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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와 고통으로 써 내려간 구원의 실재,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by 채채둥 2025.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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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포스터

1.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멜 깁슨이 감독하고 제작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는 2004년 개봉 당시 종교계와 영화계 모두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체포된 순간부터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기까지의 마지막 12시간을 철저한 고증과 사실적인 묘사로 담아냈습니다. 멜 깁슨은 당시 할리우드 제작사들의 외면 속에서도 사재 약 3,000만 달러를 투입해 독립 영화 방식으로 제작을 강행했으며,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대사를 고대 아람어와 라틴어로 구성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종교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6억 1,2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당시 역대 R등급(성인 관람가)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고, 한국에서도 약 2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작품성 또한 인정받아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음악상, 분장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유대교 지도자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반유대주의 논란에 휩싸였으며, 지나치게 잔혹한 폭력 묘사로 인해 관람 중 관객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의 일화는 영화만큼이나 극적입니다. 예수 역을 맡은 배우 제임스 카비젤은 촬영 중 실제로 벼락을 맞고도 생존하는 기적 같은 일을 겪었으며, 십자가를 짊어지는 장면에서는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또한 추운 날씨 속에서 얇은 천만 걸친 채 촬영을 이어가다 심각한 저체온증과 폐렴에 시달렸고, 채찍질 장면에서는 실수로 실제 채찍에 맞아 등에 14인치에 달하는 상처가 나는 등 배역을 위해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열연을 펼친 것으로 유명합니다.

2. 줄거리

 영화는 예루살렘의 겟세마네 동산에서 인류의 죄를 대신해 고뇌하며 기도하는 ‘예수 그리스도’(제임스 카비젤)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고 기도를 마친 예수는 제자 가룟 유다의 배신으로 성전 수비대에게 체포되어 대제사장 가야바 앞으로 끌려갑니다.

예수를 배신하는 유다

가야바를 비롯한 유대교 지도자들은 예수를 신성모독죄로 정죄하며 로마 총독 ‘본시오 빌라도’(흐리스토 쇼포브)에게 사형을 요구합니다. 빌라도는 예수에게서 특별한 죄를 찾지 못하고 갈등하지만, 성난 군중의 압박과 민란의 위협을 느끼자 결국 자신의 손을 씻으며 예수를 태형에 처하고 십자가형에 처하도록 판결을 내립니다.

유대교 지도자들의 압박에 결국 십자가형을 내리는 총독

 로마 병사들의 무자비한 채찍질이 이어지며 예수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그는 가시 면류관을 쓴 채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향하는 고통스러운 길을 걷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모 마리아’(마이아 모건스턴)와 ‘막달라 마리아’(모니카 벨루치)는 비통한 심정으로 그의 뒤를 따르고, 구레네 사람 시몬이 쓰러진 예수를 도와 잠시 십자가를 대신 지기도 합니다. 해골이라 불리는 언덕에 도착한 예수는 손과 발에 대못이 박힌 채 십자가에 매달리게 됩니다. 극심한 갈증과 고통 속에서도 예수는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라고 기도하며 끝내 숨을 거둡니다.

십자가에 못박히는 예수

 예수가 숨을 거두는 순간, 하늘이 어두워지고 성소의 휘장이 찢어지며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 로마 군인들과 군중들을 공포에 빠뜨립니다. 예수의 시신은 십자가에서 내려져 어머니 마리아의 품에 안겼다가 무덤에 안치됩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어두운 무덤 안으로 빛이 들어오며 반전됩니다. 수의가 빈 채로 놓여 있고, 부활한 예수가 손바닥의 못 자국을 드러내며 당당하게 무덤 밖으로 걸어 나가는 뒷모습을 비추며 인류 구원의 희망과 승리를 상징하는 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3. 평가

 감독 본인의 종교 성향에 맞춰 성경에 기반하여 예수가 겪은 수난을 철저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재현과 묘사 측면에서 성경 해석을 중심으로 완성도 높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논란점들은 영화 그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유대인 관련 묘사 및 잔혹성 묘사를 둘러싸고 발생했습니다. 멜 깁슨 감독은 강경한 보수주의자이고 독실한 전통 가톨릭 신자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유대인 공동체 측에서는 자신들을 예수를 잔인하게 박해한 냉혈한으로 만들었다고 하여 이 영화와 멜 깁슨 감독을 심하게 비난했습니다.
 무신론자들과 반기독교인, 심지어 개신교인 중에서도 이 영화를 싫어하는 부류가 많았습니다. 깁슨 감독의 종교관을 빌미로 가톨릭의 영성을 담아 만든 영화라며 반가톨릭 성향 개신교에서 경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3류 감독이 만든 고문 포르노 영화라고 마구 씹어대기도 했습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한 장면

