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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절망의 아파트, 접속하라, <#살아있다>

by 채채둥 2026.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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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아있다' 포스터



 

 

 

 

오늘의 영화는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1. 영화 #살아있다

 영화 <#살아있다>는 맷 네일러의 원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조일형 감독이 연출을 맡아 2020년 6월 24일에 개봉한 한국의 생존 스릴러 작품입니다. 주연으로는 게이머이자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청년 '준우' 역의 유아인과, 철저한 대처 능력을 갖춘 또 다른 생존자 '유빈' 역의 박신혜가 출연하여 극을 이끌었습니다. 원인 불명의 증세를 보이는 감염자들로 인해 아파트 단지가 통제 불능에 빠진 상황에서, 현대 사회의 필수 요소인 데이터, 와이파이, 전화 등이 모두 끊긴 채 고립된 인물들의 생존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개봉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극장가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최종 약 190만 명의 누적 관객을 모으며 침체된 국내 영화 시장에 가뭄의 단비 같은 성과를 냈습니다. 나아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공개된 이후 한국 영화 최초로 넷플릭스 세계 영화 스트리밍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로는 극 중 아파트라는 제한된 공간이 주요 배경인 만큼 세트 제작에 공을 들였다는 점이 꼽힙니다. 복도형과 계단형 구조가 섞인 아파트 단지를 대형 세트로 구현하여 고립감이 주는 밀폐된 공포를 극대화했으며, 유아인은 캐릭터 특성을 살리기 위해 노란색 탈색 모발과 친근한 생활 연기를 직접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해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2. 줄거리

 영화는 어느 날 오전 10시쯤 늦게 일어난 '준우'(유아인)가 뉴스를 통해 원인 불명의 감염증으로 전국이 아비규환이 된 상황을 목격하고, 집 안에 고립되며 시작됩니다. 옆집 남자 '상철'(이현욱)이 밀고 들어오지만 그가 감염자임을 알아챈 준우는 겨우 그를 쫓아내고, 식량을 아끼며 홀로 버티던 중 드론으로 휴대폰 신호를 잡으려 시도하거나 밖에서 좀비에게 당하는 경찰을 도우려다 집 안까지 좀비가 들이닥치는 위기를 겪습니다.

집 밖이 소란스러운데
갑자기 찾아온 옆집 남자가 이상한데
겨우 쫓아낸다


 수도마저 끊기고 부모님의 변고가 담긴 음성 메시지를 듣게 된 준우는 절망감에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 순간 반대편 아파트에서 날아온 레이저 불빛을 통해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두 사람은 드론과 줄을 이용해 음식을 나누고 무전기로 소통하며 생존 희망을 나누던 중, 식량이 떨어지자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준우네 아파트 8층으로 이동하기로 결심합니다.

절망감에 자살하려던 찰나
또다른 생존자 발견

 

서로 드론으로 필요한 물품도 전달하며 지낸다


 밧줄을 타고 내려와 힘을 합쳐 좀비들을 물리치며 8층에 다다르지만 좀비들에게 둘러싸이게 되고, 이때 문을 열어준 의문스러운 남자(전배수)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합니다. 그러나 남자가 준 음식에는 수면제가 들어있었고, 남자는 감염되어 방에 묶인 자신의 아내에게 먹이로 주기 위해 유빈을 갇힌 방에 넣습니다.

그들을 살려준 의문의 남자, 그런데...
기지를 발휘해 탈출하고

 

 정신을 차린 준우의 저지와 유빈의 기지로 남자의 아내가 남자를 덮치게 만들고, 유빈은 여경에게서 얻었던 권총으로 두 사람을 쏴 상황을 정리하지만, 총성 때문에 수많은 좀비가 집 앞으로 모여듭니다.
 동반 자살을 결심하던 순간 멀리서 들려온 헬기 소리에 두 사람은 옥상으로 향하고, 절체절명의 순간 떠오른 군용 구조 헬기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되며, 준우가 SNS에 남겼던 해시태그 '#살아남아야한다'가 '#살아있다'로 바뀌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결국 함께 살아남으며 끝


