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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과 존재에 대한 끝없는 욕망과 광기,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by 채채둥 2025.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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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포스터

1.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이 작품은 독일 감독 톰 튀크베어가 연출한 2006년작으로,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후각 천재이자 연쇄살인마인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스릴러 영화입니다. 원작은 1985년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 ‘향수’로, 영화화까지 15년 이상 원작자를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요 배우로는 주인공 그르누이 역의 벤 위쇼, 향수제조사 발디니 역의 더스틴 호프만, 그리고 알란 릭맨 등이 출연했습니다. 영화는 2006년 12월 27일 미국 개봉을 포함하여 독일, 영국 등지에서 개봉했으며, 대한민국에는 2007년 3월 22일 정식 개봉했습니다.
 몽환적인 음악, 충격적이고 강렬한 결말, 그리고 원작 소설의 퇴폐미를 살린 영상미로 유명합니다. 그르누이가 초인적인 후각으로 사람의 향기를 모아 완벽한 향수를 만들려는 집착과, 이를 둘러싼 인간 내면의 욕망과 집단 심리를 섬세하게 그렸습니다. 또한, 촬영 전 배우들에게 당시 시대 의상을 입고 생활하게 하는 등 시대고증과 몰입감을 위해 많은 노력이 기울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줄거리

 18세기 프랑스 파리의 어시장 한복판에서 어머니에게 버려진 채 태어난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벤 위쇼)는, 지독한 악취 속에서 자라며 자신만의 체취 없이 초인적인 후각만을 지닌 아이로 성장합니다. 무두장이 수습 시절 모든 냄새를 기억하고 애써 삶의 의미를 찾던 그는, 어느 날 거리에서 마주친 붉은 머리 처녀의 향기에 매료되어 충동적으로 그녀를 살해하고, 처음 맛보는 행복에 그 향기를 온몸으로 들이마시지만, 곧 사라진 향기에 절망합니다.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한장면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한장면

 향기의 소유를 갈망하게 된 그르누이는 이름난 조향사 ‘주세페 발디니‘(더스틴 호프만)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향수 제조 방식과 공장 제조법을 익히지만, 결국 살아 있는 인간의 향기는 담을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합니다. 해결책을 찾아 향수의 낙원이라 불리는 마을 그라스에 도착한 그는, 향을 머금는 앙플뢰라주 기법을 통해 젊은 여성들을 차례로 살해하고 시체에서 향을 추출하기 시작합니다.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한장면

 그의 궁극적 목표는 부유한 ‘안토인 리치스‘(앨런 릭맨)의 딸 ‘로라‘(레이첼 허드우드)의 향기를 얻는 것이었고, 여러 차례의 살인을 거쳐 마침내 마지막 조각을 얻어 궁극의 향수를 완성하게 됩니다. 체포된 그르누이는 사형장에 오르자 완성된 향수를 뿌려 군중을 황홀경에 빠뜨리고, 모두에게 신처럼 경배받으며 무죄 선언까지 받지만 정작 그 자신은 아무런 사랑도 느끼지 못하고, 진정으로 사랑받는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한장면

환멸에 빠진 그르누이는 자신이 태어난 파리 어시장으로 돌아와 남은 향수를 온몸에 쏟습니다. 순간 주변의 군중들이 몰려들어 그를 신성시하며 그르누이를 집단적으로 먹어 치워 버리고, 이튿날 아침엔 오직 그의 옷과 빈 향수병만이 남게 됩니다.

