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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할로윈 특집 7] 무덤을 열면 끝이 시작된다, <파묘>

by 채채둥 2025.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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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포스터

1. 영화 파묘

 이 작품은 2024년 2월 22일에 개봉한 한국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장재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습니다. 출연진에는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LA에서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 풍수사 상덕(최민식),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조상 묘를 이장하며 벌어지는 섬뜩한 사건을 다뤘습니다.
 개봉 후 5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입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2024년 기준 최고 흥행작이 되었습니다. 장재현 감독은 오컬트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장례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여러 차례 실제 이장 작업에 참여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배우 최민식은 <파묘>를 통해 데뷔 이후 첫 오컬트 영화에 도전했으며, 무대인사에 빠지지 않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열정을 보여주는 일화로도 회자됩니다. 작품 내내 주요 배우들이 분장과 연기, 현장 에피소드 등 앙상블로서 호평을 받았으며 ‘묘벤져스’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영화 제작·개봉 과정, 배우들의 진심 어린 팬 서비스와 감독의 남다른 준비과정 등 다양한 비하인드가 팬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 줄거리

 영화는 무당 ‘화림’(김고은)과 조수 ‘봉길’(이도현)이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부유한 한국계 가문으로부터 기이한 병이 집안 내에 대물림되고 있다는 의뢰를 받고 시작됩니다. 병원에서 태어난 갓난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이유 없이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장손과 다른 가족들도 이상 증세를 보입니다.

영화 '파묘'의 한장면

화림은 곧 조상의 묫자리가 악영향을 주고 있음을 간파하여, 한국에 있는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을 섭외해 묘 이장 작업을 제안합니다. 처음 묫자리를 보러 간 상덕은 묘 자리가 ‘악지’라며 일에 손을 떼려 하나,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묘는 산 꼭대기, 북쪽을 바라보고 있고 여우 떼가 있어 풍수적으로 매우 불길한 자리였으며, 일제강점기 때 숨겨진 쇠말뚝과 관련된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이 묻혀 있었습니다.

영화 '파묘'의 한장면

파묘 작업 중, 관 속에서 여러 차례 정체불명의 사악한 기운이 나오며, 봉길은 악령에 빙의되어 사악한 힘을 드러냅니다. 가족들은 연이어 병에 시달리고 박지용(가문의 장손)은 정신병원에서 고통 끝에 자살합니다. 상덕과 화림은 결국 묘를 화장해야 가족이 살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며, 파묘 이후 임시로 묫자리를 관리하던 중 미지의 존재 ‘오니’가 나타나 목숨을 위협합니다.

영화 '파묘'의 한장면

상덕은 이 오니가 일제의 주술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깨닫고 쇠말뚝을 찾아 제거하려 애씁니다. 최종적으로 이들은 박지용 가문의 증손주까지 위기에서 구해내며, 상덕의 딸 결혼식 장면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됩니다.

