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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성과 평범의 사랑, <노팅 힐>

by 채채둥 2025.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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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팅 힐' 포스터

1. 영화 노팅 힐

 이 영화는 1999년 4월 27일 런던 레스터 스퀘어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열고 같은 해 5월 21일 영국애서 본격 개봉한 작품입니다. 미국에서는 5월 28일 공개되었습니다.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로저 미첼 감독이 연출하고 리처드 커티스가 각본을 맡아 런던 노팅힐의 서점 주인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 분)와 할리우드 스타 안나 스콧(줄리아 로버츠 분)의 사랑을 그렸습니다. 그 외의 주요 출연진으로는 리스 이반스(스파이크), 엠마 챔버스(허니), 흄 크로인(맥스)이 있습니다.
 제작비 4,200만 달러로 전 세계 3억 6,400만 달러 이상 흥행을 하며 영국 영화 사상 최고 수익 기록을 세우고, 북미에서만 1억 1,600만 달러를 벌어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서 개봉 주말 흥행 1위를 경신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가 프리미어에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고, 각본가 리처드 커티스의 실제 집 푸른 문이 관광 명소가 돼 팬들이 페인트를 벗겨 가져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로넌 키팅의 OST ‘When You Say Nothing at All’ 커버가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한 작품입니다.

2. 줄거리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는 런던 노팅힐의 작은 여행 서적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평범하고 소심한 이혼남으로, 괴짜 룸메이트 ‘스파이크’(리스 이반스)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윌리엄의 서점에 온 애나

어느 날 그의 서점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여배우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이 방문해 책을 사 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렌지 주스를 쏟아 부딪힌 후 윌리엄은 그녀에게 집으로 데려가 깨끗한 옷을 빌려주며 어색한 대화를 나눕니다. 며칠 후 스파이크가 애나의 연락을 전해 윌리엄은 리츠 호텔에서 기자 행세를 하며 그녀를 만나고, 여동생 ‘호니’(엠마 챔버스)의 생일 파티에 초대해 친구들(인디라의 사라 피에먼, 맥스의 팀 맥인너니) 앞에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애나와 윌리엄

애나의 남자친구 ‘제프’(알렉 볼드윈)가 호텔 방에서 나타나 윌리엄을 룸서비스 직원으로 착각하며 모욕을 주자 관계가 어색해집니다.
 애나가 미국으로 떠난 후 6개월이 지나 헨리 제임스 원작 영화 촬영으로 영국에 돌아온 그녀를 찾아간 윌리엄은, 촬영장에서 애나가 동료 배우에게 “윌리엄은 그냥 곤란할 때 만난 사람”이라고 말하는 대화를 엿듣고 상심해 떠납니다. 그러나 다음 날 애나의 무명 시절 누드 사진과 영상이 스캔들로 터지자 그녀는 상처받아 윌리엄의 집으로 찾아와 주말 동안 달콤한 시간을 보냅니다. 스파이크의 입방정으로 기자들이 몰려오자 애나는 절망하며 떠나지만, 윌리엄의 책방 조수 ‘마틴‘(제임스 드레이퍼스)과 친구들의 조언 속에 윌리엄은 그녀를 포기하려 애씁니다.

엇갈릴 것 같은 그들의 사랑

1년 후 런던으로 돌아온 애나가 서점을 찾아와 “난 그냥 여자일 뿐이야. 사랑받고 싶어”라고 고백하지만, 윌리엄은 스타와 평범한 서점 주인의 격차를 이유로 거절합니다. 친구들의 격려와 스파이크의 직설 속에 마음을 바꾼 윌리엄은 애나가 머무는 호텔로 달려가지만 이미 그녀가 떠난 후임을 알게 되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녀의 기자회견 장소를 찾아갑니다.

