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영화는 2026년 5월 27일에 개봉하여 현재 절찬 상영 중입니다.
1. 영화 백룸
인터넷 괴담 '백룸(The Backrooms)'을 바탕으로 제작된 미국의 SF 심리 공포 영화 <백룸>은 한국에서 2026년 5월 27일 세계 최초로 개봉했으며, 북미에서는 이틀 뒤인 5월 29일에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이 작품은 온라인상에서 가상의 비디오테이프(VHS) 질감으로 백룸 파운드 푸티지 영상을 올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유튜버 케인 파슨스가 직접 메가폰을 잡아 그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 되었으며,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사인 A24가 배급을 맡아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화의 중심축을 이끄는 주연 배우로는 가구점 지하에서 끝없는 미궁을 발견하는 클락 역의 추이텔 에지오포와 그의 심리치료사 메리 역을 맡은 레나테 레인스베가 출연해 호연을 펼쳤고, 마크 듀플라스와 핀 베넷 등이 함께 합류해 극의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제작비 1,000만 달러 미만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개봉 이후 전 세계적으로 2억 2,000만 달러가 넘는 놀라운 박스오피스 수입을 올리며 압도적인 흥행 성과를 거두었고, 한국에서도 86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특유의 기묘한 공포감으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 영화와 관련한 가장 흥미로운 일화는 감독인 케인 파슨스가 처음 A24를 비롯한 할리우드 제작사들로부터 감독 제안을 받고 스카우트되었을 당시 만 17세의 고등학생이었다는 점이며, 온라인 괴담과 10대 유튜버의 독창적인 시각이 제임스 완과 숀 레비 같은 거장 제작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할리우드 주류 영화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2. 줄거리
영화는 에이싱크 연구원들이 실종된 동료 ‘나렌 워른‘(애번 조기아)의 1인칭 녹화 파일을 시청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영상 속 나렌은 백룸을 헤매다 지상 본부와의 교신에 실패하고, 결국 거대한 검정 존재에게 쫓겨 살해당합니다.
장면이 바뀌어 심리 치료사인 ‘메리 클라인 박사‘(레나테 레인스베)는 어린 시절 살던 집이 철거되는 모습을 보며 복잡한 트라우마에 잠깁니다. 한편 파리만 날리는 가구점의 사장이자 알코올 중독과 이혼으로 힘들어하던 ‘클락‘(추이텔 에지오포)은 메리를 찾아가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습니다.

메리는 클락에게 이혼 계기를 돌아보는 역할극 치료를 제안하지만, 클락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분노하면서 대화는 단절됩니다. 이후 클락은 가구점 광고를 촬영하던 중 의자가 부러지자 분노하고, 매장에 새로 달린 정체불명의 스위치 두 개를 발견합니다.
그날 밤 매장의 불이 기괴하게 깜빡이고 TV 화면에 백룸의 CCTV 영상이 나온 뒤 정전이 되자, 클락은 홀린 듯 지하실로 향합니다. 지하실에서 이상한 스위치를 누른 클락은 벽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발견하고, 귀를 대어 보려다 벽에 빨려 들어가 백룸에 떨어집니다.

당황하던 클락은 노란 벽지의 공간을 탐색하다가 나렌의 신분증과 디스켓이 든 가방을 발견하고, 정체불명의 존재를 마주하자 필사적으로 도망쳐 지하실로 복귀합니다.
며칠 뒤 클락은 메리에게 백룸에 대해 흥분하며 설명하지만, 메리가 알코올 중독에 따른 환각이라며 믿지 않자 분노해 상담실을 박차고 나갑니다. 증거를 찾기 위해 클락은 가구점 직원인 ‘캣‘(루키타 맥스웰)과 ‘바비‘(핀 베넷)에게 추가 수당을 제안하며 백룸 조사에 동원합니다.

