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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손은 눈보다 빠르고, 욕망은 목숨보다 질기다, <타짜>

by 채채둥 2026.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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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 포스터




 

 

오늘의 영화는 넷플릭스, 티빙, 왓챠, 웨이브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1. 영화 타짜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타짜>는 2006년 9월 28일에 개봉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범죄 스릴러 영화입니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으로 주목받았던 최동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자신만의 감각적이고 날카로운 플롯으로 완벽하게 각색해 냈습니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돋보였는데, 도박판에 인생을 건 주인공 고니 역의 조승우를 필토로, 매혹적인 설계자 정 마담 역의 김혜수, 전설의 타짜 평경장 역의 백윤식, 고니의 인간적인 파트너 고광렬 역의 유해진이 극을 이끌었습니다. 여기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아귀 역의 김윤석과 곽철용 역의 김응수까지 합세하여 대한민국 영화사에 남을 역대급 캐릭터 앙상블을 완성했습니다.
 이 작품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흥행 제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개봉 당시 전국 684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초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친구'에 이어 역대 청불 영화 흥행 2위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성과였으며,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한국형 누아르의 정점을 보여주었다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영화의 엄청난 성공 뒤에는 흥미로운 일화들도 가득합니다. 작중 등장하는 화려한 화투 손기술들은 배우들이 실제 타짜 출신인 장병윤 기술자문에게 직접 전수받은 것인데, 훈련 과정에서 정작 주인공인 조승우는 기술을 익히는 데 애를 먹었던 반면 최동훈 감독이 밑장빼기를 가장 완벽하게 구사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는 일화가 유명합니다. 또한 원작자인 허영만 화백이 정 마담의 노름장 장면에서 카메오로 깜짝 등장하고, 최동훈 감독 본인도 돈을 빌리는 학교 선생 역할로 슬쩍 출연하는 등 영화 곳곳에 숨겨진 재미를 더했습니다. 개봉 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수많은 명대사와 명장면이 다양한 매체에서 패러디되며 시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2. 줄거리

 영화는 가구 공장에서 일하며 평범한 삶을 꿈꾸던 청년 ‘고니’(조승우)가 우연히 공장 한구석에서 벌어진 화투판에 끼어들면서 시작됩니다.

화투판을 만나며 시작

 

고니는 삼촌이 집을 사기 위해 모아둔 돈까지 몰래 훔쳐 판에 끼어들지만, ‘박무석’(김상호) 일당이 설계한 사기 도박에 걸려들어 단 몇 시간 만에 모든 돈을 날리고 맙니다. 절망감과 분노에 휩싸여 돈을 되찾기 위해 전국을 떠돌던 고니는 어느 도박장에서 전설적인 타짜 ‘평경장’(백윤식)을 만나게 됩니다.

평경장을 만나게 되고

 

고니의 끈질긴 집념을 본 평경장은 그를 제자로 거두어 화투의 기술뿐만 아니라 도박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심리전과 철학을 전수하고, 잃었던 돈의 다섯 배를 따면 화투를 끊겠다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두 사람은 전국을 돌며 도박판을 휩쓸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미모의 설계자 ‘정 마담’(김혜수)을 만나게 되는데, 정 마담은 단숨에 고니의 도박 재능을 알아채고 그를 탐냅니다.

강렬한 그녀 정마담


 목표했던 돈을 모두 모은 고니가 약속대로 타짜의 삶을 그만두려던 찰나, 정 마담의 유혹과 도박의 짜릿한 중독성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평경장과의 결별을 선택합니다. 홀로 기차를 타고 떠난 평경장은 얼마 후 기차에서 떨어져 한쪽 손목이 잘린 채 시체로 발견되고, 고니는 정 마담의 은밀한 부추김 속에 평경장을 죽인 범인이 잔인한 타짜 ‘아귀’(김윤석)라고 확신하며 복수를 다짐합니다.
 이후 고니는 도박판에서 우연히 만난 요란스럽지만 인간적인 구라꾼 ‘고광렬’(유해진)과 파트너를 이루어 전국의 도박판을 다시 한번 뒤흔들기 시작합니다.

