먼저 한니발 렉터가 나오는 작품이 영화화가 됐었습니다. 바로 마이클 만의 1986년 영화 '맨헌터'입니다. 이 영화는 마이클 만의 무명 시절이라 그런지 저예산으로 제작되었고 내용 역시 원작을 잘 살리지 못해 흥행에서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비평 쪽에서는 스타일리쉬한 미장센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렉터의 분량을 억지로 늘린 지금 살펴보고 있는 2002년작보다 오히려 원작에 가깝습니다.이후 영화 판권을 가진 제작자인 디노 드 로렌티스는 조너선 데미의 '양들의 침묵'이 대박을 거두자 전격적으로 레드 드래곤을 다시 한 번 영화화하려고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제작이 무산되었습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미뤄지다 2001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한니발'이 흥행에 꽤 성공하면서 레드 드래곤 역시 제작에 탄력을 받아 한니발 렉터를 실감나게 연기한 안소니 홉킨스를 다시 한 번 주연으로 하고 브렛 래트너가 연출을 맡아 영화화하게 됩니다.

2. 줄거리

FBI 프로파일러 윌 그레이엄은 뛰어난 직감과 분석력으로 범죄자를 추적하는 전문가입니다. 그는 천재적이지만 잔혹한 식인 살인마 한니발 렉터와의 대화를 통해 범죄를 해결해 왔지만, 어느 날 렉터가 바로 자신이 찾던 연쇄살인마임을 깨닫습니다. 렉터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윌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FBI를 떠나 평범한 삶을 살기로 합니다. 몇 년 후, FBI는 '이빨 요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연쇄살인범이 두 가정을 몰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자 윌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윌은 수사 과정에서 이 살인마가 레드 드래곤이라는 정체 불명의 존재를 숭배하고 있음을 알게됩니다. 그러나 범인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렉터의 조언이 필요했고, 결국 다시 그를 찾아갑니다. 감옥에 갇혀 있던 렉터는 협력하는 대가로 미묘한 심리 게임을 벌입니다. 그는 수사에 도움을 주면서도 윌을 서서히 무너뜨리며 그의 가족까지 위험에 빠뜨리려 합니다. 한편, 연쇄살인범 프랜시스 달러하이드는 어릴 적 학대당한 경험으로 인해 자신을 레드 드래곤이라 믿으며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언론과 경찰의 관심을 즐기며 자신이 완벽한 존재가 되기 위해 점점 더 광기에 빠져듭니다. 달러하이드는 우연히 만난 장애인 여성 리바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자신의 내면에 도사린 레드 드래곤의 본능을 억제하지 못합니다. 윌과 FBI는 달러하이드의 은신처를 추적해 공격하지만 그는 죽은 척 연기하고 살아남습니다. 이후 윌의 집에서 가족을 위협하지만 윌과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 사살당합니다. 렉터는 여전히 교도소에서 윌을 조롱하며 마지막 장면에서는 '양들의 침묵'의 스탈링을 만나기 기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끝납니다.

3. 감상 포인트

이번 작의 이야기의 중심은 렉터가 아니라 수사관 윌 그레이엄과 '이빨 요정' 살인마 프랜시스 달러하이드에게 있습니다. 양들의 침묵과는 달리 외적인 드라마를 스피디하면서도 정밀하게 보여주며 수사관 캐릭터보다 범인 캐릭터에 보다 더 초점을 맞춥니다. 양들의 침묵의 경우에는 연쇄살인범을 수사하는 외적인 드라마가 나오기도 하지만 주인공의 내적인 드라마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범인 캐릭터보다 수사관 캐릭터를 더 중점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렉터는 등장 비중뿐 아니라 분위기에 있어서도 꽤 감정적이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정식 FBI 요원도 아닌 풋내기였던 스탈링과는 달리 베테랑 수사관인 윌 그레이엄을 상대로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탈링은 렉터의 말을 고분고분 잘 따르면서도 어떻게든 회유하려는 편이었지만 윌은 렉터가 조금만 심통 맞게 굴어도 의자를 박차고 나갑니다. 

4. 원작 소설과의 차별성

소설상에서는 윌이 피해자의 정신과 상담의였던 렉터에게 자문을 구하러 왔다가 그의 착장에 진열된 수술학 교과서의 표지가 피해자의 상처 모양과 똑같다는 것을 알아채고 렉터를 공격합니다. 렉터는 이후 전화를 받고 달려온 FBI와 경찰들에게 검거됩니다. 영화는 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나는데, 렉터가 여느 때처럼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연주가 형편없던 단원을 요리해 대접하고, 그날 저녁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윌 그레이엄에게 범인이 피해자를 요리해 먹는 것 같다는 사실에 가까운 추리를 듣게 됩니다. 피해자들에게서 없어진 부위가 요리에 쓰이는 부위였기에 가능한 추론이었습니다. 윌은 책장을 둘러보다가 송아지 췌장 요리법에 동그라미가 쳐진 요리책을 발견하고 렉터가 범인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그 직후 칼을 들고 온 렉터에게 찔리지만 반격하고 총을 쏴서 간신히 검거하게 되고, 한니발 시리즈를 통틀어 한니발 렉터를 검거한 유일한 인물이 됩니다. 그리고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는 달러하이드와의 마지막 대결에서 고어도를 대폭 낮췄습니다. 소설상에서는 얼굴을 칼로 난자당하는데 영화에서는 총 몇 발을 맞습니다. 소설에서는 윌 그레이엄이 달러하이드 사살 후 자신도 자신의 얼굴을 평생 비관해야 하는 처지, 즉 약간 다른 의미로 연쇄살인범의 처자로 전락하난 의미가 있다지만 영화에서는 그러한 윌의 고뇌가 중심이 아니었기 때문에 적절한 생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드 드래곤은 전체적으로  한니발 렉터와 윌 그레이엄의 대결 구도로 영화가 진행되어 결국엔 렉터의 판정승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윌이 죽거나 소설에서처럼 얼굴이 엉망이 되어 피폐한 삶을 살게 된 것도 아니기에 렉터의 승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5. 마무리

영화 초반 윌이 렉터를 검거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처음부터 범인을 잡으면 다음 전개가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의아함을 만들어내는데 곧바로 새로운 살인마가 등장하며 금방 새로운 흥미를 만들어냅니다. 윌이 렉터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 과정에서 변수가 생기는 것이 재미 포인트였습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었고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의 전개가 몰입감을 더해주었습니다. 영화가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누구나 인정할 한니발 렉터 역의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력 덕분일 것입니다. 비록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에서 10년 이상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기에 외모적인 부분은 무리였지만 그의 연기는 그런 요소 따위는 하찮게 만들었습니다. 감독이 무리인 줄 알면서도 그의 출연을 강행했던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