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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편견이라는 본능을 추적하는, 가장 영리한 애니메이션 누아르, <주토피아>

by 채채둥 2025.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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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포스터

1. 영화 주토피아

 이 영화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한 5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한국에서는 2016년 2월 17일 개봉했습니다. 다양한 동물들이 공존하는 도시를 배경으로 차별과 편견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연출은 바이런 하워드와 리치 무어가 맡고, 재러드 부시 등이 각본에 참여했으며, 제작은 클라크 스펜서가 담당해 디즈니 특유의 완성도 높은 비주얼과 연출을 구현했습니다.
주인공 토끼 경찰관 주디 홉스에는 지니퍼 굿윈이, 여우 사기꾼 닉 와일드에는 제이슨 베이트먼이 목소리를 맡았고, 이 외에도 개성 있는 동물 캐릭터들을 각기 다른 성우들이 연기해 거대한 도시 ‘주토피아’의 다채로운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리며 디즈니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대표적인 흥행작으로 자리 잡았고,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 등 여러 시상식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초기에는 닉 와일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기획되었다가 제작 과정에서 주디 홉스를 주인공으로 한 구조로 재편되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비하인드가 알려져 있으며, 동물이 주인공인 가족 애니메이션이면서도 편견·차별·사회 구조 같은 묵직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관객과 평론가에게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 줄거리

 어린 시절부터 경찰이 되기를 꿈꾸던 시골 토끼 주디 홉스는 부모와 마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찰학교에 입학합니다. 혹독한 훈련 끝에 수석으로 졸업하지만, 주토피아 경찰서에 배치된 후에는 작은 체구라는 이유로 주차 단속 요원으로 전락해 꿈을 접을 위기에 처합니다.

주차요원 주디

 그러나 연쇄 실종 사건, 특히 수달 오터톤의 실종 사건을 계기로 48시간의 기회를 얻어 수사를 시작하고,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를 협박해 파트너로 끌어들여 녹음 펜으로 증거를 확보합니다. 닉과 주디는 시장실에서 범죄자 족제비 듀크를 추적하며 도둑질 장면을 포착하고 거대 도넛 추격전에서 체포에 성공하지만, 실종자들 대부분이 육식동물 포식자로 밝혀지게 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열심히 수사하는 닉과 주디

주디는 과학자 Mr. 빅의 도움으로 ‘밤의 울음꾼’이라는 꽃에서 추출된 독소가 포식자들을 야수화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이를 기자회견에서 발표해 도시를 초식-육식 동물 간 분열로 몰아넣고 자책 끝에 경찰을 사임해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드러난 벨웨더의 정체

 그런데 거기서 사촌 토끼의 과거 경험으로 독소의 범용성을 깨닫고 닉에게 사과하며 복귀해 부시장 양 벨웨더의 음모—포식자들을 약물로 야수화해 초식동물 우위를 노린 계획—를 폭로하며 벨웨더를 체포하고, 해독제로 피해자들을 치료해 주게 됩니다.

훈훈한 해피엔딩

오터톤도 가족과 재회하게 되고 닉은 경찰이 되어 주디와 최고의 파트너로 활약하는 해피엔딩으로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3. 평가

