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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계급의 벽을 깨뜨리는 한 줌의 반란, <설국열차>

by 채채둥 2025.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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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 포스터

1. 영화 설국열차

 이 작품은 2013년 7월 31일 대한민국에서 처음 개봉된 봉준호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프랑스 만화가 장 마르크 로셰트와 자크 로브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며, 새로운 빙하기 시대 인류의 마지막 생존지인 열차 안에서 계급 사회가 형성되고 반란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고, 켈리 마스터슨이 공동 각본에 참여했으며 음악은 마르코 벨트라미가 담당했습니다.
 주요 출연진으로 크리스 에반스(커티스 역), 송강호(남궁민수 역), 고아성(요나 역), 제이미 벨,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옥타비아 스펜서, 에드 해리스 등이 있습니다. 약 4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였으며, CJ E&M이 전액 투자를 맡고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동시 개봉되었습니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9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강요된 질서 속에서 정의를 찾으려는 인간들의 투쟁을 그리며, 꼬리칸에서 앞칸으로 향하는 주인공의 여정이 계급투쟁의 은유로 여겨집니다. 특히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메이슨의 독특한 캐릭터와 송강호의 연기, 그리고 봉준호 특유의 블랙유머와 사회적 비판이 돋보입니다. 봉준호는 <괴물>을 기획하던 시절 홍대 앞 만화가게에서 원작을 읽고 영화화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원작자 로셰트가 실제 영화 세트 주변에서 직접 꼬리칸의 그림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줄거리

 기상 이변으로 인해 지구가 빙하기에 빠지고,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하자 살아남은 사람들은 한 대의 거대한 열차인 설국열차에 탑승하여 지구를 17년째 무한히 순환하며 생존합니다. 열차는 엄격한 계급 사회로 나뉘어 있어, 꼬리칸에는 빈곤층이 모여 단백질 블록이라는 최소한의 식량을 배급받으며 비참하게 살고, 앞칸에는 부유층과 권력층이 사치스러운 삶을 누립니다.

영화 '설국열차'의 한장면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이런 불평등에 저항해 혁명을 계획합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기차 앞칸을 향한 폭동을 일으켜 한 칸씩 돌파합니다. 도중에 보안 설계자인 ‘남궁민수‘(송강호)를 깨우고, 그의 딸 ‘요나‘(고아성)와 함께 각 칸의 문을 열며 전진합니다. 앞칸으로 갈수록 화려한 생활과 극심한 계급 차별을 목격하며 충격을 받습니다.
 혁명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따르며, 커티스 일행은 총리 ‘메이슨‘(틸다 스윈튼)과 여러 거친 충돌을 겪습니다. 열차는 가파른 절벽과 빙벽을 돌파하는 등 극한 상황을 거치며, 총잡이들의 전투와 숨어 있던 비밀들이 드러납니다.

영화 '설국열차'의 한장면
영화 '설국열차'의 한장면

커티스의 오른팔 ‘에드가‘(제이미 벨) 등이 군인들과 싸우면서 전선을 개척하고, 정신적 지주 ‘길리엄‘(존 허트)은 체포되어 총살당합니다.
 마침내 커티스와 일행은 열차의 맨 앞 칸인 엔진룸에 도착해 열차를 만든 지배자 ‘윌포드‘(에드 해리스)를 마주합니다. 윌포드는 반란을 일정 주기마다 진압해 인구를 조절하고 이 기차의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고 고백합니다. 꼬리칸의 지도자였던 길리엄도 이러한 계획에 동참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집니다. 윌포드는 자신의 철학을 펼치며 기차 운영의 논리를 설명하고, 커티스와 대립하다 끝내 커티스 일행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영화 '설국열차'의 한장면

 기차 엔진은 멈추고, 커티스는 기차에서 태어나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한 소녀 요나와 함께 새로운 외부 세계로 발을 내딛습니다. 그곳에는 살아있는 북극곰이 나타나 인류가 다시 살아갈 희망을 암시하며 이야기가 끝납니다.

