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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2017)
2017년 11월에 개봉한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은 추리 소설의 거장 애거사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영국의 거장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과 주인공 에르큘 포와로 역을 동시에 맡아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작품은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던 초호화 열차 내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다루며, 눈사태로 멈춰 선 열차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세계 최고의 탐정 포와로가 13명의 용의자를 상대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현대적이고 세련된 영상미로 그려냈습니다.
출연진 역시 '올스타 라인업'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데, 피해자인 라쳇 역의 조니 뎁을 비롯하여 미셸 파이퍼, 주디 덴치, 페넬로페 크루즈, 윌렘 대포, 데이지 리들리 등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들과 라이징 스타들이 총출동하여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쳤습니다. 약 5,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3억 5,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이후 <죽음의 소네트>와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케네스 브래너판 포와로 시리즈'의 성공적인 서막을 알렸습니다.
제작 과정에서의 일화도 흥미로운데, 케네스 브래너는 원작의 묘사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포와로 특유의 거대한 이중 콧수염을 디자인하는 데만 수개월을 투자했습니다. 또한, 극 중 기차의 창밖 풍경을 단순히 CG로 처리하는 대신 대형 LED 스크린에 실제 주행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로 인해 세트 내부가 실제 기차처럼 흔들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촬영 도중 일부 배우들이 멀미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OST 'Never Forget'은 극 중 허바드 부인 역의 미셸 파이퍼가 직접 가창하여 작품의 여운을 더했습니다.
2. 줄거리
세계적인 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너)는 예기치 못한 사건 의뢰로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호화로운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 몸을 싣게 됩니다. 열차 안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다양한 국적과 직업의 승객들이 탑승해 있었고, 그중 골동품 사업가로 위장한 범죄자 ‘에드워드 라쳇‘(조니 뎁)은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며 포와로에게 경호를 의뢰하지만 포와로는 그의 부도덕함을 간파하고 단칼에 거절합니다.

그러나 폭설로 인해 열차가 탈선하여 선로에 고립된 그날 밤, 라쳇은 자신의 객실에서 무려 12차례나 칼에 찔린 처참한 시체로 발견됩니다. 열차의 국장 ‘부크‘(톰 베이트먼)의 요청으로 수사에 착수한 포와로는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들과 용의자들의 진술을 대조하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포와로는 라쳇의 정체가 과거 미국을 뒤흔들었던 '암스트롱 저택 유괴 살인 사건'의 진범인 카세티라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당시 카세티는 어린 소녀 데이지 암스트롱을 유괴해 살해했고, 이 비극으로 인해 아이의 어머니는 충격으로 사망, 아버지는 자살했으며 하녀까지 누명을 쓰고 목숨을 끊는 등 한 가정이 완전히 파멸되었습니다. 조사를 거듭하던 포와로는 열차에 탑승한 12명의 승객이 겉으로는 타인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두가 암스트롱 가문과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경악스러운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암스트롱 가는 손꼽히는 명문가로 데이지는 유일한 상속녀였고, 데이지의 죽음으로 충격받아 데이지의 엄마 '소니아'는 조산으로 산모와 뱃속 아기 둘다 사망하고 '코로넬 대령'은 자살하게 됩니다. 하녀 '수잔'은 납치 사건에 대한 공범누명을 쓰고 교수형 당합니다.
'백작 부인'은 소니아와 자매 지간이였으며
'아버스넛'은 의사이며 부검의 역할도 했습니다.
'핵터'는 암스트롱 사건의 담당 변호사 였다가 라쳇의 보조비서 전락한 인물
'힐데가르트'는 데이지 집안의 요리사 였습니다.
'메리'는 아버스넛의 약혼녀이자 데이지의 가정교사였으며,
무뚝뚝하고 차가운 성격으로 늘 독서를 하는 라쳇의 집사 '에드워드'
열차 차장 '피에르'는 사형당한 수잔의 동생 이었고
'허바드 부인'은 출산 후 사망한 소니아의 어머니이자 데이지의 외할머니이고
'드라고미로프 공작 부인'은 그녀의 절친이었습니다.
'게르하르트 교수'는 수잔의 연인이었습니다.
모두가 그 비극의 피해자들이거나 유가족이었던 것입니다.
* 여기부터는 반전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결국 포와로는 터널 앞에서 모든 승객을 불러 모아 사건의 전말을 폭로합니다. 이 사건은 단 한 명의 범인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 법의 심판을 교묘히 빠져나간 카세티를 처단하기 위해 12명의 승객이 치밀하게 공모한 '공동 정의의 집행'이었습니다. 암스트롱 부인의 어머니였던 허바드 부인이 사건의 피해자들을 불러모아 이 살인을 계획했던 것입니다. 이들은 각자 한 번씩 카세티를 칼로 찔러 모두가 공범이 됨으로써 누구도 배신할 수 없게 했고, 죽은 데이지의 원한을 갚았습니다.