또 한명의 타짜 고광렬

 

이 과정에서 고니는 조직폭력배 두목이자 타짜인 ‘곽철용’(김응수)의 수하들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그를 도발하고, 결국 숨 막히는 자동차 추격전 끝에 곽철용을 죽음으로 몰고 가며 도박계의 거물로 우뚝 서게 됩니다.

곽철용 제거에 성공


 하지만 고니를 완벽하게 소유하고 싶었던 정 마담은 그를 한계로 몰아넣기 위해 끝내 대한민국 최고의 귀신 같은 타짜 아귀를 자신의 배 위로 불러들여 파멸의 판을 설계합니다. 고니를 유인하기 위해 먼저 판에 낀 고광렬은 아귀의 날카로운 눈을 속이려다 밑장 빼기를 걸려 한쪽 손목이 부러지는 끔찍한 잔혹극을 당하게 됩니다. 뒤늦게 선상 도박장에 도착한 고니는 피투성이가 된 고광렬을 마주하고 아귀와 목숨을 건 최후의 승부를 시작합니다.

고광렬은 아귀에게 잔혹하게 당하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판이 이어지던 중, 고니는 아귀에게 밑장빼기를 시도하는 척 연기하며 덫을 놓고, 아귀는 고니의 손목을 움켜잡으며 정 마담에게 준 패가 밑장 빼기 한 화투 장이라는 것에 자신의 손목과 전 재산을 걸겠다고 호언장담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확인된 정 마담의 패는 아귀의 예상과 전혀 다른 화투 장이었고, 속임수에 걸려들었음을 깨달은 아귀는 결국 미리 대기하고 있던 선장에 의해 망치로 손목을 찍히며 처참하게 몰락합니다. 아귀를 꺾은 고니는 승리의 기쁨 대신 과거 평경장의 기차표를 가지고 있던 정 마담의 가방을 발견하고, 스승을 죽인 진짜 막후 배후가 아귀가 아닌 정 마담이었다는 잔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귀를 꺾는데 성공하지만
끔찍한 진실은 아귀가 아닌 정마담이 범인이라는 것


 환멸을 느낀 고니는 아귀에게서 딴 엄청난 돈다발에 불을 붙여 허공에 날려버리며 정 마담을 절망에 빠뜨린 채 선상을 탈출합니다. 이후 부상당한 고광렬을 기차에 태워 안전하게 떠나보낸 고니는 자신을 쫓아온 곽철용의 부하 박무석 일당과 달리는 기차 위에서 치열한 사투를 벌인 끝에 그들을 추락시키고 자신 역시 기차 매달려 가다 결국 선로 아래로 떨어져 실종됩니다.

돈을 다 태우고 고광렬과 탈출하는 고니


 영화는 시간이 흐른 뒤, 정 마담이 여전히 고니를 그리워하며 도박판을 전전하는 모습과, 머나먼 해외의 한 카지노에서 여유롭게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며 매력적인 미소를 짓는 고니의 생존한 모습을 비추며 긴 여운과 함께 막을 내립니다.


3. 평가

 영화 <타짜>는 대한민국 범죄 스릴러 영화의 올타임 레전드이자 최동훈 감독 최고의 마스터피스로 평가받습니다. 개봉한 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한국 영화계에서 이 정도의 몰입감과 캐릭터 플레이를 보여준 작품은 손에 꼽힌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허영만 화백의 방대한 원작 만화 중 가장 완성도 높은 1부를 스크린에 옮기면서, 원작의 에센스만을 영리하게 추출해 스타일리시한 '최동훈 레시피'로 재창조해 냈습니다. 삐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부터 악역 하나하나까지 버릴 캐릭터가 단 하나도 없으며,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김윤석, 김응수 등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력은 그야말로 '연기 차력쇼'에 가깝습니다. 특히 허세와 비장미가 판치는 기존 조폭·도박 영화의 클리셰를 비틀어, 인간의 날것 그대로의 탐욕과 심리전을 감각적인 편집과 쾌감 넘치는 대사로 풀어내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았습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별 4개를 부여하며 "재미있어서 숨이 넘어갈 것 같다"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오락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완벽에 가깝습니다.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한 흥행작을 넘어, 디시인사이드 등지에서 인터넷 밈으로 부활하며 시대를 초월한 생명력을 얻은 유일무이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2010년대 후반부터 곽철용(김응수)의 "묻고 더블로 가!",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아귀(김윤석)의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고니(조승우)의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등 영화의 거의 모든 대사가 일상어처럼 소비되며 젊은 층 사이에서 컬트적인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최동훈 감독 특유의 구렁이 담 넘어가듯 찰진 '말맛'과 배우들의 독보적인 딕션이 결합했기에 가능한 현상이었습니다. 후속작인 2편과 3편이 평론가와 관객들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으며 침몰할 때마다 1편의 위상은 오히려 '본좌'로 격상되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습니다.
 스릴러로서의 긴장감, 블랙 코미디로서의 유머, 그리고 인간 군상의 쓸쓸한 파멸을 그린 누아르적 깊이까지 완벽하게 버무려진,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완벽한 팝콘 무비 중 하나라는 이견 없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4. 제작비화

