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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형사들이 치킨집에서 마약 조직을 잡다, <극한직업>

by 채채둥 2025.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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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1. 영화 극한직업


 이 작품은 2019년 1월 23일에 개봉한 한국 코미디 영화로, 이병헌 감독이 연출했으며 그의 세 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주요 출연진으로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등이 있습니다. 경찰 마약반이 국제 범죄조직의 마약 밀반입을 포착하고, 범죄조직의 감시를 위해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해 위장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에피소드들을 담았습니다. 특히 형사들이 수사보다 치킨장사에 점점 몰두하게 되는 엉뚱한 설정과 캐릭터들의 유쾌한 팀워크가 인기의 비결로 꼽힙니다.
 개봉 1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23번째 천만 영화가 되었고, 최종 관객수는 1,626만 명으로 역대 국내 영화 관객수 2위, 매출액 1위를 기록했습니다. 총제작비 약 95억 원으로, 매출은 1,396억 원까지 달성하며 높은 수익성을 이루어냈습니다.
 류승룡을 비롯한 배우들이 실제로 영화 개봉일을 매년 기념하며 모임을 하는 등 촬영 후에도 깊은 팀워크를 자랑하는 이야기가 알려져 있습니다. 설 극장가의 대형 경쟁작이 없던 틈을 타 흥행에 성공했으며, 이병헌 감독 특유의 유머와 현실적인 캐릭터로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범상치 않은 줄거리와 유쾌한 연기, 대중적 흥행까지 모두 잡은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2. 줄거리

 영화는 마포경찰서 마약반의 리더 ‘고반장’(류승룡)과 그의 팀이 실적 부진으로 해체 위기에 몰리면서 시작됩니다. 팀원으로는 ‘장형사’(이하늬), ‘마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재훈’(공명)이 있습니다. 어느 날 ‘최반장’(김의성)으로부터 국제 마약 조직의 밀반입 단서를 얻게 되고, 조직의 아지트 근처 치킨집에서 잠복근무를 시작하지만 정작 수사는 진전 없이 치킨집만 매각 위기에 놓입니다. 팀은 생계를 위한 마지막 선택으로 퇴직금까지 모아 치킨집을 인수해 ‘수원 왕갈비통닭’으로 위장 창업을 합니다. 가족인 척 연기하면서 위장 신분도 맞춥니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장면
영화 '극한직업'의 한장면


 예상과 달리 마형사의 숨은 요리 실력으로 치킨집이 대박을 터트리자 팀은 수사보다 닭장사에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프랜차이즈 제안까지 받으며 정신이 팔리던 어느 날, 아지트에서 범죄 조직의 움직임을 포착한 팀은 치킨 배달을 빌미로 수색에 나서지만 실적과는 동떨어진 에피소드만 거듭됩니다. 그 사이 마약 조직 두목 ‘이무배’(신하균)는 오른팔 ‘홍상필’(양현민)과 함께 끊임없이 음모를 꾸미고, 경찰과 조직 간 추격전은 긴박하게 이어집니다. 도중에 팀은 치킨집 영상이 방송되면서 정직 처분을 받아 본업을 잃게 되지만, 오히려 그 기회에 프랜차이즈 사업에 박차를 가합니다.
 그러나 분점들에서 수상한 거래가 있음을 눈치챈 고반장과 팀은 직접 조사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마약 조직의 국내 운반 루트와 이무배의 은밀한 사업 계획을 포착하게 됩니다. 팀은 수원 왕갈비통닭 승합차를 타고 평택항으로 잠입, 이무배와 마지막 일전을 벌입니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장면

 결전의 순간, 팀원 모두의 활약으로 이무배 일당을 소탕하는 데 성공하고 실적까지 올리며 망할 뻔했던 마약반의 명예를 구원합니다. 사건 이후 각자 진급과 치킨 프랜차이즈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면서 영화는 유쾌하게 마무리됩니다.