 예수가 겪은 수난이 사실에 근거해 묘사되어 있다고는 하나, 예수가 숭고한 성인으로 추앙받는 것은 그럼에도 예수가 원망하지 않고 인간을 위했기 때문입니다. 잔혹한 고문 끝에 처형되어서 예수가 숭고한 것이 아니며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동정심과 안타까움을 유발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연출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수가 실제로 겪은 수준의 고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고, 저런 수준의 수난을 겪었음에도 인내하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예수의 모습에 경건함을 느낄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있으므로 개개인이 받아들이기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감독의 연출 의도도 이쪽이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심지어 기독교인이거나 예수를 믿는 사람들 중에서도 15세 관람 작품인지 의심이 들게 만들 정도로 잔인하고 고어틱한 묘사들에 비판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예수가 채찍을 맞는 모습과 십자가에 달려서 죽어가는 모습에 대해, 아무리 성경의 진술을 재현했더라도 이러한 잔혹한 묘사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초창기 때 원래 방영 등급은 19세였는데 종교적인 이유와 특성으로 미성년자들도 볼 수 있게 15세 방영가로 낮추었습니다. 본 영화의 장르는 명백하게 종교 영화지 고어 영화가 아닙니다. 콘셉트와 포스터만으로는 당연히 저 정도의 세세한 잔혹성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 19세 등급이라도 지정하였더라면 대중에게 어느 정도 경고라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영화를 보고 극찬을 했었습니다. 교황은 이 영화를 보고 "그대로다."라고 말했습니다. 본질적으로 교황은 이 영화가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국내 기독교계에서도 반응은 좋았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전체적으로 많은 부분들이 감동적이라 딱히 어떤 장면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며 감상 평을 남겼습니다. 정진석 추기경(당시 대주교) 역시 "많은 스태프와 감독이 정말 열심히 만든 영화로 느껴질 정도로 훌륭하다. 이제껏 보아온 영화 중 최고의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천주교인들에게 관람을 권하고 싶을 정도로 커다란 감동을 받은 작품"이라고 논평을 했습니다. 하용조 목사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침묵한다. 그 이유는 너무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잔혹한 수난을 당하셨는지 몰랐다. 폭력과 테러가 자행되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이런 폭력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수님의 고난이 곧 인류의 구원이다. 이 영화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영화이며 꼭 봐야 할 영화다. 이 시간 이후 나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전도사가 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이 영화는 설교나 훈계가 아니라 기독교의 중심 사건을 시각화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극찬을 했습니다. 이버트는 이 영화에 4점 만점에 4점을 줬으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반유대주의 영화라는 주장을 거부하며 적극적으로 옹호했습니다.