1) 캐스팅 비화와 배우들의 운명적인 만남
 주인공 '고니' 역의 조승우는 최동훈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염두에 두었던 1순위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원작 만화의 거칠고 선 굵은 이미지와 달리 조승우의 소년 같은 외모 때문에 제작사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습니다. 이에 조승우는 날카로운 눈빛과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켰습니다.

 '정 마담' 역의 김혜수 역시 완벽한 캐스팅으로 꼽히는데, 최동훈 감독은 그녀를 캐스팅하기 위해 세 번이나 시나리오를 수정하며 공을 들였습니다. 당초 '아귀' 역은 더 덩치가 크고 험악한 인상의 배우들이 거론되었으나, 연극 무대에서 김윤석의 섬뜩한 카리스마를 본 최동훈 감독의 강력한 주장으로 김윤석이 낙점되었고, 이는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악역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 피 나는 노력으로 완성된 화투 손기술
 도박판의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배우들은 촬영 전 수개월 동안 지옥 훈련을 거쳐야 했습니다. 제작진은 실제 타짜 출신의 장병윤 씨를 기술자문으로 초빙하여 배우들에게 '밑장 빼기', '이리 치기' 등 최고 난이도의 기술을 전수했습니다. 배우들은 손에 굳은살이 박이고 화투장이 다 닳아 해질 때까지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밤낮으로 연습하던 조승우가 정작 손기술이 잘 늘지 않아 애를 먹었던 반면, 연출을 맡은 최동훈 감독이 타짜 자문마저 감탄할 정도로 완벽한 '밑장빼기' 기술을 구사해 촬영장에서 배우들의 부러움과 원망(?)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래서 최동훈 감독이 직접 조승우의 손 대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고니가 평 경장의 집에서 제자로 수련할 때 밑장빼기밑장 빼기 연습하는 장면은 최동훈이 직접 하는 것입니다. 조승우의 손이 갑자기 늙고 투박한 손으로 변한 걸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조승우 본인이 직접 밑장 빼기를 하는 장면은 평 경장과의 우시장 원정도박 직후 술집에서 나오는데, 이때의 밑장 빼기는 집에서 하던 것보다 굉장히 부자연스럽습니다.


3) 영화 속에 숨겨진 감독과 원작자의 카메오
 영화 곳곳에는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할 반가운 얼굴들이 숨어 있습니다. 원작 만화를 그린 허영만 화백은 정 마담이 운영하는 노름장 장면에 카메오로 깜짝 출연했습니다. 그는 고니와 고광렬의 뒤편에 앉아 열심히 화투패를 쪼는 도박꾼 중 한 명으로 등장해 원작 팬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최동훈 감독 본인 또한 카메오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영화 중반부 고니의 돈을 따간 사기꾼 박무석 일당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도박에 빠져 돈을 빌리러 다니는 학교 선생 역할로 슬쩍 등장해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허영만 화백


4) 명대사의 탄생과 촬영장의 애드리브
 지금도 수없이 패러디되는 명대사 중 상당수는 현장의 생생한 호흡과 애드리브를 통해 더욱 완벽해졌습니다. 곽철용 역의 김응수가 남긴 전설적인 대사 "신사답게 행동해"나 "묻고 더블로 가!" 같은 문장들은 최동훈 감독의 찰진 대본을 바탕으로, 배우 본인이 배역의 마초적인 성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유의 호흡을 더해 완성한 것입니다.

