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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살게 한 너의 죽음, 내 안에 영원히 머물 너의 이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

by 채채둥 2026.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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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포스터



 

 

오늘의 영화는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1.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

 스미노 요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일본에서 2017년 7월 28일, 한국에서는 같은 해 10월 25일에 개봉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작품은 츠키카와 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췌장병을 앓고 있는 시한부 소녀 사쿠라 역의 하마베 미나미와 그녀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 외톨이 소년 나 역의 키타무라 타쿠미가 주연을 맡아 섬뜩한 제목과는 대비되는 투명하고 애절한 로맨스를 선보였습니다. 성인 시절의 주인공 역에는 배우 오구리 슌이 캐스팅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서정적인 연출을 완성했습니다.
 영화는 일본 현지에서 약 35억 엔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에 대성공했고, 한국에서도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이례적인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주연 배우인 하마베 미나미와 키타무라 타쿠미는 이 작품을 통해 일본 아카데미상 신인배우상을 나란히 수상하며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제목에 얽힌 반전이 유명한데, 처음에는 기괴한 공포 영화로 오해받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상대방의 영혼을 내 안에 머물게 하고 싶다'는 가장 숭고한 고백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또한, 영화 속 주요 배경인 벚꽃길과 도서관 등의 미장센은 원작의 감성을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을 받았으며, 개봉 당시 극장가는 눈물바다가 되는 '췌장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강력한 감정적 여운을 남겼습니다.


2. 줄거리

 내성적이고 친구 하나 없는 고등학생 '나'(키타무라 타쿠미)는 우연히 병원에서 같은 반의 인기인 ‘야마우치 사쿠라’(하마베 미나미)가 떨어뜨린 '공병문고'라는 일기장을 줍게 되면서 그녀가 췌장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비밀을 알게 됩니다.

학교에 가 보니, 사쿠라가 갑자기 도서위원을 하게 됩니다. 책장을 정리하던 중 뜬금없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사쿠라의 말 때문에 '나'는 당황합니다. "너에게 내 남은 삶을, 행복하게 해줄 권리를 줄게."

 

우연히 보게된 떨어진 일기장
그것은 사쿠라의 공병일기 였습니다


사쿠라는 죽음을 앞두고 있음에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으며, 자신의 비밀을 아는 유일한 사람인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실행에 옮깁니다. 두 사람은 함께 맛집을 탐방하고 여행을 떠나며 우정과 사랑 사이의 묘한 감정을 쌓아가고, 타인에게 마음을 닫았던 소년은 사쿠라를 통해 점차 세상 밖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웁니다.

점차 서로의 관계는 발전되고

 

 

"내가 죽으면, 내 췌장을 먹어 줘."
"난 췌장이 아프지 않은데?"
"누가 날 먹어 주면, 그 사람 안에서 살 수 있대. 난... 살고 싶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영원히."

 

때는 더더욱 지나, 사쿠라의 시한부 인생은 점차 짧아지고 있습니다. 사쿠라는 병이 악화되어 입원을 하게 되고 사쿠라는 '나'에게 자신이 죽으면 공병일기를 주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너에게 있어 산다는 것은 어떤 거야?

'나'의 질문에 사쿠라가 남긴 답변은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 받는 것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좋아하게 되고
싫어하게 되고
누군가와 함께하면서 손을 잡고
안아주고 엇갈리고
그게 산다는 거야

자기 혼자선 살아있는 지 알 수 없어.

사람들과의 관계가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해주는 거라 생각해.

그러니까 이렇게 너랑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니가 나에게 준 일상들이,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보물이야.


 

사쿠라를 기다리며 그녀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사쿠라인데

 

사쿠라의 퇴원 후 둘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합니다.

오고 있는 사쿠라에게 '나'는 문자로 고백하려 합니다. 카페에서 기다리던 '나'는 문득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자신을 보고 사쿠라가 자신을 바꿔놓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오고있는 사쿠라와 문자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사쿠라가 자신에게 칭찬을 해달라고 합니다. 그에 '나'는 어떤 말을 해줄지 생각하다가 가장 적합한 문구를 떠올렸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문자를 보내고 '나'는 몇 시간을 기다렸지만, 사쿠라는 오지 않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던 '나'는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먹으며 뉴스를 봅니다.

