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영화는 체리쨈♡ 님께서 추천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오늘의 영화는 티빙, 웨이브, 왓챠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1. 영화 1987
영화 <1987>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분수령이 되었던 6월 항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장준환 감독이 연출을 맡아 2017년 12월 27일에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부터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고 쓰러지며 촉발된 6월 항쟁까지의 뜨거웠던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이면서도 극적인 긴장감을 잃지 않는 명작으로 완성해 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주인공 한 명이 극을 이끄는 구조가 아니라, 사건의 흐름에 따라 바통을 넘기듯 인물들이 이어지는 '군상극' 구조를 취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배우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냉혹한 대공수사처 '박처장' 역의 김윤석, 상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시신 부검을 밀어붙이는 '최환 검사' 역의 하정우, 진실을 담은 서신을 전달하는 교도관 '한병용' 역의 유해진, 그리고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고 싶었지만 결국 광장으로 나서는 대학생 '연희' 역의 김태리가 중심을 잡았습니다. 여기에 박종철 열사 역의 여진구, 이한열 열사 역의 강동원, 민주화 운동가 김정남 역의 설경구 등이 특별출연으로 합류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개봉 이후 영화는 평단과 관객의 만장일치 호평을 받으며 국내에서 총 7,233,076명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크게 성공했습니다. 단순히 상업적 성공을 넘어 시상식에서도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었는데, 제5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대상, 시나리오상, 남자최우수연기상(김윤석), 남자조연상(박희순)을 휩쓸었으며,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도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그해 최고의 영화로 인정받았습니다.
영화 제작 과정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시나리오가 집필되고 캐스팅이 시작될 당시(2016년)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실존하던 시기라 참여에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이때 배우 강동원이 가장 먼저 "작은 역할이라도 좋으니 참여하겠다"며 장준환 감독에게 의사를 전달해 투자의 물꼬를 텄고, 이후 많은 배우가 자진해서 단역 출연을 자청하는 '셀프 캐스팅' 일화가 이어졌습니다. 또한 기피 대상인 악역 박처장을 흔쾌히 수락한 김윤석의 결단, 그리고 극 중에서는 은폐를 지시하는 치안본부장 역을 맡았으나 실제 1987년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 간부로서 6월 항쟁의 최전선에 섰던 배우 우현의 특별한 인연이 주목받았습니다. 더불어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화 운동의 성지였던 명동성당이 역사적 가치와 진정성을 인정해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성당 내부 촬영을 공식 허가해 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2. 줄거리
영화는 1987년 1월 실향민 출신의 냉혹한 ‘박처원 대공수사처장‘(김윤석)이 임진각에서 제사를 지내던 중 남영동 대공분실에 문제가 생겼다는 긴급한 연락을 받으며 시작됩니다. 같은 날 오후 서울대생 ‘박종철‘(여진구)이 물고문을 받다가 대공분실에서 사망하자, 경찰은 중앙대 용산병원의 오연상 의사를 불러 은폐를 시도했으나 이미 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박처원 대공수사처장은 사건을 덮기 위해 시신을 즉시 화장하라는 명령을 내린 뒤, ‘안기부 장 부장‘(문성근)과 양주를 마시며 이 사건을 관례대로 처리하겠다고 장담합니다.


