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영화 인턴
이 작품은 2015년 9월에 개봉한 미국의 코미디 드라마 영화로,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이라 불리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연출과 각본, 제작을 모두 맡아 특유의 따뜻하고 세련된 감성을 담아냈습니다. 주연으로는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70세의 나이에 은퇴 후 인턴으로 재취업한 '벤 휘태커' 역을 맡았으며, 앤 해서웨이가 열정적인 젊은 창업자이자 CEO인 '줄스 오스틴' 역을 맡아 세대를 뛰어넘는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보여주었습니다. 제작비 약 3,500만 달러로 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9,4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약 3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이례적인 장기 흥행과 함께 인생 영화로 꼽히는 등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여주인공 줄스 역으로 앤 해서웨이를 염두에 두었으며, 로버트 드 니로는 배역을 준비하기 위해 실제 뉴욕의 스타트업 직원들을 직접 관찰하며 그들의 문화를 익히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또한, 영화 속 줄스의 패션 회사 사무실은 실제 버려진 창고를 개조해 스타트업 특유의 현대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구현해 냈으며, 작중 벤이 보여준 정장 차림과 손수건 사용 등의 클래식한 태도는 당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진정한 어른의 품격'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2. 줄거리
영화는 아내와 사별하고 은퇴한 70세의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가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라인 패션 스타트업인 '어바웃 더 핏'의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하며 시작됩니다. 회사의 창업자이자 CEO인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 회의적이었고, 자신의 인턴이 된 벤에게 아무런 업무도 주지 않은 채 방치합니다.

그러나 벤은 풍부한 사회 경험과 특유의 세심함으로 사무실의 지저분한 책상을 정리하고 동료들의 연애와 직장 고민을 들어주는 등 금세 사내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 잡습니다. 줄스 역시 처음에는 벤을 불편해하며 부서 이동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술에 취한 자신을 안전하게 귀가시키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곁을 지키는 벤의 모습에 서서히 마음을 열고 그를 개인적인 비서이자 친구로 신뢰하게 됩니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줄스는 투자자들로부터 전문 경영인(CEO)을 영입하라는 압박을 받게 되고,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깊은 고뇌에 빠집니다. 설상가상으로 벤은 줄스의 남편인 ‘매트’(앤더스 홀름)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고, 이를 줄스에게 알릴지 고민하다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사실 줄스는 이미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고 있었으며, 무너져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열정이 담긴 CEO 자리를 새로운 경영인에게 넘겨주기로 결심하고 면접을 진행합니다.

벤은 줄스에게 그녀가 일군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상기시키며, 누군가의 잘못 때문에 본인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넵니다.
결국 줄스는 새로운 CEO를 고용하기 직전, 자신의 진심을 깨닫고 경영권 이양을 포기하기로 합니다. 그 순간 남편 매트가 사무실로 찾아와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참회하며 줄스의 꿈을 응원하겠다고 고백하고, 두 사람은 화해의 길을 택합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벤을 찾은 줄스는 공원에서 태극권을 수련 중인 그를 발견합니다. 벤은 평소처럼 여유로운 미소로 그녀를 맞이하며 함께 태극권을 하자고 제안하고, 두 사람이 함께 평온하게 운동을 즐기는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세대와 성별을 초월한 깊은 우정과 삶의 지혜를 보여주며 마무리됩니다.