3. 평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데, 원작자가 영화로 만들어지길 원하지 않아 15년이 넘도록 설득했다고 합니다. 몽환적인 음악, 충격적인 결말, 퇴폐적인 외모를 가진 주인공을 기반으로 원작 소설의 퇴폐미를 살린 작품입니다.
 원작에서는 25명의 사람들이 마지막 향수의 재료인 것에 반해, 영화에서는 12가지 향에 특별한 한 가지의 향을 더해 만들어진다는 전설의 향수라는 설정을 덧붙였습니다. 다만 13번째 전설의 향기가 존재해 이를 주인공이 찾아 나서는 오리지널 설정(영웅적 서사)은 호불호가 갈립니다. 그르누이를 다채롭게 다뤘으며 후각의 세계를 황홀하게 표현한 원작과 달리, 그르누이를 냄새를 위해 사람을 죽이는 탐미적 연쇄 살인마 정도로만 묘사하여 원작의 섬세한 캐릭터 묘사를 다 살리지 못했으며 그르누이가 느끼는 후각의 황홀함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충격적인 결말과 감성적인 신, 적절하고 감각적인 스토리 진행으로 이를 보충하며, 섬세하진 않아도 강렬하게 관객을 휘어잡는 영화라 보면 오히려 예술적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는 원작을 감각적으로 훌륭하게 풀어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영화는 시각 청각적 기교를 활용해 소설이라는 원작의 태생적 한계를 후벼파 주인공이 보는 세상을 극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원작에 비하면 평가가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잘 만든 영화로, 영화라는 매체를 이용해 보기만 해도 비린내가 날 것 같은 생선,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과일, 퀴퀴한 냄새가 풍겨올 듯한 파리의 지저분한 뒷골목 등 생생한 현장을 관객 앞에 선사했습니다. 그러나 원작 소설의 구체적이고 현란한 후각 묘사, 후각을 표현하려는 영화의 화려한 시청각 묘사가 있음에도 정작 후각 그 자체는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영화에 묘사한 파리는 굉장히 비위생적이고 질척거리는 진흙탕과 같은 공간인데 실제로 18세기의 프랑스 사람들은 영화처럼 지저분하게 살았습니다. 이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일단 흥행은 꽤 성공했습니다. 미국 흥행은 초라하지만(223만 달러) 해외 흥행이 1억 4천만 달러에 달했으며 한국에서도 130만 관객이 봤는데 수입사가 그다지 비싸게 사 온 것도 아니라 꽤 수익을 건졌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무삭제 15세 관람가로 통과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상영 금지까진 아니더라도 청소년 관람불가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다른 수위 높은 장면들도 굉장히 많지만 소설을 봤다면 알 수 있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어지간한 포르노를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혹평을 한 사람들을 보면 예술성이고 뭐고 정말 싫었다며 불쾌함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포르노가 아니라 적절한 생략과 블러가 가미되었지만 지상파에서 방영할 때는 더 많은 생략과 모자이크 처리가 있었습니다.
 그르누이 역을 맡은 벤 위쇼는 그르누이 역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잘생겼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동물적인 그르누이의 후각 능력과 순수함을 잘 표현해 냈습니다. 그르누이의 향수 스승 역을 맡은 더스틴 호프먼과 그르누이의 마지막 희생자의 아버지로 출연한 알란 릭맨 등 조연들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르누이라는 캐릭터가 띄는 복합적인 성격 때문에 그르누이의 캐스팅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보입니다. 캐스팅 과정에서 올랜도 블룸이 자발적으로 이 역할을 맡고 싶어 했는데, 감독이 정색하며 거절했다 카더라가 있습니다. 캐스팅 디렉터가 지인의 추천을 받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연극 무대에서, 당시 20대 중반의 무명에 다름없던 벤 위쇼의 연기력을 보자 "그르누이를 찾았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원작의 위엄으로 개봉 당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라 위쇼의 출세작이 될 뻔했으나 영화의 미적지근한 성공 때문인지,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한장면