3. 평가

 해외 평론가들에 의해서는 거의 절대적인 호평을 받았습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95%를 기록했으며 이는 총 232개의 평론가 리뷰를 종합한 것입니다. 평균 평점도 10점 만점에 8.1점으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또한 종합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의 스코어는 총 36개의 리뷰를 종합하여 84점으로 당시 개봉한 영화들 가운데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 외에도 개봉한 나라들의 관련 평가들을 찾아보면 대부분 극찬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해외 대중의 평은 호불호가 갈리는데, 위에 언급한 로튼토마토의 관람객 평은 5점 만점의 3.8점이고 관객 중 75%만 호감을 표시해 미묘한 수치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일반 관객들의 평가를 주로 반영하는 IMDb에선 10점 만점에 7.0점의 평점으로 웰메이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평균적인 점수보다 낮았습니다. 대체적으로 평론가나 영화 마니아들에 의해서는 호평을 받고, 일반의 평가는 대중적으로도, 작품적으로도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데, 이는 봉준호 감독의 전작 <괴물>의 해외 반응과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평가 역시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편으로 호평하는 쪽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스토리와 한국인이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든 점이나 원작 만화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는 점, 또한 <7번 방의 선물> 같은 드라마 장르에 질린 대중들에게 한국 영화에서는 매우 드문 SF 장르를 시도한 것만으로도 큰 점수를 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한 영화의 숨겨진 여러 뒷이야기나 설정, 의미를 찾는 재미가 있다는 평도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비판하는 쪽은 내러티브의 부재, 액션 신의 부족이나 과도한 잔인함, 엔딩의 허무함, 설정의 허점, 부실한 설명, 이념 문제를 지적합니다. 영구히 세상을 달린다는 설국열차라는 설정 자체는 흥미롭지만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는 판타지의 영역 수준으로 대충 넘어가고 맙니다. 액션 신의 부족의 경우 원본 자체도 액션을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본을 읽은 적이 있는 사람들은 문제로 삼지 않지만 광고가 꽤나 스펙터클해 보였는지 이에 낚인 액션 팬들이 주로 이런 불만을 보입니다. 엔딩이 상당히 허무했다는 평도 자주 보이며 설정의 허점을 지적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며, 개연성이 없는 스토리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개연성과 설정의 허점 중 상당수는 빙하기가 도래한 지 최대 17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설정을 조금만 바꾸어 수십 년에서 수 세대정도로 잡았으면 별문제 없을 것들이 많아 설정의 디테일에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영화 '설국열차'의 한장면

4. 영화의 설정

 영화의 여러 부분이 많이 편집되었는데 설명하는 부분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삭제되었는데, 영화에 설명하는 부분이 사라지다보니 의문점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만 본 사람은 7인의 반란 때 맨 앞에 있는 이누이트 여자가 남궁민수의 아내이자 요나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절대로 알 수 없고, 인터뷰를 들은 사람만 알 수 있는 정보입니다. 요나의 청각에 대한 설명도 삭제돼서 요나한테 초능력이 있는 건 너무 황당하지 않냐는 의견도 보였습니다. 이런 부분은 아무리 영화를 꼼꼼히 본 사람도 알 수 없는 사항이기에 무식해서 이해를 못한다는 말이 무색해져 버렸습니다.
 그런 일들로 인해 추측이 많은 만큼 영화의 해석 역시 다양합니다. 의미의 부여와 상징의 해석에 따라 각자가 받아들인 영화의 내용이 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 <괴물>에서는 송강호와 아이가 살아남고 고아성이 죽었는데, <설국열차>에서는 고아성과 아이가 살아남고 송강호가 죽었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이 굳이 북극곰인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피해를 보는 생명체의 대표격으로 인식된 것이 북극곰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어서 북극곰은 최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에 북극곰이 있다는 말은 그 하위 생태계의 먹이 사슬도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감독의 관점에서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라고 합니다. 오프닝 테마의 제목은 ’This is the End’, 엔딩 테마의 제목은 ’This is the Beginning’입니다. 인류 멸망 후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듯합니다.
 열차는 영화 개봉 전에도 나왔듯이 하나의 독자적인 체제를, 꼬리칸에서 머리칸까지는 계급 사회를 의미합니다. 커티스의 혁명은 여태껏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 지배 권력에 대한 반항적 혁명과 변화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지배자'를 없애려는 시도는 실패하거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월포드가 커티스에게 자리를 넘겨주려는 것처럼 새로운 독재자의 출현을 불러올 뿐입니다. 이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서는 남궁민수처럼 아예 기존의 세계에서 '탈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독재 정부는 이것을 알고 있고 끊임없는 세뇌와 위협을 통해 탈출하려는 희망을 빼앗아 버립니다. 즉, 상식이 되어 버린 기존의 틀을 깨어야만이 위의 악순환을 끝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같은 탈출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혁명의 핵심적인 인물인 커티스 역시 옆문을 따자는 남궁민수에게 '얼어 죽으려고 그러냐'라고 응수함으로써,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밖에 나가면 죽는다'라는 논리를 당연시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커티스와 남궁민수는 혁명, 반란을 진행하면서도 이에 대해 각기 다른 가치관을 드러내는 캐릭터가 되는 것입니다. 전자가 체제 내에서의 자리 바꿈만을 지향한다면, 후자는 체제 자체의 해체를 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제작 비화