지하실에서 클락이 직접 벽을 통과하는 노클립 현상을 보여주자 캣과 바비는 기겁하지만, 이내 캠코더를 들고 백룸에 진입합니다. 클락은 혼자 가보지 못한 좁은 경사로 구멍을 조사하려 하고, 자원하여 줄을 매고 내려간 바비는 그 안에서 괴생명체를 마주하고 비명을 지릅니다. 바비를 끌어올리려는 순간 경사로 밑에서 엄청난 힘으로 줄을 잡아당겼고, 매듭이 풀리지 않아 바비는 다시 아래로 추락해 끔찍하게 살해당합니다. 무지막지한 힘에 이끌려 침대와 함께 경사로 아래로 떨어진 클락과 캣 역시 혼비백산하여 괴물들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클락은 수영장 레벨 등 기괴한 공간들을 지나며 남녀 형태의 정물화 존재를 조우하고 패닉에 빠져 질주합니다. 불투명한 유리벽 때문에 서로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언가가 캠코더를 들어 올리고, 캣이 비명을 지르며 두 사람의 영상 녹화는 중단됩니다.

얼마 후 클락의 의문의 음성 메시지를 받은 메리는 먼지가 쌓인 그의 매장 지하실로 찾아갔다가, 파리가 벽 속으로 사라지는 노클립 현상을 목격하고 백룸에 들어갑니다.

복도를 헤매던 메리는 불안정한 상태의 클락과 재회하지만, 클락은 보지 않는 편이 낫다며 메리의 목을 졸라 기절시킵니다. 정신을 차린 메리는 사람을 어설프게 복제한 괴물체인 정물화들이 가득한 식탁 의자에 묶여 있었고, 클락은 정물화의 솜 같은 내부를 뜯어내며 기괴한 설명을 이어갑니다. 클락이 음료를 꺼내려 냉장고를 열자 그 안에는 잘린 캣의 머리가 들어 있었고, 클락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메리에게 다시 역할극 치료를 요구합니다.

메리는 역할극 도중 클락의 잘못을 정면으로 지적하지만, 클락은 오히려 변하고 싶지 않다며 이곳에 계속 머물겠다고 고백하고 메리의 동조에 눈물을 흘립니다. 클락이 메리를 풀어주려던 순간, 그의 부정적 본성과 해적 코스튬이 결합되어 탄생한 거구의 존재인 '해적 클락'이 나타납니다.

클락은 해적 클락을 진정시키려 다가가지만, 해적 클락은 포옹하는 척하다가 클락의 어깨를 물어뜯어 그를 잔인하게 살해합니다. 메리는 혼란을 틈타 가구점 매장과 유사한 공간까지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추격해 온 해적 클락에게 저항하며 마취 가스와 콘크리트 조각을 이용해 간신히 따돌립니다. 벽 틈의 빛을 통해 탈출하려던 메리는 대기 중이던 에이싱크 연구원 ‘필‘(마크 듀플라스) 일행에게 발견되어 수면가스를 맞고 쓰러집니다.


에이싱크 연구소 심문실에서 깨어난 메리는 연구원 필에게 백룸의 발견 경위와 추가 입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점차 정신을 잃어갑니다. 영화는 인물들의 뒤틀린 기억이 투영된 백룸의 공간들을 보여준 뒤, 심문실에 메리의 외형을 조악하게 복제한 정물화가 앉아 있는 기괴한 모습으로 끝을 맺습니다.

