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이 작품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연출한 2015년 미국 영화로, 실존 인물인 휴 글래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마이클 푼케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주연 배우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휴 글래스 역), 톰 하디(존 피츠제럴드 역), 도널 글리슨, 윌 폴터 등이 참여했으며, 디카프리오가 보여준 극한의 생존 연기와 자연에 맞서는 인간의 한계를 실감 나게 담아내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2015년 12월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초연되었고, 12월 25일 북미에서 한정 개봉, 2016년 1월 8일부터는 전 세계로 확대 개봉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6년 1월 14일 정식 개봉되었습니다. 월드와이드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1억 3,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북미에서만 약 1억 8,363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12개 부문 최다 후보에 올라 감독상(이냐리투), 남우주연상(디카프리오), 촬영상(엠마누엘 루베즈키) 등 3관왕을 차지했고,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는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입니다. 촬영은 인위적인 조명을 없애고 자연광만을 사용했으며, 영하 40도의 혹한기 실외촬영, 주연 배우의 생고기 섭취 등 사실성을 위한 노력이 일화로 전해집니다.
<레버넌트>는 19세기 초 미국 개척 시대 산악지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인간의 잔혹성과 생존, 복수와 자연을 주제로 하며, 무엇보다 자연을 적으로 맞서는 인간의 본성과 강인함, 그리고 역사적 배경을 인상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 줄거리
19세기 초 미국 서부,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들 ‘호크’(포레스트 구드럭)와 함께 모피 사냥팀과 동행하며 황야를 누빕니다.


어느 날, 프랑스계 탐험대와 연합한 아리카라 원주민의 습격을 받아 다수의 동료를 잃고, 휴 글래스는 배와 산길 지형을 잘 알아 일행을 이끌고 도주하는 도중, 치명적인 곰의 습격을 받아 온몸이 찢기고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부상으로 걷는 것조차 힘든 글래스를 살릴 희망이 거의 사라진 시점에 대장 ‘헨리’(도널 글리슨)는 글래스의 임종을 지키고 장례를 치를 사람에게 보상금을 약속합니다. 결국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 ‘짐 브리저’(윌 폴터), 그리고 글래스의 아들 호크가 글래스 곁에 남습니다.

그러나 피츠제럴드는 빨리 상황을 끝내고 싶어 살아 있는 글래스를 죽이려 하고,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호크를 글래스가 보는 앞에서 살해합니다. 브리저는 이 상황을 모르고, 피츠제럴드의 속임수에 속아 글래스를 얕은 무덤에 묻고 둘은 떠납니다.
죽음 직전 깊은 상처를 입은 글래스는 얼어붙을 듯한 밤, 상처를 스스로 봉합해 가며 살아남기로 결심합니다. 기어서 계곡을 지나고, 불에 데워 상처를 지지며, 물을 찾아 마시고, 냉혹한 자연환경과 굶주림, 적대적 부족민의 위협을 견디며 300km가 넘는 거리를 기어가다시피 이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파우니 원주민 ‘히컥’(아서 레드클라우드)과 만나 도움을 받기도 하고, 프랑스 사냥꾼들의 야영지에서는 ‘아리카라족 추장’(듀 케린)에게 납치된 부족장 딸 ‘포와카’(멜라 위루준)를 구해주기도 합니다.

혹한 속에서는 죽은 말의 배를 가르고 그 안에 들어가 밤을 나기도 하며, 살아남기 위한 본능과 아들을 위한 복수심으로 마지막 힘을 내어 부상과 굶주림의 고통, 덫과 총상까지 버팁니다. 마침내 요새로 돌아온 글래스는 헨리 대위에게 피츠제럴드의 만행을 알리고, 두 사람은 피츠제럴드를 뒤쫓아 한눈에 알아봅니다. 글래스는 그를 쫓아 설원 끝에서 최후의 혈투를 벌입니다.

