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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1917
영화 <1917>은 제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로, 영국에서는 2019년 12월, 한국에서는 2020년 2월에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007 스카이폴> 등으로 잘 알려진 샘 멘데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그의 할아버지가 실제 전쟁 당시 전령으로 복무하며 겪었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주연으로는 당시 신예였던 조지 맥케이(윌리엄 스코필드 역)와 딘찰스 채프먼(톰 블레이크 역)이 캐스팅되어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는 젊은 병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연기했고,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영국의 대배우들이 카메오처럼 등장해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이 작품은 평단과 흥행 모두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믹싱상 등 3관왕을 차지했으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었습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8,000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영화 전체가 하나의 연속된 숏으로 이어진 것처럼 보이게 만든 ‘원 컷 원스(One-shot) 테크닉’이 있었는데, 감독과 거장 촬영 감독 로저 디킨스는 배우들과 함께 무려 6개월 동안 정교한 사전 리허설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촬영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로, 극 중 조지 맥케이가 빗발치는 포탄을 피해 돌격하는 병사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필사적으로 달리는 하이라이트 장면이 있습니다. 이때 조지 맥케이는 실제 엑스트라들과 세 번이나 크게 부딪혔는데, 이는 계산된 연기가 아니라 실제 돌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벌떡 일어나 계속 달렸고, 샘 멘데스 감독은 이 뜻밖의 생생한 현장감에 감탄하여 이 컷을 그대로 영화에 사용했습니다. 또한, 카메라 동선에 맞춰 모든 세트의 길이를 정확하게 계산해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참호의 길이마저도 배우들이 대사를 치며 걷는 속도와 시간에 맞춰 파야 했다는 놀라운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해집니다.
2. 줄거리
제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4월 6일 프랑스 서부전선에서 영국 육군 ‘톰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 준위는 아군을 데리고 사령부로 오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블레이크는 평소처럼 간단한 임무일 것으로 생각하고 옆에서 낮잠을 자던 친구 ‘윌리엄 스코필드’(조지 맥케이)를 깨워 함께 사령부로 향합니다.

사령관 ’에린모어 장군’(콜린 퍼스)은 독일군이 후퇴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아군을 유인해 몰살하려는 기만전술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함정에 빠질 위기에 처한 부대는 블레이크의 친형인 ‘조셉 블레이크‘(리차드 매든) 중위가 속한 데번셔 연대 2대대였습니다. 독일군이 통신선을 끊어놓았기에 다음 날 아침 작전 개시 전까지 서면으로 된 공격 중단 명령서를 직접 전달해야만 했습니다. 에린모어 장군은 고작 두 명뿐인 그들에게 홀로 갈 때가 가장 빠르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약 14km 떨어진 데번셔 연대로 당장 출발하라고 명령합니다.

스코필드는 대낮에 이동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며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자고 만류하지만, 형을 구해야 하는 블레이크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길을 나섭니다. 두 사람은 최전선 참호에 도착해 ‘레슬리 중위‘(앤드류 스콧)의 안내와 물품 지원을 받아 황폐화된 무인지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철조망에 손이 찔리는 등 여러 고비를 넘기며 전진한 끝에 두 사람은 장군의 말대로 갓 비어 있는 독일군 참호에 무사히 진입합니다.

그들은 정교하게 지어진 독일군의 지하 진지를 둘러보던 중 인계철선으로 연결된 부비트랩을 발견하고 급히 멈춰 섭니다. 그러나 지나가던 큰 쥐가 이 인계철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폭발이 일어나 참호가 무너져 내리고 스코필드가 흙더미에 깔리게 됩니다. 블레이크는 필사적으로 흙을 파헤쳐 스코필드를 구해내고 두 사람은 무너지는 진지를 가까스로 탈출합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스코필드는 위험한 임무에 자신을 데려온 블레이크에게 따지기도 하지만, 이내 티격태격하며 긴장을 풀고 다시 길을 걷습니다.
두 사람은 독일군이 퇴각하며 모두 잘라버린 벚나무가 가득한 버려진 농가에 도착해 잠시 숨을 돌립니다. 스코필드는 농가 마당에 남겨진 나무통에서 신선한 우유를 발견하고, 눈을 씻느라 비어버린 수통에 우유를 가득 채워 넣습니다. 이때 하늘에서 영국군과 독일군의 치열한 공중전이 벌어지고, 격추당해 불타는 독일군 전투기 한 대가 두 사람이 있는 농장으로 추락합니다. 블레이크와 스코필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비명을 지르는 독일군 조종사를 불타는 조종석에서 급히 꺼내 줍니다. 스코필드가 조종사를 편하게 보내주자고 제안하지만 마음 약한 블레이크는 물을 떠다 치료해 주자고 고집합니다.

