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겟 아읏
이 영화는 2017년에 개봉한 미국의 공포, 스릴러, 영화입니다. 조던 필의 감독 데뷔작이며 각본까지 맡았습니다.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의 집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는데, 원래 국내에는 개봉 예정이 없었으나 소셜 미디어 등에서 입소문을 타 네티즌들이 국내 개봉을 강력하게 요청하여 개봉이 확정되어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전체적인 평가는 꽤 좋은 편입니다. 국외로는 로튼이나 IMDb, 개인 평론가들의 평가도 군더더기 없는 정통 스릴러 영화라고 칭찬 위주로 서술하며 국내에서도 네이버 영화 평점, 시네뷰 평점 등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각본상을 수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 줄거리
영화는 흑인 남자 ‘크리스‘(다니엘 칼루야)가 백인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암스)의 집을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둘은 사귄 지 얼마 안 된 커플이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은 확실해 보입니다. 로즈는 크리스를 자신의 부모님 집에 데려가고 싶다고 말하고 크리스는 처음엔 조금 망설이지만 결국 로즈의 설득에 응해 함께 시골 저택으로 향합니다. 도중에 사슴을 치는 사고가 나는데, 로즈는 별다른 감흥 없이 그냥 지나치려 하지만 크리스는 사슴의 상태가 궁금해 차에서 내립니다. 이때 경찰이 나타나 크리스에게 신분증을 확인하자고 하지만, 로즈가 강하게 반발해서 별 일 없이 넘어가게 됩니다. 이 장면은 영화 내내 반복되는 인종적 긴장의 시작점이자,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암시하는 복선이 됩니다.
크리스와 로즈가 저택에 도착하자 로즈의 부모와 ‘동생‘(케일럽 랜드리 존스), 그리고 ‘흑인 가정부‘(베티 가브리엘)와 ‘경비원‘(마커스 핸더슨)이 크리스를 맞이합니다. 겉으로는 친절하고 호의적인 분위기지만 크리스는 왠지 모를 불편함과 어색함을 느낍니다. 밤이 되자 크리스는 낯선 잠자리에 적응하지 못해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는데, 이때 경비원이 갑자기 달려드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크리스는 깜짝 놀라지만 경비원은 그냥 스쳐 지나갑니다. 그 후 ‘로즈의 어머니‘(캐서린 키너)가 크리스에게 최면을 걸면서 크리스는 최면에 걸려 깊은 잠에 빠졌다가, 다음 날 아침 파티에 참석하게 됩니다.
파티에 온 백인 손님들은 크리스를 향해 은근한 인종 차별적 언행을 서슴지 않고, 크리스는 점점 더 불안해집니다. 파티에 흑인 청년 ‘로건‘(키스 스탠필드)이 등장하지만, 크리스가 예전에 만난 기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건은 크리스를 전혀 알아보지 못합니다. 크리스가 몰래 로건의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내자 친구는 로건이 뉴욕에서 실종된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크리스는 로즈의 사진첩에서 흑인 남성들과 찍은 여러 사진을 발견하고, 모든 게 이상하다는 확신이 듭니다. 크리스는 로즈에게 집에 가자고 하지만, 로즈의 어머니가 찻잔을 두드리며 최면을 걸자 크리스는 다시 의식을 잃습니다.
크리스가 깨어나자 자신은 의자에 묶여 있고, 로즈의 가족이 흑인을 납치해 백인의 뇌를 이식하는 끔찍한 실험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크리스는 극적으로 최면에서 벗어나 탈출을 시도하고 로즈의 가족과 조우하며 격렬한 대결을 벌입니다. 마지막 순간에 경비원 월터는 크리스의 카메라 플래시에 자극을 받아 본래 의식을 되찾고, 로즈에게 총을 쏜 뒤 자살합니다.
크리스는 로즈의 목을 조르지만 죽이지 않고 그냥 두고 탈출하려 합니다. 이때 경찰차가 나타나고 크리스는 백인 여성 위에 피투성이로 앉아 있는 상황이라 경찰에 잡힐까 봐 두려워하지만, 다행히 경찰차에서 내린 건 크리스의 친구 ‘로드‘(릴렐 호워리)였습니다. 크리스는 로드와 함께 차에 타고 저택을 빠져나오고 로즈는 혼자 죽어갑니다. 영화는 크리스와 로드가 함께 도시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3. 평가
스토리 자체는 무난한 스릴러 영화 수준이고 오히려 개연성이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많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풍자를 잘 담아낸 각본과 미장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영화의 개성을 잘 살려냈고 인종차별, 정치적 올바름 등이 크게 이슈가 되는 북미에서는 이런 영화의 특성 덕분에 크게 호평을 받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습니다. 작중 묘사되는 인종차별도 다른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인종차별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라서 더더욱 호평받은 면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호평이기는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영화 내에 가득한 인종차별에 대한 풍자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북미 관객들만큼 와 닿지 않는 터라 북미 쪽 관객들이 느끼는 만큼의 재미를 느끼긴 힘들고 스릴러 영화로 보자니 서사가 평이한 데다가 공포/스릴러 영화치고는 유머가 꽤 많이 나오는 터라 크게 무섭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유머 쪽은 영화의 감독이 <Key & Peele>의 조던 필인 것을 몰랐다면 예측할 수 없을 부분이지만 감독을 알았다면 기대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제작비 450만 달러에 마케팅비 77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월드 박스오피스 2억 5000만 달러로, 1억 2400만 달러의 수익을 챙겨 큰 수익을 얻었습니다. 당시 흑인 감독 영화 사상 세계 최대 흥행작으로 종전 북미 박스오피스 흑인 감독 1위이던 <무서운 영화 1>의 흥행 기록을 깬 작품이기도 합니다.