치안본부는 곧바로 대학생 사망경위서와 화장동의서를 작성해 공안경찰들을 통해 ‘최환 검사‘(하정우)에게 전달하며 강압적으로 도장을 찍으라고 압박합니다. 하지만 죽은 지 불과 8시간밖에 안 된 시신을 부검도 없이 화장하겠다는 요구에 의혹을 품은 최환 검사는 "구라도 적당히 치라"며 단호히 거절합니다. 압박이 거세지자 최환 검사는 시신보존명령서를 발부한 뒤 목욕탕으로 잠적했고, 아랫기수인 이홍규 검사를 만나 언론에 정보를 흘려달라고 부탁합니다. 이홍규 검사는 최환 검사의 부탁대로 중앙일보의 ‘신성호 기자’(이신성)를 만나 은근슬쩍 서울대생의 사망 소식을 흘립니다. 기자의 촉으로 거대한 사건임을 직감한 신성호 기자는 즉시 회사에 연락해 단편 기사로 이를 보도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파문이 일자 안기부와 치안본부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게 됩니다. 이 자리에서 박처원 대공수사처장은 조사관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져 심장쇼크사로 사망했다는 희대의 거짓말을 남깁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동아일보의 ’윤상삼 기자’(이희준)가 예리한 유도신문으로 목격자인 오연상 의사의 실명을 알아내고, 기자들은 일제히 오연상 의사를 찾아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윤상삼 기자는 공안경찰의 눈을 피해 병원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오연상 의사로부터 바닥에 물이 흥건했고 폐에서 수포음이 들렸다는 결정적인 물고문 정황 증언을 확보합니다.

조카의 부검을 참관했던 삼촌 ’박월길’(조우진)은 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경찰이 죽였다"라고 울부짖으며 진실을 외치다 공안경찰들에게 강제로 끌려갑니다.

윤상삼 기자는 동아일보 본사로 돌아와 기사화를 강력히 주장했고, ’편집국장’(고창석)은 정부의 보도지침 칠판을 싹 지워버리며 들이받으라고 명령합니다. 한편 박종철의 유해는 차가운 임진강에 뿌려졌고, 아버지 ’박정기’(김종수)는 얼어붙은 강물에 머무는 아들의 유해를 보며 오열하며 강물로 걸어 들어가 슬픔을 토해냅니다. 직위를 박탈당하게 된 최환 검사는 사직하며 윤상삼 기자가 볼 수 있도록 자신의 짐 박스 맨 위에 부검결과서를 일부러 남겨두고 떠납니다.

물고문 기사가 폭로되자 분노한 박처원 대공수사처장은 고문에 가담한 ’조한경’(박희순)과 강진규 경사를 감사과가 아닌 신길동 특수수사대로 보내 고문하며 입단속을 시킵니다. 박처원 대공수사처장은 교도소까지 찾아가 조한경과 강진규 경사에게 1억 원이 든 통장을 주며 협박과 유혹으로 과실치사로 조작하려 합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분노를 느끼고, 수감 중이던 해직기자 ’이부영’(김의성)과 절에 숨어 지내던 재야인사 ’김정남’(설경구)을 연결하는 비밀 전달자 역할을 자처합니다. 한병용 교도관은 연세대 신입생인 조카 ’연희’(김태리)에게 대학 합격 선물로 마이마이 카세트를 주며 김정남에게 비밀 서신을 배달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마지못해 심부름을 하던 연희는 명동 시위 한복판에서 최루탄을 맞고 백골단에게 끌려갈 위기에 처하지만, 마스크를 쓴 ’남학생’(강동원)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탈출합니다.
신발 가게로 몸을 피한 연희는 화장이 다 번진 자신의 얼굴을 보며 창피해하고, 남학생의 신발값을 대신 내주며 묘한 인연을 맺게 됩니다. 이후 연희는 학교에서 만화 동아리를 홍보하던 그 남학생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의 권유로 참여한 상영회에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연희는 무서운 현실에 절규하며 시위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외치지만, 남학생은 마음이 너무 아파서 외면할 수 없다고 답합니다.

한편 교도소 내부의 폭력을 겪으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보안계장 안유’(최광일)는 복구한 고문 경찰들의 대화록을 이부영에게 전달합니다. 박처원 대공수사처장의 추적망이 좁혀오는 가운데 한병용 교도관은 대공분실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게 됩니다. 박처원 대공수사처장은 자신의 가족이 과거 전쟁 중 공산주의자에게 몰살당했던 지옥 같은 과거를 밝히며, 한병용 교도관의 가족사진을 내밀어 잔인하게 협박합니다. 결국 고문에 굴복한 한병용 교도관이 김정남의 위치를 폭로하자 공안경찰들은 김정남이 숨어있던 향림교회로 무섭게 들이닥칩니다.