스코필드가 물을 뜨러 우물로 간 사이, 구해준 독일군 조종사가 자신을 도우려던 블레이크의 복부를 칼로 찌르는 비극이 발생합니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스코필드가 즉시 독일군 조종사를 사살하지만, 블레이크는 이미 치명상을 입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블레이크는 숨이 끊어지기 전 스코필드에게 목적지까지 가 달라는 당부와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남겨달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친구의 죽음에 상심한 스코필드는 블레이크의 반지와 인식표를 챙긴 뒤, 지나가던 ‘스미스 대위‘(마크 스트롱)의 영국군 트럭 부대를 만나 도움을 받습니다.

트럭을 타고 이동하던 중 차가 진흙에 빠지자 스코필드는 1분 1초가 급한 마음에 절박하게 병사들을 재촉하여 트럭을 빼냅니다. 다리가 끊어져 트럭 부대와 헤어지게 된 스코필드는 스미스 대위로부터 명령을 전할 때는 사람들이 많은 공개된 자리에서 하라는 조언을 듣습니다.

홀로 끊어진 다리를 건너던 스코필드는 매복해 있던 독일군과 총격전을 벌이다 철모에 총알을 비껴 맞고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져 의식을 잃습니다. 밤이 되어 겨우 정신을 차린 스코필드는 독일군이 점령한 불타는 마을을 필사적으로 질주하다 한 건물의 지하실로 몸을 숨깁니다.
그곳에서 숨어 지내던 프랑스 여인을 만난 스코필드는 서툰 언어로 안심시킨 뒤, 농가에서 챙겨 왔던 우유와 음식을 배고픈 아기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줍니다. 지하실을 나온 스코필드는 만취한 독일군을 마주치고 격투 끝에 그를 교살한 뒤, 추격해 오는 적들을 피해 강물로 뛰어듭니다.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다 겨우 살아남은 스코필드는 수많은 아군 시체 더미를 밟고 강둑 위로 기어 올라와 극한의 슬픔과 지침에 오열합니다.


그때 숲 속에서 들려오는 아군의 노래 서정적인 소리를 듣고 찾아간 곳에서 자신이 그토록 찾던 데번셔 연대 2대대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미 공격 개시 직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스코필드는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병사들로 가득 찬 좁은 참호 안을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몰려드는 병사와 포격으로 참호가 막히자, 스코필드는 사방에서 포탄이 터지는 위험천만한 들판 위로 올라가 목숨을 걸고 질주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맥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방공호에 도달한 스코필드는 제지하는 참모들을 뚫고 장군의 공격 중지 명령서를 내밀어 공격을 극적으로 중단시킵니다.

임무를 완수한 스코필드는 야전치료소로 이동해 무사히 살아남은 블레이크의 형 ‘조셉 블레이크 중위‘(리차드 매든)를 찾아냅니다. 스코필드는 형에게 동생의 전사 소식과 함께 유품인 반지를 전하며, 동생은 마지막까지 용감했고 훌륭한 친구였다는 위로를 건넵니다.