피에타의 근원, 어머니 마리아에게 안긴 예수

4. 예수에 대한 묘사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하면서 겪는 고난의 묘사가 기존의 종교 영화와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생생합니다. 어지간한 고어물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특수 효과를 모두 활용해서 잔혹하게 묘사했습니다. 심지어 이 장면들이 재현을 제대로 한 것입니다. 십자가형이 괜히 고대인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게 아닙니다. 즉 예수의 수난을 과장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에 가장 가깝게 보여주는 작품인 것입니다. 다른 영화가 묘사를 순화했던 것일 뿐, 이 영화가 수난을 유독 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사야서 52장 14절에서 '주님의 종'은 "그의 모습이 사람 같지 않게 망가지고 그의 자태가 인간 같지 않게 망가져 많은 이들이 그를 보고 질겁하였다"라고 까지 되어있습니다.
 이 때문에 잔인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 심약한 사람에게는 그다지 추천되지 않습니다. 너무 잔인하기 때문에 종교 영화가 아니었다면 절대 15금 등급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도 극 중에서 나오는 수난 장면 묘사에 대해 "너무나 참혹하니 심약한 사람들은 보는 걸 삼갔으면 합니다."라고 평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그 때문에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오히려 이 영화를 너무 끔찍하다며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개신교계 미션스쿨들에서는 종교 관련 수업에서 종종 이 영화를 관람하는데, 잔혹한 장면을 보고 울음을 터트리거나 쇼크를 먹고 쓰러지는 학생들이 종종 나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작중에서 무고하고 선량하게 묘사되는 인물인 예수를 로마 군인들이 피와 살이 튀게 고문하는 잔인한 장면은,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니라도 오싹하고 동정심 들게 만들 정도입니다. 최고 압권은 채찍질 신(태형). 처음에는 등나무 회초리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쇠도리깨에 가까운 채찍이 등짝을 휘감고, 사방팔방에 피가 튀고 살점이 날아다닙니다. 특히 채찍이 예수 옆구리에 박혔다가 살점과 함께 날아가는 잔혹한 장면과, 등과 몸 뒷부분 중심으로 때리다가 그만 때리나 싶더니 몸을 뒤집어서 앞쪽을 무지막지하게 때리기 시작하는 장면은 신자 / 비신자를 막론하고 "오 주여"를 외치게 만들 만큼 매우 끔찍한 장면이었습니다. 회초리까지는 수십 대를 맞아도 부들거리면서라도 일어섰던 예수가 채찍으로 맞은 이후에는 제대로 일어서지 못해 형벌이 끝나고 나서 병사들이 예수의 팔을 잡고 질질 끌어내 형장을 벗어납니다.
 절정인 십자가에 못 박는 장면도 만만찮게 끔찍한데, 왼손을 못 박은 뒤 오른손을 못 박으려 하는데 손이 못 구멍에 안 닿자 밧줄로 오른손을 묶어 어깨가 탈골되도록 잡아당기지 않나, 다 못 박은 뒤 십자가 뒤쪽에 튀어나온 못을 구부린답시고 못 박힌 예수째 십자가를 통째로 바닥에 뒤엎고는 다 구부리자 다시 뒤엎습니다. 이 과정에서 바닥에 있던 먼지와 모래, 자갈들이 파인 살점에 그대로 다 들러붙어 참혹함은 더욱 배가됩니다. 위의 두 장면에 비할 정도는 아니라지만 가시관을 씌우는 장면도 잔혹한데, 보통의 예수 관련 영화 및 매체에서 날카로운 가시투성이인 관을 씌우자 어느새 피가 흘러내리는 정도가 아니라 관을 씌운 뒤 막대 끝으로 찍어 눌러대는 것도 모자라 몇 번이나 머리를 후려쳐 가시관을 아예 머리에 눌러 박는 수준입니다.
 물론 매우 당연하지만 촬영할 때는 배우가 막대기만 휘두르고 줄이나 칼날은 CG 처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를 취했음에도 예수 역을 맡은 제임스 카비젤은 영화를 찍으면서 엄청난 개고생을 했는데, 실수로 채찍 1대를 맨몸에 진짜로 맞아서 피가 철철 나거나 끔찍한 흉터와 낭자한 혈흔들을 리얼하게 보이게 하느라 분장 1번 하는 데 장장 4시간에서 8시간, 평균 7시간이 걸렸습니다. 초반부와 과거 회상 신처럼 부상을 입지 않은 모습이 나오는 장면이라도, 가발과 수염과 인공 코 등 상당한 분장을 해야 한 건 다르지 않았습니다. 매일 똑같이 엄청난 전신 분장을 하다 보니 피부는 약해지고, 물집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이러다 보니 휴식 시간이나 자는 시간에도 분장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가시관을 쓴 뒤의 장면들을 찍을 때는 너무 조이는 것 때문에 편두통에 시달렸고 십자가의 길 장면에서는 정말로 그 무거운 십자가를 실제로 지고 가며 찍느라 어깨가 탈골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촬영에 사용된 십자가 무게는 68kg이었습니다;;; 이런 것까지는 고증 안 해도 되는데 십자가를 놓치는 장면에서 실수로 십자가가 머리에 떨어져 입에 머금고 있던 가짜 피뿐 아니라 진짜 피를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이 부상이 완벽하게 회복되는 데 무려 한 달이나 소요됐다고 합니다.
 십자가에 매달린 장면은 더욱 힘들었는데 실제로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제임스 카비젤은 벽에 붙은 채 스쿼트 자세로 10분 이상 유지하는 연습과 등 하부 근육을 기르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촬영 당시 날씨가 패딩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운데 거의 전라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촬영에 임해야 해서 시속 64km 강풍이 부는 추위 속에 고생이 말이 아니었고 결국 폐렴에 걸렸습니다 ㅠㅠ 뇌우 장면을 촬영하던 중 조감독과 함께 번개에 맞기도 했다고…. 그나마 우산으로 번개가 떨어지는 바람에 머리 양쪽에서 불이 솟아났지만, 기적적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진짜 하느님이 도와준 거 아닌가….
노출 신이 많다 보니 드러난 맨몸은 수많은 자상과 타박상 등 많은 자잘한 부상에도 시달렸습니다. 점점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며 심장에도 문제가 생겼고, 그의 담당 의사로부터 “촬영을 지속하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다 찍으니 95kg이었던 그의 몸무게가 75kg으로 줄어 있었다고 합니다.