3. 평가

 영화 <#살아있다>는 아파트라는 지극히 한민족적이고 친숙한 주거 공간에 고립된 생존자들의 악전고투를 그리며 디지털 격리와 팬데믹 시대의 불안을 집약해 보여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독창적인 설정과 공간 활용, 유아인과 박신혜라는 두 주연 배우의 촘촘한 연기 호흡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한편, 장르적 개연성과 후반부 서사의 치밀함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는 양날의 검을 쥐고 있습니다.
 국내 매체의 평가를 살펴보면, 이동진 평론가는 "<부산행> 이후만 해도 우리가 본 좀비 영화가 몇 편인데 이렇게 편의적으로만"이라는 한줄평과 함께 별점 2점(10점 만점 기준 4점)의 아쉬운 평가를 남겼고, 씨네21 평론가들 역시 "설정과 이야기만 있고 플롯이 없을 때" 처럼 허술한 전개와 클리셰의 편의적 사용을 지적하거나, "할리우드 재난·생존영화의 공식에 좀비 변수 더하기", "디지털 세대의 재난 생존기"처럼 소재의 기발함 정도만 인정하는 중립적이거나 엄격한 시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공개된 이후 해외 매체들의 반응은 한층 우호적이었습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80%대를 기록함은 물론,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나 뉴욕 타임스 같은 유수 매체로부터 "최소한의 사족을 덜어내고 군더더기 없는 플롯으로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 신선한 좀비물"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즉, <#살아있다>는 한국 장르 영화의 정교한 개연성을 기대한 국내 평단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으나, 시대적 공감대와 직관적인 장르적 재미에 집중한 해외 매체와 글로벌 관객들에게는 K-좀비물의 독특한 스릴을 성공적으로 입증한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4. 제작비화

1) 원작 시나리오와 한국적 패치: 할리우드 대본의 한국 아파트 이식
 영화 <#살아있다>의 원작은 미국 작가 맷 네일러(Matt Naylor)가 쓴 할리우드 시나리오 <alone>입니다. 조일형 감독은 이 미국식 생존 스릴러 대본을 들여와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인 '아파트'라는 공간에 맞춰 대대적인 각색을 거쳤습니다.
 서구권의 주택 문화와 달리, 한국 아파트 특유의 복도형/계단형 구조, 밀집된 동 간 거리, 베란다 구조 등은 고립감과 동시에 서로를 건너다볼 수 있는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로 재탄생했습니다.



2) 3,000평 규모의 대형 세트장: 실제 아파트를 통째로 옮겨오다
 영화 배경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 단지는 실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군산에 위치한 약 3,000평 규모의 야외 세트장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제작진은 현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아파트 단지를 그대로 본뜬 대형 세트를 건립했습니다. 복도형과 계단형 아파트 건물 두 동을 마주 보게 배치하여, 준우와 유빈이 서로를 바라보고 물건을 주고받는 공간적 거리감을 완벽하게 계산해 구현했습니다.


3) 유아인의 캐릭터 아이디어: 노란 탈색 모발과 라면 먹방
 준우 역을 맡은 유아인은 캐릭터의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직접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소 게임을 즐기는 인플루언서 및 일반 청년의 느낌을 강조하고자 노란색 탈색 모발과 짧은 머리 스타일을 직접 제안했습니다. 또한 극 중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진라면을 허겁지겁 끓여 먹는 일명 '진라면 먹방' 장면 역시 준우의 궁상맞으면서도 인간적인 생존 본능을 생생하게 살려낸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4) 안무가가 만든 K-좀비: 움직임 하나까지 설계된 감염자들
 영화 속 감염자들의 기괴한 움직임은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예효승 안무가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단순하게 걸어 다니는 일반적인 좀비와 달리, 감염 전 직업이나 신체적 기억을 일부 유지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관절이 기괴하게 꺾이거나 파괴적인 동작을 하도록 연출했습니다. 실제로 좀비 역을 맡은 비보이, 현대무용수, 액션 배우들은 고난도의 신체 연기를 펼치며 극의 공포감을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전직(?) 소방관답게 타고 올라가는 감염자



5) 코로나19 팬데믹과의 기묘한 평행이론
 영화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하반기에 촬영을 마쳤으나, 개봉 시기인 2020년 6월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로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겪던 시기였습니다. '집에 고립되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데이터와 소통에 의존해 생존해야 하는' 영화 속 상황이 당시 관객들이 현실에서 겪던 답답함 및 고립감과 기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K-팬데믹을 대변하는 영화로 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6) 할리우드 리메이크작과의 쌍둥이 개봉
 원작 시나리오 맷 네일러의 대본은 한국에서 <#살아있다>로 제작됨과 동시에, 미국에서도 별도로 제작되었습니다. 미국 버전은 타일러 포시(Tyler Posey)와 도날드 서덜랜드(Donald Sutherland)가 주연을 맡아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는데, 같은 원작 대본에서 출발했음에도 한국의 아파트 생존기 문화가 반영된 <#살아있다>와 미국의 주택/아파트 환경이 반영된 미국판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 요소입니다.