1) 크리스 에반스는 본작을 찍던 당시 체코 프라하에 있었는데, <어벤져스> 촬영은 이미 끝났지만 미국 개봉 직전 추가 쿠키영상 촬영에 참가해야만 했었습니다. 설국열차 배역에 수염이 필요해서 기르던 중이었는데 하루 촬영하는 걸로 수염을 깎아 촬영에 지장을 받고 싶지 않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얼굴에다 피부 마스크를 덧대고 촬영했습니다.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이 모두 슈와마를 먹고 있을 때 캡틴 아메리카만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2) 작중에서 꼬리칸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음식으로 등장하는 단백질 블록이 양갱과 굉장히 흡사하기 때문에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직 안 본 사람한테 양갱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라고 추천하는 것이 큰 유행이 되었습니다. SNS에서 양갱을 검색하면 설국열차 관련 글밖에 없을 정도고 "설국열차 3컷 요약"이란 제목으로 양갱, 초밥, 그리고 북극곰 (혹은 코카콜라) 짤방을 넣는 글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런 말을 듣고 실제로 양갱을 먹으면서 영화를 본 사람들은 '먹다가 버렸다.'든지 '토할 뻔했다.'든지 상당한 쇼크를 받고 있는 듯합니다. 아직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은 대체 양갱이 어쨌길래 저러는 건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라 합니다. 다만 영화를 본 사람들 반응은 반전이 심심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영화 '설국열차'의 한장면

아이러니하게도 이 단백질 블록은 꼬리칸 사람들을 탄압하는 메이슨 총리 역을 맡은 틸다 스윈튼이 가장 맛있게 먹었고, 꼬리칸 사람인 에드가 역을 맡은 제이미 벨은 먹는 장면을 찍을 때마다 오케이만 나오면 옆에 상비해 둔 쓰레기통에 뱉어냈다고 합니다. 사실은 배우들 거의 대부분이 먹는 시늉만 하고 OK 나오면 바로 토악질을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봉준호 감독 본인도 맛이 없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더불어 배우들은 양갱이 실존한다는 걸 알고는 경악을 했다고...
3) 촬영장을 설치한 체코에서 필름으로 촬영 및 현상을 했는데, 이 영화의 개봉 이후 한국에 있던 영화 필름 현상소는 전부 문을 닫았습니다. 즉 다른 영화가 또 해외에서 필름 촬영을 하지 않는 이상 본작은 한국 최후의 필름 상업영화로 남게 됩니다.
4) 영화를 본격적으로 촬영하기 전에 길리엄 역의 존 허트가 봉준호 감독에게 한국식 고사를 지내달라고 먼저 요청했습니다. 다만 돼지머리는 어린이 출연자들도 있는 상황에서 그대로 올리기가 곤란해서 태블릿 PC의 돼지 사진으로 대체했다고 합니다. 여기에다 고사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를 설명해 달라고 해서 이에 대해 잘 모르던 봉준호 감독이 쩔쩔맸다고 합니다. 본래 허트는 이러한 전통문화나 의식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영화 '설국열차'의 한장면

6. 마무리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적 알레고리와 신선한 SF 장르 접목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높게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기차라는 제한된 공간을 배경으로 계층 구조와 권력, 생존 문제를 날카롭게 그려내며, 각 칸마다 다른 삶의 모습과 이질적인 사회 현실을 보여주는 설정이 인상 깊습니다.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등 배우들의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특히 꼬리칸 반란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절망, 희망이 대비되어 진중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일부는 내러티브의 부재, 액션 신 부족, 과도한 잔인성, 엔딩의 허무함을 지적하며 설정과 개연성에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합니다. 특히 영구히 달리는 기차라는 판타지 설정과 기차 외부 세계에 대한 설명 부족이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상징과 뒷이야기를 찾아내는 재미와 봉준호만의 독특한 연출은 이 영화를 단순한 SF 액션물이 아니라 사회적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결말은 논쟁적이지만, 열차 밖의 미지 세계로 나아가는 인간의 가능성을 암시하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깁니다. 봉준호 감독이 통상적으로 다루는 인간 소외와 사회 구조 문제를 SF라는 새로운 틀에 녹여낸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고 독창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