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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의 영원한 오드리 헵번 공주님, <로마의 휴일>

by 채채둥 2025.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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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마의 휴일' 포스터

1. 영화 로마의 휴일

 이 작품은 미국 파라마운트 픽쳐스에서 1953년에 만든 흑백 영화입니다. 감독은 윌리엄 와일러이고, 주연은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

이 맡았습니다. 오드리 헵번은 이 영화로 인기, 명예와 함께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Hollywood on the Tiber로 대표되는 할리우드가 1950~60년대 미국 정부가 추진한 마셜 플랜의 지원을 받아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탈리아 영화계와 같이 작업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스튜디오 촬영도 치네치타 스튜디오라는 유명 이탈리아 영화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시절 대표작으로는 윌리엄 와일러가 만든 리메이크판 <벤허>와 <클레오파트라>, <전쟁과 평화>가 있습니다. 영화가 관광 홍보영화 느낌이 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13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저작재산권 보호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2. 줄거리

 '앤 공주'(오드리 헵번)는 유럽 어느 작은 왕국의 왕위 계승자로, 국제 친선 방문 일정으로 유럽 여러 나라를 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공식적인 일정과 의전 때문에 매우 답답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로마에 도착한 후에는 더욱 그러한데, 그녀는 고급 호텔에 머물면서도 틀에 박힌 생활에 지쳐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앤 공주는 스케줄과 의전에서 벗어나고 싶어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자유롭게 로마 거리를 거닐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주치의가 준 진정제를 복용한 탓에 거리의 벤치에서 잠들고 맙니다. 그때 미국인 신문기자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가 그녀를 발견해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편히 쉴 수 있게 도와줍니다. 조는 그녀의 정체를 처음에는 모르지만, 곧 앤 공주임을 알게 되고 특종을 잡으려는 마음에 부풀어 오릅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스틸컷
영화 '로마의 휴일'의 스틸컷

 조는 사진작가 친구 '어빙 라도비치'(에디 알버트 분)를 불러와 몰래 앤 공주의 사진을 찍게 하고, 앤 공주와 함께 로마 시내를 구경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앤은 긴 머리를 숏컷으로 자르고, 시장에서 샌들을 사거나 콜로세움, 스페인 계단, 진실의 입 등 로마의 명소를 방문하며 자유롭고 평범한 하루를 즐깁니다.
 조와 앤은 점차 서로에게 끌리지만, 앤은 공주이기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에 직면합니다. 그들의 모험은 저녁 테베레 강가에서 열린 댄스파티에서 절정에 달하지만, 왕실 경호원들이 나타나 앤 공주를 데려가려 합니다. 조는 경호원들과 충돌하지만 결국 공주가 상황을 수습하고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스틸컷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앤 공주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가장 인상 깊게 느낀 도시로 로마를 꼽으며, 조에게 깊은 감사와 작별의 인사를 전합니다. 조 역시 특종보다는 앤과의 소중한 추억을 마음에 간직하기로 합니다.

3. 평가

 <로마의 휴일>은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으로 알려진 영화입니다. 미국에서도 150만 달러로 만들어져 1,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을 성공했지만, 유달리 대한민국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고 세월이 지나도 인기가 엄청났습니다. 한국에서는 고전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로 자리 잡았으며, 동아시아권에서는 2008년에도 헵번이 핸드폰 광고에 등장하고 일본 영화 키네마 준보가 영화 할리우드 역사상 최고 걸작 100 선정에서 이 작품이 들어갈 정도로 불세출의 명작 정도로 취급합니다. 한국에서도 70년대 KBS TV에서 역대 100대 명화를 선정해 2년간 매주 KBS1 명화극장 시간에 더빙 방송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가 1위로 선정될 정도로 한국인들에게도 많은 사랑받은 영화입니다.
 일단 AFI (미국영화연구소)에서 선정한 역사상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4위에 선정되기도 했듯 서양에서도 이 작품을 명작으로 평가하지만, 어디까지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 안에서의 걸작 정도로 쳐주는 정도이고, 할리우드 불멸의 걸작 100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라서 일본 영화지 평가에 대하여 좀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제2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의상상, 원안상을 수상하고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미술상, 촬영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스틸컷