결국 글래스는 피츠제럴드를 쓰러뜨리고, 그를 아리카라족에게 내어주어 원주민의 손에 최후를 맡깁니다. 복수를 마친 글래스는 상처투성이가 된 몸으로 황야에 홀로 남아, ‘죽은 아내’(그레이스 도브)의 환영을 바라보며 조용히 엔딩을 맞이합니다.
3. 평가
로튼 토마토의 신선도가 78%, 메타크리틱 76점에 IMDB에서도 8.0점의 고득점을 받고 있습니다. 평단 측에서는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촬영과 이냐리투의 연출력, 그리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의 연기 등에 상당한 호평을 주고 있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사운드트랙도 큰 호평을 받았으나 일렉트로닉 뮤지션 알바 노토 등의 협업 아티스트들이 나중에 추가되는 바람에 아카데미에 후보 선정에서는 아쉽게도 탈락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의 예상과 바람대로 결국 디카프리오에게 영국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마침내 4전 5기 끝에 미국 아카데미상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디카프리오의 연기에 대한 평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의 연기가 더 훌륭했는데 그때 못 준 것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준다는 평이 상당했습니다. 레버넌트를 찍느라 육체적으로 고생한 것은 맞지만 연기 자체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더 잘했다는 평이 많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이렇게 보상성으로 수상을 하는 일은 옛날부터 있어왔던 일입니다.
국내에서도 평론가들의 평이 대체적으로 좋지만 호불호가 조금은 갈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씨네 21의 유명 평론가인 박평식과 이동진은 둘 모두 별 3개 반이라는 높은 점수를 주며 호평을 한 반면으로 정지혜, 김혜리, 송경원과 같은 기자 및 평론가들은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는, 감독 자신이 전개하는 촬영기법과 수사를 과시하는 데에 치중한 영화'라며 그저 그렇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침묵의 미학과 극도로 절제된 미니멀한 음악으로 스토리의 주제나 맥락의 전달에 있어서 관객들에게 불친절하다는 점이 크게 지적받는 단점입니다. 적은 것으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지만 내용과 표현에 있어서 엇나가는 지점은 없기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이야기의 이따금 지루할 수 있는 부분도 카메라에 담아낸 풍경, 배경으로 커버가 가능할 만큼 훌륭함으로, 예술적인 면에서는 기립 박수를 쳐줄만합니다. 한마디로 영화의 예술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심드렁한 평을 내린 평론가들조차도 만장일치로 인정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배경이 아메리카 대륙 개척 시기이다 보니 해당 배경지식이 없으면 공감하기 힘들어 영화가 지루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미국에 한국 사극을 상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해당 시기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프랑스인과 영국인의 대립 등을 알고 영화를 본다면 그 재미가 더욱 배가 될 것입니다.

4. 실화에 대하여
1) 실제 이야기의 진위여부나 정확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1824년, 필라델피아의 한 변호사가 지역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사실에 대해 당사자가 직접 남긴 기록이나 정보가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구전 실화가 그렇듯 오랜 세월을 거치며 다소 과장되거나 와전되었을 가능성이 높음을 미리 명시합니다.
2) 실존인물로 추정되는 주인공 휴 글래스는 1780년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아일랜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1822년에 탐험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윌리엄 헨리 애슐리가 신문에 게재한 탐험대원 구인 광고를 보고 탐험에 자원해 동행했는데, 이듬해인 1823년 5월, 미주리 강 상류 지역에서 아메리카 원주민 아리카라(Arikara)족의 습격을 받아 다리에 총상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8월에는 그랜드 강 유역에서 새끼를 거느린 어미 곰에게 접근하여 돌발행동을 하다가 공격당하고 피츠제럴드와 브리저의 도움으로 곰을 사살합니다. 글래스는 등 쪽의 늑골이 드러날 정도로 큰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다 임종의 순간을 지켜보고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남겨진 두 동료에게 버려집니다. 이 2명이 영화에서도 실명으로 나오는 존 S. 피츠제럴드와 짐 브리저로, 당시 나이는 각각 23세와 19세였습니다. 이들은 글래스를 버릴 당시 글래스의 총까지 챙겨 도망갔는데, 천만다행으로 이들이 수의 대신 덮어준 곰 가죽 덕분에 글래스는 목숨을 연명해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부러진 다리뼈를 스스로 맞추고, 수의로 등의 상처를 감싸고, 찢어진 상처가 썩어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구더기를 곪은 피부 위에 올려 썩어가는 살을 뜯어먹게 하는 극단적인 처치까지 한 후, 글래스는 야생 베리와 뿌리 등을 따거나 캐 먹으며 무려 6주 동안 320km를 이동해 카이오와 요새로 극적으로 살아 돌아갔다고 전해집니다. 이 소식은 이후 신문 및 입소문 등을 통해 미 전역으로 퍼져 나갔으며, 사람들은 글래스를 ‘죽음에서 돌아온 자’라는 별명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3) 영화의 원작이 된 논픽션 소설을 집필한 마이클 푼케는 미국 무역 대표부(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의 부대표 겸 세계무역기구(WTO)의 미국 대사로, 고위직 국가 공무원입니다. 로펌에 재직 중이던 지난 1997년 이 실화에 관심을 가지고 자료들을 모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책을 완성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출근한 후 3시간 동안 글을 쓰고 근무를 시작하는 삶을 무려 4년 동안 계속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푼케는 현재 미국 행정부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는 '연방 윤리 규정(federal ethics rules)'에 의해 "재산을 늘릴 수 있거나 직위를 남용할 가능성이 있는 부업"을 겸할 수 없는 탓에 본인의 작품이나 영화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작품과 관련한 입장은 아내인 트레이시, 대변인을 맡고 있는 동생 팀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는 물론 자신의 저서에 사인도 할 수 없는 처지라고 합니다…