3. 평가

 대놓고 웃기려고 만들었다는 코미디 영화라서 개봉 전 대규모의 일반 관객 시사회를 열었습니다. 대체적인 평가는 "코미디 하나는 확실히 잡았다"는 것입니다. 코미디 한 길을 걸어온 이병헌 감독의 정점으로서, 상영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가학적인 요소나 감동 요소 없이도 넉넉히 웃음을 뽑아냈다는 점에서는 어떤 연령대나 집단에서도 불편하지 않게 볼 만하다는 평입니다.
 웃음의 완급 조절이 뛰어납니다. 자칫하면 유치하기만 할 수 있는 상황에서조차 초 단위로 웃음을 얼른 뽑아내고 곧바로 다음 장면으로 빠르게 넘어가, 계속해서 관객들이 화기애애한 관람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상당히 매끄럽고 짜임새 있는 전개를 갖추고 있습니다. 극장이 상영 시간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는 것도 이러한 뛰어난 안배 능력과 완급 조절력 덕분입니다.
 희곡적으로 과장되었지만 맛깔난 대사와 다양한 인물상들을 잘 살린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주연 5인방부터 악역, 조연 가릴 것 없이 연기력이 출중하여 잘 살려냈습니다. 또한 코미디 영화답지 않게 싸움 장면들이 박진감 넘치게 묘사되었습니다. 특히 후반부 패싸움 시퀀스는 '알고 보니 마약반이 미친 전투력을 가졌다'는 반전 설정과도 결부되며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액션은 공들여 찍고 개그는 터무니없이 웃음을 주었던 주성치의 전성기 시절 영화들을 문득 떠오르게 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감독도 이를 의식했는지 <영웅본색 2>의 마지막 장면 패러디에 ‘당년정’을 BGM으로 활용해 넣기도 했습니다.
전형적인 잠복수사물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중간중간 클리셰를 비트는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어딘가 나사 빠진 것처럼 보였던 마약반이 사실은 엄청난 능력자들이었다는 설정도 그렇고, 서로 견제하는 수사반장들이 나름 상부상조하는 관계라는 설정 등이 있습니다. 무언가 뒤가 구릴 것 같았던 최 반장과 마포경찰서장 등이 뒤 구린 반전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게 오히려 반전이라는 평도 있습니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장면

 의외로 전투력 면에서는 현실에 충실한 편입니다. 극 중 영화에서도 언급되듯이, 마약 범죄자들은 현실감응력이 떨어지고 거칠게 대응하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실제로 마약반은 기본적으로 체력과 완력이 좋고 상상 이상으로 난폭한 범죄자들을 제압할 무력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마약 관련 조직폭력배들 또한 한 명이 걸리면 조직 단위로 위험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실제로 흉기는 기본이고 최대한 조직 내에서도 강한 조직원으로 뽑는 편입니다.
 코미디 장르가 다 그렇듯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웃음 요소가 반감됩니다. 한국인들이야 매 순간 매 장면에 엄청 공감하면서 깔깔 웃을 수 있지만 외국인들에겐 낯선 문화이기에 한국인들만큼의 공감을 얻긴 힘들 것입니다. 물론 대사들, 각본 자체가 클리셰를 자주 비트는 유쾌하고 웃긴 대사와 상황이 대부분이고, '형사들이 잠복을 위해 차린 위장 식당이 대박 난다'라는 기본 설정은 어느 국가에서든 이해 가능한 설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반응 영상들을 조금 찾아봐도 몇몇 장면을 제외하곤 국내 관객들이 웃음 터진 부분에서 똑같이 웃는 외국인 시청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4. 흥행 기록

 2019년 당시 어마어마한 인기몰이를 하며 극장가를 강타한 대한민국 영화 산업 역사상 최대의 흥행작 중 하나입니다. 역대 관객수 2위와 국내 매출액 1위를 기록한 작품입니다. 원래부터 대흥행작이었으나 명절 특수까지 더해지자 천만을 넘어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9년 2월 6일 12시 25분 부로 천만을 넘어서는 것이 확정됨으로써, 류승룡이 4편째, 김의성이 3편째, 이동휘, 신하균이 2편째, 나머지 배우들이 본 영화로 천만 배우의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설 연휴에는 메이저 배급사가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대작들이 극장에 걸리기 마련인데, 2019년 설 연휴에는 2018 연말을 노리고 개봉했던 대작들이 흥행에 줄줄이 실패하였고, 최근 명절 연휴에 흥행 성적이 의외로 좋지 않았던 전례가 있어서인지 배급사에서도 100억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 개봉을 하지 않았습니다. 설 연휴의 한국 영화 대항마로는 쇼박스의 <뺑반>이 유일하고, 그 외의 작품으로는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 3>가 있었습니다.
 코미디영화는 300만 관객 정도만 들어도 초대박이라고 보는 편인데, 이 영화는 1,000만을 넘게 되어 최초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역대급 흥행 초대박을 거둔 것입니다.
게다가, 수익률도 무시무시합니다. 제작비가 65억 원이면 홍보비를 아무리 많이 잡아도 총투자비가 100억 원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3주도 안 돼서 누적관객 매출만 1,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 영화가 천만 관객 돌파 영화가 됨에 따라 역대 천만 관객 돌파 영화들 중 가장 가벼운 소재로 흥행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코미디 장르 영화 중 천만을 넘긴 영화로는 <7번 방의 선물>이 있지만, 뼈대는 한 개인의 억울한 누명과 재판, 그로 인한 가학적인 희생이고 극후반은 신파극 요소가 훨씬 많기 때문에 코미디 장르 중에서는 매우 무거운 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관객들이 <극한직업> 개봉 전을 기준으로 수년간 무거운 소재와 이야기를 다룬 정치, 스릴러, 역사 영화들이나 실속 없이 겉멋만 든 어설픈 블록버스터에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가볍고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를 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실제로 <극한직업> 개봉 1년 전, 수많은 한국 블록버스터들은 줄줄이 폭망 했었습니다.
 최근 10년간 트렌드는 무거운 주제를 쓰거나 블록버스터로 CG를 떡칠해서 작품성을 보완하는 식으로 영화가 많이 나왔는데, 대부분이 평가도 좋지 않으며 재미도 보장하지 못해서 많은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 어떻게 보면 <극한직업>에는 호재였던 셈입니다. <완벽한 타인>, <내 안의 그놈> 등 중소형 제작비를 들인 코미디 영화가 쏠쏠한 흥행을 거두고, 이 영화도 대박을 치자 <두사부일체> 시리즈 등 특정 소재를 가지고 시리즈로 이어졌던 코미디물이 한 시대를 풍미하였던 이력이 있는 만큼 유행이 돌고 도는 것이라고 평가가 있으며 코미디물에 약간의 누아르물 요소가 담겨있는 점도 인기요인 중 하나라는 평들도 있습니다.