3. 평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공개한 이후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호러 영화이지만 고전적 방식이 아닌 잘 짜인 각본과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압박하는 작품이라는 쪽으로 평이 집약되었습니다. 공개된 씨네 21 평론가 평 역시 근래 한국 상업영화 중 눈에 띄게 좋은 편이며, 장재현의 전작들과 비교해도 평균 별점이 가장 높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최민식과 유해진은 능청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장면에서는 진중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김고은과 이도현 또한 이번 작품에서 좋은 연기력을 선보여 몰입감을 크게 높였습니다. 특히 이도현은 이번이 상업영화 데뷔작인데 엄청난 연기력과 함께 배우 특유의 마스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는지, 관람객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주연 4인방뿐 아니라 조연들, 박지용을 맡은 김재철의 연기력 또한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큰돈이 걸린 난도 높은 일을 힘들게 완수해 낸다는 점에서 영화 전반적으로 잘 만든 케이퍼 무비의 색채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엔딩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동고동락한 주인공 일당이 가족과도 같은 돈독한 사이가 된다는 것 또한 케이퍼 무비 장르에서 많이 보여주던 스토리입니다.
 영화는 총 6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크게 1~3장을 전반부, 4~6장을 후반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중 전반부는 거의 모든 관객들 사이에서 일관되게 훌륭한 심령 오컬트물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모개의 촬영 연출과 김태성의 음악이 더해지면서 '파묘'라는 소재에서 나오는 불경함, 긴장감을 놓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연출이 매우 뛰어납니다.
 반면 후반부는 일종의 크리쳐물로 장르가 전환되는데, 특히 미지의 존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5장부터는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양상을 보입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은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실체화된 정령이라는 소재와 우리 민족의 역사를 풍수지리와 함께 잘 연결했다는 점을 평가합니다. 또 긴장감을 높게 가져가며 흥미진진한 연출, 최대한 CG를 자제하고 실제 사물을 이용한 실감 나는 촬영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극 중 화염이 솟구쳐 공중을 나는 도깨비불 씬은 실제 크레인을 이용해 움직인 것이라 합니다. 또한 장르가 바뀌기는 하나 오컬트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선에서 스토리 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 관객들도 다수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자칫하면 몰입이 깨질 수 있었던 지점을 순간의 압박감과 후속 장면들로 수습해 지나친 민족주의로 치우치지 않은 점도 칭찬받는 부분입니다. 대표적으로 상덕이 쇠말뚝을 뽑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와 우리의 손자들이 밟고 살아가야 할 땅'이라는 다소 고루해 보일 수 있는 주장을 하는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 화림에게 중상을 입은 봉길을 살리기 위해서 뽑아야 한다는 것을 재각인시켜, 이유를 민족주의가 아닌 영화 내에서의 사건으로 유지시켰습니다. 이전에 영근이 쇠말뚝의 99%는 측량용으로 만든 거였다는 대사 역시 '실제로는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지만, 가상의 세계관이니 영화 내의 소재로는 그중 일부는 진짜 음모였다고 가정하고 사용하겠다'라는 것을 확인시키기도 합니다. 물론 일제강점기와 연관된 소재가 사용되는 와중에 주연들 이름이 독립운동가에서 따오고, 봉길을 살려야 하는 목적을 말하기 전에 땅과 이 땅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말한 점 등 어느 정도 민족주의적 요소를 활용할 의도는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에 반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은 후반부에서 상대적으로 공포감이 약해졌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미지의 대상이었던 공포 요소가 거구의 괴물로 현현하여 실체가 명확히 드러났고, 해결 방법 또한 음양오행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물리적으로 요괴를 타격하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요괴에 맞서 싸우는 퇴마물로 장르를 바꾼 것이라 이전 3장까지의 전개와 괴리감이 느껴진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콘스탄틴>이나 <공작왕>처럼 이런 눈에 보이는 존재를 물리치는 오컬트물도 있지만 이런 작품들은 초반부터 액션 시퀀스를 보여주어 청자에게 장르를 각인시킨 반면, <파묘>의 경우 초중반부와 후반부의 장르적인 변화가 일어나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결국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개개인에 따라 영화의 긴장감과 몰입이 후반부로 와서 깨지느냐 깨지지 않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편입니다. 즉, 관객들이 후반부의 장르적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만족도가 갈릴 만한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파묘' 속 미지의 존재(무서운 건 어두운 사진으로..)