포와로의 진상 폭로에 대해 허바드 부인은 이렇게 외칩니다,
사회는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어요, 우리는 다만 그 판결을 집행했을 뿐이에요.
공개하실 뜻이 있다면 나만의 죄로 해주지 않으시겠어요?
허바드 부인은 자신이 주동자임을 인정하며 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하지만, 그 총에는 총알이 없었습니다.

완벽한 도덕적 결벽증을 가진 포와로는 법과 정의 사이에서 깊은 고뇌에 빠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며 결국 경찰에게는 '정체불명의 괴한이 열차에 침입해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쳤다'는 거짓 보고서를 넘기기로 결심합니다.
열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포와로가 홀로 열차에서 내리며, 슬픔과 치유가 뒤섞인 승객들의 표정을 뒤로한 채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3. 평가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은 고전 추리 소설의 매력을 현대적인 화려한 볼거리로 멋지게 버무려낸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눈이 즐거운 미스터리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65mm 필름으로 촬영된 압도적인 영상미는 눈 덮인 설원과 호화 열차의 내부를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구현해 냈는데, 이는 단순히 사건을 추적하는 것을 넘어 관객이 그 시대의 공기를 직접 마시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기차 안의 좁은 복도를 따라 용의자들을 한 명씩 비추는 연출은 밀실 살인극 특유의 긴장감을 아주 세련되게 표현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이 영화를 명작의 반열에 올리는 핵심 요소입니다.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케네스 브래너는 포와로라는 탐정을 단순히 똑똑한 괴짜가 아니라, 정의와 불의 사이에서 고뇌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냈습니다. 여기에 조니 뎁, 미셸 파이퍼, 주디 덴치 같은 대배우들이 짧은 등장만으로도 각자의 슬픔과 비밀을 깊이 있게 연기하며 극의 무게감을 잡아줍니다. 이들은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라 과거의 비극으로 인해 상처 입은 피해자들이라는 점을 관객들이 마음으로 느끼게 만들며, 영화 후반부의 감동을 더욱 진하게 만듭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원작 소설이 가진 촘촘하고 논리적인 추리 과정을 영화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다 담으려다 보니,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이 다소 급하게 느껴지거나 우연에 기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법으로 심판할 수 없는 악을 어떻게 처단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단순한 범인 찾기 이상의 여운을 남깁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원작의 클래식한 품격은 지키면서도, 현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화려함과 감동적인 인간미를 성공적으로 더한 웰메이드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4. 제작비화
1) 탐정의 자존심, 9개월의 콧수염 프로젝트
감독이자 주연인 케네스 브래너는 에르큘 포와로의 상징인 콧수염을 만드는 데 집착에 가까운 공을 들였습니다. 원작자 애거사 크리스티가 묘사한 '영국에서 가장 웅장한 콧수염'을 구현하기 위해 무려 9개월 동안 전문가들과 함께 디자인과 소재를 연구했습니다. 여러 개의 샘플을 거쳐 완성된 이 이중 콧수염은 포와로의 위엄과 강박적인 성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장치가 되었습니다.