슬픔을 뒤로하고 홀로 벌판의 벚나무 아래로 걸어간 스코필드는 아내와 아이들의 사진 뒤에 적힌 '부디 꼭 돌아와 줘요'라는 메시지를 보며 평온하게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며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3. 평가
영화 <1917>은 개봉과 동시에 전 세계 평단으로부터 "전쟁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시각적 마스터피스"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다수의 매체는 이 영화의 기술적 도전에 주목했는데, 특히 영국의 매체 가디언(The Guardian)은 이 작품에 별점 5점 만점을 부여하며 "샘 멘데스 감독의 대담하고 활력 넘치는 연출과 로저 디킨스 촬영 감독의 경이로운 카메라 워크가 만나 관객을 참혹한 전장의 한복판으로 완벽하게 밀어 넣는다"라고 평했습니다. 평론가들은 영화 전체를 하나의 연속된 숏처럼 보이게 만든 '원 컷 원스' 기법이 단순한 기술적 과시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의 절박한 호흡과 시간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만드는 최고의 서사적 장치로 기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 역시 "스크린 위에 구현된 가장 순수하고 몰입감 넘치는 시네마틱 경험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영웅주의적 서사 대신 전쟁의 참상과 한 인간의 사투에 초점을 맞춘 연출을 높이 샀습니다. 유명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가장 강렬한 청각적, 시각적 충격을 선사하는 전쟁 영화라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비록 일각에서는 서사의 구조가 전령이라는 임무 특성상 다소 단순하고 비디오 게임의 퀘스트 수행 방식처럼 평이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대다수의 평론가들은 토마스 뉴먼의 압도적인 음악과 조지 맥케이의 처절하고 진정성 있는 열연이 그 단조로움을 완벽하게 상쇄했다고 평했습니다.
결론적으로 <1917>은 전통적인 반전(反戰) 메시지를 가장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시네마틱 언어로 풀어낸, 21세기 전쟁 영화 역사에 오랫동안 남을 걸작이라는 것이 매체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4. 실제 역사와의 비교
1) 영화 <1917>은 샘 멘데스 감독의 할아버지이자 1차 세계 대전 참전 용사였던 앨프리드 H. 멘데스의 실화와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극 중 주인공의 손이 자주 강조되는 연출은 참호전의 경험으로 인해 손을 결벽증적으로 깨끗이 씻던 할아버지의 평생 습관에서 비롯된 고증입니다. 앨프리드 멘데스는 전쟁에서 무사히 살아남아 1930년대 작가로 활동하며 서인도 제도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반면 영화 속에서 구출된 실제 역사 속 데번셔 2대대는 이듬해 엔 강 전투에서 550명을 잃는 참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다만 이들은 독일군의 공세를 끝까지 지연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연대 최초로 프랑스 전쟁 훈장을 받았습니다.
2) 극 중 트럭 구덩이 장면 등에서 묘사된 인도인이나 흑인 장병들은 당시 영국군에 종군했던 식민지 출신 유색인종들의 역사적 사실을 반영합니다. 당시 110만 명에 달하는 인도인이 참전했으며 그중 11만 5,000명이 프랑스 등 서부전선에 동원되었습니다. 비록 영화와 달리 실제로는 인종별로 부대를 따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영국 국적의 유색인종들이 일반 부대에 섞여 싸운 드문 케이스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3) 주인공 스코필드의 앞날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수십만의 사상자를 낸 니벨 공세와 파스샹달 전투가 기다리고 있어 그리 순탄치 않았을 것입니다. 영화 속 공중전 장면의 경우, 등장하는 '솝위드 카멜'과 '알바트로스 D.V' 전투기들이 실제 아라스 전투 이후에나 투입된 기종들이라는 고증 오류가 존재합니다. 또한 실제 역사에서는 당시 독일 전투기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으나 영화에서는 너무 쉽게 격추되는 것으로 묘사되었습니다.
4) 주인공들이 이동하며 목격한 잘려 나간 체리나무, 죽은 젖소, 파괴된 다리와 도로는 독일군이 후퇴하며 감행한 '알베리히 작전'의 참상을 보여줍니다. 독일군은 힌덴부르크 선으로 철수하면서 영국군의 진격을 방해하기 위해 기반 시설을 모조리 파괴하는 잔인한 초토화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5)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데번셔 연대의 참호는 초반부와 달리 구불구불하지 않고 매우 간소하게 묘사됩니다. 이는 극적인 일제 돌격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영화적 허용이면서도, 동시에 공격 개시선을 전방으로 밀기 위해 단시간에 임시로 판 참호라는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반영한 고증이기도 합니다.