 또한 고광렬 역의 유해진은 시나리오에 없는 자잘한 손동작과 유머러스한 리액션을 끊임없이 연구해 와 무거울 수 있는 범죄 스릴러 영화에 숨통을 트여주는 최고의 감초 역할을 120% 수행해 냈습니다.


5) 철저한 고증이 만들어낸 90년대 도박판
 영화의 배경은 1990년대 중후반으로, 제작진은 그 시대의 공기와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미술과 소품에 엄청난 공을 들였습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화투장은 현재 흔히 쓰이는 플라스틱 화투가 아닌, 90년대 당시에 널리 쓰이던 종이 재질의 화투장을 전국을 뒤져 찾아내 사용했습니다. 또한 하우스 내부의 매캐한 담배 연기와 어두컴컴한 조명, 돈다발이 오가는 삭막한 공기를 연출하기 위해 세트장의 모든 벽지 색상과 가구 배치까지 심리학적 복선을 고려해 디자인하는 등 디테일의 끝을 보여주었습니다.


6) 정 마담의 상징, '단발머리' 뒤에 가려진 가발
 정 마담(김혜수)의 매혹적이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완성한 신의 한 수는 바로 칼같이 떨어지는 '단발머리'였습니다. 놀랍게도 이 머리는 실제 김혜수 배우의 머리가 아닌 통가발이었습니다. 영화 촬영 당시 김혜수 배우는 다른 스케줄 등으로 인해 긴 머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정 마담 캐릭터에는 단발이 완벽하다는 감독과 스타일리스트의 판단에 따라 정교하게 제작된 가발을 착용하고 촬영에 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스크린 속 정 마담의 차갑고 도도한 매력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선택이 되었습니다.


7) 전설의 대사 "싸늘하다..."의 원작 파괴(? ) 효과
 고니(조승우)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라는 대사는 한국 영화사 최고의 오프닝 겸 엔딩 시퀀스로 꼽힙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대사가 원작 만화에는 존재하지 않는, 오직 최동훈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순수 창작 대사라는 점입니다. 감독은 관객이 선상 도박장의 긴장감 속으로 단숨에 빨려 들어가게 만들기 위해 문학적이면서도 장르적인 쾌감이 극대화된 이 독백을 밤새워 집필했다고 합니다.


8) 곽철용의 죽음, 원래는 시나리오에 없었다?
 배우 김응수의 열연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캐릭터 곽철용은 원래 시나리오 초안에서는 지금처럼 비중이 크지 않았고, 죽음의 과정도 묘사되지 않은 채 중간에 퇴장하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김응수 배우가 뿜어내는 마초적이면서도 인간미(?) 있는 보스의 매력에 최동훈 감독이 완전히 매료되었고, 결국 분량을 대폭 늘려 고니와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핵심 인물로 재배치했습니다. 그의 강렬한 최후인 '올림픽대로 자동차 추격 및 전복 신' 역시 캐릭터의 무게감을 실어주기 위해 추가된 장면입니다.


9) 엔딩 카지노 신의 촬영 장소와 조승우의 미소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고니의 해외 카지노 신은 실제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가 아닌 필리핀 수빅(Subic)에 위치한 카지노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당시 빡빡한 예산과 일정 속에서 진행된 해외 로케이션이었는데, 마지막에 고니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짓는 미묘한 미소는 조승우 배우가 '고니는 도박을 끊지 못했지만, 정 마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비로소 온전한 자유를 찾았다'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낸 애드리브 섞인 표정 연기였다고 합니다.

10) 친절한 화투의 세계

 화투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불편함을 못 느낄 정도로 작중에 모든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이러한 점은 흥행의 큰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11) 촬영지의 비밀

 고광렬(유해진)이 고니의 부탁을 받아서 갔던 고니의 어머니, 외삼촌, 누나가 운영하는 중화요리집은 군산에 위치한 국제반점입니다. 영화 공개 후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대기열이 생길 만큼 손님이 늘어났습니다. 인근에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사진관과 야채빵으로 알려진 이성당이 있습니다.


12) 다양했던 엔딩

 삭제된 장면을 포함하면 엔딩은 총 세 가지로 나뉘었는데 그 중 두 가지는 용해와 싸운 뒤 열차 손잡이에 매달리다 결국 떨어져 사망하는 것과 무사히 해외로 도피하여 여전히 도박을 하는 장면으로 나뉩니다. 그러나 당시 주인공의 사망은 그리 좋게 보지 않은 데다 도박을 끊지 못한 장면은 원작과 크게 벗어났다고 생각했는지 지금의 엔딩으로 정립되었습니다.

