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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래로 완성한 선택, 죽음으로 남긴 신념, <영웅>(2022)

by 채채둥 2025.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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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2022) 포스터

 
 
 

오늘의 영화는 동동_Edward 님의 추천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1. 영화 영웅(2022)

 이 작품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 영화로, 2022년 12월 21일 개봉했습니다. 1909년 대한제국 말기를 배경으로, 독립운동가 안중근과 동지들의 신념·고뇌·희생을 노래와 함께 서사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한국 영화에서는 드문 대형 정통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감독은 윤제균으로 <해운대>, <국제시장> 등 대중성과 감정선을 중시한 연출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윤제균 감독은 이 작품에서 역사적 인물을 영웅화하기보다는, 두려움과 인간적인 감정을 지닌 한 인물의 선택에 초점을 맞추려 했으며,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통해 감정의 고조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도 말한 바 있습니다.
 주연 배우는 정성화로, 안중근 역을 맡았습니다. 정성화는 원작 뮤지컬 <영웅>의 초연부터 같은 역할을 맡아온 배우로, 무대에서 검증된 연기와 가창력을 스크린으로 옮겼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김고은(설희), 나문희(조마리아),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등이 출연해 독립군과 주변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성과 면에서는 평가가 비교적 엇갈렸습니다. 연말 극장가에서 개봉해 일정 수준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배우들의 가창력과 진정성 있는 연기, 특히 정성화와 나문희의 연기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반면 뮤지컬 넘버의 사용 방식과 서사의 밀도, 감정 표현의 직설성에 대해서는 관객과 평단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역사 뮤지컬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원 캐스팅’에 가까운 정성화의 존재는 가장 많이 언급됩니다. 그는 10년 이상 안중근을 연기해 온 배우로, 촬영 현장에서도 실제 무대 공연을 하듯 노래를 소화해 현장 녹음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 알려졌습니다. 또한 라트비아, 몽골 등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하얼빈과 블라디보스토크의 공간감을 살렸으며, 뮤지컬 원작의 대표 넘버들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재해석할 것인가가 제작 단계부터 큰 과제로 꼽혔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2. 줄거리

 영화는 1909년 만주 연해주 일대에서 시작됩니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의해 외교권을 박탈당한 뒤, 망명한 독립운동가들이 러시아령 연해주에 모여 항일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중심에는 ‘안중근‘(정성화)이 있으며, 그는 동지들과 함께 일본 제국의 핵심 인물인 이토 히로부미 암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안중근은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침략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의거’ 임을 분명히 합니다.

동료들과 결의를 다지는 안중근

 
 안중근은 작전에 앞서 동지들과 함께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동맹을 맺으며 결의를 다집니다. 동지들 가운데는 ‘우덕순‘(조재윤), ‘조도선‘(배정남), ‘유동하‘(이현우) 등이 있으며, 각자 가족과 조국을 떠나온 사연을 안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일본 측 인물인 ‘설희‘(김고은)로 전환됩니다.

독립군을 위한 정보원 설희

 
설희는 겉으로는 일본군을 돕는 정보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선 독립군을 비밀리에 지원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과거 안중근과 인연이 있었고, 일본군 내부에서 얻은 정보를 독립군에게 전달하며 위험한 이중생활을 이어갑니다.
 안중근은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머니 ‘조마리아‘(나문희)의 존재를 떠올립니다. 안중근은 아들이 위험한 길을 가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 말리지 않고 오히려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이 어미를 위한 길”이라고 말하는 어머니를 회상합니다. 작전이 본격화되면서 독립군은 하얼빈 역으로 향하는 이토 히로부미의 이동 경로를 파악합니다. 그러나 계획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습니다. 일본군의 감시가 강화되고, 내부 밀정의 의심까지 더해지면서 동지들은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 과정에서 설희는 정체가 발각될 위기에 처하고, 결국 독립군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희생을 감수하는 선택을 합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기다리는 안중근
의거를 성공시키는 안중근

 
마침내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 수많은 군인과 군중이 몰려 있는 가운데 안중근은 군중 속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기다립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안중근은 총을 꺼내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그는 세 발의 총성을 울리며 의거를 성공시키고, 현장에서 체포됩니다. 이때 안중근은 일본군 앞에서 “코레아 우라!”를 외치며 자신의 행동이 개인적 범죄가 아닌 독립전쟁임을 분명히 합니다.
 안중근은 일본 법정에서 자신의 죄를 부인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을 조목조목 열거합니다. 그는 자신을 범죄자가 아닌 전쟁 중인 대한의군 참모중장이라 주장하며 국제법에 따른 대우를 요구하지만, 일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 안중근

옥중에서 안중근은 동지들, 어머니, 그리고 조국의 미래를 떠올리며 마지막 시간을 보냅니다. 어머니 조마리아가 보낸 편지는 슬픔보다도 아들의 선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어머니의 확고한 믿음이 담겨 있으며, 안중근은 흔들리던 마음을 다시 다잡을 수 있게 됩니다.