5. 제작 비화

1) 주연 류승룡이 영화를 위해 무려 12kg을 감량했습니다. 특히 저녁이나 새벽까지 촬영이 이어지는 영화 촬영장에서도 감독들 및 배우들에게 제공되는 야식조차 거의 손대지 않으면서 버티고 버텨서 뺐다고 합니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체중을 감량한 이유는 <염력> 때 찌웠던 살을 뺀 것이라고 합니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장면

2) 진선규는 이 영화를 위해 닭 발골을 연습했으며, 촬영하는 동안 30마리를 16조각으로 발골했습니다. 이 영화에 동원된 치킨은 총 463마리라고 합니다.
3) 치킨집 본점은 인천배다리헌책방거리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경찰서 내부 및 주변이 배경인 장면들은 천안동남경찰서에서 촬영했습니다.
4) 극 초반부 촬영 장소는 마곡지구입니다. 자세히 보면 LG 사이언스 파크가 보입니다. 환동을 친 강서 02번 마을버스는 실제로 마곡지구로는 운행하지 않습니다.

전설의 그 커플


5) 감독 이병헌의 전작인 <바람 바람 바람>에서 나오는 불륜남과 불륜녀가 영화에 등장합니다. <바람 바람 바람>의 오프닝 장면이 한 여자가 이성민의 택시를 타고 자신의 남편과 불륜녀를 호텔까지 쫓아가 싸우다가 이성민과 바람을 피운다는 내용인데 여기서 이 남편과 불륜녀가 본 작에서 동일한 옷차림을 하고 나타납니다. 불륜남과 불륜녀는 마약반이 만든 갈비통닭을 처음으로 먹습니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장면

6. 마무리

 <극한직업>은 코미디의 기본기를 아주 충실하게 지키면서도 액션과 캐릭터 모두를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돋보이는 점은, 흔한 수사물의 공식을 비트는 코믹한 아이디어와, 배우 각각의 맞춤형 연기력이 시너지를 일으켜 극의 몰입도를 크게 높인다는 점입니다.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은 각자 대표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개성 강한 캐릭터로 현실적이면서도 과장된 유머를 이끌어내며, 신하균과 오정세가 맡은 악당들까지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특히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 있는 대사와 속도감 있는 연출, 그리고 마약반 형사들의 좌충우돌 단체 액션 신이 홍콩 누아르 못지않은 타격감을 선사힙니다. 영화의 중후반부는 코미디와 액션이 거의 완벽하게 결합된 장면들이 이어지며, 실적에 쫓기는 공무원 팀이 자영업자로 변신해 겪는 현실적 웃음은 관객 모두에게 큰 공감을 안겨줍니다. 무엇보다 ‘치킨’이라는 한국인의 일상적 소재를 마약 수사라는 진지한 상황에 버무려, 매 장면마다 해프닝과 반전이 탄탄하게 쌓입니다.
 단점으로는 결말로 갈수록 정리와 수습이 약간 아쉬운 흐름이지만, 중반까지는 쉴 새 없이 터지는 유머와 긴박한 전개 덕분에 이 단점은 충분히 상쇄됩니다. 결국 액션과 코미디의 훌륭한 균형,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유쾌함으로 마니아라면 꼭 한번 극장에서 즐겨야 할 ‘코미디 맛집’ 임이 틀림없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