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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절대 현혹되지 마라, 곡성

by 채채둥 202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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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곡성

이 영화는 영화 <추격자>, <황해>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3번째 영화입니다. 2016년 영화계에서 주목도가 높은 천우희, 곽도원이 출연함과 동시에 엄청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황정민이 출연하고 평론가 평점이 높은 것 등이 입소문을 탔는지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개봉 5일 만인 5월 15일까지 230만 명의 관객 돌파, 주말 관객수 180만 명 등 비수기에 이례적인 흥행을 했습니다. 영화의 호불호가 극도로 갈림에도 불구하고,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관객들의 호기심이 흥행 포인트였던 듯합니다. 이 영화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인지 임팩트가 강한 대사들이 아직까지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뭣이 중헌디? 도대체가 뭣이 중허냐고? 뭣이! 뭣이!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그놈은 미끼를 던져분 것이고 자네 딸은 그 미끼를 확 물어분 것이여.", "말을 해도 믿지 못할 것이다.", "네가 말했잖아. 악마라고.", "내 손과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등이 있습니다.

2. 줄거리

주인공 '종구'(곽도원)는 마을의 경찰관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평범한 인물입니다. 어느 날, 마을에서 한 가족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범인은 가족 중 한 명이었으며, 발진과 눈의 충혈 같은 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미쳐 날뛰는 모습이었습니다. 비슷한 형태의 사건이 계속 이어지고, 종구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모든 일이 최근에 이사 온 일본인 남자 때문이라고 수군대며, 그가 산속 외딴집에서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한 사냥꾼은 자신이 산에서 일본인을 봤다며, 그가 짐승의 시체를 먹고 있었고, 눈이 시뻘겋게 충혈돼 있었다고 증언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날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도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욕설을 퍼붓고 폭력적으로 변하며, 발진과 열이 생기고 그런 이상증상이 점점 더 심각해 지자 종구는 딸을 구하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무당 '일광'(황정민)을 찾아가 굿을 하게 됩니다. 일광은 일본인이 악귀라고 이야기하고 효진에게 무언가 씌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굿을 진행하고 살을 날리지만, 굿 도중 효진은 고통에 시달리고, 종구는 이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중단시켜 버립니다. 이후, 종구는 '일본인'(쿠니무라 준)을 찾아가 그를 죽이려고 하지만 좀비 처럼 죽지 않는 존재와 싸우게 되고 일본인을 잡는데 실패하고, 일본인은 홀연히 사라집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빗길에 사고를 내는데 그 일본인을 치어 죽게 하고 시신을 버리고 내려옵니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여자'무명'(천우희)이 등장해 종구에게 일본인이 귀신이며, 귀신이 덫에 걸리면 닭이 3번 울게 되는데 그때까지 절대 집으로 가지 말라고 말하며 종구를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종구는 무명의 경고를 무시하고 딸을 구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그 순간 무명의 손에 피가 흐르기 시작하며, 이는 종구가 함정에 빠졌음을 암시합니다. 종구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집으로 달려가지만 온집안에 피가 흥건하게 흘러있고 아내와 장모는 효진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는데.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종구는 효진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지만 결국 효진이 혼자 들마루에 걸터앉은 채 날이 밝아 옵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일본인이 사진기를 들고 희생자들의 사진을 수집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며, 그가 단순한 인간이 아닌, 악령 혹은 악마 같은 존재였음을 암시합니다. 또한 무당 일광이 일본인과 연결된것 처럼 보여지며,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끝까지 모호하게 남겨집니다.