 디즈니 리바이벌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자, 디즈니 역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로튼 토마토에서 98%라는 엄청난 평점을 받는 등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극찬이 쏟아졌습니다. 영화의 완성도와 주제의식을 녹여낸 방식, 귀여운 캐릭터 등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입니다.
 특히나 현대 사회의 이슈 중 하나인 차별과 편견이라는 까다로운 주제를 깊이 있게 잘 녹여낸 점, 대중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이처럼 심오한 주제를 작품 속에 녹여내는 솜씨가 훨씬 더 정교하고 세밀해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차별과 포용에 대한 메시지는 성소수자로 지내왔던 감독 바이런 하워드가 주토피아에 녹여내고자 했던 핵심적인 메시지였습니다. 이런 메시지의 세심함 덕에 어울리지 않는 기타 표면적인 정치적 올바름에 비해 훨씬 현실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디즈니 팬들에게 역대 디즈니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중 최소 다섯 손가락 내에 꼽힐 만큼 작품성과 스토리가 우수합니다.
 작품의 주제를 역차별로 이해하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보기엔 어렵습니다. 주디가 당한 차별은 초식동물이라서가 아닌 소형 동물이기 때문임을 고려했을 때 후반부의 육식동물에 대한 차별은 역차별이 아닌 새로운 차별이며, 다층적인 차별을 고루 다루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소형 동물-대형동물 간의 차별은 현실의 성차별, 초식 동물-육식 동물 간의 차별은 현실의 인종 차별과 유사한 양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환경을 고려하였을 때 경찰이 범죄자로 쉽게 의심하는 대상이 전통적으로 차별을 받아온 흑인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기존의 디즈니 작품들과 궤를 달리하는 진보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과거의 디즈니가 가족적인 스토리와 해피 엔딩만을 추구하며 스테레오타입, 성차별, 차별을 담은 보수적 스탠스로 비판을 받았음을 생각하면 최근 디즈니의 혁신과 변화를 잘 나타내 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년 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작중 나오는 차별에 대한 은유는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무거운 주제이고,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패러디도 많은 편이라 제작진이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노렸다는 추측이 있는데, 제작자인 클라크 스펜서는 한 국내 언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딱히 아이들보다 성인 관객층을 노리고 작품을 만들지 않았으며, 전 세계 모든 연령대의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습니다.

모두가 사랑하는 나무늘보님

4. 주토피아의 이스터 에그

1)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전부 iPhone이 연상되는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주디의 핸드폰 뒷면에는 사과 문양 대신 한 입 깨물어먹은 당근이 새겨져 있습니다. 통화 인터페이스도 안드로이드 혹은 ios와 판박이. 지하철에서의 호랑이가 쓰는 태블릿 PC는 발바닥 모양의 마크가 박혀 있습니다. 생김새도 아이패드의 셀룰러 버전. 또 주디가 기차 안에서 음악을 들을 때 쓰는 MP3는 아이팟 나노 6세대와 유사합니다. 그리고 교통 카메라를 확인하는 장면에서 등장한 애플 블루투스 키보드와 매직 트랙패드를 볼 때 시청에서는 맥 컴퓨터를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닉, 보고 서장, 북극곰의 폰은 주글(Zoogle) 진영입니다.
2) 주디의 스마트폰 통신사는 PB&J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유명 이동통신 사업자인 AT&T를 패러디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학생들의 점심식사로 가장 자주 쓰이는 것 하나인 땅콩버터 젤리 샌드위치의 약자인 PB&J인 듯합니다.
3) 버버리의 패러디 BEARBERRY가 있습니다.
4) 작중 후반부 밤의 울음꾼을 제조하는 양의 복장이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노란색 슈트와 비슷합니다. 심지어 약도 파란색. 거기다 동료 양들의 이름은 제시와 울터(Jessie and Woolter) 입니다.
5) 밤의 울음꾼을 제조하던 지하철을 움직여 탈출하는 장면이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스피드>의 지하철 씬과 유사합니다. 터널 천장 위의 신호기를 피하는 장면이나 창문에 낀 양이 맞은편에 오는 기차를 보고 멈추라고 하는데, 쥬디는 조종석에 있던 닉을 보고 "속도 올려(Speed up)"고 이야기합니다. 원래 영화에도 '속도를 올려서 탈선시켜 보자'라는 대사가 나오고, 열차가 탈선하고 둘이 살아남는 전개도 원래 영화와 유사합니다.
6) 보고 서장이 주디를 훈계하는 장면에서 "세상은 뮤지컬 영화처럼 노래 몇 번 부른다고 쉽게 좋아지는 곳이 아니야. 그러니 다 잊어."라고 합니다.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틀에 박힌 클리셰를 셀프 디스를 한 셈입니다. 이를 입증하듯 작중에서는 엔딩을 빼면 뮤지컬 장면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7) 자막판에만 해당되는 사항으로 닉과 주디가 미스터 빅과 조우한 장면에서 빅이 닉에게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You disrespected me)라는 깨알 번역이 나옵니다. 거기에 처음 나오는 장면은 72년도 <대부>의 시작과 같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대부와 주변에 위협적으로 늘어선 북극곰들,. 그리고 아버지와 결혼식 춤을 추기를 기다리고 있는 딸)
8) 주디가 기차를 타고 있을 때 툰드라 타운이 등장하는데 이때 강물(?) 왼쪽 부근에 엘사 옷과 안나 옷을 입은 코끼리 두 마리가 놀고 있습니다.