공개고백 하는 윌리엄
행복하게 고백을 받아들이는 애나

회견 중 윌리엄은 애나에게 공개적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애나는 눈물을 흘리며 받아들이며, 둘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3. 평가

 제작비 42,000,000 달러로 363,889,678 달러를 벌어들이는 말 그대로 초대박을 쳤습니다. 개봉 당시 '남자 버전의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재밌게도 주연 배우 줄리아 로버츠를 스타덤에 올린 <귀여운 여인> 역시 개봉 당시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평가를 많이 받은 영화입니다. 이외에 이 두 영화는 초기 각본은 결말이 암울했는데, 수정 후 지금의 해피 엔딩으로 바뀐 공통점도 있습니다. 초기 각본에는 남주의 여동생은 남주에게 호감을 가진 이웃사촌으로 설정되었고, 현실을 자각한 남주는 여주와 결국 헤어지고 이 이웃사촌과 결혼하는 엔딩이었습니다. 대신 몇몇 설정들은 그대로 유지돼 이웃사촌은 남주의 서점 바로 맞은편의 레코드 가게 여사장이었고, 이 설정대로 남주 여동생은 레코드 가게 아르바이트생으로 나옵니다.
 매춘부 사건으로 잠시 주춤했던 휴 그랜트는 이 영화로 인해 다시 정상궤도를 밟았습니다. 당시 그랜트가 완전히 배우 생활을 접을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그 사건의 이미지와는 정반대 되는 배역이었음에도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며 재기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 중 애나와 함께 시상식을 가는 장면에서 엄청난 인파에 당황하는 연기는 진짜 일반인을 데려다 놓은 것처럼 생생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또 다른 주연 줄리아 로버츠 역시 인상적인 호연을 펼쳤습니다. <귀여운 여인>에서의 매춘부 역과 대비되는 톱스타 연기를 펼쳤는데, 영화가 윌리엄의 시점에서 전개되기에 스크린 쇼타임이 휴 그랜트보다 다소 적었음에도 나올 때마다 훌륭한 존재감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기자회견장에서의 미세한 표정 연기는 실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4. 사운드트랙

 엘비스 코스텔로가 부른 ‘She‘는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원곡은 샤를 아즈나부르가 1974년에 부른 곡입니다. 이 영화에 삽입된 것도 영국에서 누구나 다 아는 너무나 유명한 곡이었기 때문에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또한 아일랜드의 팝, 락 음악가인 로넌 키팅의 ‘When You Say Nothing At All‘은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DrQBO3e9qUk?si=DiCBeYO3zpJ0MOpL

노팅 힐 ost - she (출처: youtube 'Into the Movie 영화속으로')

 

 

https://youtu.be/mLX6319U7qA?si=Mjgf8VfHDOTo_VRn

노팅 힐 ost - When You Say Nothing At All (출처: youtube 'Movie Atlas')