 
* 지금부터는 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쿠라의 죽음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옵니다. 병세가 악화되어 죽는 것이 아니라, 퇴원을 축하하기 위해 만나기로 했던 날 그녀가 '묻지 마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쿠라의 죽음


 충격에 빠져 장례식에도 가지 못하던 '나'는 시간이 흐른 뒤 사쿠라의 집을 방문해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공병문고'를 건네받습니다. 그 안에는 자신을 진심으로 동경하고 사랑했던 사쿠라의 진심과, 친구 ‘쿄코’(오오토모 카렌)에게 전해 달라는 유언이 담겨 있었습니다.

뒤늦게 사쿠라를 찾아가
그녀의 공병일기를 전해받게 되고


 12년 뒤, 모교의 교사가 된 성인 '나'(오구리 슌)는 도서관 정리 중 사쿠라가 숨겨두었던 마지막 편지를 발견하고, 그녀가 건넸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이 서로의 영혼 안에 영원히 살고 싶다는 고백이었음을 깨달으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립니다. 영화는 결혼을 앞둔 ‘쿄코’(키타 케이코)에게 사쿠라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달하며, 그녀의 죽음 이후에도 남겨진 이들이 각자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며 끝을 맺습니다.

너무 늦게 깨달은 그녀의 고백


3. 평가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제목이 주는 선입견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일본 청춘 영화 특유의 서정미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결합해 평단과 대중의 고른 지지를 받았습니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단순히 눈물을 유도하는 신파극에 머물지 않고, '죽음'이라는 절망적인 소재를 '관계'와 '선택'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치환해낸 점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특히 원작의 구성을 영리하게 각색하여 성인이 된 주인공의 시점을 교차시킨 연출은 과거의 추억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었으며, 상실의 아픔을 딛고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서사의 깊이를 더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영상미 측면에서도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과 정적인 도서관의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담아내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며 관객들이 주인공들의 감정에 온전히 스며들게 만들었습니다.
 배우들에 대한 찬사 역시 이 영화의 평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입니다. 사쿠라 역의 하마베 미나미는 자칫 평면적일 수 있는 '비극적 여주인공' 캐릭터에 독보적인 생동감과 처연함을 불어넣어 영화 전체의 에너지를 이끌었으며, 그녀의 맑은 이미지는 작품이 가진 투명한 분위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키타무라 타쿠미 또한 감정을 억제한 채 서서히 세상에 눈을 뜨는 소년의 심리 변화를 절제된 연기로 표현하여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비록 결말 부분의 갑작스러운 사건 전개가 개연성 측면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내일의 삶은 누구에게나 보장되지 않는다"는 영화 속 대사를 가장 강렬하게 증명하는 장치로서 재평가받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타인과의 교감이 개인의 세계를 얼마나 찬란하게 바꿀 수 있는지를 아름답게 역설하며 일본 실사 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4. 사운드트랙

 일본의 국민 밴드 ‘미스터 칠드런’이 메인 주제곡을 불렀습니다. 이 곡은 2017년 오리콘 차트에서 최대 1위까지 차지했었고 연간 싱글 차트로 36위를 기록했습니다. 'Himawari'는 '해바라기'라는 뜻입니다.
공식 가이드북에 이 노래에 대한 작가의 언급이 나왔는데, 봄을 상징하는 사쿠라(벚꽃)과 이별하고 성장하는 '나'의 모습이 해바라기(히마와리)라는 제목을 통해 드러난다는 의미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 Mr.Children - Himawari

출처: 유튜브 'Mr.Children Official Channel'

 

 