3. 영화의 해석
1) 공간의 본질: 인간의 트라우마와 기억을 삼키는 백룸
영화 속 백룸은 단순히 정체불명의 노란 벽지 공간을 넘어, 인간의 기억과 트라우마를 불완전하게 복제하고 시각화하는 거대한 기억의 쓰레기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어설픈 복제물 '정물화': 백룸이 만들어낸 엔티티들인 '정물화'는 인간을 완벽하게 모사하지 못하고 내부가 솜으로 채워진 인형처럼 조악합니다. 이는 인간의 외형과 단편적인 행동 패턴만 기억하는 백룸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 뒤틀린 트라우마의 투영: 영화 후반부, 인물들의 기억을 본뜬 공간들이 뒤틀린 형태로 등장하는 것은 백룸이 그곳에 발을 들인 인간들의 무의식과 지우고 싶은 기억을 빨아들여 스스로를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2) 클락의 파멸: 외면과 변명, 그리고 '해적 클락'이 의미하는 것
주인공 클락은 알코올 중독, 이혼, 사업 실패라는 현실의 고통을 마주하지 못하고 늘 남 탓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인물입니다. 그에게 백룸은 현실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완벽한 '도피처'가 됩니다.
- 역할극을 통한 도피: 클락이 백룸 안에서 정물화들을 앉혀놓고 메리와 상담 역할극을 재현하는 것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에서 정신적 위안을 얻으려는 왜곡된 시도입니다.
- 자아의 괴물화, '해적 클락': 클락을 살해하는 거구의 엔티티 '해적 클락'은 클락의 부정적인 본성과 현실 회피의 심리가 가구점의 해적 코스튬과 결합되어 탄생한 괴물입니다. 클락은 결국 자신이 만들어내고 키워온 뒤틀린 방어기제(괴물)에게 스스로 집어삼켜지는 파멸을 맞이한 것입니다.
3) 메리의 여정: 트라우마의 대면과 탈출
메리는 어린 시절 집이 철거된 트라우마와 정신분열증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가진 인물로, 이를 극복했다고 믿으며 상담사로 살아왔습니다.
- 콘크리트 손도장: 메리가 집 앞 진입로의 손도장에 집착하고, 결국 해적 클락을 격퇴할 때 주머니 속 '콘크리트 조각'을 사용하는 것은 상징적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 상처이자 단단한 방어기제였던 트라우마의 파편을 이용해 괴물을 물리치고 생존합니다.
- 클락과의 대비: 클락이 현실을 버리고 백룸에 동화되어 괴물에게 먹힌 반면, 메리는 공포에 질리면서도 끊임없이 출구를 찾아 달아납니다. 이는 트라우마를 외면한 자와 그것을 마주하고 벗어나려는 자의 대비를 보여줍니다.
4) 에이싱크(Async)의 심문과 절망적인 엔딩
영화의 결말은 백룸의 공포가 단순히 개인의 트라우마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경고합니다.
- 인류의 오만: 에이싱크 연구소와 필은 백룸을 '인류가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는 새로운 개척지'로 여기며 통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메리가 목격한 수많은 원시인 등신대와 부검 중인 해적 클락의 모습은 에이싱크 역시 백룸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 주객전도와 영원한 갇힘: 마지막 장면에서 진짜 메리는 사라지고, 심문실에 메리를 조악하게 복제한 '정물화'가 앉아 있는 모습은 소름 돋는 반전을 선사합니다. 이는 메리 역시 결국 백룸에게 본질을 빼앗겼거나, 그녀의 존재 자체가 백룸의 시스템 속에 완전히 잠식되어 현실로 돌아가지 못했음을 암시하는 절망적인 결말입니다.

4. 평가
영화 <백룸>은 전 세계적인 인터넷 괴담을 주류 할리우드 자본과 결합해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이식했다는 점에서 평단으로부터 단순한 스크린을 넘어선 현대적 심리 공포의 마스터피스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개봉 이후 로튼 토마토와 메타크리틱 등 북미의 대표적인 영화 비평 매체들은 80% 후반대의 높은 신선도 지수를 부여하며, 이 작품이 관객을 놀라게 하는 1차원적인 점프 스케어에 의존하지 않고 황량한 공간이 주는 리미널 스페이스의 근원적 공포를 완벽하게 포착했다고 극찬했습니다. 특히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 같은 주요 외신들은 만 17세 유튜버 출신인 케인 파슨스 감독의 천재적인 연출력과 제작사 A24의 안목에 높은 점수를 주었으며, 유튜브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날것 그대로의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할리우드 자본을 통해 이를 거대한 시네마틱 스케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습니다.
비현실적이고 기괴한 공간 속에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 주연 배우들의 열연에도 일제히 주목했습니다. 알코올 중독과 현실 도피 속에서 자아를 잃고 괴물이 되어가는 클락을 연기한 추이텔 에지오포에 대해 평단은 현실의 패배자가 도피처를 찾았을 때 느끼는 기괴한 안도감과 광기를 소름 돋도록 처절하게 표현했다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이와 동시에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심리 치료사 메리 역의 레나테 레인스베 역시 관객이 이 기묘한 미궁 속에서 이성을 잃지 않고 서사를 따라갈 수 있도록 감정적 나침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두 주연 배우의 밀도 높은 연기 합이 영화의 심리적 깊이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잇따랐습니다.
국내 역시 <백룸>이 가진 서사적 은유와 심리학적 접근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를 비롯한 국내 비평가들은 영화 속 백룸을 단순히 괴물이 사는 미로가 아닌 외면하고 싶은 기억의 쓰레기통이자 인간의 억압된 트라우마와 무의식이 시각화된 공간으로 해석한 점을 가장 높게 평가했으며, 인간을 어설프게 복제하는 존재인 정물화 설정을 통해 가짜로 가득 찬 미궁 속에서 진짜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서늘한 초상을 영리하게 그려냈다고 분석했습니다.
비록 일각에서는 영화 후반부 거대 기업 에이싱크가 전면에 등장하고 탈출극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할리우드 SF 공포 영화의 전형적인 문법을 답습했다는 지적과, 복제된 메리가 등장하는 절망적인 결말이 대중적인 해소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다소 모호하고 불친절할 수 있다는 아쉬움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인터넷 서브컬처 문화가 어떻게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시네마로 재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기념비적인 사례이며, 인간의 실존적 불안을 날카롭게 건드린 공포 영화계의 새로운 이정표라는 것입니다.