처형당하는 안중근 열사


 안중근은 사형을 앞두고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그는 “내가 죽어도 대한은 반드시 독립할 것”이라는 신념을 남기며 형장으로 향하고, 화면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암시하며 마무리됩니다.

3. 평가

 적지 않은 관객들과 네티즌들이 우려한 대로 전형적인 JK 필름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같은 해에 개봉한 <공조 2: 인터내셔널>도 호불호가 갈렸지만, 신파극 요소는 자제하고 코미디에 집중한 공조 2와 달리 이번 영화는 윤제균 감독과 길영민 PD가 직접 연출을 맡은 영화인 만큼 상황에 맞지 않는 유머 코드와 억지 감동을 남발했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영화라는 장르를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독백 장면에서 컷 전환 없이 빙빙 도는 카메라 워킹에 대해서도 불호가 많았습니다. 여기에 일부 장면들이 다른 뮤지컬 영화들의 연출법을 베껴온 것 같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 뮤지컬 영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자연스러운 전개가 이어지지 못하고, 뮤지컬의 극 전환을 그대로 가져온 탓에 뮤덕에게 이럴 거면 공연 실황 영화를 만들지 그랬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물론 뮤지컬 <영웅>의 팬들 중 정성화의 팬이라면 상당히 호평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정성화는 뮤지컬에서 보였던 좋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나머지는 뮤지컬에 못 미친다는 의견이 있는데, 주인공 안중근을 빼곤 뮤지컬에 나온 배우들이 모두 바뀌었고 팝 발성으로 뮤지컬 넘버를 노래하기 때문에 톤이 맞지 않아 실망한 관객이 많았습니다.
 역사적 고증 오류 및 왜곡도 굉장히 심한 편입니다. 예를 들자면 작중 이토 히로부미가 욱일기 앞에 서서 일본 군인들에게 대동아공영을 강조하며 조선을 거쳐 만주를 확보해야 한다는 연설을 하는데, 이 장면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역사적 고증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작중 배경은 1909년인데 비해 대동아공영은 일본에서는 1940년에나 진지하게 논의되었던 개념이며, 만주 사변은 1931년에나 일어났을뿐더러 계획된 침공이 아니라 우발적 침공이었습니다. 애초에 군인이 아니라 정치인인 이토가 국기인 일장기가 아니라 육군 기인 욱일기를 달고 군인들에게 연설을 한다는 상황 자체가 오류입니다. 이건 원작부터 고증 오류가 있는 터라 영화판도 이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원작 뮤지컬 넘버를 그대로 가지고 왔고, 동시 녹음을 주로 했기 때문에 음악 퀄리티만큼은 굉장히 뛰어난 편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고픈 청춘이여 ‘의 경우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상황 연출로 극의 흐름을 깨고 마치 광고를 억지로 집어넣은 듯한 부자연스러움을 자아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일반 관람객의 평은 안중근을 주제로 한 영화로 애국심 버프와 중/고등학교 단체 관람 특수가 함께 맞물려 평론가 평가와 대조되게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4. 사운드트랙

주요 넘버 몇 곡을 소개하겠습니다.
1) 누가 죄인인가: 극 중 안중근의 결연한 의지를 담은 대표곡으로, 영화의 상징적인 넘버입니다.
https://youtu.be/uixjUthhXYM?si=YZSMC8bZJOR0mi7g

영웅ost-누가 죄인인가 (출처: youtube '골목대장탱구')

2)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 마마여: 설희 캐릭터의 절절한 감정을 담은 곡으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https://youtu.be/GTjplyGLALY?si=T_I88Mhpisiryseq

영웅ost-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 (출처: youtube 'CJ ENM Movie')

 

3) 내 아들 도마야: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가 부르는 노래로,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https://youtu.be/KDZZ5Cjisco?si=IBvwE9KXSr2nnPQU

영웅ost-내 아들 도마야 (출처: youtube '광명 [光明]')

이 외에도 영화에는 10곡이 넘는 곡이 삽입되어, 각 인물의 서사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5. 제작 비화