 
13) "나 이대 나온 여자야."의 탄생

 정 마담의 명대사인 "나 이대 나온 여자야."는 김혜수의 애드리브인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철저하게 대본에 나와있는 대사입니다. 김혜수는 지인이 "정 마담은 정말로 이대를 나왔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정 마담의 욕망을 대변하는 거짓말"이라고 대답했다가 감독에게 직접 물어봤는데, 최동훈은 "정 마담이 이대를 간 것은 맞으나, 졸업은 못 했다."라고 대답해서 상당히 놀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동훈은 이어서 "그렇지만 김혜수가 그렇게 해석했다면 그게 정 마담이다."라고 했다고도 합니다. 최동훈은 김혜수를 만나고 나서야 정 마담의 캐릭터 설정을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었다고 했을 만큼 김혜수를 정 마담에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생각한 설정과 다르더라도 배우의 해석에 힘을 실어 준 것입니다.



14) 즉석으로 만들어낸 명장면

 고니가 정 마담의 돈을 태우는 장면은 원래 기획이 아닌 최동훈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든 장면이라고 합니다. 현장에서 부탁을 받았지만 김혜수는 흔쾌히 받아들였는데, 문제는 불 끄는데 사용한 옷이 유명한 디자이너에게서 받은 아주 비싼 협찬 의상이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옷이 불에 타버려 스태프가 전전긍긍하자 김혜수가 옷을 즉석에서 사버리면서 무마했다고 합니다.


15) 천상 '고니', 조승우

 '포항'이라는 자막이 나오며 조승우가 선글라스를 끼고 담배 연기를 내뿜는 이 장면은 주연 배우 대부분 감탄한 장면이라고 합니다. 최동훈은 변화된 고니를 한 쇼트로 표현할 수 있음에 만족했으며, 특히 김혜수는 영화가 고니를 멋있게 표현하려는 장면이 많은데도 조승우가 자제하면서 연기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16) '놀자판' 촬영 분위기

 타짜의 촬영 분위기는 한마디로 놀자판이었다고 조승우가 시상식에서 직접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굉장히 놀자판이었고요. 찍는 한 4개월 내내 너무 즐거운 현장이었습니다. 아침에 스탭들이 일어나면 일어나서 섯다를 한판치고 시작하면서, 영화 내내 화투를 잡으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다가, 촬영이 다 종료가 되면 이제 마무리로 집에 들어가기 아쉬우니까, 마지막으로 블랙잭이나 고스톱으로 마무리 짓고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5. 마무리

 영화 <타짜>는 한국 상업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장르적 쾌감의 최정점을 보여주는 명작입니다.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방대한 원작의 서사를 2시간 19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한 치의 낭비도 없이 압축해 낸 최동훈 감독의 정교한 플롯 설계에 있습니다. 카메라는 도박판의 공기마저 포착하려는 듯 집요하게 인물들의 손과 눈빛을 쫓고, 감각적인 교차 편집은 관객으로 하여금 스크린 너머의 긴장감에 숨을 죽이게 만듭니다. 여기에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들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 그 자체로 리듬과 스웨그를 형성하며 영화 전체에 독보적인 '말맛'을 불어넣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의 반열에 올린 것은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의 완벽한 앙상블입니다. 순수한 청년에서 욕망의 화신으로 진화해 가는 고니를 중심으로, 욕망을 설계하는 정 마담, 낭만적 철학을 지닌 평경장, 그리고 인간적인 고광렬에 이르기까지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입체적인 인물 배치는 서사에 엄청난 활력을 부여합니다. 악역인 곽철용과 아귀 역시 단순한 기능적 소모품에 그치지 않고 각자의 뚜렷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팽팽하게 유지합니다.

 돈과 목숨이 오가는 비정한 도박판을 무대로 하면서도 인간 군상의 씁쓸한 타락과 허무라는 누아르적 깊이까지 놓치지 않은, 그야말로 대중성과 예술성이 완벽하게 결합한 대한민국 영화사의 보석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영화 <타짜> 예고편

출처: 유튜브 'sidus r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