3. 평가
로튼 토마토에서 평론가들이 매긴 신선도는 56%로 썩은 토마토였지만, 현재는 재조명받았는지 60%로 신선한 토마토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계속 59%와 60%를 사이에서 왔다 갔다 이동하고 있습니다. 148명의 평론가들이 매긴 평점은 10점 만점에 5.7점입니다. 로튼토마토에 따르면 평론가들의 의견은 "<인턴>은 시기적절한 주제를 잘 소화하지 못하고 있지만, 훌륭한 주연 배우들의 색다른 화학 작용으로 이득을 얻고 있다."로 일치하고 있습니다. 즉, 평론가들 기준에서 신선한 주제를 잘 살리지 못한, 완성도는 그저 그런 작품이지만 젊은 여성 CEO를 연기한 앤 해서웨이와 신사적인 노인 인턴을 맡은 로버트 드 니로의 이색적인 조합은 어울렸다는 평입니다. 관객들이 매긴 신선도는 79%로 평론가들보다는 후한 편입니다. 여성 관객들에게 어필한다는 점과 앤 해서웨이에 대한 국내 인식이 나쁘지 않다는 점 등이 국내 평가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은퇴와 노후 준비가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오래인 와중에 전화번호부 회사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다가 은퇴해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으로 인턴 생활을 시작하는 노신사가 주인공인 설정은 신선하고 눈길을 끌 만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영화에서의 남녀 위치만 바뀌었을 뿐 이후 전개는 두 주인공의 일상을 중심으로 별 커다란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 중간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영화에서는 대개 과장된 세대 차이로 갈등을 유발하거나 코미디를 선보이기 마련인데 본작에는 그런 묘사는 전혀 없습니다. 벤은 경험 많은 인생 선배로 젊은 동료 인턴에게 순식간에 호감을 사고 별 갈등 없이 잘 어울리며, 어떠한 상황에도 느긋하고 유연하게 대처하여 모두의 존경을 받습니다. 어떻게 보면 벤은 만능 캐릭터인 주인공이기 때문에 영화 내내 별 굴곡을 겪지 않습니다. 줄스와의 초반 갈등도 줄스의 선입견 때문일 뿐, 벤의 잘못으로 인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평론가들이 '시기적절한 주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라고 지적한 건 바로 이런 부면 때문입니다. '은퇴 후 새 직장 생활'이란 미국뿐만이 아닌 한국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문제를 소재로 차용했으면서도 거기서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충분히 이끌어낼 만한 갈등이나 성장, 주제 등을 전혀 짚고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건 벤이 이미 성장이 다 끝난 '완성형' 캐릭터라 생기는 문제입니다. 벤은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한 계기가 마음에 생긴 구멍을 메우고 싶어서라고 하는데, 은퇴를 하자마자 중국어를 배우고 요가를 하고, 세계 여행을 다니는 등 매우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보내고 있어서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돌발 상황에도 흔들리거나 고민하지 않으며 언제나 동료 직원들에게 도움을 베푸는 멘토 역할이라 관객이 보면서 '직장에 정말 있었으면 하는 선배' 이상의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습니다. 별 탈 없이 사이좋기만 한 상사와 동기들, 게다가 우아한 회사 내 마사지사와의 연애까지 인턴 생활도 어찌 보면 벤의 취미 생활 중 하나처럼 보여서 영화가 마치 한 편의 '노후 판타지'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특히 캐릭터 구성으로 봤을 때 벤과 줄스는 '경험과 지혜가 많지만 나이가 많고 보수적인 노인'과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지만 경험이 적은 젊은 여성'으로 완벽하게 대치되는 캐릭터인데, 이렇게 대비되는 두 캐릭터 사이의 관계는 벤이 줄스에게 도움을 주고 줄스가 벤에게 의지하는 일방적인 관계로 묘사됩니다. 벤이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은퇴 노인'이 겪는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라고 해봐야 끽해야 SNS 계정 만들기를 어려워하는 부분 밖에 없으며,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노인들의 어려움을 전혀 겪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벤과 줄스가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며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던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줄스에 대한 묘사도 어떻게 보면 일관적이지만 한 편으로 보면 고정관념에 치우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어스 감독 본인이 말한 것과는 달리 페미니즘 영화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워킹맘의 고뇌를 그린 점은 좋지만, 워킹맘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들어가서 부정적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직장 동료들에게 융통성 없이 깐깐하단 얘기를 듣는다든지, 그래서 일처리가 너무 느리다는 표현이 작중에 나옵니다.
결론적으로 '착한 영화'라서 부담 없이 보기 편한 영화이지만, 그렇게 썩 잘 만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영화입니다. 꼭 거대한 사건이 있고 극적인 갈등과 그에 대한 뚜렷한 해결이 있어야만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영화는 일반적인 남녀의 설정만 뒤바뀌었을 뿐 그 외엔 전부 관습적이고 평이하게 흘러갑니다.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고 빵 터질 만큼 웃긴 건 아니지만 소소한 웃음 포인트가 확실히 있으며, 작중 깨알 같은 다른 영화와 작품을 패러디한 요소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 중 하나입니다. 로맨스에서 벗어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면목을 엿볼 수 있고, 이미 검증된 배우 들인 만큼 연기 실력은 확실히 보장하고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수확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무시무시한 범죄자나 마피아 혹은 마초적인 역할을 많이 연기했던 로버트 드 니로의 젠틀맨 연기를 볼 수 있어 좋았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린 세대의 관객 중에는 이 영화로 로버트 드 니로를 처음 봤다가 이듬해 <조커>를 보고서는 "배우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라고 트위터에 올라온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4. 제작 비화
1) 워너 브라더스가 프로덕션을 하기 전, 원래는 파라마운트 픽쳐스가 영화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주연도 지금과 달리 티나 페이와 마이클 케인이었는데, 예산에 맞지 않아 워너 브라더스에 넘어오게 된 것입니다. 티나 페이를 대체하여 리즈 위더스푼이 배역을 맡기로 하였으나 스케줄 문제로 무산되고, 최종적으로 앤 해서웨이가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또한, 마이어스 감독은 로버트 드 니로 이전에 잭 니콜슨에게 찾아갔었다고 합니다.