정확히 1987년 5월 18일, 김정남이 교회의 전선에 매달려 체포될 위기에 처한 순간, 명동성당에서는 대반전이 일어납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김승훈 신부는 미사 도중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축소·은폐되었으며 실제 고문 가담자가 2명이 아닌 5명이라는 진상을 전 국민에게 폭로합니다. 이 폭로로 전 세계적인 비난 여론이 일자, 박처원 대공수사처장은 모든 자료를 불태우며 버티려 하지만 치안본부 지검장실에서 자신을 토사구팽 하려는 전두환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서류를 보고 몰락을 직감합니다. 결국 박처원 대공수사처장을 비롯한 고문 가담자들은 모두 구치소에 수감되고, 최환 검사가 그들 앞에 나타나 변호사가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명함을 꽂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사건이 해결되어 삼촌 한병용 교도관이 풀려나던 날, 연희는 배달된 석간신문에서 가슴 찢어지는 사진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위 도중 머리에 직사 최루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남학생의 사진이었으며, 그가 바로 ’연세대 학생 이한열’(강동원)이었음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슬픔과 분노가 극에 달한 연희는 신촌을 지나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있는 시청 광장으로 필사적으로 달려갑니다. 광장에는 학생, 넥타이 부대, 주부, 운전기사 등 평범한 주권자들이 모두 모여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버스 지붕 위로 올라간 연희가 눈물을 흘리며 시민들과 함께 뜨겁게 구호를 외치고,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들의 함성 위로 마침내 단단한 <1987> 타이틀이 떠오르며 영화는 묵직한 막을 내립니다.

3. 평가
영화 <1987>은 대한민국 상업영화 역사상 가장 완벽한 군상극의 교과서이자, 한국 현대사를 다룬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마스터피스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특정 주인공 한 명의 영웅적 활약에 의던하지 않는 플롯 자체에 있습니다. 최환(하정우)에서 윤상삼(이희준), 한병용(유해진), 그리고 연희(김태리)와 이한열(강동원)로 이어지는 촘촘한 서사의 바통 터치는 극적인 매끄러움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역사의 주인공은 광장에 모인 평범한 우리 모두였다"는 묵직한 주제 의식을 구조적으로 증명해 냅니다. 또한 근현대사를 다룬 한국 영화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과도한 감정 과잉이나 흑백논리식 선동을 철저히 배제하고, 장준환 감독 특유의 날 선 연출 감각과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을 유지하며 장르적 긴장감을 끝까지 팽팽하게 얹어냈습니다.
배우들의 압도적인 호연과 캐릭터의 입체성 역시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낸 핵심 요소입니다. 극의 거대한 벽을 담당하는 박처원(김윤석)을 단순한 악당으로 평면화하지 않고, 전쟁의 트라우마가 만들어 낸 일그러진 신념의 소유자로 입체화하여 극의 서스펜스를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이에 맞서는 주연진들의 연기 앙상블은 물론이고 단역과 특별출연으로 참여한 여진구, 강동원, 설경구마저 각자의 자리에서 완벽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구멍 없는 연기 성찬을 완성했습니다. 특히 박정기(김종수)가 아들의 유해를 임진강에 뿌리며 울부짖는 장면은 감정을 억지로 쥐어짜지 않음에도 관객의 심장을 관통하는 명장면으로 평가받습니다.