영화 '노팅 힐'의 한장면

5. 제작 비화와 여담

1) 각본가 리처드 커티스는 일주일에 한 번씩 친구집에서 저녁을 먹다가 마돈나 같은 유명인이 나타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허니 태커의 생일파티 중 안나 스콧이 나타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또한 스토리 자체도 리처드 주변 사람이 실제로 겪은 일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리처드의 친구 중 한 명이 백화점에서 매우 유명한 여성을 만난 후 노팅힐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 데려갔는데 그 후 온갖 기상천외한 일이 일어났고, 그녀가 런던에 올 때마다 만났다는 게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리처드는 사람들이 그 유명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 두려워서 이 얘기 자체를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밝혔습니다. 그 유명인은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윌리엄의 실제 모델은 리처드 커티스 본인으로, 실제로 리처드 커티스는 '항상 사랑에 빠지지만 사랑에 실패하는 로맨틱한 사람'으로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프로이나 배우 휴 그랜트 자신은 그것보다 더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 한국에서는 영어 교육용으로도 권장되는 영화입니다. 원래도 영어 공부에 많이 이용된 영화였는데, 유명 토익강사 유수연이 <노팅 힐>의 음성파일을 하루 8시간씩 두 달을 듣는다면 어학연수 안 가도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을 해서 아예 영어공부용 영화로 굳어졌습니다. 다소 오래된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내용도 재미있는 장면이 있고, 일상적인 표현이나 용어가 많이 나올 뿐 아니라 영국 악센트와 미국 악센트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각본을 기반으로 한 영어교재도 시중에 출시되어 있습니다.
3) 크리스마스가 배경인 영화는 아니지만 로맨틱 코미디이고 리처드 커티스가 감독을 맡은 <러브 액츄얼리>가 성탄절 영화라서 그런지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로 나오는 경우가 잦습니다.
4) 1999년에 나온 영화이지만 20세기 때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화 전반적으로 세련되었습니다. 특히 패션과 관련해서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시대적 요소를 볼 수 있는 것도 윌리엄의 머리 모양과 금테안경 정도이고, 작품 외적으로는 스파이크의 흡연 장면입니다. 다만 영화가 히트 친 만큼 타 작품에서 <노팅 힐>에 영감을 받아 오마주를 하는 등 1990년대 로맨스 코미디 장르를 정립해 플롯이 정형화되어서 그런지 21세기 들어서는 신파 같아 보이는 등 약간 진부해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2010년대 들어 안나 스콧이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윌리엄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오고, 스타 배우가 매니저 몰래 다른 사람과 만나는 장면이 많아 핍진성이 부족하고, 남녀가 역전되었든 간에 신데렐라 콤플렉스 스토리 자체가 현실성이 없고, 윌리엄이 호구 같아 보이고, 안나가 남자친구가 있는 상태에서 윌리엄과 양다리를 걸친 게 이상하고, 코믹한 장면이 부분 부분 있기는 하지만 잔잔한 분위기가 많다 보니 늘어져서 지루한 장면이 아예 없지는 않고, 2시간 내에 러브 스토리가 나와야 되기 때문에 전개가 빨라 개연성이 없는 장면이 좀 있고, 윌리엄의 주변 인물들 중 스파이크의 돌출 행동이나 안나가 화장실을 사용 중인데 허니 태커가 들이닥쳐서 안나가 바지를 내리기 전까지 같이 있었다는 허니의 대사 등 웃긴 장면에서 사회성이 부족해 보여 답답해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이 있습니다. 헥헥…
5) 휴 그랜트는 1995년 매춘부 디바인 브라운과 미국 할리우드의 선셋 대로에서 카섹스를 하려다가 경찰에 적발되어 공연음란죄로 벌금을 물은 사건 때문에 연예계에서 망신을 당한 적이 있는데 본인이 잘못을 쿨하게 인정해서 이 영화로 인기를 회복했습니다.
6) 줄리아 로버츠도 불륜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불륜을 자주 했습니다. <노팅 힐>을 찍는 중에는 당시 배우 벤자민 브랫과 데이트 중이었다가 2001년 헤어지고 이후 평범한 카메라맨이자 촬영 감독인 대니 모더와 결혼해 이 영화 스토리와 비슷하게 갔습니다.
7) 두 주연배우 휴 그랜트, 줄리아 로버츠 모두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귀여운 여인>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본작의 각본가 리처드 커티스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각본도 담당했던지라 이 두 작품은 묘한 공통점들이 있는데, 두 작품 모두 영국인 남주가 미국인 여주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이고, 여주는 처음 만날 당시 다른 남자와 연애 중이라 맺어지지 못했다가 결말에 남주와 맺어지는 전개 등등이 있습니다.

영화 '노팅 힐'의 한장면

6. 마무리

 <노팅 힐>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정점으로, 로저 미치 감독이 영국 노팅힐의 화사한 거리를 배경으로 펼치는 세련된 연출이 돋보입니다. 휴 그랜트의 윌리엄 태커는 영국 특유의 세련된 어색함과 자조적 유머를 통해 평범한 서점 주인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그의 보조개 미소와 더듬거리는 대사가 관객을 사로잡는 매력 포인트입니다. 줄리아 로버츠의 애나 스콧은 할리우드 스타의 화려함 뒤에 숨긴 취약성을 보석 같은 눈빛과 미소로 그려내, 두 배우의 케미가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신선하게 승화시켰습니다.
OST 중 ‘She’의 감미로운 멜로디와 계절 변화 장면의 몽타주 편집은 감정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완벽히 포착해, 25년이 지난 지금도 색 바램 없는 영국 로코의 교과서로 평가됩니다. 신데렐라 남자 버전으로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스타와 평범인의 격차를 위트 있게 해체하며 오래도록 로맨스의 본질을 재조명하는 걸작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