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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어로들의 만남이 장르의 역사를 새로 쓴 순간, <어벤져스>(2012)

by 채채둥 2025.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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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2012) 포스터

1. 어벤져스(2012)

  이 작품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입니다. 감독은 조스 웨던, 어벤져스 실사영화 시리즈의 1번째 작품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1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어벤저스'가 옳은 표기이지만, 수입사에서 '어벤져스'로 표기해 고유명사화되어 어벤져스로 굳혀졌습니다.
마블 스튜디오 주도 하에 영화로 제작되었고,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와 <파이어플라이>와 <엑스맨> 코믹스 스토리를 집필한 조스 웨던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습니다. 대한민국은 북미보다 빠른 2012년 4월 26일에, 북미에서는 5월 4일에 개봉했습니다. 본 작이 나오기 전에 나온 영화들의 복선을 최종 회수하는 MCU 페이즈 1의 하이라이트입니다. 페이즈 1의 부제가 'Avengers Assembled'이기도 한 만큼 페이즈 1의 목적이자 대미가 되는 영화인 셈입니다.
새뮤얼 L. 잭슨(닉 퓨리 역)이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아이언맨 역), 에드워드 노튼(헐크 역) 등은 절대로 안 바꿀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결국 헐크 역의 노튼이 어벤져스 프로젝트에서 하차하고 마크 러팔로가 재캐스팅되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MCU의 헐크 역은 마크 러팔로가 계속 맡고 있습니다. 그 외에 모든 주요 배역들은 바뀌지 않고 유지되었습니다. 음악을 맡은 앨런 실베스트리는 <백 투 더 퓨처>, <프레데터 1>, <저지 드레드>,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웨이>, <A특공대>, <콘택트> 같은 영화들의 음악을 맡은 바 있습니다.

2. 줄거리

 영화는 ‘로키’(톰 히들스턴)가 인피니티 스톤 ‘테서랙트’를 이용해 치타우리 외계군대를 이끌고 지구를 침공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국제 평화기관 S.H.I.E.L.D. 의 국장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는 세계의 위협을 막기 위해 슈퍼히어로 연합 ‘어벤져스 이니셔티브’ 실행을 결정합니다.

어벤져스(2012)의 스틸컷
어벤져스(2012)의 스틸컷

이에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브루스 배너/헐크’(마크 러팔로), ‘나탸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클린트 바튼/호크아이’(제레미 레너) 등 각기 개성 넘치는 영웅들이 한 팀으로 집결합니다.

 하지만 전력 집결 이후에도 각 인물의 성격 차이와 과거로 인해 팀 내 갈등이 이어지고, 로키는 호크아이와 ‘에릭 셀빅’(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을 세뇌시켜 S.H.I.E.L.D. 를 공격하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필 콜슨’(클라크 그레그)이 로키에게 살해당하며, 히어로들은 슬픔과 분노로 결속하여 진정한 팀워크를 이루게 됩니다.

어벤져스(2012)의 스틸컷
어벤져스(2012)의 스틸컷

뉴욕에서 펼쳐진 치타우리 군대와의 대규모 전투에서 블랙 위도우가 포탈을 닫고, 아이언맨이 핵미사일을 들고 희생을 각오하며 미사일을 외계군 모선으로 가져가 파괴합니다. 전투의 최종 승리 후 토르는 로키와 테서랙트를 아스가르드로 이송하며, 히어로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지지만 닉 퓨리는 ‘그들은 언제든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으며 영화는 끝납니다.

3. 평가 

 슈퍼히어로 장르를 넘어 21세기 할리우드 영화계의 전과 후를 나눈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이 작품의 성공 이후 할리우드계는 소위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부르는 세계관 구축이 트렌드가 되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문화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이언맨>의 성공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지만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하면서 희의 감을 가지던 때에 <어벤져스>가 화려하게 성공하면서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상업 영화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회사로 마블 스튜디오를 탈바꿈시켰습니다. 케빈 파이기 역시 MCU가 지금의 규모만큼 거대해질 수 있다고 스스로 믿게 된 시점이 본 작의 성공 직후였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들과 다르게, 서로 다른 영화의 주인공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팀을 꾸렸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데, 이전에도 <엑스맨> 오리지널 시리즈나 <판타스틱 포> 실사영화 시리즈 같은 영웅들의 팀업 무비는 할리우드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아이언맨>,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천둥의 신>, <퍼스트 어벤져>같은 개별 영화들이 먼저 개봉했으며, 이 개별 영화들에서 깔은 복선을 <어벤져스>에서 회수하면서 거대한 시네마틱 유니버스로서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개별 영화들을 보지 않아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단독으로 탄탄한 완성도를 가졌기에 오히려 이후에 개별 영화를 역으로 찾아보는 관객들이 더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팀업 무비로서 완벽에 가까운 비중 분배와 합동 액션이 등장하여 조스 웨던의 팀업 액션 연출력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는데, 모든 히어로가 자신의 전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신들만의 액션을 마음껏 선보였습니다. 특히 후반 대규모 전투에 나오는 롱테이크 씬은 절정입니다. 뉴욕 맨해튼에 모두 모인 어벤져스 멤버들을 한 바퀴 돌며 바라보는 카메라 워크와, 히어로들의 활약이 장면 전환 없는 롱테이크로 3분간 펼쳐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카타르시스의 절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얼마나 잘 짜인 팀업 무비인지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어벤져스(2012)의 스틸컷
어벤져스(2012)의 스틸컷

감독 조스 웨던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되었고, 주연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헴스워스는 전원 글로벌 스타덤에 올랐으며 이미 이름이 잘 알려져 있던 제러미 레너와 스칼렛 요한슨은 본인들의 전성기를 능가하는 제2의 전성기를 보내게 됩니다. 작품을 기획한 케빈 파이기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속편들을 모두 성공시키며 지금은 할리우드를 움직이는 제작자 중 한 명이 되었으며, 이를 배급한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MCU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너무 많은 슈퍼히어로 영화와 시네마틱 유니버스들이 쏟아져 나오게 만든 것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이 현상이 2020년대가 넘어가면서 사그라들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매우 범람했었습니다.