5. 제작비화
1) 6개월간의 정교한 리허설과 '참호 파기'
영화 <1917>은 전체가 하나의 숏으로 이어지는 '원 컷 원스' 기법을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촬영 전 무려 6개월 동안 실제 세트와 똑같은 크기의 가세트를 짓고 정교한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배우들이 대사를 하며 걷는 속도와 카메라의 이동 시간이 완벽하게 일치해야 했기 때문에, 참호 세트를 지을 때 대사 길이를 초 단위로 계산해 참호의 총 길이를 결정했습니다.
배우의 걸음이 빨라지거나 대사가 짧아지면 세트 전체의 설계가 어긋나는 극도의 정밀함이 요구된 작업이었습니다.

2) 조명 기구 없는 촬영: 오직 '자연광'과의 사투
거장 로저 디킨스 촬영 감독은 인위적인 조명 기구를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야외 장면을 자연광(오직 흐린 날의 빛)으로만 촬영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해가 너무 쨍하게 뜨면 이전 장면과의 톤이 맞지 않아 촬영을 전면 중단하고 구름이 끼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 스태프와 배우들은 대기하다가 구름이 해를 가리는 순간, 마치 군사 작전을 펼치듯 일제히 튀어나와 수 분 내에 촬영을 끝마치는 긴박한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3) 조지 맥케이의 실제 돌발 충돌 사고
영화의 백미이자 클라이맥스인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의 들판 질주 장면에는 놀라운 비하인드가 있습니다. 사방에서 포탄이 터지고 수백 명의 엑스트라가 참호 밖으로 돌격하는 혼란 속에서, 조지 맥케이는 실제로 대형을 맞추던 엑스트라들과 두 번이나 크게 부딪쳐 넘어졌습니다.
이는 계산된 연기가 아닌 100% 실제 돌발 사고였으나, 조지 맥케이는 각본에 얽매이지 않고 전쟁터의 리얼리티를 살려 곧바로 일어난 뒤 필사적으로 다시 달렸습니다. 샘 멘데스 감독은 이 실수가 전장의 처절함을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판단해 OK 컷으로 삼았습니다.

4) 단 한 번의 기회였던 불타는 마을과 '우유 통'
밤이 된 에쿠스트 마을에서 스코필드가 조명탄과 불타는 교회 불빛을 피해 달리는 시퀀스는 거대한 야외 세트에 실제로 불을 지르고 거대한 조명 타워를 세워 촬영했습니다. 재촬영을 하려면 세트를 다시 짓거나 불을 끄고 재정비하는 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또한, 중반부 농가에서 스코필드가 수통에 우유를 담는 장면 역시 아주 까다로웠는데, 소품용 우유의 점도와 수통 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각도까지 로저 디킨스 감독의 카메라 앵글에 완벽하게 잡혀야 했기에 수십 번의 세부 조율을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5) 인위적인 ‘원 컷’을 위한 단 하나의 세트와 동선
이 영화는 여러 개의 긴 테이크(롱 테이크)를 정교하게 이어 붙여 하나의 컷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카메라가 배우를 따라가다가 자연스럽게 벽이나 기둥, 혹은 어둠을 지나갈 때 컷을 편집하는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모든 촬영 공간이 단절되지 않고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제작진은 평지에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참호와 전장 세트를 실제로 완벽히 이어지게 건설했으며, 배우들은 촬영이 시작되면 멈추지 않고 수백 미터의 진흙탕을 실제로 질주하며 연기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6) 카메라를 들고 달린 촬영 감독과 특수 장비
거장 로저 디킨스 촬영 감독은 이 영화를 찍을 당시 70세의 고령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배우들의 동선을 따라잡기 위해, 손으로 들고 찍는 스테디캠(Stedicam)은 물론이고 자동차, 크레인, 심지어 와이어에 카메라를 매달아 움직이는 특수 장비 '아리 트리니티(ARRI Trinity)'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카메라가 트럭에 실려 가다가 자연스럽게 스태프의 손으로 옮겨지고, 다시 크레인에 매달리는 등 스태프들의 완벽한 '카메라 토스 체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촬영이었습니다.
7) '정확히 5분 24초'를 위해 제작된 불타는 교회 세트
스코필드가 밤에 불타는 교회 앞을 지나갈 때, 배경의 거대한 불길은 단순한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로 제작된 대형 구조물에 수천 개의 전구를 달아 구현한 조명 효과였습니다. 이 장면에서 빛과 그림자의 대조를 완벽하게 유지하기 위해 제작진은 빛의 광량과 지속 시간을 초 단위로 계산했습니다.
특히 조명탄이 하늘에 머무는 시간과 교회의 불빛이 스코필드의 얼굴을 비추는 타이밍을 소수점까지 맞추기 위해 세트 전체의 광원 시스템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제어했습니다.