5. 제작비화
1) 17세 유튜버의 파격적인 할리우드 입성기
영화 <백룸>의 가장 놀라운 제작 비화는 감독 케인 파슨스가 이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했을 때 만 17세의 고등학생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3D 그래픽과 파운드 푸티지 기법을 활용한 백룸 영상을 꾸준히 올리며 독창적인 미장센을 구축했고, 이 영상들이 전 세계적인 바이럴을 일으키며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쏘우>, <인시디어스> 등을 제작한 거장 제임스 완과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숀 레비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제작자로 전격 합류하며, 10대 유튜버가 쓴 시나리오가 할리우드 A급 제작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이례적인 프로젝트로 탈바꿈했습니다.

2) 저예산으로 구현한 '무한한' 미궁의 마법
영화의 시각적 완성도는 1,000만 달러 미만이라는 저예산 제작비에서 기인한 영리한 연출 전략 덕분이었습니다. 제작진은 세트장을 매번 새로 짓는 대신, 카메라 앵글을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노란 벽지의 방과 수영장 레벨 등 주요 공간을 모듈형으로 설계해 재배치하며 공간이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착시를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기괴한 소음들은 실제 형광등의 노이즈와 케인 파슨스 감독이 직접 샘플링한 기계음들을 변조해 만든 것으로, 시각 효과만큼이나 청각적 압박감을 극대화하여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3) 배우들의 '백룸' 적응기: 실제와 가상의 모호함
현장 비하인드에 따르면 주연 배우 추이텔 에지오포와 레나테 레인스베는 촬영 기간 동안 백룸의 폐쇄적인 공간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폐쇄회로 카메라(CCTV) 스타일로 촬영되는 장면에서는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캠코더를 직접 들고 움직이는 동선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특히 추이텔 에지오포는 가구점 지하실에서 벽으로 빨려 들어가는 '노클립(No-clip)' 장면을 연기할 때, 물리적인 벽을 통과하는 느낌을 내기 위해 와이어와 거대한 고무 패드를 결합한 특수 장치를 사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차례 반복 촬영하며 실제 미궁에 갇힌 듯한 극도의 피로감과 심리적 압박을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후문입니다.
4) '정물화' 존재의 기괴한 소품 비화
영화 속에서 가장 충격적인 비주얼로 꼽히는 '정물화(Still-lifes)' 제작에는 할리우드의 특수 분장 기술과 인형극 기법이 총동원되었습니다. 특히 클락이 정물화의 배를 가르는 장면에서 나오는 '끈적한 하얀 물질'은 실제 촬영 현장에서 밀가루 반죽과 점성 높은 화이트 글루를 배합해 제작한 것으로, 배우들이 촬영 내내 이 끈적이는 물질과 솜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합니다.
또한, 해적 클락의 거구는 실제 보디빌더 위에 실리콘 소재의 의상과 기계식 관절을 덧대어 완성했는데, 이 정물화가 추이텔 에지오포를 낚아채는 장면은 CG를 최소화하고 실제 와이어 액션과 기계식 슈트를 결합해 현장의 공포감을 더욱 리얼하게 담아냈습니다.