4. 원작과의 차이점

1) 감독은 원작보다 그르누이의 인간적인 면을 더 살리려 했습니다. 그르누이가 사형장에서 향수에 취한 사람들을 보자, 자신이 가장 먼저 죽인 여인을 떠올리는 장면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르누이는 자신이 그녀를 죽이지 않고 그녀가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을 상상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2) 이 장면은 원작에 없는 장면인데, 원작의 그르누이가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아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자신의 존재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원했다면, 영화의 그르누이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 자신으로서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한 것입니다. 원작 속 증오로 가득 찬 괴물인 그르누이와 달리 순수함과 연약함을 지닌 그르누이를 잘 표현한 위쇼의 연기도 더 인간적인 그르누이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달라진 부분이 몇 군데 있는데, 가령 원작의 그르누이는 말이 좀 서투를 뿐이지 처세술에 대단히 능숙한 인물로 일부러 비굴하거나 어수룩한 태도를 취하며 사람들을 갖고 노는 인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그냥 냄새에 미친 괴팍하고 순수한 천재로 나옵니다. 발디니에게 증류법을 쓰면 세상 냄새 다 보존할 수 있다더니 왜 아니냐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 따지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비위를 거스르기보다는 일부러 호구인 척하거나 실수하는 척해 경계심을 없애는 것으로 나오는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는 사사건건 부딪히다 두들겨 맞기도 합니다.
3) 리치스도 원작에 비해 다소 허술한 인물로 나왔는데, 원작에서는 그르누이의 사고방식을 거의 따라잡으며 치밀한 포석으로 딸을 피신시키려다 간발의 차이로 실패하는 인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딸을 몇 번 거의 잃을 뻔했다 가까스로 구해내는 등의 모습을 보입니다. 아마 영화 매체의 특성상 감독이 그르누이와의 대결 구도를 좀 더 감질나게 묘사하고 싶어 그런 듯합니다. 영화의 로라 리치스도 원작에서처럼 거의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향수 재료로서의 모습보다는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일찍 죽은 어머니의 무덤에 꽃을 바치는 모습으로 첫 등장을 합니다. 이후로도 자신에게 자꾸 추근대는 후작을 별로 탐탁지 않아 하고 자신을 구속하려 드는 아버지에게 반항하거나 급기야 아버지가 그 후작과 자신을 결혼시키려 하자 크게 낙담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원작에서는 로라가 아무것도 모르고 자다 맞아 죽은 것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자다 깨서 그르누이를 봤는데도 전혀 놀라지도, 반항하지도 않고 그저 빤히 바라보다 살해당합니다.
4) 원작에 나오는 처녀성은 영화에도 반영되었습니다. 원작의 그르누이는 성관계 경험이 없는 숫처녀 만을 매혹적인 존재로 보고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영화에서는 가장 처음에 살해된 희생자가 매춘부이긴 한데, 타깃들이 매춘부 한 명 빼고는 모두 순결을 유지했다는 사실이 나옵니다. 이것은 등장인물들이 범인의 목적이 단순 강간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는 근거 정도로 나옵니다. 애초에 매춘부 나탈리는 그르누이가 인간으로 향수를 만들 수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한 모르모트에 불과했기 때문에 처녀성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고른 이유는 그저 직업 특성상 돈만 주면 플레이라는 명목으로 뭐든 시키는 대로 따라줄 것 같았기 때문이지 딱히 타깃인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그루누이가 최종 향수를 만들기 시작할 때의 모습을 보면 미로에서 납치한 2명의 귀족 영애에게서 추출한 것을 첫 칸에다 넣는 걸 볼 수 있으며 그 외의 모든 병은 비어있습니다. 즉, 영화의 그르누이도 매춘부는 완벽한 향수의 재료로 쓰지 않았습니다. 이후 향수의 재료로 쓰기 위해 살해한 여자들은 부검을 통해 모두 처녀들이라는 언급이 분명하게 나옵니다.
 원작에서는 그냥 돈 주고 산 여자의 몸으로 냄새를 채집하는 실험을 했다고 잠깐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창녀가 그르누이의 기행에 질려 실험 도중 일어나 버리자 그르누이가 때려죽이는 것으로 나옵니다. 결국 그 창녀의 몸에서 채취한 유지로 향수를 만드는데 창녀가 키우던 개가 주인 냄새를 쫓아왔다 그르누이가 대충 묻어놓은 옷과 머리카락을 파내면서 그르누이의 정체가 발각됩니다.
5) 작중에서는 그르누이를 데리고 있다가 떠나보낸 사람은 전부 죽습니다. 아기 때부터 그르누이를 키운 후 염색공장에 팔아버린 고아원장은 그르누이를 팔고 돌아오는 길에 강도들에게 살해당하고, 조향사 발디니에게 그르누이를 팔아버린 염색공장 사장은 술에 취한 채 다리 위를 걷다가 마차에 치인 후 강에 빠져 익사하며, 뭐든 할 테니 향수의 도시 그라스로 보내달라는 그르누이의 제안에 향수 제조법 100개를 받고 그를 그라스로 보낸 발디니는 그날 밤 다리 위에 지은 자신의 주택이 무너져 사망합니다.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한장면

5. 마무리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후각이라는 독특한 감각을 중심으로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과 예술적 집착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감각적인 영상미와 몽환적인 음악, 배우 벤 위쇼의 섬세하면서도 처절한 연기가 큰 인상을 줍니다.  
원작 소설의 섬세한 후각 묘사를 시각과 청각으로 극대화하면서도, 후각 자체는 영화매체의 한계로 완벽히 표현할 수 없는 아이러니가 존재하지만, 이는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다만, 원작에 비해 주인공 그르누이를 단순한 탐미적 연쇄살인마로 묘사한 점과, 13번째 전설의 향기를 찾아 나서는 오리지널 스토리 라인에 호불호가 나뉘며, 인간에 대한 깊은 내면 탐구보다 시각적인 황홀함에 치중한 부분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18세기 파리의 비위생적이고 질척한 환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며, 살인과 향수 제조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사랑과 존재감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은유적으로 탐색합니다. 사형장 장면에서 최고의 향수로 군중을 매혹시키는 충격적인 결말은 작품 전체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에 대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평가받으며, 향수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시각적 상징으로 구현한 독특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