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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른을 위한 동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by 채채둥 202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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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8번째 장편 영화로 제6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 경쟁 부문 초청, 은곰상(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수상작입니다.
시간적 배경은 1932년과 1968년, 1985년, 2014년이며 특히 1932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공간적 배경은 알프스산맥 근방의 가상의 국가 '주브로브카 공화국(The Republic of Zubrowka)'에 위치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그 인근 지역입니다. 색감이나 화면 구성은 귀엽고 아기자기하여 그림책을 읽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스토리는 물욕으로 인한 살인, 시대적 비판 등 무거운 내용입니다. 또한 성관계를 암시하는 대사와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섹드립이 자주 등장합니다. 연출이 익살스럽게 표현되긴 하지만 직접적인 살인 묘사, 신체절단 묘사가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재개봉에선 15세 이상 관람가로 지정했습니다.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코미디적이고 미술적인 감수성에 점수를 준 듯합니다.

2. 줄거리

영화는 한 소녀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란 책을 들고 작가의 묘지를 찾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야기는 1968년, 젊은 작가(주드 로)가 낡은 호텔에서 주인 ‘제로 무스타파‘(F. 머레이 아브라함)를 만나며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제로는 과거를 회상하며 1932년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그 중심엔 전설적인 지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가 있었습니다.


구스타브는 호텔을 완벽히 관리하며 귀부인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신입 로비보이 ‘제로‘(토니 레볼로리)를 제자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던 중 단골손님 ‘마담 D‘(틸다 스윈튼)가 의문사하며 구스타브에게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남겼습니다. 그녀의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는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구스타브를 살인 혐의로 몰아 감옥에 보냅니다.

제로와 연인 ‘아가사‘(시얼샤 로넌)의 도움으로 탈출한 구스타브는 누명을 벗기 위해 분주했으며, 결국 진실을 밝히고 호텔을 지키게 됩니다. 하지만 전쟁 중 구스타브는 사망했고, 마침내 제로가 호텔의 주인이 됩니다.

3. 영화의 출연진

이 영화는 출연 배우들이 굉장히 호화롭습니다. 앤더슨 감독의 페르소나 격인 오언 윌슨, 제이슨 슈워츠먼, 빌 머리가 이 작품에도 출연한 것을 비롯하여 주드 로, 틸다 스윈튼, 레이프 파인스, 에드워드 노튼, 에이드리언 브로디, 레아 세이두, 윌렘 대포, 하비 카이텔, F. 머레이 에이브러햄, 시얼샤 로넌, 제프 골드블룸, 마티유 아말릭, 루카스 헤지스 등이 이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다만 모두가 비중 있는 건 아니고 실제로 중요한 배우는 레이프 파인스, 시얼샤 로넌, 에이드리언 브로디, 윌럼 더포, F. 머레이 에이브러햄, 제프 골드블룸, 주드 로 정도입니다. 조역급 비중인 마티유 아말릭과 에드워드 노튼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우정 출연에 가깝습니다.
<문라이즈 킹덤》>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초호화 앙상블 캐스팅에 신인을 주역으로 내세웠는데 이번엔 18살의 미국 배우인 토니 레볼로리가 주역을 맡았습니다. 참고로 영화 내에서는 인도/파키스탄 계열로 나오지만 레볼로리는 과테말라계입니다.

4. 특이한 카메라 기법

카메라 기법과 화면비율이 특이한 작품입니다. 작가(주드 로)가 호텔 지배인에게 작중 이야기를 듣는 시점에서는 화면비가 2.39:1이며, 주 이야기가 펼쳐지는 30년대 파트에서는 화면비가 1.37:1로 바뀝니다. 이는 해당 장면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시대에 주로 쓰이던 영화의 화면 비율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현실 장면에서는 좌우가 넓은 와이드스크린으로 진행되다가, 30년대 파트에서는 좌우가 잘린 브라운관 TV와 비슷한 화면비로 나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30년대 파트는 좌우에 필러박스가 들어갑니다. 이외에 1985년 파트와 현실 파트는 1.85:1 화면비를 사용하는데, 현실 파트는 좀 큰 크기의 1.85:1를 사용하다가 1985년 파트로 들어서면 60년대 파트에서 쓰는 2.39:1 화면비에서 좌우만 잘라낸 작은 크기의 1.85:1 화면비를 사용합니다. 즉 액자가 하나씩 겹쳐질 때마다 다른 화면비율 및 크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카메라 앵글이 거의 고정되어 있습니다. 앤더슨이 좋아하는 대칭 구도와 평면적 화면구성, 화려한 색감이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며, 이러한 비주얼은 이야기 구조상 마치 그림책의 삽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5. 마무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웨스 앤더슨의 독창적인 미학과 이야기 구성 능력이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입니다.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시대의 변화 속에서 인간이 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화려한 비주얼과 세밀한 연출을 통해 관객들에게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이 조화를 이루며, 영화는 비주얼과 서사 양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다만, 앤더슨 특유의 스타일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작으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의 세계관을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자, 독특한 영화적 경험을 찾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