반면 군상극이라는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서사적 한계와 호불호 요소도 일부 존재합니다. 사건의 중심축이 대공분실과 검찰의 대립을 다룬 전반부에서 교도소, 재야인사, 대학가를 다룬 후반부로 끊임없이 이동하다 보니 중반부 전개에서 몰입도가 잠시 분산되거나 감정의 연결고리가 인물마다 뚝뚝 끊기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아울러 시대의 방관자에서 각성자로 거듭나는 허구적 인물 연희(김태리)의 서사가 다소 전형적인 성장형 캐릭터의 전철을 밟는다는 비판과 함께, 이한열(강동원)과의 만남이 영화적 우연에 과도하게 기대고 있어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관객들에게는 일시적인 몰입 저하를 가져오기도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결론적으로 <1987>은 기억하는 자들의 부채감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의 부끄러움을 동시에 자극하며, 야만의 시대 속 거대한 벽을 무너뜨린 평범한 이들의 연대를 완벽하게 복원해 낸 작품입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흐르는 '그날이 오면'과 실제 6월 항쟁의 아카이브 영상은 영화가 준 장르적 쾌감을 넘어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발걸음에 묵직한 역사적 부채감과 자부심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웰메이드 정치·역사 스릴러로서도, 시대를 향한 진혼곡으로서도 결점이 없는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수작 중 하나입니다.
* 잘 가그래이...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 (극 중 박종철 열사의 죽음 후 아버지의 오열)
( 마지막 장면 왼쪽에 고개 돌리고 있는 형사를 맡은 박지환 배우님도 진짜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체리쨈님은 보지 마세요....ㅠㅠ)

4. 영화 <1987>에 대한 논란
1) 강동원의 외증조부 친일 논란과 극복
배우 강동원이 이한열 열사 역을 맡았을 당시 외증조부 이종만의 친일인명사전 등재 사실이 알려지며 평점 테러 등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강동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영화가 무산될 위기였던 2016년 여름, 불이익을 감수하고 가장 먼저 출연을 확정 지어 제작의 물꼬를 튼 사실이 밝혀지며 여론이 반전되었습니다.
이한열기념사업회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역시 외증조부의 행적을 연좌제로 매도할 수 없다며 그를 옹호하고 '또 다른 아들'로 받아들였습니다. 강동원은 단순한 연기를 넘어 이한열 열사의 묘소와 기념관을 수차례 방문하고 배은심 여사의 자택을 수시로 찾는 등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나아가 이한열기념사업회에 2억 원을 익명 기부하고, 2022년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면서 해당 논란은 사실상 완전히 불식되었습니다.
2) 교도소 보안계장 안유의 가해자 미화 논란
영화에서 의인으로 묘사된 교도소 보안계장 안유가 실제로는 90년대 장기 비전향 수감자들에게 고문을 가한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피해자 강용주가 영화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안유 본인도 과거 대학생들에게 '전두환의 사냥개'로 불렸다며 자신이 의인이 아님을 인정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반면 이부영 전 의원은 안유가 직업적 특성상 가혹행위를 용인한 면은 있으나, 박종철 사건의 진상을 알자마자 즉시 자신에게 알린 인물이라고 증언했습니다. 또한 안유가 사비로 투옥된 학생들의 약을 사고 지침을 어겨가며 운동권 서적을 반입해 주는 등 보이지 않는 노력을 했다고 옹호했습니다. 영화 자체에서도 그를 절대선이 아닌 입장을 바꾸는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하며 역사적 복잡성을 담아냈습니다.