4. 영화 탐구

1) 제목인 파묘(破墓)는 묘를 이장하거나 화장하기 위해 기존에 만든 무덤을 파(破)하는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묫바람이 일어났다고 여겨지면 파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파묘를 하기 전 "파묘요~!", "파관(破棺)이요~!"라고 외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묘에 묻힌 고인이 파묘 과정에서 나는 소리에 놀라지 마시라는 의미에서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고인에게 양해를 구하는 절차입니다.
2) 등장인물과 설정에 일제강점기 및 독립운동에 관련된 차용이 많습니다. 주인공 4인방의 이름은 모두 실제 독립운동가였던 김상덕, 고영근, 이화림, 윤봉길과 같습니다. 화림의 동료 무당 두 명 또한 독립운동가 오광심, 박자혜와 같습니다. 보국사를 창건한 주지스님의 이름은 원봉으로 의열단의 단장 김원봉과 같습니다. 상덕과 영근이 운영하는 사무실 '의열 장의사'는 의열단이 연상됩니다. 상덕의 차량 번호 '49 파 0815'는 광복절을, 화림의 차량 번호 '19 무 0301'은 기미년(1919) 3.1 운동을, 영근이 운전한 운구차의 번호 '경기 40 바 1945'는 광복 연도인 1945년을 연상케 합니다. 반대로 친일파 집안인 박지용 어머니의 이름은 일제강점기 여성 친일파였던 배정자와 같고, 아버지 박종순은 을사오적 박제순과 비슷합니다. 박지용 역시 을사오적의 일원인 이지용과 이름이 같습니다. 이 모든 설정들은 주인공이 맞서 싸우게 되는 적이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 반민족행위자 악령과 일제 군부와 군국주의를 형상화한 오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상통합니다. 감독은 자신은 원래 전작들에서도 극 중 인물들 이름을 영화 주제에 맞게 지었으며, <파묘>는 앞에는 '오컬트', 뒤에는 '항일'이다고 하는 평이 있는데 두 개가 같은 맥락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친일청산과 항일을 나눠서 생각하는 게 아닌 것처럼 입니다. 독립기념관에 갔는데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 분들이 너무 많아, 그분들의 이름을 어감을 고려해 되살리려 했다고 합니다.
3) 주인공 사인방을 사방신에 대입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캐릭터 포스터를 보면 각 인물들이 자신이 상징하는 방향에서 주변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좌청룡 고영근, 우백호 김상덕, 남주작 이화림, 북현무 윤봉길이라고 추정됩니다. 영화 상에서 의뢰할 묘지를 보러 간 일행들의 옷을 보면 영근은 파란색 점퍼, 화림은 붉은 가죽 코트, 봉길은 검은색 점퍼를 입고 등장하고, 상덕은 머리가 흰색이며 호(號)가 호안(虎眼) 즉, 호랑이 눈입니다. 결국 호랑이의 눈으로 무라야마 준지가 숨겨두었던 쇠말뚝을 찾아내고야 맙니다. 실제로 호랑이는 '어둠' 속에서의 시력이 인간의 약 6배로 매우 좋은 편에 속하며 야심한 산속에서 호랑이를 당해낼 동물은 거의 없습니다.
4) 영화 대화 속에 나오듯이 실제로 여우와 묘지는 상극이라 여기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는 여우가 굴을 파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묫자리를 파헤쳐서 유골을 꺼내먹는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5) 몸에 경문을 적어 귀신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것은 일본 설화인 ‘귀 없는 호이치’가 원전입니다. 일본어를 능숙하게 하고 일본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 화림은 이 설화를 미리 알고 적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퇴치 대상이 일본 귀신이라 일본 설화에 기반한 대비책으로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였는데, 차이점은 '귀 없는 호이치 일화'에서는 호이치의 전신에 경문을 써 원혼으로 하여금 자신을 볼 수 없게 하려 한 것이고, 여기서는 방호 효과를 노린 것이라 본래의 쓰임새와는 다릅니다. 주인공 일행이 몸에 적었던 경문은 금강반야바라밀경으로 한국에서 가장 널리 유통되고 신봉되었던 대표적인 불교경전입니다. 하지만 오니가 상덕 일행의 몸에 적힌 경문을 보며 "그런 경문은 이미 몇백 년 전에 다 외웠다"라고 비웃는 것이 반전 포인트... 아마 봉길의 몸에서 경문을 피해 갔던 건 정말 그냥 우연이었거나, 오니가 생전에 독실한 불교 신자였기에 나름대로 존중의 의미로 피해 간 것으로 추측됩니다.

영화 '파묘'의 한장면

5. 마무리

 영화 <파묘>는 초반부부터 강렬한 긴장감과 몰입도를 자아내며, 한국 전통 무속신앙과 오컬트 요소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작품입니다. 김고은, 이도현의 뛰어난 연기력이 공포와 긴장감을 더욱 배가시키며, 기이한 사건들과 섬뜩한 분위기가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미지의 공포가 구체적인 괴물로 등장하고, 음양오행 등 물리적인 퇴마 방식으로 장르가 퇴마 액션물로 변화하면서 일부에서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장르 전환에 따른 이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후반부 변화는 공포 마니아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지만, 대중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많은 관객의 호평과 천만 관객 돌파라는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고 봅니다. 기존 공포 영화의 모호한 결말을 피하고 대부분 떡밥을 해소하는 깔끔한 마무리는 공포를 선호하지 않는 관객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한편, 영화가 다루는 조상과 혼령, 아픈 역사 등 한국적인 소재들은 깊이 있고 신선한 접근입니다. 뛰어난 연기와 독창적인 소재, 대중성과 공포의 균형을 시도한 작품으로서, 장르적 변화를 감수할 만큼 도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