1) <인생은 아름다워>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정말 오랜만에 시도되는 뮤지컬 영화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가 먼저 촬영되었지만 배급사 사정 등으로 인해 늦게 나왔습니다.
2) 코로나 19로 인해 개봉이 연기되면서 원작의 서울 공연과 동시에 막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서울 공연은 2022년 12월 21일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홀에서 개막했습니다.
3) 한국영화 최초로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녹음 방식을 선택해서 영화의 70%를 현장에서 녹음했다고 합니다.
4) JK 필름이 제작한 영화 중 처음으로 Dolby Atmos로 믹싱 된 영화입니다.
5) 이토 히로부미 역을 재일 한국-조선인이, 지바 도시치 역을 실제 일본인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이토는 작중에서 대사도, 노래도 전부 일본어만 쓰지만 지바는 한국어를 매우 잘 알아 심문 통역도 맡았다는 설정이라 안중근과 한국어로 대화하는데 확실히 일본인이 한국어를 쓴다는 티가 나므로 더욱 일본인 교도관으로써의 리얼리티가 살아났습니다.
6) 원작의 넘버를 그대로 가져왔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약간의 재현 오류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OST 중 '출정식'이라는 곡에서 대동아공영(大東亜共栄)이라는 단어가 언급되는데 대동아공영,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슬로건은 실제 역사에서는 1940년대에 가서야 처음으로 대두되었습니다. 대동아공영권의 개념은 일제가 3국 동맹과 세력 확장으로 자신감을 얻으며 대두된 개념으로 1909년 시점에서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으로 너무 빠릅니다. 또한 이토가 연설을 하는 장면을 비롯하여 욱일기를 중간에 크게 놓는 등 공식 국기처럼 사용하는데 욱일기는 일본의 국기가 아니라 일본군의 군기로 대동아공영권과 마찬가지로 국기와 더불어 많이 쓰이던 것은 1930년대, 1940년대 무렵이었습니다. 특히 그 당시는 아직 일본이 군국주의화되어 군부가 큰 힘을 갖기도 전이었으므로 더욱 적합하지 않으며 가운데에 빨간색 원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일장기가 등장했어야 합니다.
7) 역사 흐름이나 내용상의 재현 오류는 원작 가사를 그대로 따라간 탓에 그렇게 나왔지만, 복장이나 무기는 그런대로 맞는 편입니다.
8) 당시 나온 지 10년도 안 된 최신 권총이던 루거 P08을 독립군 일본군/경찰이 두루 들고 나오는데, P08은 수출된 적이 있으며 노획 또는 장교들이 개인적으로 구입해 쓰기도 했으니 역시 완전한 오류는 아닙니다. 고풍스러운 외관에 일본군이 쓰던 남부 권총과도 실루엣이 비슷하여 대신 쓴 것으로 보입니다. 안중근이 사용하는 마우저 권총도 실제로 독립군에서 쓰던 것입니다. 특히 이토를 저격하는 데 사용한 권총인 브라우닝은 원작 뮤지컬에서는 다른 총을 들고 나오지만 영화는 정확하게 재현했습니다.

빛나는 독립 열사들

6. 마무리

 <영웅>(2022)은 완성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분명한 태도와 목적을 가진 영화라는 점에서 먼저 평가받아야 합니다. 한국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정통 뮤지컬 형식을 역사 서사에 정면으로 결합했다는 시도 자체가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그 도전은 영화 전반에 뚜렷하게 각인돼 있습니다. 익숙한 안중근 서사를 감정과 노래로 밀어붙이겠다는 결단은 호불호를 낳지만, 적어도 계산된 타협보다는 확신에 찬 직진에 가깝습니다.
 윤제균 감독 특유의 직설적인 감정 전달 방식이 뮤지컬 장르와 만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습니다. 넘버가 시작될 때의 감정 고조는 분명 힘이 있지만, 장면과 장면 사이의 리듬이 다소 단조롭게 이어지며 관객에게 ‘감정을 느껴야 한다’고 요구하는 순간들도 존재합니다. 영화적 여백이나 암시보다는 선언과 설명에 가까운 연출이 많아, 보다 절제된 미장센이나 편집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아쉬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배우들의 퍼포먼스는 이 영화의 가장 확실한 강점입니다. 특히 정성화는 무대에서 축적된 시간만큼이나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안정적으로 체화하고 있으며, 노래와 연기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화 전체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었습니다. 나문희의 조마리아 역시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윤리적 중심을 형성하며,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도 강한 울림을 남깁니다. 반면 일부 조연 캐릭터들은 상징적 기능에 머물러, 더 입체적인 서사 확장이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영웅>이 영화와 뮤지컬 사이의 경계에서 끝내 한쪽을 완전히 선택하지 않는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카메라가 무대를 의식하는 순간과 영화적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순간이 공존하면서, 이질감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작품만의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냅니다. 완벽한 영화적 변환이라기보다는, 무대의 감정을 스크린으로 옮기려는 실험에 가깝습니다.
 결국 <영웅>은 세련되거나 날카로운 영화라기보다는, 신념과 진심으로 밀어붙이는 작품입니다. 영화적 완성도만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아쉬운 지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한국 영화계에서 드문 형식적 도전과 역사적 인물을 다루는 태도의 진정성만으로도 충분히 논의될 가치가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게 된다면 “잘 만든가”보다는, “왜 이렇게 만들었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로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