5) 숨겨진 디테일: 1990년의 흔적
영화 도입부의 '나렌 워른'의 캠코더 영상에 담긴 데이터인 'KLWNA SVY REC 446'은 실제 1990년대 초반에 사용되던 비디오테이프 규격과 데이터 기록 방식을 철저히 고증한 결과물입니다. 제작진은 당시의 낮은 화질과 노이즈를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최신 디지털 촬영본을 옛날 방식의 브라운관 TV에 투사한 뒤 이를 다시 캠코더로 녹화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러한 아날로그적 공정 덕분에 영화 속 백룸이 단순한 SF 공간이 아니라, 90년대부터 방치된 듯한 낡고 잊힌 기억의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세심하게 연출되었습니다
6) 가구점 이름 '캡틴 클락의 오스만 제국'에 숨겨진 유머
클락이 운영하는 해적 콘셉트의 가구점 이름인 '캡틴 클락의 오스만 제국(Captain Clark's Ottoman Empire)'은 촬영 현장에서도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웃음벨이었습니다.
등받이가 없는 소파의 일종인 '오스만(Ottoman)'과 과거의 거대한 '오스만제국'을 언어유희로 엮은 이 이름은, 거창한 건축가를 꿈꿨으나 현실은 조잡한 해적 옷을 입고 싸구려 가구를 파는 클락의 처량한 신세를 풍자하기 위해 각본 단계에서부터 치밀하게 기획된 유머였습니다.

7) '수영장 레벨' 촬영을 위한 실제 수중 세트와 편집 비화
클락이 존재들을 피해 도망치다 마주하는 무수한 수영장 공간은 CG가 아닌 실제 대형 스튜디오에 물을 채워 만든 세트였습니다. 타일 벽면과 인공조명을 활용해 끝없이 이어지는 수영장을 연출했는데, 물에 빛이 반사되는 효과와 특유의 울리는 소리가 심리적 공포를 배가시켰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장면의 편집본을 처음 본 제작자 제임스 완이 "공포 영화가 아니라 기묘한 예술 영화 같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 때문에 원래 기획보다 수영장 시퀀스의 분량이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6. 마무리
인터넷의 한구석에서 자라난 서브컬처 괴담이 할리우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이토록 우아하고 서늘한 시네마로 재탄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 <백룸>은 영화 애호가들의 심장을 뛰게 하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단순히 화면 밖으로 무언가가 튀어나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1차원적인 점프 스케어의 공식을 과감히 거부합니다. 대신 4:3 화면비의 노이즈 낀 캠코더 질감과 끝없이 펼쳐진 노란 벽지, 그리고 신경을 긁는 형광등 소음만으로 압도적인 폐쇄공포증과 미학적인 긴장감을 촘촘히 쌓아 올립니다. 무한히 반복되는 공간이 주는 기묘한 상실감, 즉 '리미널 스페이스'의 미학을 스크린 가득 펼쳐 보이며 미장센 자체만으로도 장르적 쾌감을 선사합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빛나는 지점은 백룸이라는 미지의 공간을 인간의 뒤틀린 내면과 억압된 트라우마를 투영하는 거대한 은유의 무대로 확장했다는 점입니다. 실패한 인생을 외면한 채 백룸이라는 왜곡된 도피처에 동화되어 결국 자신이 키워낸 괴물인 '해적 클락'에게 집어삼켜지는 클락의 파멸은 지극히 서글프면서도 처절한 심리극의 궤적을 그립니다. 이에 맞서 상처의 파편을 쥐고 필사적으로 이 미궁을 탈출하려는 메리의 여정은 두 주연 배우의 명연기와 맞물려 극에 팽팽한 서사적 탄력을 부여합니다.
후반부 시스템의 개입으로 장르적 문법이 다소 익숙해지는 아쉬움이 남을 즈음, 인간을 어설프게 복제하는 '정물화'의 설정을 뒤틀어버리는 결말의 한 방은 극장을 나서는 순간까지 서늘한 여운을 남깁니다. 디지털 괴담의 날것 그대로의 활력과 고전적 심리 스릴러의 깊이가 완벽하게 결합된, 그야말로 현대 공포 영화 플롯의 가장 매혹적인 진화형입니다.

* 영화 <백룸>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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