3) 최환 검사를 비롯한 실존 인물들의 행적 논란
하정우가 연기한 최환 검사는 박종철의 시신 화장을 막고 부검을 이끌어냈지만, 과거 수많은 민주화 운동가들을 잡아 가두고 고문을 묵인했던 공안 검사라는 점에서 가해자 미화 논란이 있었습니다.
유시민 작가와 우상호 의원은 그의 결정적 공로는 인정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쉽게 용납하기 어려웠던 솔직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최환 검사가 앞선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학습효과로 인해 검찰 조직을 보호하려는 본능에 따라 법대로 처리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덧붙였습니다. 이외에도 편지를 전달했던 한재동 교도관이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에게 과거 학생들을 가두었던 일을 직접 사과한 일화가 있습니다.
아울러 영화에서 부검을 묵인한 것처럼 묘사된 정구영 서울지검장이 실제로는 사건 은폐에 적극 가담했던 인물이라는 점 등 실존 인물과 영화적 묘사 사이의 간극이 존재합니다.
4) 자유한국당의 소유권 주장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자유한국당 내에서 불만이 나왔습니다. 곽상도 의원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그 당시 밝힌 사람들이 "오늘날의 보수정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 왜 문 대통령이 우느냐"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문재인 정부가 1987년을 독점하려 한다"며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배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 방식이 과연 국민을 위하고 대한민국을 위한 길인지 되돌아봐야 할 영화"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당시 법무법인 부산 소속 변호사는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약칭 국본)가 결성되었을 당시 부산 지역 상임집행위원이었기 때문에 곽상도의 주장 마냥 연관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5) 영화 <1987>의 여성 배역 비중 논란에 대한 반론
영화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실제 사건의 주역이었던 남성들이 대거 등장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진실을 밝히는 가장 핵심적인 인물 3인방 중 한 명으로 여성인 연희(김태리)를 설정하여 서사의 중심을 잡았습니다.
또한 미도파 백화점 시위 장면이나 신발가게 주인, 만화 동아리 부장, 그리고 버스 위 구호 선창자(문소리) 등 조연과 단역을 통해 당시 민주화 운동에 치열하게 동참했던 여성들의 모습을 다각도로 재현했습니다.
대공분실 장면에서도 여성의 비명과 취조 모습을 삽입해 당시 여성 피해자들의 존재를 묵인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장준환 감독 역시 성비 문제를 고민하여 실존 인물인 김정남을 여성으로 바꾸는 각색까지 고려했으나, 역사적 왜곡을 피하고 실화의 진정성을 지키기 위해 실제 사실에 충실한 연출을 택한 것입니다.

5. 제작비화
1) 목숨을 걸고 참여했던 배우들의 '셀프 캐스팅'
시나리오가 집필되고 캐스팅이 시작된 2016년은 박근혜 정부 시절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실존하며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작품에 참여한 예술인들이 불이익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영화가 중간에 엎어질 수도 있는 위험 부담 때문에 제작진이 캐스팅에 난항을 겪던 중, 배우 강동원이 가장 먼저 "작은 역할이라도 좋으니 무조건 참여하겠다"며 장준환 감독을 찾아와 투자의 물꼬를 텄습니다. 이후 김윤석, 하정우 등 충무로의 대형 배우들이 흔쾌히 합류했고, 오달수, 조우진, 문소리 등 수많은 배우가 "이 시대를 다룬 영화에 동참하는 것이 배우로서의 도리"라며 자진해서 단역 출연을 자청하는 아름다운 '셀프 캐스팅' 릴레이가 이어졌습니다.
2) "악역이 살아야 주인공이 빛난다" 김윤석의 결단
김윤석이 맡은 대공수사처장 '박처원'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만악의 근원이자 서사의 거대한 벽이었습니다. 실존 인물의 추악한 면모를 날것 그대로 드러내야 하는 기피 배역이었지만, 김윤석은 "누군가는 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내야만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고, 악이 강력할수록 반대편에 선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가 더 빛날 수 있다"며 선뜻 배역을 수락했습니다.
그는 완벽한 대공수사처장을 표현하기 위해 마우스피스를 껴서 하관을 도드라지게 만들고, 평안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등 일그러진 신념을 가진 괴물을 소름 끼치게 완성해 냈습니다.

3) 극 중 악역과 실제 민주화 운동가의 기묘한 만남
영화에서 치안본부장 역을 맡아 대공수사처장과 함께 사건 은폐를 지시하고 압박했던 배우 우현에게는 특별한 과거가 있습니다. 우현은 실제 1987년 당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사회부장으로서,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고 쓰러졌을 때 그 현장을 지키며 6월 항쟁의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싸웠던 실제 민주화 운동의 주역입니다.
30년이 지난 후, 자신이 목숨 걸고 싸웠던 독재 정권의 핵심 수뇌부 역할을 맡아 연기하게 된 기묘한 비하인드는 개봉 당시 대중들에게 큰 반전과 감동을 안겼습니다.