미스터 빅

9) 미스터 빅은 영화 <대부>의 패러디입니다. 말투, 목소리 톤이 비토 콜레오네를 빼다 박았습니다. 부하인 북극곰들은 러시아 마피아를 연상시킵니다.
10) 클리프사이드 정신병원에서 변기를 통해 빠져나올 때 폭포를 배경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도망자>의 댐 낙하 씬과 비슷합니다.

귀여워서 기억에 남은 장

5. 제작 비화

1) <위니 더 푸>가 ‘곰돌이 푸‘의 리메이크 작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2008년의 <볼트>가 강아지&소녀 콤비였기에 동물만이 나오는 순도 백퍼 동물 의인화 애니메이션이라고 볼 수 없다면 디즈니의 동물 애니메이션은 2005년 <치킨 리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전자든 후자든 정말 오래간만에 순수한 디즈니 동물 의인화 애니메이션 작품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디즈니의 동물 캐릭터들에게 추억이 있는 디즈니 팬들이라면 정말 감회가 새로울 듯합니다.
2) 작중 배경도 그렇지만 플롯도 기존의 디즈니 동물 애니메이션 답지 않고 현대적입니다. 하워드 감독의 말로는 캐릭터 디자인은 존 라세터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볼트> 이후 이런 작품들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디즈니의 새로운 코드가 확실하게 정립된 듯합니다.
3) <빅 히어로>에서 히로 아르마다와 베이맥스가 기차 철로 아래를 날아갈 때 이 작품의 포스터가 등장합니다.
4) 음악 감독은 <인사이드 아웃>, <쥬라기 월드> 등 걸출한 영화들의 OST를 작곡한 마이클 지아키노가 담당했습니다. 지금까지 픽사 영화와 다른 외주 영화에서 감독을 맡아왔지만,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음악 감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5) 주토피아의 동물들을 실제와 같이 만들기 위해 애니메이션 팀이 직접 월트 디즈니 월드의 동물원과 케냐로 답사를 갔으며, 각 동물들의 특징 일부를 애니메이션에서의 행동에도 반영했습니다. 또한 동물의 털을 실제와 같이 만들기 위해 현미경으로 관찰했습니다. 또한 실제 동물들의 움직임을 최대한 묘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단순히 걸어 다니는 동물"을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고 합니다.

주디의 동료 경찰들

6) 영화에 등장하는 경찰 조직과 경찰들의 생활상은 실제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7) 미스터 빅의 결혼식 장면에서 닉이 작디작은 케이크를 먹는 장면을 사실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애니메이터들이 존 라세터가 니켈 위에 올려진 작은 케이크를 먹는 장면을 찍었다고 합니다.

환상의 주토피아

6. 마무리

 <주토피아>는 단순한 가족 애니메이션을 넘어, 장르적 완성도와 사회적 은유를 동시에 성취한 수작입니다. 필름 누아르와 버디 무비의 구조를 영리하게 차용한 서사는 리듬감 있는 편집과 치밀한 복선 회수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세계관 설계 역시 도시의 계층 구조와 종(種)의 생태적 특성을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게 구현해 냈습니다. 특히 포식자와 초식자의 대비를 통해 편견과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노골적 설교 없이 캐릭터의 행동과 갈등으로 녹여낸 각본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드물게 성숙합니다.
 주디와 닉의 관계는 전형적 성장 서사를 따르면서도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대사 톤으로 깊이를 더하고, 마이클 지아키노의 음악은 장면의 감정을 과잉 없이 정확히 지지했습니다. 오락성과 메시지, 그리고 영화적 완성도라는 세 요소가 균형을 이룬, 반복 감상에도 새로운 해석을 허용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충분히 분석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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