5. 제작 비화
1) 촬영기간이 꽤나 길었는데, 전체 촬영을 위한 사전 리허설에만 3개월, 로케이션 촬영에만 무려 9개월이 소요되었습니다. 주요 촬영지는 캐나다 앨버타 주 및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였으며, 극 중반 인디언들의 추격을 피해 강 상류에서 목숨을 걸고 헤엄쳐 탈출하는 씬은 미국 몬태나 주에서 촬영했습니다. 촬영장소 대부분이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데다 촬영에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적당한 일조량이 지속되는 시간이 하루에 2시간 남짓 정도였으며, 어느 날은 20분 찍고 촬영을 접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이상기후 등으로 눈과 얼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탓에 아르헨티나 최남단 지역까지 가서 촬영해야 했다고 합니다.
2) 인공조명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촬영해서 상당한 화제를 모았습니다. 배경으로 삼고 있는 1800년대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에 단 한 신을 제외하고는 전부 자연광으로 촬영되었습니다.
3) 음악감독인 사카모토 류이치는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에서 밝히기를 당시 인후암 투병생활로 몸이 힘든 와중에도 평소에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에 제안이 오자 바로 승낙했다고 합니다.
4) 이 영화에서 곰의 흉폭함과 위험성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을 테지만, 이마저도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것입니다. 회색곰은 600kg 이상 자라는 거대한 동물로 굶주렸거나 부상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다면 살아남기 훨씬 어려웠을 것입니다. 게다가 곰에 의한 인명피해는 상당수가 작중에 나온 것처럼 새끼를 가진 어미에 의한 사고로 어미곰은 새끼를 지키기 위해 자신보다 크고 강한 수컷 곰도 몰아낼 정도로 매우 예민하고 사나워진다고 합니다. 휴 글래스가 곰을 만나 다리가 부러지고 갈비뼈가 드러나는 중상을 입은 것은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무엇보다 작 중에서 등장한 어미곰은 사람보다 조금 큰 수준으로 회색곰 중에서는 작은 개체였습니다.
5) 이 영화에서 곰의 실감 나는 연기(?)는 단순한 CG만으로 작업한 것이 아니라 동물의 행동을 재현해 내는 전문배우의 연기를 기반으로 CG를 더한 것입니다. 디카프리오의 아카데미 수상 후 팬덤에서 나온 농담 중 하나가 "원래는 곰이 받아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디카프리오를 줬다"(디카프리오의 연기를 비하하는 게 아니라 워낙 아카데미 상복이 없었던 디카프리오가 이번에도 상을 못 받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반전이 일어난 데 대한 반응으로 나온 농담이다)인데 내막을 알고 보면 꽤 아이러니한 농담이 되는 셈입니다.
6) 동명의 영화로 레버넌트(The Revenant, 2009)가 있습니다. 이쪽은 좀비물.
7) 처음 제작단계에서 박찬욱 감독에게 먼저 제안이 들어왔고 박 감독은 새뮤얼 L. 잭슨을 주연으로 하기를 원했지만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6. 마무리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단순한 생존 서사 그 이상으로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이냐리투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엠마누엘 루베츠키의 자연광 촬영 기법이 빚어낸 광활하고도 원초적인 자연 풍광은 영화에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관객을 19세기 초 미국 황야 한복판으로 데려갑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휴 글래스 역은 극한의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끈질긴 생명력과 복수심을 표현하는 데 있어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주어 영화의 감정적 무게 중심을 단단히 잡아줍니다.
영화의 긴 러닝타임임에도 불구하고, 디테일하게 묘사된 생존 과정과 긴박한 복수극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아 서바이벌 장르와 서사 영화의 경계를 훌륭하게 넘나듭니다. 특히 회색곰과의 처절한 사투 장면은 CG와 실사 연기가 어우러져 압도적인 긴장감과 리얼리티를 선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쩔 것인가?’라는 강렬한 몰입을 자아냅니다. 또한, 톰 하디가 연기한 피츠제럴드의 배신과 갈등 구조는 인간 내면의 어둠과 생존 투쟁의 비극적 측면을 극대화합니다.
또한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고통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의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하는 작품입니다. 생생한 자연 묘사와 깊이 있는 캐릭터 심리,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탐구하는 메시지가 한데 어우러져 영화 애호가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명작으로 평가받습니다. 몰입과 감동, 그리고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경험하고 싶은 관객에게 특히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방관의 대가로 피바다가 된 섬,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75) | 2025.12.01 |
|---|---|
| 창작과 파멸, 경계 없는 스릴러, <커미션> (54) | 2025.11.25 |
| 어둠 속에 감춰진 비밀, 그날의 진짜 이야기, <텔 미 썸딩> (96) | 2025.11.21 |
| 인종과 편견을 넘어선 진정한 우정과 용기의 여정, <그린 북> (84) | 2025.11.20 |
| 자유를 향한 순수한 도피와 깨달음의 여정, <인투 더 와일드> (87) | 2025.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