4) 진정성이 움직인 마음, 한국 영화 최초 명동성당 내부 촬영
한국 현대사에서 명동성당은 공권력의 투입이 금지되었던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성지이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짜 진상이 세상에 처음 폭로된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종교적인 공간인 만큼 평소 상업 영화의 촬영 허가를 극도로 아끼던 명동성당 측이었으나, <1987> 제작진이 가진 진정성과 작품이 가진 역사적 가치를 깊이 인정하여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성당 내부와 마당에서의 공식 촬영을 허가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김승훈 신부의 폭로와 명동성당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압도적인 명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5) 강동원의 숨겨진 노력과 이한열 열사 어머니와의 인연
강동원은 특별출연이었음에도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기 위해 촬영 전부터 이한열 열사의 묘소와 기념관을 수차례 독자적으로 방문하며 배역을 연구했습니다. 또한, 촬영 기간은 물론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故 배은심 여사의 자택을 수시로 찾아가 말벗이 되어 드리는 등 깊은 유대를 쌓았습니다.
배은심 여사는 인터뷰를 통해 "그는 이제 나의 또 다른 아들이나 다름없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강동원은 이후 2019년에 이한열기념사업회에 2억 원을 익명으로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또 한 번 확고한 진정성을 증명했습니다.
6) 원래 제목은 ‘보통사람들’
2015년 당시에 감독이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의 제목은 <보통사람들>이었습니다. 1987년에 치러진 노태우의 대선 슬로건에서 비롯한 제목인 동시에, 영화가 주연에서 조연까지 말 그대로 보통사람들의 작은 용기와 양심이 모이고 이어져 진실을 밝히고,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모인 시위 장면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제목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똑같이 1987년을 다룬 영화 <보통사람>이 앞서 2017년 3월 개봉하면서 제목을 바꿨습니다. 영어 제목은 <When the Day Comes>다. 엔딩 크레디트에서 나오는 노래 '그날이 오면'은 본래 전태일 열사의 추모곡이자 박종철 열사가 생전 좋아했던 곡으로, 이한열 합창단과 대건챔버콰이어가 불렀습니다. <보통사람들>이란 제목은 이후 노태우를 다룬 다른 영화의 제목으로 사용되었습니다.
7) 배우 이희준의 경우, 이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감동을 받아 촛불집회에도 참석하였다고 합니다. 김태리 등도 참여했다고 밝히며 "1987년과 2017년은 미묘하게 연결된 것 같다"며 남다른 소회를 말했습니다.
8) 이 외에 셀프 캐스팅한 배우로는 박종철 삼촌 역을 맡은 조우진, 김승훈 마티아 신부 역을 맡은 정인기 등이 있습니다.
9) 장준환 감독의 아내인 배우 문소리가 마지막 장면에 빨간 손수건을 손에 두르고 버스 위에서 선창 하는 사람으로 특별출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캐스팅 과정에도 직접 다리를 놓아주는 등 도움을 많이 주고, 현장에서 배우들의 연기 지도도 도와줬다고 합니다.
특히 데모하는 장면에서는 본인의 운동권 경험을 살려서 각종 시위 노하우를 전수했다고 합니다. 원래는 정식으로 출연하고 싶어 했으나, 시나리오를 아무리 읽어봐도 그럴싸한 배역이 없어서 포기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여성 배우가 나올 장면이 많지 않았던 이유가 그 당시에는 대부분 남자가 근무하는 직종이라서 어쩔 수 없이 단역으로 잠깐 나왔습니다. 아주 짧게 장준환 감독과 문소리의 딸도 특별출연했습니다.