5. 제작비화

1) 제목에 얽힌 캐스팅 비화와 하마베 미나미의 열정
주연 배우 하마베 미나미는 처음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오디션 제의를 받았을 때, 제목만 보고 공포 영화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는 일화가 유명합니다. 하지만 대본을 읽고 난 뒤 그 속에 담긴 진심에 감동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하죠. 그녀는 극 중 사쿠라의 밝은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촬영 기간 내내 식단 관리를 엄격히 하며 캐릭터의 외적인 부분까지 섬세하게 신경 썼습니다. 특히 병세가 깊어지는 연기를 위해 실제 촬영장에서 간식을 멀리하는 등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 원작에는 없는 12년 후의 설정
영화와 원작 소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현재(성인 시절)'의 시점이 추가되었다는 점입니다. 원작은 과거의 이야기에만 집중하지만, 영화에서는 츠키카와 쇼 감독이 관객들에게 '남겨진 이들의 성장'을 보여주고 싶어 성인이 된 '나'의 시점을 넣었습니다. 이를 통해 오구리 슌이 연기하는 성인 주인공과 키타무라 타쿠미가 연기하는 고등학생 주인공이 교차하며 서사가 완성되었는데, 이는 원작자인 스미노 요루조차 "영화만의 훌륭한 각색"이라며 극찬한 대목입니다.

3) 키타무라 타쿠미의 실제 눈물과 감정 몰입
극 후반부, '나'가 사쿠라의 집에서 공병문고를 읽으며 오열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이 장면을 촬영할 당시 키타무라 타쿠미는 캐릭터에 너무 깊이 몰입한 나머지, 촬영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해 스태프들이 그를 달래야 했다고 합니다. 평소 감정 표현이 절제된 캐릭터를 연기하다가 한꺼번에 감정을 터뜨려야 했기에 체력적, 감정적 소모가 엄청났던 장면이었습니다.

4) 벚꽃과 미장센의 비밀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벚꽃 장면들 중 일부는 실제 개봉 시기와 촬영 시기가 맞지 않아 세심한 연출이 필요했습니다. 제작진은 가장 아름다운 벚꽃 길을 담기 위해 일본 전역을 헌팅했으며, 일부 장면에서는 CG와 실사 세트를 정교하게 조합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특히 도서관 세트는 실제 학교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수천 권의 책을 직접 배치하고 정리하는 등 아날로그적인 수고를 아끼지 않아 특유의 포근하고 아련한 미장센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5) Mr.Children의 주제가 'Himawari'
영화의 여운을 완성하는 주제가 'Himawari(해바라기)'는 일본의 국민 밴드 Mr.Children이 담당했습니다. 보컬 사쿠라이 카즈토시는 영화의 편집본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곡을 썼는데, 가사 중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라는 대목은 사쿠라의 밝은 이면과 남겨진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이 노래는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일본 음원 차트를 휩쓸며 작품의 감동을 정점으로 이끌었습니다.

6) 본작은 일본 밴드 DISH//의 노래 ‘neko (猫)’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영화 시사회에 초대된 아이묭이 감명받아 남주인공의 배우를 맡은 키타무라 타쿠미에게 노래를 작곡, 작사해 선물했다고 합니다.

영화의 한명의 배우같은 벚꽃


6. 마무리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자극적인 제목이라는 외피 안에 가장 고전적이고 순수한 정공법의 드라마를 숨겨둔 영리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하이틴 로맨스를 넘어 수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시한부라는 비극적 설정을 눈물을 짜내기 위한 도구로 소비하는 대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는 행위가 한 인간의 세계를 얼마나 찬란하게 확장시키는지를 정밀하게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적인 도서관과 흐드러지게 핀 벚꽃, 그리고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투명한 빛의 활용은 시각적 탐미주의를 넘어 작품의 서정적인 온도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죽음'이라는 확정된 결말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역설적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법'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평소 영화를 깊이 있게 즐기는 관객이라면 주인공 소년의 무채색 같던 일상이 사쿠라라는 강렬한 색채를 만나 유채색으로 변해가는 연출적 변주에서 큰 매력을 느낄 것입니다. 비록 후반부의 전개가 극적인 장치로서 다소 파격적일 수 있으나, 이는 오히려 삶의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기괴한 문장을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유대감의 고백으로 승화시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상실 이후의 삶을 지탱하게 하는 것은 화려한 기적이 아니라, 함께했던 짧은 시간 속에서 공유한 진심 어린 말 한마디라는 것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제 이 대사가 조금은 다르게 들리시나요?

 

 

 

 

 


*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메인 예고편

출처: 유튜브 '미디어캐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