8) 카메오 대배우들의 철저한 '대기조' 생활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크 스트롱, 앤드류 스콧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영국의 스타 배우들이 영화 곳곳에 짧게 등장합니다. 이들은 주연 배우인 조지 맥케이와 딘찰스 채프먼의 여정을 빛내주는 조연 역할을 기꺼이 수락했습니다.
하지만 '원 컷' 느낌의 롱테이크 촬영 특성상, 앞선 야외 장면에서 날씨가 맞지 않아 촬영이 지연되면 이 대배우들 역시 세트장 뒤에서 하염없이 구름이 끼기를 기다리며 몇 시간씩 대기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불평 없이 신예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6. 마무리
영화 <1917>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온몸의 감각으로 전장의 가혹한 공기를 호흡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체험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가장 소름 돋았던 지점은, ‘원 컷 원스’라는 압도적인 기술적 성취가 한 인간의 가장 처절하고도 외로운 내면을 스크린에 투사하는 완벽한 도구로 쓰였다는 점입니다. 카메라가 스코필드의 등을 집요하게 쫓거나 그의 시선을 고스란히 따라갈 때, 관객은 제3자의 관찰자가 아니라 주인공과 운명을 공유하는 보이지 않는 전우가 됩니다. 진흙땅에 박힌 시체들을 밟고 지나갈 때의 끔찍한 촉감, 언제 어디서 포탄이 터질지 모르는 정적 속의 긴장감은 롱 테이크라는 거대한 호흡을 통해 매 순간 실시간으로 전달되며 심장을 압박해 옵니다.
이 영화는 전쟁의 거대한 대의명분이나 승리의 쾌감을 노래하지 않습니다. 그저 형을 구하겠다는 일념, 그리고 떠나간 친구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겠다는 한 장병의 ‘약속’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숭고한 감정만이 이 지옥 같은 여정을 지탱하는 유일한 동력입니다. 사방에서 포탄과 인간이 부딪치며 쓰러지는 아수라장 속에서 오직 앞만 보며 질주하는 조지 맥케이의 맹목적인 눈빛은 눈물겨운 숭고함마저 자아냅니다. 특히 모든 군장을 잃고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던 스코필드가 강물에 떠내려와 아군의 나지막한 노래 소리를 들으며 넋을 잃고 오열하는 장면, 그리고 마침내 임무를 완수하고 넓은 들판의 나무에 기대어 가족의 사진을 보며 숨을 고르는 엔딩은 이 잔혹한 사투 끝에 찾아온 평온이 얼마나 깨어지기 쉽고 소중한 것인지를 묵직하게 웅변합니다.
<1917>은 영화라는 매체가 선사할 수 있는 시각적 서사의 한계를 극단으로 밀어붙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은, 그야말로 스크린 앞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처절한 예술이었습니다.

* 영화 <1917>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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