10) 극 중 주요 무대로 나오는 연세대학교 동아리 만화사랑은 현재에도 존재하는 연세대학교 중앙동아리로, 실제로 이한열 열사가 만든 동아리입니다.
당시에는 영화에서 보이듯이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 중 하나였으나, 학생운동에 비협조적인 학생들을 고문해 죽인 흑역사 이후 사회운동에서는 손을 떼게 되어 현재는 순수한 만화 동아리로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출신 중 유명 인물로는 경향신문 장도리를 그리는 박순찬 화백이 있습니다.
11) 작중에서 연희의 신발이 한 짝 벗겨지는 장면이 나올 때 이한열의 신발이 같이 부각되고,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지는 신문 기사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신발이 부각되는데, 이한열이 신었던 한 짝 남은 신발은 현재도 이한열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2015년에 복원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12) 정부 인사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단체 관람을 추진했습니다. 2018년 1월 2일에는 정의당이 단체관람을 행하였고 다음 날인 3일에는 국민의당이 단체관람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본래 2017년 12월 28일에 단체관람을 추진했으나 국회 본회의 개회 문제로 순연하고 1월 9일에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단체관람을 했습니다.
합당을 진행 중이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도 함께 관람했습니다. 또한 1월 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부부가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이 자리에 최환 검사 등 실제사건에 핵심역할을 했던 인물들도 다수 함께 하였으며, 장준환 감독과 김윤석, 강동원 등 주요 배역들도 같이 관람했습니다.
관람 중 김정숙 여사는 여러 번 눈물을 보였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인상적인 대사로 연희의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를 꼽았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렵지만 함께한다면 세상이 바뀌고 그렇게 착실히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습니다. 이날 배은심 여사도 영화관에 왔으나 영화 관람은 차마 하지 못하였고, 대신 관람 후의 환담 자리에 참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만났습니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아들 이한열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고.
또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단체관람을 신청한 시민들과 함께 1월 14일에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마침 이날은 박종철 열사의 31주기 기일이었습니다.
6. 마무리
영화 <1987>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가슴 한구석을 묵직하게 후벼 파고 끝내 뜨거운 눈물을 쏟게 만드는 '우리 모두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처음 극장에 앉았을 때는 그저 역사적 사건을 다룬 무거운 정치 스릴러나 흔한 고발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스크린에 빨려 들어갈수록 이 영화가 가진 진짜 힘은 거창한 구호나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무서운 현실 앞에서도 다음 사람에게 진실의 바통을 넘겼던 평범한 이들의 용기에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할 만큼 그 시절 광장의 공기와 뜨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전반부에서 최환 검사와 박처장이 서류 한 장을 두고 팽팽하게 기싸움을 벌일 때는 숨이 막힐 듯한 장르적 쾌감을 주더니, 후반부 연희의 시선을 따라 광장으로 나아갈 때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드라마로 자연스럽게 전환됩니다. 특히 악역인 박처장을 단순히 때려잡아야 할 나쁜 놈으로만 평면적으로 그리지 않고, 그 괴물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주어 극의 긴장감이 한층 더 단단해졌습니다. 조카의 죽음 앞에 부르짖던 삼촌의 외침, 얼어붙은 강가에서 아들을 보내지 못해 울부짖던 아버지의 슬픔 같은 명장면들은 억지 신파 없이도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무엇보다 영화 속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라는 연희의 회의적인 질문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 같아 마음에 깊이 박혔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현실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던 새내기 대학생 연희가 결국 광장의 함성 속으로 뛰어드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버스 지붕 위로 올라간 연희의 눈에 비친, 가득 찬 군중들과 울려 퍼지는 구호 소리를 보며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게 되었습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며 흘러나오는 '그날이 오면' 노래와 실제 6월 항쟁 당시 시민들의 빛나는 얼굴들이 담긴 아카이브 영상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용기로 빚어진 것인지 깨닫고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영화 <1987>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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