4. 제작 비화

 이 영화의 각본가 이언 매클렐런 헌터는 1953년 아카데미에서 원안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각본가는 돌턴 트럼보(James Dalton Trumbo)였고, 헌터가 한 것은 제목을 '공주와 평민'에서 '로마의 휴일'로 바꾼 것뿐이었습니다. 트럼보가 매카시즘의 광풍 때문에 공산주의자로 낙인이 찍혀서 할리우드에서 공식적인 활동이 금지된 상태였기 때문에 친구인 이언 매클렐런 헌터의 이름을 빌린 것이었습니다. 영화 <트럼보>에서는 트럼보가 직접 자신의 작품이라는 것을 밝힌 것처럼 묘사되었지만, 실제로는 트럼보가 죽고 19년이나 지난 후에야 트럼보의 작품이라는 것이 인정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흑백이라는 점입니다. 21세기 현대에 들어서는 "옛날 영화니까 당연히 흑백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950년대 초는 이미 테크니컬러가 시장에 완전히 정착한 후였습니다. 동시대의 다른 유명한 작품들도 모두 컬러였습니다. 예컨대 <벤허>라든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심지어 이보다 10여 년이나 빠른 1939년작이었습니다. 즉, 할리우드 대형작으로 기획된 <로마의 휴일>이 흑백영화로 제작된 것은 당시로도 다소 이례적인 일이었던 것입니다. 원인은 제작비 절감에 있었습니다. 
 오드리 헵번이 앤 공주 역으로 열연하고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세기의 연인 오드리 헵번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이 되었으며 아직도 그녀의 최고 배역으로 이 앤 공주 역을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그렇듯이 여러 배우들이 주인공 물망에 올랐었습니다. 원래 남자 주인공은 케리 그랜트, 여주인공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연기할 예정이었으나, 제작사가 재정난으로 판권을 파라마운트에 팔았고, 감독도 윌리엄 와일러로 교체되었습니다. 연출을 맡게 된 와일러 감독은 로마의 이야기니까 할리우드 스튜디오 촬영이 아닌 로마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원했습니다. 당연히 모자라던 제작비는 더욱 모자라게 되었고, 이 때문에 영화 전체를 비싼 컬러필름이 아닌 흑백 필름으로 찍고, 하루 동안 두 남녀가 로마 시내를 구경하는 스토리로 구성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여주인공 배역도 엘리자베스 테일러에서 당시 신인이었던 오드리 헵번으로 교체되었습니다. 남주인공 역으로 내정되었던 그랜트는 오드리 헵번이 여주인공을 맡게 되자 "그녀와 공연하기에 나는 너무 늙었다"라고 하차했지만, 10년 후 샤레이드에서 그녀와 공연한 후 "나와 공연한 여배우들 중 최고"라고 극찬했습니다.

5. 영화 속 명장면

영화 '로마의 휴일' 중 진실의 입 장면

1) 그 유명한 진실의 입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 관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사실 이때그레고리 펙은 와일러 감독과 짜고 오드리 헵번에게 장난을 치기로 했습니다. 즉, 저 장면에서 나온 오드리 헵번의 놀란 비명과 리액션은 연기가 아니라 진짜였던 것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곳들은 거의 대부분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위 사진의 진실의 입 같은 경우엔 그전에도 유명했으나 이 영화에 나오고부터는 그냥 1년 365일 내내 입에 팔을 집어넣는 사람들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입구에서 사진 촬영의 대가로 헌금을 받는다고 합니다. 각 언어별로 된 헌금구가 있으니 거기에다 눈치껏 넣고 사진을 찍으면 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한국어로 된 헌금구에는 "봉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쓰여있다고 합니다. 트레비 분수도 마찬가지로 유명해졌습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 중 스페인 광장 계단 장면

2) 앤 공주가 스페인 광장의 계단에 앉아 젤라토를 먹는 장면이 유명했으나, 하도 관광객들이 따라 한답시고 젤라토를 먹고 쓰레기를 버려대는 통에 젤라토 가게는 없어지고 2012년부터 가방 가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는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계단에서 음식물 취식을 금지하며 경우에 따라 벌금까지 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따라 하지 말아야 합니다.

3) 헵번이 이 영화에서 보여준 숏컷은 '헵번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21세기에도 여전히 미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레고리 펙은 촬영 중간에 헵번의 스타성을 감지하고, 헵번이 오스카를 탈 게 확실하니 헵번의 이름도 영화 제목 위로 같이 올려달라고 에이전트를 통해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이미 톱스타였던 펙과 신인인 헵번의 이름이 같이 영화 제목 위로 올라간 포스터가 나왔습니다. 1999년부터 미국 의회도서관 미 국립영화등기부에서 영구히 보존하는 영화입니다.
 1987년에 NBC에서 TV 영화로 리메이크했으나, 왜 만들었냐는 싸늘한 평과 같이 그야말로 묻혀버렸습니다. 제목도 똑같습니다. 주연은 캐서린 옥센버그와 톰 콘티로, 둘 다 주로 TV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입니다.
 또한 명성에 비해 블루레이가 상당히 늦게 나온 편으로, 블루레이 시장이 완숙기에 들어서고도 한창인 2020년에야 4K 복원판이 블루레이로 나왔습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스틸컷

6. 마무리

 <로마의 휴일>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한 편의 예술 작품처럼 빛나는 영화입니다. 특히 오드리 헵번의 첫 영화 출연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고, 그녀의 사랑스러움과 자유로운 매력이 화면 가득히 살아 숨 쉬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영화는 왕실 공주인 앤이 지루하고 엄격한 공식 일정에서 탈출하여 로마 시내를 누비며 경험하는 꿈같은 하루를 그리는데, 그 속에서 느껴지는 해방감과 순수함은 오랜 시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로맨스 영화에서 흔히 기대하는 해피엔딩의 틀을 벗어나 현실의 벽을 인정하는 담담한 결말을 담고 있습니다. 두 주인공 조와 앤이 서로에 대한 깊은 감정을 느끼면서도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는 모습은 아름답고 아련한 여운을 남겨,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삶의 한 단면을 마주하게 합니다. 이 점이 <로마의 휴일>을 시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만드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로마의 다양한 명소들이 배경으로 등장해 마치 그곳을 함께 거니는 듯한 느낌을 주며, 영화 속에서 자유롭게 질주하는 베스파 스쿠터 위의 장면은 젊은 날의 자유와 꿈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더욱 매력적입니다. 영화의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작품성은 물론 시대적 문화적 영향력까지도 인정받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 작은 반드시 여러 번 감상하며 그 깊이와 미묘한 감정을 음미해 볼 가치가 충분한 작품입니다. 오드리 헵번의 눈부신 스타 탄생 신화를 확인하는 동시에, 낭만 가득한 로마에서의 짧지만 강렬한 휴일을 마음속에 담아두는 기회를 맛보시기 바랍니다.