3. 평가

김지운 감독 <장화, 홍련>, 공수창 감독의 <알 포인트>와 함께 한국산 호러 영화 수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편이지만 장르적 특성이나 시궁창스러운 결말 등으로 인해 호불호를 많이 타는 작품입니다. 오락 영화보다는 예술 영화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이 보기엔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개봉 당시 한국 영화 중 가장 최고점 수준의 평점 때문에 관객들은 나름대로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고, 그중에서  '이게 왜 15세 관람가냐?'는 관객 반응도 있었습니다. 나홍진은 15세 등급에 맞춰 수위를 조절하긴 했지만 막상 15세로 덜컥 심의를 내어주니 조금 놀랐다고 합니다. 영화 전체적으로는 크게 잔인하지 않으나 동물 내장 및 사체 묘사, 피부 전염병 묘사, 피칠갑, 기괴한 초자연적 현상 등 혐오스러운 장면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호불호가 크게 나뉘어 있는 이유로는 은유와 상징적인 요소들이 많고 국내 관객에게 익숙지 않은 오컬트적 소재와 감독의 모호한 연출을 들 수 있습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일부러 모호하게 보이도록 연출했다고 하며, 그런 면에서는 성공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영화 내에서는 명쾌한 정답이나 개연성이 없으니 실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가 아니라 알든 모르든 애매하게 결론나도록 만들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4. 여담

1) 제작 당시부터 굉장히 무섭고 피가 난무한 잔인한 영화가 탄생될 거라는 설이 떠돌았지만, 촬영이 진행 중일 당시 나온 첫 스틸은 촬영 초반이라 그런지 은근히 잔혹하고 어두운 나홍진 감독의 스타일과는 달리 밝고 훈훈한 편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나홍진 본인은 가정의 달 5월에 개봉하는 가족영화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 쿠니무라 준이 촬영 마지막 날 감독을 혼냈는데 분위기가 너무 험악해 통역사가 차마 통역을 못 했다고 알려졌으나, 후에 인터뷰에서 쿠니무라는 감독을 혼낸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정설은 육순이 넘은 노구에 지병으로 무릎 관절염까지 있어 격한 운동량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나홍진이나 한국 감독 특유의 "다시"에 질렸다고 합니다. 산행을 해야 겨우 한 장면을 찍을 수 있는 상황에서 화를 좀 낸 것은 맞지만 스태프들이 장비를 메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고 내가 경솔했구나 하고 노기를 접고 영화계 선배로서 굉장히 겸연쩍었다고 합니다.

3) 시나리오가 돌 때부터 영화인들의 깊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2016년 씨네21의 신년 대담이 열렸고, 박찬욱, 김지운, 최동훈, 류승완, 나홍진이 참여했는데, 여기서 1차 편집본을 본 임필성은 무서워서 잠을 못 잤다고 하고, 봉준호는 급체를 했다고 합니다. 감독들이 말하기를 2016년은 곡성의 해가 될 거라는 예언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4) 원래 시나리오상의 결말은 외지인과 일광이 같은 차를 타고 곡성을 떠나며, 그것을 무명이 지켜보며 막을 내리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황정민과 쿠니무라 준이 유일하게 함께 나오는 장면이었으나, 편집이 되었다고 합니다. VOD 구입 시 삭제 장면 모음집에서 볼 수 있는데 그대로 넣을 시, 내용이 정말 달라지거나 애초에 완성이 되지 않은 다른 삭제 장면들과는 달리 극장판의 원 엔딩과 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특징입니다.

5. 마무리

영화가 시작할 때는 음산한 분위기의 연속이라 좀 무섭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아주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귀신이 나오면 엄청 무서운데 딱히 그렇게 묘사되지 않아서 볼만했는데 갑자기 무서운 장면이 나올까 봐 걱정하면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중반부에 좀비 같은 게 나오는데 무서운 게 아닌 코믹의 느낌이 좀 나기도 하고 뭔가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만 제외하면 전반적인 흐름과 분위기가 깨지는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엔딩이 참 묘미인 것 같습니다. 일광이 사건이 끝난 아침에 사진을 찍어가는 장면과 사진들이 모두 그 둘이 벌인 짓이라는 것을 말해주는데 그동안 우린 무엇을 본 것인가?라는 의문과 허탈함이 남습니다.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주옥같은 작품일것 같기도 합니다. 악평도 물론 많습니다. 보고 나서 찝찝하다 미끼를 문건 관객이다 등 징그럽고 무서운 거 싫어 하시는 분은 계속 안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