7) 원작 각본가의 자화상과 지향점: '준우'와 '유빈'의 탄생  
 원작 시나리오를 쓴 맷 네일러 각본가는 캐릭터 설정에 대해 흥미로운 비하인드를 밝혔습니다. 어설프게 생존을 도모하는 '준우'는 시나리오를 집필하던 20대 초반 자기 자신의 자화상이며, 반대로 철저하고 대범하게 생존 전략을 세우는 '유빈'은 스스로가 되고 싶었던 미지의 인물을 반영한 캐릭터라고 합니다.  

8) 첫 촬영분 폐기 사건: 탈색머리에 숨겨진 운명적 해프닝  
 유아인의 시그니처가 된 짧은 노란색 탈색 머리는 원래 계획에 없던 비주얼이었습니다. 제작진은 당초 눈을 가리는 긴 머리의 가발을 준비했고, 실제로 1회 차 촬영까지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가발 안에 숨겨져 있던 유아인의 실제 탈색 머리를 본 제작진과 유아인이 "이게 훨씬 준우다운 느낌이다"라고 뜻을 모았고, 결국 이미 촬영했던 1회 차 분량을 전량 폐기하고 탈색 머리로 처음부터 다시 찍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9) 영화 속 '진라면 CF'의 비밀: PPL이 아닌 자체 제작 장면
 영화 초반 준우의 식욕을 극도로 자극하며 관객들까지 라면을 먹고 싶게 만들었던 TV 속 라면 광고 장면은 브랜드 협찬(PPL)이 아닙니다. 제작진은 현실적인 생존 음식으로 라면을 낙점한 뒤, 고립된 준우가 시각적·청각적으로 완전히 무너지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광고 장면 자체를 연출용으로 직접 제작하여 촬영했습니다. 



10) '좀비'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은 이유
 영화 속에서는 감염자들을 가리켜 단 한 번도 '좀비'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각본가와 연출진은 특정 장르 용어를 직접 언급하는 순간 영화의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전 직업의 신체적 습관을 유지하거나 시·청각이 살아있다는 설정을 더해 '기억을 가진 감염체'라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11) 박신혜의 고난도 와이어 액션과 캐스팅 비하인드
 박신혜는 영화 속 유빈의 대범한 면모를 표현하기 위해 대부분의 위험한 베란다 와이어 액션과 손도끼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습니다. 또한 박신혜는 시나리오를 읽고 준우 역할에 유아인이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유아인이라는 배우와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면 어떤 케미가 나올지 너무 기대된다"라는 이유로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5. 마무리

 영화 <#살아있다>는 K-좀비 장르의 외연을 넓히려는 참신한 기획과 장르적 한계가 명확히 대비되는, 흥미로우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하고 밀집된 주거 형태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삼아, 생존을 위한 스펙터클한 전투보다는 '고립과 연결'이라는 현대적 재난의 감각을 포착하는 데 초반 동력을 집중합니다. 와이파이, 데이터, 수돗물이 끊긴 한정된 공간에서 유아인이 보여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절박한 생존 연기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외로움과 공포를 뛰어난 몰입감으로 전달하며, 박신혜와의 비대면 소통 과정 역시 독특한 템포의 장르적 재미를 선사합니다.
 그러나 중반 이후 생존기에서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로 서사가 전환되면서 영화는 장르적 완성도의 허점을 노출합니다. 생존의 핵심이어야 할 식량과 식수 배분, 개연성 있는 동선 구축과 같은 디테일한 설정들이 다소 편의적으로 소비되고, 긴장감을 극대화해야 할 상황에서 캐릭터들의 과도한 감정선이나 인위적인 연출이 이어져 후반부의 몰입도를 떨어뜨립니다. 해외 관객들에게는 한국 특유의 아파트 구조와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가 '신선한 팝콘 무비'로 다가갔을지 모르나, 한정된 공간 스릴러로서의 촘촘한 개연성과 인과관계를 기대한 장르 영화 팬들에게는 다소 가볍게 흩어지는 아쉬운 완성도로 남습니다.
 결과적으로 치밀한 걸작은 아닐지라도, 디지털 세대의 고립이라는 시대적 공감대를 K-좀비라는 익숙한 장르 틀 안에 가볍고 직관적으로 녹여낸 상업적 킬링타임 영화로 받아들인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오락성을 제공하는 작품입니다.

 

 

 

 

 


* 영화 <#살아있다> 메인 예고편

출처: 유튜브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