4. 복선과 미장센
<겟 아웃>은 영화 내에 복선이 많이 있고 미장센도 좋은 편입니다. 다만 영화는 감상과 해석의 여지가 있는 창작물인 만큼 이 내용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는 말아야 합니디. 영화를 보고 본인이 다르게 느낀 점이 있다면 그게 맞기도 합니다. 이중 일부는 조던 필 본인이 맞다고 인증한 가설들입니다.
1) 이 영화의 제목인 동시에 백인에게 몸을 빼앗긴 흑인들이 하는 '나가라(Get Out)'는 말은 자신의 몸을 강탈한 백인에게, 또는 곧 자신들처럼 몸을 빼앗기게 생긴 크리스에게 얼른 도망치라는 의미로 했다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2) 영화 시작부터 흑인이, 그것도 건장한 남자 흑인이 완력으로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합니다. 시작부터 흑인도 약자가 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영화 시작의 납치되는 흑인은 추후 밝혀지지만 안드레입니다. 그리고 후반부의 크리스가 탈출할 때 흰색 차가 바로 그 자동차고, 조수석에 있던 투구는 안드레를 습격한 사람이 쓴 것입니다. 범인이 제러미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3) 안드레가 통화 중인 여자친구라는 사람은 로즈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크리스와 로즈가 사귄 지 6개월이 되었고, 안드레가 실종된 지 6개월이라는 언급이 나오는 만큼 시간 상으로 일치합니다. 딘이 크리스에게 사귄지 얼마나 되었냐고 물어봤을 때 대답을 듣고 5개월 맞냐?라는 식으로 재차 확인합니다.
4) 초반에 흑인이 납치되는 데 사용한 차는 포르셰 928 S4입니다. 아미티지 가족이 흑인에 대해 열등감과 동경을 갖게 된 계기가 된 베를린 올림픽이 열린 독일의 스포츠카이고, 게다가 차량의 컬러는 흰색입니다.
5) 영화 초반에 크리스가 찍은 사진은 전부 흑과 백이 명확히 대비되는 흑백사진입니다. 이 영화의 주제가 뭔지 잘 보여주는 장치 중 하나입니다.
6) 영화 초반에 크리스가 면도를 하는 장면이 길게 이어집니다. 흰색 면도 크림이 흑인인 크리스의 피부와 대비되면서 면도 크림이 모조리 물속에 씻겨나가는데, 차후 상황을 암시하는 복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7) 영화 초반에 빵집에서 빵을 고르는 로즈의 모습은 희생자 흑인을 고르는 로즈의 역할을 의미합니다.
8) 로즈가 크리스를 데리고 부모의 집으로 갈 때 운전하는 차는 붉은색 링컨 MKC입니다. 결과적으로 흑인 헌팅을 위한 차인데, 흑인 해방의 선구자 링컨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고른 건 아이러니합니다. 혹은 흑인들에게 조금이라도 호감을 사기 위한 로즈의 작은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9) 사슴을 친 사건으로 경찰에게 신분조회를 받던 중에 크리스의 신분증을 요구한 경찰에게 로즈가 극도로 예민하게 항의하는 장면은 언뜻 보면 부당한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것은 그 경찰이 이 근방에서 흑인들이 지속적으로 실종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크리스의 안전을 위해 그의 신원을 확인하려는 행위였고, 로즈는 크리스의 존재를 인식한 경찰에게 신분 조회 기록을 남기게 되면 크리스가 실종된 이후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기를 쓰고 막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5. 마무리
영화 <겟 아웃>은 사회적 메시지와 장르적 재미를 모두 갖춘 영화로서, 공포와 풍자, 사회비판을 정교하게 엮어내며 장르영화의 지평을 확장했습니다. 감독 조던 필은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신인 감독이 아닌, 할리우드에서 독창적 시선을 가진 창작자로 인정받았습니다. 이후 발표한 <어스>와 <놉>에서도 그는 장르를 넘나드는 연출로 관객의 기대를 계속해서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본 작은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로, 그 사회적 파급력과 미학적 성취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관객이 자신과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이 영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공포 이상의 무언가를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반드시 한 번쯤 경험하면 좋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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