어벤져스(2012)의 스틸컷

4. 어벤져스 시리즈

 사실상 MCU 세계관에서 각 페이즈마다 한 번씩 만날 수 있는 최대의 메인이벤트이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모든 히어로들이 총출동해서 강력한 빌런들을 막는다는 내용이 중심 스토리인 만큼 지구멸망 수준의 거대한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주연급 히어로들이 많이 나오는 만큼 비중 분배를 우려하는 팬들이 많았으나, 여태까지 나온 시리즈들 모두 히어로들의 비중이 적절히 잘 분배됐고, 각자의 개성도 잘 표현되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슈퍼 히어로 영화 시리즈 중에서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영화 시리즈입니다. 2019년 3월 기준으로, <어벤져스>는 전 세계 15억 1,955만 7,910달러를 벌어 역대 박스오피스 5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전 세계 14억 280만 5,868달러를 벌어 역대 박스오피스 7위를 기록했으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전 세계 20억 4,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대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로서 세 영화만으로도 도합 49억 6,336만 3,778달러+@, 즉 약 50억 달러 가까이를 벌어들였습니다. 이는 <반지의 제왕> 실사영화 시리즈의 총수익의 약 2배와 맞먹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총수익이 약 170억 달러에 가까운데, 이 중에서 어벤져스 시리즈의 수익이 1/3을 차지한다는 말입니다.
 국내에서도 시리즈의 관객수를 모두 합치면 4,261만 관객이나 됩니다. <아이언맨> 실사영화 시리즈 총합 관객수인 1,781만 명뿐만 아니라 <해리포터> 시리즈의 총합 관객수인 2,787만 명까지 뛰어넘었습니다. 2019년에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하면서 이전까지 대한민국에서 시리즈로 가장 많은 관객인 3,065만 명을 모은 <트랜스포머>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뛰어넘어 시리즈 총합 4,0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사실상 국내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성공하게 만든 장본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개봉한 외화 영화 중 3편 이상의 천만 관객 돌파 영화를 보유한 유일한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어벤져스(2012)의 스틸컷

5. 영화 뒷이야기

1) 아이언맨은 슈트를 입고 있으니 그렇다 쳐도 캡틴 아메리카나 호크아이, 블랙 위도우 등은 핸드프리나 무전기 같은 장비가 없는데도 어떻게 원거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었느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귀에 삽입형 통신기를 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투 신 도중 장면들을 잘 보면 원거리에서 서로 대화할 때에 귀에 손을 대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2) 영화 내 장면의 상당수는 CG로 이루어진 장면들입니다. 즉 배우들이 10평 남짓한 블루스크린에서 연기를 하면 거기에 CG로 만든 배경을 덧씌워 도심에서 싸우는 장면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특히 영화 후반에 나오는 뉴욕 전투 장면은 대부분이 CG 처리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로 할리우드의 기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초반의 쉴드 연구소 장면은 세계에서 가장 큰 NASA의 진공실을 실제로 빌려서 찍은 장면이라고 합니다.
4) 마지막 장면에서 보수 공사 중인 스타크 타워를 보여주는데, 건물의 스타크(STARK) 간판에서 다른 글자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A만 남는 게 묘한 여운을 줍니다. 영화 타이틀 로고의 글씨체와도 비슷해서 여러모로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적절한 장면입니다. 또 스타크 타워의 3D 단면도를 보면 건물 가운데 즈음에 비행선 격납고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코믹스에서 스타크 타워가 어벤져스 타워로 바뀌었단 걸 감안한다면 차기작에서 스타크 타워가 어벤져스 타워로 바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에만 공개된 쿠키영상이랍니다, 단체 슈와마 회식장면 ㅋ

 

이것이 빅 피쳐

6. 마무리

 <어벤져스>(2012)는 영화관에서 본 그날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판도를 바꾼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여러 개별 영화에서 쌓아왔던 히어로들의 서사를 한자리에서 펼쳐낸다는 시도가 단순한 이벤트성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 각각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ensemble 무비로서의 균형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특히 아이언맨의 위트와 캡틴 아메리카의 진중함, 토르의 신적인 존재감, 헐크의 폭발력 등이 조스 웨던의 연출 아래 하나의 거대한 퍼즐처럼 맞아떨어지는 쾌감은 당시로서는 신선하고 전례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뉴욕 전투 시퀀스는 공간 활용과 롱테이크 구성을 통해 ‘팀업 전투’가 가진 역동성을 시각적으로 완벽히 구현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CG의 과시가 아니라 캐릭터 간 합을 보여주는 드라마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또한 로키라는 강렬한 빌런의 존재 덕분에 위협의 무게감이 확보되고, 이를 무너뜨리는 히어로들의 협력 서사가 더욱 공감대를 얻었습니다.
 다만 개별 캐릭터의 내적 갈등이나 서사 깊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팀 무비라는 형식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약점을 빠른 전개와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로 상쇄시키며, 관객에게 ‘세계관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세계관 구축의 쾌감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슈퍼히어로 영화의 흥행작을 넘어, 블록버스터 서사의 새로운 문법을 정의하고 이후 수많은 유사 시도의 기준점이 된, 장르사적 의미가 깊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