2) 영화 속에서 직원들은 모두 맥북 최신형을 사용하며, 로버트 드 니로는 삼성 피처폰을 사용합니다.
3) 영화 중 Jay-Z에게 직접 상품 배달을 하게 되어 긴장한 젊은 직원에게 벤 휘태커가 옷 스타일을 추천해 주는 씬이 있는데, 벤이 "Jay-Z"는 모르고 "Beyonce의 남편"이라 하자 알아듣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는 2012년 로버트 드 니로와 Jay-Z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생일 파티장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Jay-Z에게 무례한 놈이라며 화를 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2002년 로버트 드 니로가 공동설립자로 참여한 Tribeca Film Festival에 곡을 녹음해 주겠다고 했던 Jay-Z가 로버트 드 니로로부터의 6통의 부재중 전화에도 다시 연락을 주지 않았고, 이에 대해 로버트가 무례한 녀석이라며 화를 냈던 것. 비욘세가 말려도 험악한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았다고 하니 로버트가 얼마나 화가 났었을지가 상상이 가고, 이 사건이 민망했던 건지 아직 앙금이 남은 건지 어쨌든 영화에 본 장면을 넣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4) 샌프란시스코의 호텔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보면서 우는 영화는 <사랑은 비를 타고>입니다.
5)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1년 동안 대본을 집필한 작품인데 생각보다 예산이 너무 커져서 배급사를 찾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워너 브라더스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개봉조차 하지 못했을 거라고. 그래서 전작들에 비해 본작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전작인 <사랑은 너무 복잡해>에서 본작이 나오기까지는 무려 5년이 걸렸습니다.
6)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줄스 오스틴은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캐릭터입니다. 모델이 된 인물은 바로 네스티 갤의 CEO였던 소피아 아모루소입니다. 고등학교 중퇴 후 집을 나와 책을 훔쳐 내다 팔고 쓰레기통에 있는 음식으로 연명하는 등 힘든 삶을 살다가 이베이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한 빈티지룩 사업이 대박 나며 네스티갤을 설립, 한 때 시가 3억 달러, 그녀 개인의 자산 또한 2억 8천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경영보다는 개인의 사회활동에 주력한 CEO의 과도한 외도와 제품의 오리지널리티 확보 실패로 경영 상태가 점점 악화되다가 파산 보호를 신청, 아모루소 본인도 2015년 CEO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그녀의 삶을 다룬 <걸보스>가 그녀의 동명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인턴>, <걸보스> 모두 그녀의 연인이 바람을 피워서 실제로도 그랬던 걸로 오해를 하기도 하는데, 실제 그녀의 남편은 바람을 피운 적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2017년 이혼을 하기는 했습니다…
7) 영어 공부할 때 추천하는 영화로 굉장히 많이 지목됩니다.
8) 본 영화에 무술강사 역으로 출연한 티파니 첸이 드 니로의 애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아 버지니아 첸 드 니로'라는 이름의 딸을 출산했습니다. 두 사람의 계획된 출산이었다고 하며, 드 니로의 일곱 번째 자녀입니다.
9) 타란티노는 여기서 로버트 드 니로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고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각본도 최고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5. 마무리
<인턴>은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성공한 젊은 여성과 현명한 노인'이라는 클리셰를 낸시 마이어스 감독 특유의 세련된 미장센과 통찰력으로 영리하게 변주해 낸 수작입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묘미는 갈등을 자극적으로 폭발시키기보다, 70세의 벤 휘태커가 가진 '클래식함'이라는 무기가 현대적인 스타트업의 역동성과 충돌하며 빚어내는 부드러운 화음에서 발생합니다. 특히 메서드 연기의 대가인 로버트 드 니로가 힘을 빼고 보여주는 절제된 눈빛과 손수건 한 장에 담긴 아날로그식 배려는, 빠른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태도'의 가치가 무엇인지 시네마틱 한 언어로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또한,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줄스라는 캐릭터를 단순히 완벽한 워킹맘으로 그리지 않고, 불안과 열정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한 점 역시 훌륭합니다. 영화는 벤을 줄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소모하지 않고, 두 사람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수평적인 우정을 구축하며 세대 간의 소통 가능성을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화려한 카메라 워킹이나 반전은 없지만,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촘촘한 각본과 따뜻한 색감의 프로덕션 디자인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가장 우아하고 안락한 위로를 경험하게 합니다. 결국 본작은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삶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삶을 대하는 방향성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품격 있는 드라마입니다.
연말 가족여행으로 이번주 뜸하게 왔네요~
모두 Happy New Year 입니다, 2026년 한해 모두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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