2) 실제 같은 몰입감, 움직이는 LED 세트장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2017) 속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눈 덮인 풍경은 단순한 CG가 아닙니다. 제작진은 기차 세트 주위에 거대한 LED 스크린을 설치하고, 실제 알프스 등에서 촬영한 고화질 주행 영상을 재생했습니다. 세트 자체가 영상에 맞춰 흔들리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배우들은 실제 운행 중인 열차에 탄 것 같은 착각에 빠졌습니다. 이 때문에 촬영 중 몇몇 배우들은 실제로 멀미를 느껴 고생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3) 65mm 필름이 선사하는 압도적 영상미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현대 영화에서 보기 드문 65mm 대형 규격 필름으로 영화 전체를 촬영했습니다. 이는 과거 할리우드 대작들이 사용하던 방식으로, 디지털카메라로는 담아내기 힘든 깊이감과 풍부한 색감을 제공합니다. 덕분에 관객들은 호화 열차의 정교한 질감과 광활한 설원의 풍경을 마치 실제처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4) 원작자의 후손도 감동시킨 고증과 변주
이 영화의 제작에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손자인 매튜 프리처드가 프로듀서로 참여했습니다. 그는 처음에 새로운 포와로 시리즈 제작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케네스 브래너의 열정과 원작에 대한 존중을 확인한 뒤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 포와로가 겪는 도덕적 딜레마를 강조한 연출에 대해 "할머니도 만족하셨을 것"이라며 극찬했습니다.
5) 명배우들의 '깜짝 가창'과 비밀스러운 협업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를 장식하는 주제곡 'Never Forget'은 극 중 허바드 부인 역을 맡은 미셸 파이퍼가 직접 불렀습니다. 감독은 그녀의 목소리가 캐릭터의 슬픔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녀 역시 진심을 담아 노래를 완성했습니다. 또한, 촬영 현장에서는 배우들이 서로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실제 배역 이름 대신 암호를 사용하거나, 자신의 촬영 분량이 없을 때도 현장을 지키며 앙상블을 맞추는 등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주었습니다.
6) 오프닝의 '원테이크' 열차 탑승 시퀀스
영화 초반, 포와로가 열차에 탑승하며 각기 다른 사회적 지위와 성격의 승객들을 한 명씩 마주치는 장면은 롱테이크 기법으로 연출되었습니다. 카메라는 멈추지 않고 좁은 열차 복도와 객실 사이를 매끄럽게 훑고 지나가는데, 이는 관객들에게 마치 실제 열차에 함께 탑승한 것 같은 현장감을 줍니다. 또한, 이 연출은 앞으로 벌어질 밀실 살인 사건의 모든 용의자가 이 좁은 공간 안에 모여 있다는 '폐쇄성'을 시각적으로 단번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줍니다.
7) 시신 발견 당시의 '하이 앵글(High Angle)' 촬영
라쳇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 포와로가 사건 현장을 처음 조사하는 장면은 독특하게도 천장에서 아래를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하이 앵글로 촬영되었습니다. 좁은 객실 내부를 벽면 없이 위에서 조감도처럼 보여주는 이 연출은, 사건의 단서들을 객관적으로 배치하여 관객이 탐정과 함께 단서를 수집하는 느낌을 줍니다. 동시에 좁은 공간에 갇힌 인물들의 답답함과 기괴한 사건의 분위기를 강조하며 미스터리한 긴장감을 극대화했습니다.
8)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키는 '터널 앞 심판' 장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결말인 범인 폭로 장면은 눈 덮인 터널 앞에서 이루어집니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12명의 승객을 긴 탁자에 일렬로 앉혔는데, 이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을 노골적으로 오마주한 연출입니다.

9) 1974년, 2001년에 이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세 번째 영화화입니다.
10) 이 작품의 흥행 성공으로 차기작 제작이 확정되었습니다. 케네스 브래너와 각본가 마이클 그린이 그대로 복귀하며 <나일강의 죽음>을 영화화했습니다. 작중 마지막에 나일강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대사가 나온 데다 이미 이 작품도 영화화된 적 있기에 본작과 마찬가지로 차기작도 오래전 영화화된 작품의 리메이크인 셈입니다. 다만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가 늘 그렇듯 푸아로 역의 케네스 브래너를 제외하고 웬만한 주연들은 다 바뀌었습니다. 매 편마다 배경과 용의자가 달라지는 추리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11) 영화 마지막에 차기작을 암시하는 나일강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는 1978년에 개봉한 <나일강의 죽음>의 에필로그 부분에서 푸와로가 오리엔탈 특급살인에 대해 이야기해주겠다고 한 장면의 오마쥬입니다.
12) 한때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 물망에 올랐다 고사했다고 합니다.

5. 마무리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을 감상한다는 것은, 마치 고풍스러운 골동품 시계가 현대적인 부품을 입고 다시 정교하게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과 같은 즐거운 경험입니다. 이 영화는 이미 결말이 널리 알려진 고전을 리메이크하면서도, 케네스 브래너 특유의 연극적 미학과 65mm 필름이 주는 압도적인 질감을 통해 시각적인 쾌감을 극대화했습니다. 특히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을 답답하게 가두지 않고, 유려한 카메라 워킹과 화려한 미장센으로 가득 채운 연출은 영화팬들에게 '보는 맛'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각인시켜 줍니다.
배우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가치를 지닙니다. 에르큘 포와로를 연기한 케네스 브래너의 강렬한 존재감을 중심으로, 조니 뎁, 미셸 파이퍼, 주디 덴치 등 한 프레임에 담기 힘든 대배우들이 앙상블을 이루는 모습은 그 자체로 거대한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만족감을 줍니다. 각 캐릭터가 가진 사연이 짧은 호흡 속에서도 명확하게 전달되는 것은 배우들의 관록 덕분이며, 이는 단순히 범인을 찾는 추리 게임을 넘어 인간의 슬픔과 복수라는 보편적인 테마에 깊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물론 원작의 촘촘한 논리 구조를 선호하는 고전 미스터리 팬들에게는 일부 각색된 액션이나 빠른 전개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눈 덮인 터널 앞에서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키는 구도로 마주 선 인물들의 모습은 이 작품이 단순한 리메이크 이상의 예술적 야심을 품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정 사이에서 고뇌하는 탐정의 뒷모습을 보며, 정의의 기준이 흔들리는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인간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드는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수작입니다.

*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2017)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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