종교를 막론하고 예수의 고난에는 눈물을 아니 흘릴 수 없습니다...

5. 제작 비화

1) 멜 깁슨 감독은 이후로 고대 언어로 영화를 만드는 게 취미가 되었는지, 본격 마야어 영화 <아포칼립토>를 만들었습니다. 흥행이나 평은 상당히 좋았으나 역사학자들에게 쓴소리를 듣자 또 술김에 막말하다가 세간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2) 이 영화에서 예수를 연기한 제임스 카비젤은 본작의 이탈리아 개봉을 앞두고 아내와 장인, 장모와 함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났고 교황으로부터 축복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 예수 역을 맡은 배우 제임스 카비젤이 출연 권유를 받기 전에 길거리를 걷는데, 웬 프랑스인 여성이 와서 '당신은 예수 역을 맡게 될 것입니다' 하며 사라졌다는 얘기, OST를 제작 중이었는데 악마의 목소리를 연상케 하는 소리가 나왔다는 이야기 등의 루머가 있습니다. 여하튼 제임스 카비젤은 직전에 <반지의 제왕>의 아라고른 역을 제안받았는데 신성 모독적인 영화에는 안 나온다고 거절했습니다. 제임스 카비젤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엄청나게 메소드 연기를 하며 찍었고, 덕분에 촬영 기간 중에 자신을 예수와 동일시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난 뒤에는 크리스천으로서 지키고 감당해야 할 사명과 고생, 영화 촬영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본인의 신심을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상당히 신앙심이 깊은 듯합니다.
4) 멜 깁슨 감독과 사이가 안 좋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아포칼립토>와 더불어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5) 2016년 6월, 후속작을 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연출, 각본, 제작을 모두 멜 깁슨 감독이 맡으며 각본은 브레이브 하트를 쓴 렌달 월레스가 같이 담당합니다.
스토리는 예수의 부활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후속작의 제목은 <부활>(Resurrection)로 정했습니다. 케빈 레이놀즈가 감독한 같은 제목의 2016년 영화가 있지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후속작이 아닙니다.
당초 2020년 부활절 시기에 맞춰서 개봉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한 돌발 상황들로 촬영일이 미뤄지는 등 여러 사정으로 12월로 개봉이 미뤄지는 등 계속 연기되다가, 결국 2026년 부활절에 맞춰서 개봉되는 것으로 결정 났습니다.
이후 2025년 8월, 속편 제목은 <The Resurrection of the Christ>(그리스도의 부활)로 확정됐고 2부작으로 나눠서 2027년에 개봉하기로 되었습니다. 1부는 성금요일인 3월 26일, 2부는 승천일인 5월 6일로 개봉 일자를 정했습니다. 전작이 나온 지 20년이 넘은 관계로, 예수를 비롯한 주요 배역들은 대부분 다른 배우로 교체될 전망입니다. 당초 전작의 배우들을 재기용해 디에이징(de-aging)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비용 문제로 포기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기나이다'

6. 마무리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종교적 숭고함을 넘어, 시각적 경이와 폭력의 미학이 정점에 달한 논쟁적 마스터피스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멜 깁슨 감독은 서사적 기교를 덜어내는 대신 강렬한 명암 대비와 제임스 카비젤의 압도적인 마스크를 통해 관객을 고통의 현장으로 강제 소환합니다. 특히 대사를 고대 언어로 한정 지은 선택은 영화적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며, 관객이 언어적 해석을 넘어 인물의 호흡과 비명, 그리고 육체적 파괴가 주는 원초적 감각에 집중하게 만드는 고도의 연출력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 영화는 '폭력의 재현'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단순히 잔혹함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육체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포착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정신적 구원의 가치를 증명해 보입니다. 슬로 모션과 클로즈업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고통의 시간을 물리적으로 늘려버리는 편집 방식은 관객에게 영화적 체험을 넘어선 일종의 '종교적 고행'에 가까운 감정을 선사합니다. 비록 반유대주의나 과도한 가학성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나, 순수하게 영화적 문법으로만 본다면 관객의 감각을 이토록 완벽하게 장악하고 압박하는 작품은 영화사에서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결국 이 작품은 신념을 시각화하는 방식에 있어 가장 과감하고도 고통스러운 길을 택한 영화입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아도 화면을 뚫고 나오는 그 처절한 에너지는 여전히 유효하며, 종교 유무를 떠나 영화라는 매체가 인간의 감정을 어디까지 뒤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텍스트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